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캠퍼스 애정비사1-5(원하신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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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6,93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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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애정비사 01-5화
이글은 하이텔 성인 프라자에서 [XTC6660]이란 아이디를 쓰시는 분의 글임을 밝혀둡니다.
아이디가 확실한지 모르겠네요......


◈CAMPUS 愛情泌事◈

<제1화> 선배누나와 친구

삐리릭, 삐리리릭...
아침밥도 건너 뛰고, 카세트테잎을 틀어놓고 빈둥거리는데 방
바닥에 놓인 고물전화기는
마치떼쓰는 어린아이처럼 정적을 깨놓았다. 젠장, 막 낮잠이
들려던 찰라였는데.
"여보세요"
"얌마, 왜 이렇게 통화중이야? 한 시간동안 전화했는데"
희창이의 목소리였다. 아까... 잠시 통신에 들어간 사이에 전
화를 했던 모양이다.
"미안... 잠깐 딴 짓좀 했어..."
"야, 지금 갈꺼야, 수업 오후니까, 집에 있을거지?"
덜컥, 내 대답도 듣기 전에, 녀석은 전화를 끊어버린다.
아마...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거는 것일게다. 무슨 일이지?
집에서 오는 모양인데... 학교로 직행하지 않고 곧장 내 이 지
저분한 자취방으로 온다니...?
희창이... 녀석, 내 초등, 중등학교 동기동창이자 우리 과의 유
일한 내 친구.
그와 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야 처음 몇년만에 해후를 했다.
같은 학번들의 이름도 잘몰랐던 나는, 모임시간이 한참 지나
서야 선배들의 손에
반 억지로 끌려오는 녀석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는 거의 불알친구나 마찬가지였
고,
중학교의 같은 반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희창이의 집은 우
리집에서 채 2, 3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녀석은 아버지 사업의 실패를 빌미로 정든 강북을 떠나 변두
리로 이사를 해야만 했고,
그 후 3, 4년 간을 서로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지내왔었다.
"야, 문 열어, 짱이야!"
전화를 끊은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녀석이 자취방
의 문을 부서져라
두들겨 대고 있었다. 뭐야? 집에서 온 것이 아니었나? 엉거주
춤, 문을 열어주자
녀석이 들어선다. 눈자위가 시커먼 것이 틀림 없이 잠도 못자
고 외박을 한 모양
이다. 희창이... 그리고 내 이름 창희... 그래서 우리는 코흘리
개 시절부터 짱
이, 이짱이, 이렇게 불러왔다.
"어쭈... 너 어제 집에 안들어갔냐?"
"야, 몰라몰라, 먼저 잠좀 자자, 잠좀"
희창이는, 옷을 벗자마자 내가 방금 일어나 꿍쳐놓은 이불 속
으로 파고 들어갔
다. 무슨 일이지?
"야, 새꺄, 뭐야 임마!"
"야아! 쫌 내비둬... 일어나서 말해줄께"
우리 학교는, 경기도의 남쪽 끝가의... 지방분교였다. 다른 곳
도 그랬지만, 텅빈
논숲 한가운데에 깊숙히 건물들이 들어섰고, 통학버스가 서울
까지 하루 수차례
왕복을 하며, 정문 앞으로는 학생들을 따라 들어선 조그만 유
흥가들이 소읍마냥
상권을 형성하는... 그런 평범한 학교였다. 나는 사실, 재수를
하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공부에 취미를 잃어갔고 그래서는 곧 이곳에 정
을 붙여버리게 되었
다. 아버지는 좀 더 좋은 학교를 원했지만, 곧 이내 포기를
해야만 했고, 나도
곧 아버지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어렵사리 후문 곁의 이
허름한 집에 자취방을
얻어 집을 나왔다.
이러이러한 연유로, 희창이와 나는 금방 초등학교 시절의 사
이로 돌아가게 되었
다. 단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버지 사업 때문에 이사를 가야
만했던 희창이가 어
느새 부자집 아들로 변했다는 것을 빼고. 사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재빨리 재
기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얼마전, 녀석의 집에 놀러갔을 때에
도, 양말바람으로
반가워하시던 희창이의 어머니보다, 나는 그 강남의 백여평이
가깝다는 빌라에
더 놀라워했다. 그리고 희창이 역시 중형승용차에 휴대폰을
차고 다니는... 오렌
지족인가 뭔가의 모습을 하고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나도 녀석을 따라 책상에 엎드려 졸다가, 드드륵, 창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깨었
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희창
이는 어느새 일어나
기지개를 키고 있었다.
"아그그... 우후후... 야, 짱, 담배 있냐?"
내가 서랍을 뒤져, 담배를 건네주자 녀석은 다시 이불속으로
푹 파묻혔다.
"야, 이짱, 너 어제 어디서 잤냐? 그리고 차는?"
"학교안에 있어. 잠이야 당연히 여관에서 잤고"
희창이는 대답을 하다말고,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듯한 표정으
로 바뀌더니 흐흐
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야, 넌 내가 외박을 했다는데 누구랑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
냐?"
"뻔하지, 뭐. 기집애랑 잤겠지"
실제로 나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일주일에도 수십만원의
용돈을 끌어다 쓰
는 그의 주변에는 항상 여러 여자들이 득시글했고, 개중에는
- 나도 얼굴을 몇번
구경하기도 했다 - 속칭 그렇고 그런 걸X 같은 애들이 있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니, 너도 깜짝 놀랄걸... 흐힛, 이것도 우리 과의 비리가 되
겠지만"
우리 과? 나는 이 말에 솔직히 당장 귀가 쫑긋해졌지만, 내색
을 하지 않으려 했
다. 그래봤자, 이 녀석만 좋은 거 아닌가? 그래도 우리 과라
니? 동기 여자애들
중 하나란 말인가?
"야야, 궁금하면, 뭐좀 먹자. 배고파 죽겠다. 먹으면서 얘기해
줄께"
희창이 자식, 어느 새 내 궁금함을 간파하는 모양이었다. 그
래서 나는, 버너를
켜고 작은 남비에 라면 두어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이히히...킥킥킥"
녀석은 계속 뭐가 좋은지, 방구석에서도 혼자 키득거리고 있
었다. 조그만 앉은뱅
이 상위에 라면남비를 올려놓자, 녀석은 젓가락을 집어들며
금방 후루룩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참을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백기
를 들고 말았다.
"그래... 누군데...?"
"짜식, 되게 급하네... 이것 좀 먹자"
이게 사람 감질나게 만드네... 내가 젓가락을 탁 놓으려하자
꺼어억, 트림을 하
며 희창이 녀석이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응, 선영이, 박선영"
박선영? 아니, 박선영! 아니다, 선영이 누나? 내가 눈이 휘둥
그레 지는 것을 흘
끔 본 녀석은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혼자 키득거리기 시작했
다.
"그려, 임마. 선영 선배, 푸훗, 아니 이젠 선배도 아니지... 큭"
이게 무슨 소린가? 선영이 누나라면, 재수까지 해서 우리보다
두 살이나 많은 한
학번 위 선배가 아닌가. 희창이는 그런 내가 우스워보이는 듯
여전히 낄낄거리며
얘기를 계속했다.
"너, 너 그럼... 선영이 누나, 아니 선배랑 같이 잤단 말이야?
어제?"
"선배는 무슨... 알고보니 한둘이 아니던데?"
라면이 불어터지는 데에도, 나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누나가... 그 누
나가 그렇다니.
"히힛, 그것 뿐인 줄 알어? 그 여자의 비리가..."
선영이 누나, 항상 얌전해 보이고, 웃는 모습이 덩치에 어울
리지 않는, 짧은 치
마를 즐겨입고 다리가 쪽 뻗은... 그 선배가 비리가 있다고?
나는 안달이 나서,
희창이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른 침이 꿀꺽,
삼켜졌다.
"그, 그래서... 얼른 얘기해봐, 짜샤"
"어쭈, 창희 너, 샌님처럼 굴더니, 푸하하, 너도 별 수 없구나"
그녀는 인기가 많았다. 술을 잘 못마시는 것만 빼고, 우리 후
배들에게도 부담없
는, 마치 모든 과사람들의 누나같은 존재였다. 항상 성격이
밝았고, 고민 따위도
잘 들어주는 타입이었는데, 뭐? 한둘이 아니라고?
"비... 리라니?"
"비리? 흠, 비리는 비리지... 그것도 엄청난 비리 두가지"
"자세하게 말해봐, 새꺄"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 뽀얀 얼굴의 선배가, 그것도 이
런 망나니 희창이와
같이 잠을 자고... 그것도 모자라 비리까지 들키다니...
"첫째는... 같이 자본 놈만 알 수 있는 거고, 다른 하난, 우리
가 지금껏 그 여자
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거야"


<제2화> 선영이 누나의 비리

같이 자본 놈만 알 수 있다? 이건 또 무슨 얘기지? 내 호기
심은 점점 증폭이 되
어가, 입술이 마를 정도가 되어 갔다. 희창이는, 그런 나를 놀
리듯 야금야금 얘
기를 계속해 갔다.
"선영이 선배... 말이야, 술 못마시는 것 너도 알지?"
맞는 얘기다. 그녀는, 내가 알기에도 생맥주 500cc에도 얼굴
이 발그레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고, 1000cc를 넘는 경우에는 거의 치사량이 되어
비틀거리니까.
"어제... 같이 술을 마셨거든, 조교형이랑 같이 있는데, 내가
우연히 끼어들게
됐었지. 근데, 아마도 무슨 일이 있던 모양이야... 나 오기 전
에도 마신 모양이
던데... 내가 앉고 나서도 오백을 세 잔이나 더 마시더라구,
그것도 거의 원샷으
로"
제길, 누가 너랑 술 얼마 마셨단 소리 듣고싶은 줄 알어? 비
리 얘기를 해봐, 어
젯 밤에 같이 자고 알아낸 비리를 - 이런 말이 내 목구멍까
지 치밀어 올랐지만,
나는 그저 국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막차시간이 되니까, 조교형은 가버리구, 그리고 내가 차가
있으니까... 데려다
주라며 맡기더라구"
"넌... 안 마셨냐?"
"안마시긴 왜 안마셔, 한 천 마셨지... 어쨌든, 조교형도 가버
리니까, 나도 나가
려고 했는데... 선영 선배가 일어서는데, 거의 걷지를 못하는
거야. 난 그 정도
일 줄 몰랐는데... 되게 취했더라구"
으아... 차도 끊긴 시간에... 술 취한 선배누나? 그것도 얼굴과
외모로는 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나는 거의 눈 앞에 그 상황이 그려지
다시피 했다. 어휴,
그게 나라면... 어느새, 희창이 놈은 그런 내 부러움을 간파했
는지 뻐기는 듯 의
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도 술 좀 깨야하니까, 호프집에서
나와 까페로 들어갔
었어... 물론, 그 여자도 간신히 데리고. 커피 한잔 마시면 깰
줄 알았지... 정
말, 엄청 마신 모양이야, 한 2, 3천 때렸나 보더라구... 근데
웃기게 된게..."
나는 한번 더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갔다.
"아주 점점 더 맛이 가는 거야, 글쎄 까페 의자에서, 구두를
막 벗는 거 있지?
골 때리게. 그래서 내가 그랬어, 누나 왜 그러냐고... 근데 뭐
라는 줄 알아? 큭
큭, 자기는 집에서 신발 벗고 잔다나? 자기, 집에 왔으니까
신발 벗고 잘 거라
구... 푸하하, 자기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거 있지..."
갑자기, 녀석이 말을 끊었다.
"야, 근데 마실 물 좀 없냐? 목 마르잖아"
미치겠군, 별 걸 다 찾는 놈일세... 나는 얼른 방구석의 주전
자를 흔들어 보았
다. 이런... 끓여놓은 물이 한방울도 없네, 어쩌지?
"야야, 형님 목말라... 짱이야, 물 없으면 쥬스 좀 사와라, 쥬스
"
나는, 눈물을 머금고 지갑을 주워들고 일어설 수 밖에 없었
다. 목마른 놈이 우물
을 판다는데... 거꾸로 내가 목마른 입장이 되고 말았다. 투덜
대며, 나는 구멍가
게로 달려가 쥬스와, 맥주 두어병과, 과자 한봉지를 냉큼 사
왔다.
"새끼, 별걸 다찾네... 여기 있어, 임마"
"으힝, 왠 술? 캬하, 역시 니가 내 맘을 아는구나. 그래, 이런
얘기 술 한잔 안
하며 털어놀 수 없지"
"닥치고, 빨랑 얘기나 계속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종이컵에 따른 맥주를 시원히 들이킨 희창이 자식은, 과자를
씹으며 다음을 이어
갔다.
"그래놓고, 구두를 벗더니 소파위에 쪼그리고 누워 자는 거
야. 그것도 미니를 입
고..."
그렇다. 어제 선영이 누나는 짧은 청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것
이 기억났다.
"하는 수 없이, 구두라도 주워주려고 밑을 보다가... 선영 선
배를 봤더니... 으
와, 죽이는게, 미치겠더라구, 치마가 다 땡겨 올라가서... 다리
사이가 거진 보이
는 거야. 그것도 치마속까지"
야, 무슨 색이데? 물어 보려다가, 그만 두었다. 해봤자, 이 녀
석 자랑만 될톄니.
"쪼금만 더 올라가면, 팬티가 보이려고 하는데... 어휴, 진짜
속으로 손을 쑥...
"
은근히, 질투가 생겨서, 나는 맥주 한병을 나발을 불며 시큰
둥하게 쏘아 붙였다.
"뭐야, 짜샤, 그게 비리야? 뭐, 안입고 다니데?"
"히히, 그럴 리야 없지, 하여튼 기다려봐, 계속할께"
"간신히 참고, 고개를 드니까, 도저히 더 있을 수가 없겠더라
구... 까페 주인 아
줌마까지 이상하게 쳐다 보는거야. 하기사, 왠 말만한 기집애
가 뻗어서 구두까지
벗고 쇼파 위에 드러누워 버렸으니..."
"그래서, 억지로 일으켜 세웠지... 근데 걷지도 못하고, 신발도
다시 신지 않으
려는 거야. 정말, 난감 하더라구. 해서 억지로 커피를 좀먹이
고 대충 업었지, 구
두는 내가 들고... 하참, 쪽팔려서... 어쨌든 학교까지 돌아왔
어. 차 세워놓은
데 와서... 옆자리에 앉혔지. 그 때까지도, 선영 선배, 정신을
못차리더라. 하지
만, 정말, 나 그 때까진 그러지 않을려구 했다..."
"뭘? 뭘 안해?"
이야기의 핵심을 빨랑 듣고싶어 조바심이 난 나는, 연신 종이
컵의 맥주를 들이키
며 재촉을 했다.
"데리고... 안 잘려고 했다구..."
어이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대충, 집이 강남인 건 아니까, 학교밖으로 차 몰고 나왔지...
근데 갑자기, 이
여자가 막 내리겠다는 거야, 보니까, 오바이트가 쏠리려나봐.
그래서 차를 세웠
지. 하지만 창문을 열어줬더니, 오바이트는 안하고, 찬바람에
그랬는지, 픽 쓰러
져 버린 거야. 완전히 뿅 가버리더라구..."
"그, 그래서...?"
"에헤, 너무 닥달하지마, 임마. 엉아가 다 얘기해 준다니까.
아뭏든 내가 아무리
깨우려고 해도, 일어나질 않는 거야. 근데, 그 와중에 막 헛소
리를 하는 거야...
누구형, 누구형, 하면서..."
그랬구나, 남자 문제 땜에? 그래서 선영이 누나가 그렇게 마
신 거로구나.
"도저히 안 될 것 같더라구... 그래서 할 수 없이 학교앞 여관
에 차를 댔지. 그
리고, 막 흔들어 깨우는데... 히히, 내가 어쨌을 것 같냐?"
"어쨌는데? 만졌냐?"
"그래, 임마, 가슴도 주무르고... 그랬는데도 안 깨더라구... 나
중에는 슬쩍, 팬
티만 구경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희창이 녀석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내 얼굴을 쳐다 보
았다. 아마 그의 눈
에는 내가 거의 정신 못차릴 정도로 눈이 땡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푸핫, 너 아주 단단히 흥분했구나? 키키킥"
짜식이, 나를 놀리고 있었다. 하기야, 이런 흥미진진한 스토리
에 다리에 털 난
놈치고 흥분 안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야, 헛소리말고, 빨랑 비리 얘기나 계속해!"
"허허, 서둘지 말라니까. 알았다 알았어, 짜잔, 본론은 지금부
터니까... 그래서,
슬쩍 치마를 끌어 올렸는데, 확! 내 팔뚝을 잡는 거야, 햐, 얼
마나 놀랐는데...
난 내가 들킨 줄 알았어. 근데... 흣, 그게 아니고... 내 팔을
끌어 안으면서...
형, 형, 하고 부르는 거야... 내가 자기 애인인 줄 아나 보더라
구. 나 아녜요,
이렇게 말했는데도, 그냥 내 팔뚝에 매달려 계속 그 사람만
찾는 거야..."
칙, 녀석이 담배불을 붙였다.
"후우... 막가는 김에, 나도 못알아보니까, 깡이 생기더구만...
그래 슬쩍 치마
속에 손을 집어 넣어봤지..."
미칠 노릇이었다. 이런 양의 탈을 쓴 늑대 놈의 손길에... 예
쁜 선영 선배의 그
곳이...! 나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였다.
"히힛, 그래도 암것도 모르데... 도리어 날 막 끌어 안더구만...
그래서 별 수
있냐? 차도 여관 앞에 세워놨는데. 참, 나 그 때까지 난 안그
럴려고 했는데...
너 같으면 아녔겠냐? 허벅지속 막 주물러도 정신을 못차리던
데."
"됐어,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어쩌긴 뭘 어째? 여관에 들어갔지. 방 잡고, 침대 위에 눕혔
는데... 옷은 벗겨
야 할 것 아냐... 근데 열받게, 나 정말 곱게 나갈 수도 있었
어... 하지만 또 아
까처럼 누구 형, 가지마, 가지 마 - 이러잖아... 그래서 나도
확 돌아버렸지, 그
래서 벗겨 놓고... 해버린 거야"
"뭐야, 그게 끝이야?"
"그럼 끝이지? 뭘 바래?"
"이 썩을 놈이 친구를 놀리나? 새꺄, 그건 비리도 아니잖아!"
"푸히히... 짱이 너, 너도 맛이 갔냐? 왜, 더 얘기해?"
"비리, 비리가 뭐냐구, 임마!"
내가 빈 맥주병을 거꾸로 쥐는 시늉을 하자, 희창이는 짐짓
피하는 척 하면서 킬
킬거렸다.
"야아... 범생이인 니가... 엇, 근데 지금 몇시야? 너 수업 빠질
꺼야?"
"지금 수업이 문제냐? 클라이막스가 나오려는데!"
"하하! 왠일이냐? 너같은 장학생이 전공을 다 안들어가고"
사실이었다. 이미 시계는 수업 5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
지만, 지금 수업 따
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크흠, 에... 그럼 진짜로 비리 얘기를 해주지, 그게 뭐냐면...
우선, 선영 선배
가... '한강'이라는 얘기고... 또 하나는 '빽'이라는 말씀이지.
이건 진짜, 그
누나랑 해본 놈만 아는 거다, 너..."
빽? 한강? 이게 무슨 얘기지? 그게 비리라니?
"뭐야, '힌강'은 뭐고, '빽'은 또 무슨 말이야?"


<제3화> 희창이와 선영이 누나의 하룻밤

"으히히... 왜, 몰라서 물어? 걱정하지 마... 지금부터 설명해줄
테니... 그러니
까, 눕혀놔도 선영 선배가 정신을 못차려서... 위에서 하나씩
벗겼지. 윗도리 벗
기고, 브래지어 벗기고... 근데 어떻게 그 누나, 그러는데 정신
도 못차리냐? 내
참... 그리고... 유방을 막 주물러도 계속 형, 형, 그놈의 형만
찾는거야... 심
지어 젖꼭지를 입으로 애무하는데도"
그 때, 희창이는 종이컵을 들더니 내 눈앞에서 달랑거렸다.
"뭐, 임마, 술 따라 달라고?"
"따르긴 뭘 따라, 맥주 벌써 다 마셨잖아...!"
으윽... 완전히 녀석의 꾐에 빠져 돈이 수억 깨질 판이었다.
짜식은, 벽만 보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왜? 없으면... 내 바지에 지갑있다"
"됐어, 새꺄, 대신 재미 없으면, 너 죽어...!"
잠시 후, 나는 아예 댓병을 비닐에 담아 사들고 돌아왔다. 이
런... 수업도 빠지
고, 아직 대낮인데.
"오케이! 역시 창희 너 멋있는 놈이야! 좋아, 그럼 이제부터
아주 죽이는 얘기를
해주지... 그래서, 이번엔 치마도 벗겨버렸지... 차마, 스타킹하
고 팬티까지는
단번에 못벗기겠더라구. 나도 양심은 있잖아? 그래서 살살...
팬티 속으로... 손
을 집어 넣어봤지..."
나는, 입안이 자꾸만 바짝바짝 말라,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
다.
"키킥, 야, 짱이야, 너 내가 이 정도까지 얘기했는데도 '빽'이
무슨 말인지 모르
겠냐?"
"빽? 뭐야, 빽어택, 아니 후배위로... 했다는 거야?"
"푸하하하! 새끼, 순진한 척 하고는... 크흑, 너, 아직도 몰라서
묻는 거야?"
빽어택이 아니면, 뭐지? 어리둥절한 나를 보고, 희창이는 한
참을 더 웃어 제꼈
다.
"하하하... 얌마, 영어로 B, A, C, K - Back이 아니고, 한자로
백, 하얄 백, 그
'백'자 말이야! 아이고, 이 범생아!"
띠잉...!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감이 왔다. 그렇다면 그 뜻은...!
"그래, 짜샤, 우히히, 내가 얘기했잖아, 그러니까 같이 자 본
놈만 안다고...
킥, 이제 감이 오냐?"
충격이었다. 정말 이것은 비리라고 할 만했다. 얌전하고 깔끔
한 인상의, 제법 끼
있는 몸매지만 퍽 순수하고 사려깊은 성격의 선배, 선영이 누
나... 그녀가 그런
비밀을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 지니고 있다니... 당황한, 아
니 심각한 표정의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희창이는 배꼽을 쥐는 표정이었다.
"진... 짜냐? 아예 없어...?"
"아니, 아예 없지는 않아. 하지만, 다른 여자에 비해 한 10%
도 안된단 얘기지.
거의 없다는 말이야... 그래 그래, 원래 그 선배... 되게 순진해
보이지... 하지
만 알고 보면, 그것도 아냐... 아니, 잠깐 하던 얘기는 계속할
께. 그래서, 나도
놀랐던 거야. 거 기분 묘하데. 나도 한참을 머뭇거렸어. 느낌
이... 진짜 틀리더
라구"
"그래도 어떡하겠냐. 기왕 막가기로 한 건데. 그래서... 거길
만져줬지... 이야,
근데, 선영이 누나, 그 사람 보통이 아닌 거야. 거의 잠들었으
면서도... 내 손을
끼고 안놓는 거 있지... 아주 질퍽한거야..."
"원래... 그런 여자가 더 많이 젖는 걸까?"
진지한 나의 질문이었다.
"모르지, 나도 그거야... 어쨌든 끝내주더라구... 아마 꿈결에서
도, 그런 건 느
끼는 모양이야. 따로 애무가 필요 없더라구. 그래서 곧바로,
나도 옷벗고, 그 누
나 것도 팬티랑 다 벗겼지"
부럽다, 좋겠다! - 이런 탄성이 내 머리 속에서 울렸다. 그
순진해 보이는 선영
선배가 그런 면을 가지고 있었다니. 충격이자, 도전의식이 활
활 올라오고 있었
다.
"그냥 엎어져서... 하는데... 정말 자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아
도 신경 안쓰는
건지... 아예 다리까지 올려서 내 허리에 감고... 헐떡거리는데,
그 소리만 들어
도 아주 돌겠더라구...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데... 박선영, 그
여자, 야, 나도
그런 여자는 첨 봤어. 나도 제법 한가닥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한번 끝났는데도, 계속 조이는 거야"
"그, 그래서...?"
이제 나는 완전히 희창이의 얘기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녀석
은 맥주로 다시금
목을 축였다. 입맛을 다시는 내겐 아랑곳없이, 그는 신이 나
서 얘기를 계속했다.
"끝나도... 잠든 틈이라 그런지... 더 요구하는 것 같길래, 이번
에는 엎드린 자
세로 돌려놓고, 뒤로 또 집어 넣었지. 그래, 짱이 니 말처럼
뒷치기, 빽어택으로
말이야. 환장하겠더라. 내가 뒤에 있는데도... 자기가 짚고는
막 움직이는 거야.
뒤에서 내려다 보려니까, 그렇게 스스로 움직이는 거, 진짜
죽이더라구, 미친듯
이 나한테 쿵쿵 부딪쳐오는데..."
멍, 해진 나는 왠지 답답한 기분에 담배를 연이어 물었다.
"그럼... 몇 번이나 한 거냐?"
"두번, 물론, 자기 전에 두번이지... 후편도 있어. 어쨌든, 그
선배, 두번이나
해주고나니까 그제서야 널부러지는 거야. 대단하지? 보통 여
자가 아니더라구"
"그리고 나서야 완전히 골아떨어지더라. 그냥 그 자세로 푹
엎어지더니"
"너... 너는 그래서 다시 나왔냐? 재우고?"
"미쳤냐? 얘기했잖아, 후편이 있다고. 하지만, 난 잠은 안잤
어. 차몰고 집에 갈
까 생각도 했지만, 왠지 안심도 안되고, 미안하더라구... 그래
서 곁에서 조금 졸
다가, 아침 돼서 눈을 떴어. 선영이 누난, 그 때까지 안깨더라
구. 그래서, 기다
렸지. 어제 일,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려구"
"그 누나, 잠들었던 것 맞어?"
"맞어. 내 얘기를 들어봐"
"그렇게 한 30분 보고 있으려니까, 그 때 잠이 깨드만. 근데
일어나자마자 뭐라
고 하는 줄 알아? 놀라지도 않고 내 얼굴을 보더니 이러는
거야. 희창아, 여기가
어디니? 그래서 내가 학교앞 여관이요, 했지. 그래도 별로 안
놀라는 거야. 그렇
구나, 하면서. 그러다가 그때야 자기가 홀딱 벗고 있는 걸 알
았나봐. 내가 옷을
벗겨놓은 채로 자길래 다시 안입혀놨거든. 그랬더니 그제서야
놀라면서, 글쎄 -
어머, 내가 또 이랬네, 하고는 난몰라, 하며 얼굴을 가리더라
구"
"그, 그럼 정말 몰랐단 말이야?"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내 상식으로는, 하기야 내게 그런 경
험이 많지 않았기
대문이겠지만, 쉽게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야, 넌 내 얘기 뭘로 들은 거냐? 아까 얘기했잖아, 한두번이
아니라고..."
이럴수가... 지금껏 마신 맥주가 한꺼번에 깨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렇게 된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지 않은가.
"얼굴 가리고,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슬슬 달래줬지, 옆에 앉
아서. 혹시 울기라
도 하면 큰 일이잖아? 하지만 울진 않더라구... 그리고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자기가 어제 나랑 그걸 했냐구. 그래서, 사실대로 같이 잤다
고 말해줬지. 그랬더
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또, 나 정말 어떡해, 벌써 이게 몇번
째야, 이러는 거 있
지? 야, 진짜 벙치데. 선영이 그 누나,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거야. 그래서 물
어봤지, 기억이 정말 안나는 거냐구. 하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는 거야"
"그럼, 알면서도 그랬다는 거야?"
"아냐, 그건 아니고... 하여튼 술만 좀 많이 마시면 그렇게 되
나봐. 그러더니 나
한테, 나 어제 많이 심했니? 라길래, 예, 많이 밝히던데요, 하
고 웃으며 놀려줬
지. 킥킥"
"그래서... 니가 '한강'이라고 그런 거냐?"
나는 비록 듣는 얘기지만, 너무나 어이가 없어 물었다. 선영
선배. 그 선배가 그
랬다니.
"어이구, 이제야 짱이 니가 좀 알아 듣는구나! 그래 임마, 한
강, 아무나 배만 있
으면 탈 수 있는 곳, 한강에 배지난 자국. 흐흣, 여하간에, 내
가 놀리니까, 그
선배, 몰라 몰라, 내가 왜그랬지? 이러면서 막 칭얼거리더라
구. 후훗, 비록 나이
가 많은 누나지만, 그런 걸 보니까 귀여운 생각이 들더라. 좋
아, 그래서 내친 김
에 물어봤지. 어제 밤새도록 찾던 그 '형'이 누구냐고..."
"얘기... 해주던?"
"그럼, 얌마, 이미 살 섞은 사이가 됐는데, 그런 남녀사이에
무슨 얘기를 못하겠
냐?"
"다 실토하더라구... 어제 그 조교형 동기 중에, 졸업해서 직
장다니는 선배가 있
나봐. 선영 선배가 신입생일 때, 제대한 복학생인데... 한 일년
넘게 사귄 모양
이더라구. 근데 요즘 그 쪽하고 뭐가 잘 안되나봐. 그래서 그
선배라는 형 동기
인 조교형하고 의논도 할겸, 술을 마신 거래"
"야, 그럼, 그 남자 선배는 선영이 누나가 어제처럼 그러는
걸 알아?"
"그거야 모르지, 그런 얘기까지 하겠냐? 그치만 얼추 말하는
걸 보니까, 그 선영
선배, 과 안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모양이더라. 하기사,
술만 좀 과하면 그
렇다니까, 생각해봐라, 한 두명하고 잤겠냐?"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내숭인지 몰라도, 그렇게 얌전떨
던 그 누나가, 과 안
에서 속칭 걸X 같다고 소문이 나다니... 왠지 씁슬한 기분이
었다. 희창이는 계속
나머지 스토리에 열을 올렸다.
"왜, 충격 받았냐? 하긴, 나도 그 누나가 그렇게 비리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으
니까. 어쨌든 갑자기 후다닥거리더니 나가자 그러더라고. 그
허면서 그러는 거야.
제발 비밀을 지켜 달라고, 자기랑 잤다는 사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근데 내가 누구냐, 천하의 이짱 아니냐, 그런 내가 그냥 보냈
겠니? 안되겠다 그
랬지, 생각해봐. 남은 자기 만족시켜주려고 두 번이나 용을
썼는데, 기억도 잘
안난다니...? 억울하잖아"
나는 녀석의 파렴치함에, 속에서 분노가 끓었다. 하지만, 곧
참아야 했다. 그게
나였다면 어쨌을 것인가 - 에 생각이 미치니, 별반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랬지, 억울하다고. 그랬더니 팬티 입다 말고, 선영
이 누나가 그러는
거야, 그럼 어째 달라는 거냐구. 해서, 나는, 몰라서 묻느냐,
난 아직 옷도 하나
도 안입었다 - 이랬지. 이야, 솔직히 나는 정말로 그 여자가
그래줄 줄은 몰랐거
든, 근데 그냥 한숨을 폭 쉬더니, 내 다리사이에 앉는거야...
그리고는 입으로..
."
"입으로...?"
"그래, 말 끊지마, 임마. 그렇게 입으로 해주더라구... 야, 밤에
두 번이나 그랬
는데도, 입으로 해주니까 다시 미치겠는 거 있지. 거기에, 아
마 선영 선배도 그
랬나봐. 후아, 난 거기까지 안바랐거든. 근데도 나중엔 자기가
알아서 팬티를 벗
더니, 다시 내 위로 올라오는 거야. 그래놓구는 밤에처럼 또
자기가 막 움직여
주는데... 흐흐흐... 창희야, 너 진짜 그 맛 모를꺼다"
정말 그랬다. 희창이의 말만 듣고도, 나는 뻐근해 오는 느낌
이었다.
"굉장한 여자야, 그 누나. 그렇게 자기가 위에서 헐떡대더니...
나중에는 나보다
도 자기가 먼저 뿅가서 나한테 쓰러지는 거야... 정말, 나 그
렇게 밝히는 여자,
정말 오래간만인 거 같애"
"그래서... 끝내고 데려다 주고 온 거냐?"
"아냐, 그건 아니고, 거기 여관에서 너한테 전화한 건데, 전화
안받길래... 선영
이 누나는 발표수업 있다면서 먼저 학교로 들어가 버리구, 나
만 너한테 온거야"
녀석의 어제 하룻밤의 얘기는 그제서야 끝이 났다. 선영이 선
배의 비리... 그것
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그게... 끝이냐? 비리라는 게..."
"그럼 비리지, 아니야? 참, 아침에 한번 더 하고나서, 아주 단
단히 다짐을 하더
라구. 자기가 정신 없을 때 빼놓고 대낮에 해본 것은 내가 처
음이라는 거야. 그
러면서 비밀 꼭 지켜달라구... 히힛, 그래서 내가 장난을 쳤지.
무슨 비밀요? 같
이 잔 거요, 아니면 그 아래쪽이요? 그랬더니 얼굴이 새빨게
지더라구, 봤어? 하
면서. 푸하하! 그럼, 몇번씩 했는데, 그걸 못봤을리가 있어?
하이고, 어쨌든 순
진한 여자야..."
나도 덩달아 하마터면 피식,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왠지, 남
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지고 웃는 것 같아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알기로
는, 무슨 병이 있
거나,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나같은 다리털
시커먼 놈 중에도,
겨드랑이에 털도 잘 안나는 놈을 본 적이 있으니, 그저 그건
개인차이가 아닌가
싶었다.
창밖이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대충 시계는 저녁타임
을 가리키고 있었다.
희창이는 문득 생각이 난듯,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예, 저에요, 응, 어머니, 아버지는요? 예... 아, 창희 자취방이
요. 예, 오늘까
지는 자고 갈께요. 내일 토요일인데 뭐"
집에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맥주병들도 거의 비어가고 있었
다. 녀석은 빈병을
치우다가 갑자기 물었다.
"야, 짱이야, 너도 해봐. 생각 없냐?"
"뭘?"
"그 여자, 선영이 선배. 그냥 술만 먹이면 돼"
"미쳤냐! 내가 너랑 똑같은 줄 알아?"
모를 일이다. 화를 내며 버럭 소리는 질렀지만, 왠지 묘한 유
혹이 생기고 있었
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나랑 제법 친한 편인 선영이 누나, 그
녀와 나 사이에도
그런 기회가 올까?


<제4화> 월요일의 선영이 누나

희창이는, 그렇게 금요일 밤을 자고나서 자기 집으로 돌아갔
다. 보통은, 녀석이
새벽에도 문을 두드리고 기어들어와 잠을 자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기에, 그다
지 신경을 쓰지 않는 나였지만 그날 밤만은 틀렸다. 희창이
놈은 술을 마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을 청했지만 - 그 전날 그 정도의 정사
를 치뤘다면, 나도 그
랬을 것이다 -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뭐랄까, 허벅지를 찔
러가며 잠을 청한다
는 과부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나야말로 정말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짜식아, 너도 해보라니까. 정말이다 너, 그냥 술만 먹이면 된
다구. 괜히 샌님처
럼 굴지마"
이런 얘기를 들은 나로서는... 선영이 선배의 생각이 머리에서
밤새 떠나지를 않
았다. 순진하고 뽀얀 인상의 선영이 누나, 나는 그녀의 무릎
위 10센티 이상을
구경해본 적도 없지만, 그녀의 통통하고 하얀 다리 위에 그런
신비의 비경과 비
리가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 누나가 어쩌
면 그렇게도 쉽게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니... 솔직히 잠이 들다가도 아
랫도리가 불편한
지경이었던 것이다.
나는 잠들어 있는 희창이의 곁에서 혹시나 그런 내 상황이
들킬까봐 무척 조심을
해야만 했다. 야릇한 상상이 떠오르다가도, 왠지 내가 따르고
좋아했던 선배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내 자신이 허황된 상상을 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귀엽
고, 예쁘기만 하던 선영이 누나 - 그 누나가 나와... 같이 잔
다면. 그녀의 알몸
이 곁에 있다면. 밤새도록, 심지어는 꿈자리에서도 머리 속에
는 짧은 치마 아래
로 드러나던 선영 선배의 하얗고 매끄러운 다리가 맴돌았다.
"야, 나 간다. 월요일날 보자"
잠이 덜깬 이른 아침에, 희창이는 나를 발로 툭툭 차며 옷을
입고 있었다.
"응...으응"
"나 간다고 임마, 더 자라"
녀석은 잠든 나를 놔두고 차 키를 챙기며 돌아갔다. 한참을
뒹굴던 나도, 해가
훤히 떠오른 뒤 옷가지들을 가방에 쑤셔넣고 집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자취방
구석에선 영양보충을 하기도 어렵지만 또 용돈도 간당간당
했기 때문이다.
"창희야!"
월요일의 등교길에, 학생회실의 문 앞이었다.
"안녕? 주말 잘 보냈어?"
아마,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았다면 내 표정이 상당히 당황하
고 있음을 대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복도에서 나를 부른 것은 다름아닌 선영이
누나였던 것이다.
"지금 온 거야? 어디가? 학생회실?"
"예, 예"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반가운 듯이.
"수업 없어? 잘 됐다, 아까 학회실에 아무도 없어서 심심했는
데"
선영 선배 - 바로 엊그제만 해도 희창이와 하룻밤을 보낸 그
녀가, 전혀 아무 일
도 없는 듯이 나를 보고 밝게 아는 체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상큼한 목소리와
분위기로. 물론, 그녀가 알 턱이 없겠지만, 이런 예쁘고 순수
한 얼굴의 그녀가
희창이 녀석과 밤새 헐떡였다니, 나는 그녀를 보면서도 믿겨
지지가 않았다.
"뭘 그렇게 놀라니? 정신 없어 보이네?"
"아, 아녀요... 그냥..."
아무도 없는 학회실에 들어와서도 그녀는 한껏 발랄한 표정
을 짓고 있었다. 아
아, 정말 이 누나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한강'이라니. 그
것도 같은 과 안에
서 잠자리를 같이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니. 그녀는 오늘도
짧은 캐쥬얼치마에
옅은 화장을 한 맵시있는 모습이었다.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
고자 발뒤꿈치를 들
고 까치발을 한 그녀의 뒷모습, 거기에서도 그 짧은 스커트
아래 매끄럽게 뻗은
허벅지와 종아리가 대번 내 눈안에 들어왔다. 저... 위쪽 끝부
분엔 그 '빽'이라
는 곳이 과연 있을까.
"아, 이것 오늘까지 내는 거잖아?"
멍하니... 가방조차 내려놓지 않고 의자에 주저앉은 내 앞에서
그녀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말고 건너편 의자에 앉아 뭔가를 꺼내어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아마
도 무슨 과제물인 모양이었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눈치를 살
폈다. 내심 놀라고
있었다. 저렇게 태연할 수 있다니. 비록 현재로는 나만이 아
는 그녀의 비밀이겠
지만, 저 깔끔한 이미지의 여자가 술만 마시면... 정신 없이
누구에게건 안긴다
- 뭔가 그녀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묘한 기
분이 되었다.
거북한 기분에, 나도 주섬주섬 책을 꺼내어 읽는 시늉을 했
다. 그러지 않으면 왠
지 어색한 기분, 발가벗은 선영이 누나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
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랬다. 토요일 이래로, 심지어 그녀가 바로
내 앞에 있으니, 왠
지 나까지도 그녀의 알몸을 속속들이 구경한 것만 같았다.
그런 딴 생각 탓일까. 무릎에 펼쳐놓았던 책이 학생회실 바닥
으로 툭, 하고 떨어
졌다.
선영이 누나와 나 사이엔,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틀
림없이 선배들이 어
디서 구해온 것일테지만, 낡아빠진 회의용 탁자가 의자들 위
에 놓여 있었다. 나
는, 무의식적으로 책을 줍기 위해, 그 밑으로 고개를 숙였고,
그리고 나는 갑자
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고개를 숙인 내 시야에, 누나의 다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것도 짧은 치마를 입
고 다리를 꼰.
그녀와 나는 서로 탁자의 맞은 편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서
로가 허리 아래로는
살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 내가 허리를 굽히면, 그녀는 내
가 무엇을 하고 있
는지 테이블에 가려 보이지 않는 위치였던 것이다. 그 내 눈
바로 앞에 그녀의
다리가 있었다. 그것도 포개져 올린 발끝에 구두를 반쯤 벗어
달랑거리고 있는.
나는 하마터면 탁자 밑에 머리를 부딪힐 뻔했다. 서로가 아래
쪽은 볼 수 없었기
때문일까. 선영이 선배는 짧은 치마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편하
게 앉아 있었다. 미끈한 스타킹이 감싸고 있는 쪽 뻗은 종아
리... 그리고 무릎,
또 그 위로 이어진 풍만한 허벅지... 나는 그 색다른 광경에
잠시 넋이 나갔다.
손만 뻗치면 얼마든 주무를 수 있는 선영이 누나의 치마 아
래가 바로 코 앞에 있
었다.
고개를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목구멍으로 침이 꼴깍 넘
어가며, 나는 수초
를 망설였다. 그 때였다. 테이블 위쪽으로 뭐라 혼잣말이 들
리더니, 그녀가 꼰
다리를 풀고 있었다. 이럴 수가! 그녀는 무릎을 십센티이상
벌리고 고쳐 앉는 것
이었다! 아무리, 아무리 테이블에 가린 위치라지만 저렇게 짧
은 치마를 벌리고
함부로 자세를 취하다니! 나는 쌍코피가 터질 판이었다. 바지
를 입었다면 몰라
도, 다리를 벌린 채로 저렇게 -
가뜩이나 말려 올라간 그 짧은 스커트속이 드러나고 있었다.
허연 다리사이로,
심연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벌린 허벅지속으로 뚜렷이
희끄무레한 부분이
비치고 있었다. 틀림없이 그것은, 선영이 누나가 입고 있는
팬티였다. 머리로 피
가 몰리는 것만 같았다. 저 예쁜 선배의 치마속이 손만 뻗으
면 얼마든지 닿을 곳
에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다... 나는 카메라가 있다면 사진이라
도 찍고 싶었다.
아니, 상황이 허락만 한다면... 그녀의 허벅지사이로 쑤욱, 손
을 집어넣어 움켜
쥐고 싶었다.
"창희야, 너 수정액 있니?"
쿠웅! 급기야는 테이블이 들썩거릴 정도로 나는 뒤통수를 부
딪히고 말았다.


<제5화> 선영이 누나의 치마속

"어머머, 창희야, 괜찮아?"
어찌나 세게 부딪쳤던지, 눈물마저 핑도는 나의 시야에서 선
영이 누나의 뽀얀 허
벅지가 사라졌다.
"아야야... 아후..."
"어머, 어떡해, 혹이라도 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녀는 맞은편에서 일어나 쪼르르 내
곁으로 달려왔다. 간
신히 허리를 펴고 욱신거리는 뒤통수에 손이 가기도 전에, 보
드라운 그녀의 손이
먼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많이 아파?"
선영 선배는 미처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마치 제 머리인양
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화장품 냄새일까, 향긋한 향기가 후끈거리는 아픔보
다도 먼저 내 오감을
파고 들었다.
"왜 그렇게 놀래? 난 그냥 수정액 있냐고 물어본 건데, 푸훗"
얼떨떨한 내 모습을 보고 자기가 먼저 놀랐는지, 그녀는 진심
어린 걱정을 해주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멍청한 내 행동에 쓴 웃음이 나
왔지만, 왠지 멎적
어서 입술을 깨물었다.
"아후... 괘, 괜찮아요, 누나..."
"그래도, 너 모서리에 부딪힌 거 아냐? 어디 봐, 피나나 봐줄
께"
어라, 뭐하는 거야, 그녀는 내 뒤통수를 붙들고 끌어 안다시
피 들여다 보고 있었
다. 하이구, 아침에 머리를 깨끗이 감았기에 망정이지... 선영
선배는 내가 보기
에도 민망할 정도로 내 옆에 바싹 붙어 내 머리통을 안고 있
었다. 민망해져서 -
괜찮아요, 라고 얘기 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려
던 나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힐 뻔했다. 바로 다름아닌 선영이 누나의 가슴이...
내 얼굴에 정면
으로 들이대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이 향기였을까...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나 친누나의 가슴에
안겼을 그 당시에
나 맡아 보았을 냄새... 성숙한 여자의 향기. 선영이 누나는
내가 앉아있는 의자
옆에 서서 마치 젖먹이를 안은 듯한 포즈로 내 머리를 안고
있었다. 마치 아기에
게 젖을 물려 주듯이. 나는 차마 꼼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덩달아 말문도 막
혀 버렸다. 콧잔등과, 뺨 위로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느껴지
고 있었다. 내 머리
속은 - 이미 쑤시는 뒤통수 따위의 생각은 날아간지 오래였
다 - 졸지에 어질어질
한 혼수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만 같았고, 그런 내 뒤통수를
자세히 살피기 위
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두 유방사이의 푹신한 계곡이 얇은
옷위로 느껴지고 있
었다.
나는 고개를 움직이기는 커녕, 그녀의 젖가슴에 파묻혀 시선
마저도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떨궈진 내 시야엔, 좀전까
지만 해도 그 속을
훤히 드러내주었던 누나의 감색 케쥬얼 치마자락이 하늘거리
고 있었고... 그 아
래로는 다시 한번 그녀의 뽀얀 무릎과 허벅지가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순간은,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고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이 상황에 빠
져들어 깨고 싶지 않
은 꿈이 지속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신이시여... 부디 조금
만 더 이렇게 있도
록...
"으응, 겉보기로는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많이 아프지?"
드디어 그녀는 내 얼굴에서 자기 가슴을 떼냈다. 해방감 - 보
다는 선영이 누나를
끌어안고서라도 붙잡고 싶은 아쉬움이 먼저 덮쳐왔다.
"후훗, 그러니까 왜 그렇게 놀래, 졸기라도 했었니?"
"예... 아, 아니요... 그, 그저 그냥..."
나는 스스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에
게 내가 느꼈던 당혹
감을 들킬 수는 없었다.
"깜짝 놀랬다, 얘. 참, 수정액은 가지고 있니?"
있을 리가 없었다. 교과서도 툭하면 빼먹고 오기 일쑤인 나인
데, 꼼꼼한 여학생
들처럼 필통따위를 챙길 리가 있겠는가. 어쨌든 나는 예의상
으로라도, 또 후끈거
리는 귀밑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가방을 열고 고개를 숙인채
무언가 찾는 시늉을
했다.
"어, 없는데요..."
"그래? 그럼 어떡하지? 다음 시간인데..."
사다 드릴까요? 매점은 한 건물 지나서야 있었지만, 나는 선
영 선배를 위해 당장
뛰어가 사다주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채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한무리의 우리
과 여학생들이 우르르 학회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다행히도, 선영이 누나는 그들에게서 수정액을 구해 자기가
앉았던 자리로 돌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단 2, 3분만
저 여학생들이 일
찍 들이닥쳤더라면, 나는 그 황홀한 누나의 젖가슴을 경험하
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아주 야릇한 오해를 불러
왔을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사실 그 행동의 여파는 아주 나중에야 되돌아 왔다. 원래 내
가 앉았던 선영이 누
나의 건너편 의자는, 학회실 문에서는 등을 돌린 위치였던 것
이다. 그리고 내 곁
에 서서 내 머리를 감싸 안은 그녀 역시도, 잠시 그 문이 열
렸다 닫혔던 것을 눈
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문을 열려다가 우리의 모습
을 목격했었고, 그렇
기에 다시 닫고 나갔다 - 이것은 정말, 내 딴에는 엄청난, 예
측하지 못한 결과를
후일 초래했던 것이다.
멍하니 그러는 사이, 선영 선배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수업
시간이 되었는지 우
르르 썰물처럼 학회실을 빠져 나갔다. 나 역시 그 시간에 다
른 수업이 있었지만,
덩그러니 혼자 학회실에 남겨진 채로 한참 동안을 앉아 있었
다. 이제서야, 아까
까지도 몰랐던 뒤통수의 통증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내 머리 속에는 대신, 내 얼굴에 부벼졌던 선영이 누나의 봉
긋한 유방의 감촉과
맞은 편 의자 아래로 보이던 그녀의 풍만한 허벅지, 그리고
그 사이의 희끄무레
훔쳐 보이던 그녀의 팬티가 각인이 된 듯 맴돌고 있었다.
아아, 다시 한번만 그 광경을 볼 수 있다면, 아니 내 손으로...
만져볼 수만 있
다면. 그녀의 가슴, 허벅지, 아무 쪽이나. 그런 행복한 상상에
흐뭇해하는 나는
갑자기 무언가를 들킨 모양, 화들짝 놀랐다. 누군가가 내 어
깨를 세게 쳤기 때문
이었다.
"얌마! 뭐하냐? 수업 안들어가?"
놀란 고개를 돌리니 바로 희창이 녀석이었다. 어찌나 그 상상
에 푹 빠져 있었는
지, 녀석이 등뒤로 들어온 인기척도 나는 느끼고 있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그제
서야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이런, 이미 수업이 시작된지
는 십분여가 지난
시각이었다.
"응, 으응... 너, 너는 왜...?"
"나야 차가 막혀서 늦었지. 에이, 다음부턴 집에 두고 다니든
가 해야지, 갈수록
막혀서..."
아마, 강남 집에서 자기 차를 몰고 온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또 뭔가. 바로
후문 곁의 자취방에서도 이렇게 일찍 나와 놓고는 수업을 놓
친 꼴이라니.
"짱이, 너 왜 그래? 아침부터 약먹었냐, 비실비실..."
"나? 응, 으응..."
제길, 내가 얼이 좀 빠진 모양이다. 희창이 눈에 그렇게 비쳤
다니. 녀석에게, 아
까 전의 야릇한 사건을 얘기해 주려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가뜩이나 그제 밤에,
나를 부추겼던 놈이 그인데, 이런 얘기를 해보았자 무슨 득이
되겠는가. 아마 나
까지도 오해를 받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선영이
누나를 생각하니, 내
입꼬리에도 묘한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쭈? 뭐야, 뭔데 그래, 뭐 좋은 일이라도 있냐?"
그렇게 피식거리는 내가 은근히 우스워 보인 모양이었다. 희
창이 놈은 그런 나를
의아한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아니다, 아냐. 그냥, 우스운 얘기가 생각나서 그래"
"풋... 짜식 싱겁긴... 그렇다고 혼자서 그렇게 쪼개고 있냐?"
나는 벌떡 일어나 말없이 기지개를 켰다.
"아그그그... 낮부터 몸이 찌뿌드드 하네..."
희창이도 첫시간부터 놓친 수업 따위는 안중에 없는 모양이
었다. 녀석도 나를 따
라 허리를 피며 꼬드겼다.
"야, 창희, 너 언제까지 공강이냐?"
"짜샤, 원래 월요일은 너랑 나랑 수업시간 똑같잖아"
"아 참, 그렇지, 그럼... 두 시간이나... 수업 없네? 야, 뭐할까?
당구치러 갈까
?"
당구, 그래, 뭐 어차피 땡땡이치는 거야 마찬가지고 -
"좋다, 그래, 오랜만에 당구나 한판 때릴까?"
"그럼 나가자, 이따 수업 맞춰서 오면 되지, 뭐"
가방을 다시 집어들고 학회실 문을 나서는 희창이를 뒤따르
며, 나는 여전히 아까
의 상상에 나도 모르는 웃음을 입가에 달고 있었다. 선영이
누나라... 언젠가는
나도 그녀와 단 둘이서 술을 마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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