야설 숙의 하루9(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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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85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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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하루 - 술자리, 접대, 성희롱 ②

교장은 거의 삼분지 이나 대머리가 벗겨져 있는 50대의 남자였다. 비쩍 마
른 키에, 얼굴마저 길쭉해서, 학생들에게는 '마두'니, '말상'이니 하고 불
려졌으며 심지어는 평교사들 사이에서도 전혀 다른 성씨임에도 '마교장'이
라고 사석에서 통했다. 그런데 이 마교장은 특히 전횡이 심해서, 그런 별명
으로 일컬어지는 자리에선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소
식이라고는, 교재비에서 얼마를 깠다, 품위유지비라고 공금 얼마가 들었다
더라, 하는 이야기가 온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정교사중 얼마 안있어
유부녀가 될, 여기 숙등을 제외한다면 정교사중에서 '접대용'은 충분히 되
고 남을 한 여선생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숙은 정교사들과는 거리가 있어 잘은 몰랐지
만, 점심시간 전에 교장실로 호출당한 그 여선생이 점심시간도 한참 지나서
야 나왔다거나, 그럴 때마다 교직원용 화장실에서 스타킹따위를 갈아 신더
라하는 말을 귓결에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숙이 두고온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거의 퇴근시간이 한시간쯤 더되었던 어느 날 교장실
문앞에서 립스틱이 거의 지워지고 얼굴화장도 반쯤은 지워진 그 여교사가
다급히 커튼까지 쳐진 교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맞딱드리기도 했었다. 그날,
황급히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던 그 여선생의 치마가 거의 엉덩이부근까지
구겨져있던 것도 숙의 기억에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어쨌든 이 학교에 방음벽과 방음커튼이 쳐진 곳 두군데를 들라면, 그건 당
연히 시청각실 하나와 애매하달 수 밖에 없는 교장실이었다. 그러므로, 기
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는 마교장과, 호출을 받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교장실의 앞에는, 이미 '마'교장선생이 손
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서있었다. 그녀들과 한선생이 나타나자 교장은 서두르
는 듯 인사도 받지않고 앞장을 섰다.

-늦겠구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모두 승용차편으로 움직일 거니까요.
그말에 갑자기 마교장이 발걸음을 딱 멈추더니 돌아섰다. 숙들은 그가 무언
가를 잊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는 대신 그녀들 한명한명을 아래위로
훑어 보는 것이었다. 마치 무슨 몸매검사라도 하듯이.

-됐군!
마교장은 알듯 모를듯 이말을 남기고는 현관을 나가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자신의 중형승용차에 올랐다. 숙과 그녀들은 한선생을 따라 그가 모는 자가
용에 탔다. 숙은 한선생의 차안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한선생의
옆자리에 앉으려하지 않았기에, 뒷좌석에 끼어탄 그들 여선생들은 마치 이
시간에 출근하는 여자들이고, 앞자리 한선생은 꼭 보도꾼 같은 입장으로 보
였던 것이다.

그들이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교외부근의 별장식 일식집이었다. 근사한
중형차와 외제차들이 주차장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첫눈에도 있어 보
이는, 그런 곳이었다. 그들이 한복을 곱게 입은 여종업원의 뒤를 따라 이리
저리 꼬인 복도를 지나 다다른 곳은, 긴 테이블 하나만 있는 조명이 은은한
룸이었는데, 숙과 그녀들은 약간 난감했다. 세 사람 모두 치마를 입고 있어
서, 그나마 숙은 플레어 스커트였기에 망정이지, 정장스타일의 타이트스커
트를 입고 있는 은이나, 청치마를 입은 희에겐, 이런 장소는 본의 아니게
얌전히 무릎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을 수 밖에 없는 - 구두를 벗고 앉아야하
는 방석이 깔린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따위를 개의할 필요가 없는 마교장과 한선생은 먼저 들어가 자리
에 앉으려 했다. 마교장이 안쪽에 자리를 잡자, 갑자기 한선생이 곁에 있던
미술교사인 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눈치가 빠른 그녀는 서둘러 마교장에
게로 가 등뒤에서 웃옷을 벗겨주고, 옷걸이에 걸었다. 그걸 보고 한선생이
은근히 숙에게 눈짓을 했으나, 그녀는 짐짓 무시하고 교장선생의 맞은편으
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선생은 멎쩍은 표정으로 직접 윗도리를 벗을 수
밖에 없었다.

-허허, 이 아가씨들이... 우리가 지금 미팅하는 건가요, 지금?
교장과 한선생의 건너편에 쪼르르 몰려 앉았던 그녀들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와중에 그녀들은 방금 주임선생이 무슨무슨 선
생님 대신 아가씨라고 불렀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은이는 교장선생님 곁으로 오고, 희는 그냥 거기 앉아 있어요. 그리고...
숙, 숙이는 여기 내 옆으로 오지.
숙은 기가 막혔다. 룸안에 들어오자마자 한선생의 호칭과 말투가 싹 바뀐
것이다. 교무실에선 누구누구 선생님이란 것이 이제 아예 거의 반말로 되버
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뿔싸, 교장이 안쪽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으니 항의
할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그녀는 욕지꺼리가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치밀어
올랐다. 숙은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참아야만 했다.

잠시 후에 웨이터의 안내로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드디어 오늘의 주객이
나타났다. 첫눈에도 고위 공무원으로 보이는, 반쯤 흰머리를 기름으로 넘긴
땅딸막한 체구의 회색양복장이 였다. 마교장보다는 두세살 어려 보였지만,
마교장을 포함해 그들 전원이 일제히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장을 제
외한 전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들어오자마자 마교장과 한
선생은 안중에도 없는듯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숙들을 한명씩 훑어보고 있
었다.

-아이구, 이게 다 왠 미인들이야?
-어서 오십시오. 교육관님.
-어이쿠, 교장님, 오래간만이외다!
숙은 지나친 호들갑을 부리는 그에게서 역겨움을 느꼈지만, 함부로 내색할
수 없었다. 교육관이라는 작자는, 마치 예상했었다는 듯, 희가 조심스레 겉
옷을 받아들자, 다시 한번 희의 용모를 아래위로 훑더니, 만족한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자자, 앉읍시다, 다들 앉아요...!
의례적인 인삿말이 세 남자 사이에서 오갔다. 누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모님은 안녕하십니까... 등등. 그 사이에 룸의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커
다란 회접시와 요리들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주전자에 담긴 고급
술이 몇병 올려졌다. 마지막 접시가 놓이기 무섭게, 한선생의 눈이 희번득
이며, 마교장의 옆에 앉은 은과 맞은편 교육관의 팔꿈치께에 자리한 희에게
재빨리 신호를 보냈다. 눈치를 챈 은이 맞은편의 교육관치에게 술을 권했
다. 희도 그제서야 엉거주춤 마교장의 잔을 채웠다.

-자,먼저 잔이나 부딪칩시다!
숙은 한선생이 자신의 옆구리를 쿡쿡거리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지못해 주전
자를 들어 그의 잔을 채워 주었다. 그는 함께 건배를 하면서도 계속 숙의
어깨를 보이지 않게 건드렸다. 분위기를 맞추라는 사인인 것 같았다. 이미,
은과 희는 그들이 잔을 놓자 바로 안주감과 횟점들을 마교장과 교육관의 개
인접시 위에 가져다 놓고 있었다. 숙 역시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별
수 없이 한선생의 안주감을 집어 주었다. 그런 식으로 술이 몇 순배 돌고,
세 남자들은 별로 우습지도 않은 화제에 짐짓 허우대를 흔들며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들도 시덥지 않지만 함께 웃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 순간, 숙은
손짓을 섞어가며 말을 마친 교육관이 옆에 앉은 희의 허벅지를 철썩치며 웃
어젖히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놀랐다. 철썩하는 맨살을 때리는 소리가 퍽
크게 났기 때문이었으나, 룸안의 모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게
다가 비록 그의 손이 테이블 아래 쪽으로 가려지긴 했으나, 그녀의 필경 드
러나있을 무릎 위에 교육관의 손은 계속 얹어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급
작스런 광경에 숙은 맞은 편 당사자인 희의 표정을 살폈으나, 뜻밖에도 그
녀의 표정은 미처 느끼지 못했는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큰 웃음
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에. 당황한 그녀는 한선생의 옆쪽, 마교장의 시중을 드는 은의 쪽 상황
도 곁눈질해 보았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교장의 한쪽팔도 분명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그 때, 한선생이 부족해진 술을 몇병 더 시키기 위
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문께로 갔다. 순간 숙은 방해물 없이 드러나게 된
마교장과 은의 모습을 보고 놀라 큰 숨을 들이마셨다. 짧은 타이트스커트이
기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거의 허벅지 중간이상까지 끌어당겨진 치마 아래
로, 드러난 은의 매끈한 양허벅지 사이에 - 마교장의 손이 거리낌 없이 들
어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허벅지 안쪽을 손자국이 날 정도로 손바닥에
쥐고 주물러 대고 있었다.

의외의 광경에 너무 놀란 숙은 행여 자기가 쳐다 보고 있는 것을 들킬까 서
둘러 고개를 돌렸다. 왠지 모르게 희와 은 대신 그녀의 얼굴이 귀밑까지 달
아올랐다. 그것은, 민망한 광경을 목격한 느낌외에도, 마치 그들이 자신의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교육관과 마교장
은, 전혀 아무런 일도 않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테이블 위로는 술잔을 돌
려가며 왁자하게 떠들고 있었다.

한선생은 이런 광경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었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도 그
는 아연 모른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쁜... 그 때였다. 숙도 무릎
에 뭔가 감촉이 느껴졌다. 한선생의 손이다. 그도 식탁 위로는 열심히 이쪽
저쪽 귀기울이며 기분맞추기에 열을 올리면서도, 아래쪽에서는 은밀한 수작
을 벌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숙은 침착하게, 다른 사람이 눈치 못채도록 손
을 테이블아래로 가져가 그의 손을 가만히 자신의 무릎 위에서 밀쳐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한선생의 손이 그
녀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은 것이었다. 꽤 따끔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는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오늘 그녀들의 임무는 분명, 분위기를 깨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녀가 이런 상황이었으니, 어쩌면, 희와 은의 표정관리도 이해할 법 했다.
그러나, 그녀들 둘쪽은 조금 이상했다. 아까 은의 경우도 그랬듯이, 그 지
경에 이르러 숙이 우연치 않게 몇십초 동안이나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녀는 전혀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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