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맛좀볼까?(펀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757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맛(?) 좀 볼까♥ 제1화 미스 김 ①

-아이고...큰일이다... 이게 뭔일이야

지난 밤에 억울한 생각이 들어 마신 소주 한 병이 끝내 일을 만들
고 말았다. 오늘은 이곳으로 발령 받은 첫날. 첫 출근부터 지각할 수
는 없는데...

이곳으로 이사를 온지 이제 사흘,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가 해가
바뀌면서 회사 정기 인사이동에 의해 본사 근무를 받았다. 다행히 4
일이라는 연휴기간이 있어서, 대강 허름한 아파트를 하나 구하고 서
둘러 짐짝을 옮기고 정리를 하다보니 나흘이라는 시간은 어디에서
삶아 먹었는지 기억도 할 수 없다.

가까스레 어제 저녁 늦게까지 대충 집구석을 정리하고 나서는 한
숨을 돌리려니 며칠동안 고생한 생각이 들어 소주 한 병을 마신 것
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7시
회사까지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지리도 잘 모르는데 아슬하게 턱
걸이하듯이 정문을 통과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까치머리가 되어
있는 두피를 물로 대강 문지르고 출근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이런 어떡해 하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일단은 이곳을 벗어
나야 했다. 그래.... 갑자기 머릿속에서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과
동시에 행동은 이루어졌다. 어디쯤에 쳐 박혀 있을 무스를 찾기 위
해 아직 다 풀지 못한 짐짝을 뒤져서는 무스를 하나 찾아냈다. 무스
를 손바닥 가득 들이붓고는 머리를 문지르자 이내 기찬 미남 하나가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진작 이럴걸...'

고민을 오래 하지도 않았지만, 고민을 오래한 것처럼 의미심장한
미소가 거울 속에서 피어올랐다. 자 어서 출발해야지...

엘리베이터의 층 램프가 변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갑갑했지만, 어
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저 아래 자동차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곳까지 갈려면, 적어도.. 아 생각하기 싫다. 이왕 늦은 것 그냥 기다
려 보지 뭐... 아냐 그래도 첫 날인데....

계단을 뛰었다. 다행히 8층이라서 그렇게 많은 땀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계단을 뛰어내리면서 고민을 했다. 자동차를 가지고 갈 것인
지, 아니 그냥 대중교통...

지금은 급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지
만, 그래도 아침의 도로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자동차가 빠르다는
자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대중교통.. 응... 아니잖아. 시간이 벌써...'

'7시 20분.. !아니 벌써....'

'엉...저거..택시 아냐...그래 저거다...'

택시가 있는 쪽으로 달렸다. 누군가가 내리고 난 텅빈 택시, 나의
구세주도 이렇게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달림을 보았는지 택시
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아저씨.. 급한데요...이현동요..
-하하...안 급한 사람이 있습니까..
-예... 제가 오늘 첫 출근이라서...
-아.. 그러세요..몇 시까지 출근입니까?
-8시요...
-예! 지금이 23분인데요.. 아이고 날라야 갰구먼...
-아저씨.. 제발요....
-그래 봅시다..

다행히 아저씨는 나의 애달음을 알아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골
목골목을 달려서는 회사 정문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너무나 고마
운 마음에 웃돈을 얼마 더 드리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정문
으로 달렸다.


모든 첫 출근이 그렇듯이 사장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차례대로 그
밑의 순서로 인사를 드리다 보니 아침은 언제 지나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다가 나와 같이 본사로 발령 받은 김
대식 씨와 함께 투덜투덜하면서도 말 한마디하지 못하고 꼬박 아침
나절을 보내야만 했다.

이제는 내가 근무해야 할 부서...지방근무를 할 때 서로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인지라 그렇게 서먹서먹하지 않아서 좋았다.

-안녕하십니까. 김 창현입니다.

-아..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여.. 전화목소리보다 실물이 훨씬 나은데요...

곳곳에서 들려오는 친근한 목소리에 아침부터 늦어서 안달하고,
오전 내내 인사하러 다니면서 잡쳤던 기분은 사라지고 새록새록 새
로운 열기가 솟구쳐 올랐다.

-어이... 미스 김은 인사안해...

과장님이 저쪽 구석을 보면서 소리쳤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잡담
을 나누던 나는 과장님이 소리치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

=계 속=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