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캠퍼스 애정비사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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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25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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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애정비사6-10편

<제6화> 당구장에서 본 여자
첫시간 수업도 빼먹고,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선 우리는 의외
로 당구장이 텅텅
비었음에 놀랐다. 월요일이라 그런가? 평소 같으면 빈 자리
찾기가 힘들 정도로
비어있을 당구대들은 우리를 빼놓고는 채 한두 팀도 들어차
잇지를 않았다. 심지
어는 늘 보던 주인 아저씨도 보이지가 않았다.
"얼렐레? 뭐야, 아무도 없네?"
우리는 시간 스위치도 누르지 않고 공을 갖다 놓고 연습구를
치기 시작했다. 10
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물론 당연히 나오
기 마련인 종이컵 음료수도 서비스되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뒤쪽 룸 안에서 누군가가 나오고 있었다. 여자였다.
그녀는 우리를 보
더니 곧장 다가왔다. 또각또각, 어울리지 않는 하이힐 소리가
당구장안에 울려
퍼졌다. 그 여자는 말없이 우리의 옆 테이블 위에 음료수를
내려 놓고 돌아갔다.
"야, 창희야, 저 기집애좀 봐"
어느새 희창이가 시간 버튼을 누르는 내 곁으로 와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
었다.
"뭐, 누구?"
사실 나는 그 여자가 음료수를 서빙할 때에도 자세히 관찰하
지 않았었다. 나는
희창이의 속삭임을 듣고서야 그녀쪽을 바라 보았다. 그 여자
는 건너편 당구대위
를 닦고 있었는데, 희한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주
인 대신 일을 봐주는
모양이었는데, 이런 대학교 근처의 당구장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거의 엉덩이 직전까지 올라간 초미니 스커트는 아마 가죽인
듯했고, 다리선을 따
라 레이스가 수놓아진 짙은 색 그물스타킹에 치마와 비슷한
색의 가죽자켓을 입
고 그 여자는 우리쪽으로 등을 돌린 채 허리를 숙이고 당구
대를 치우고 있었다.
아마... 이곳이 당구장이 아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무슨 룸
살롱에나 온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었다.
그녀는 그만큼이나 그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하기
사, 어떤 호텔 당구
장에 가보면은 저런 여자들이 우르르 나와 초크도 칠해주고
'사장님, 나이스 큐.
..!' 이래주는 곳도 있다던데.
"야... 죽이는데..."
희창이 쪽을 돌아보니, 녀석은 거의 넋이 나간 듯 그 여자 쪽
을 쳐다보고 있었
다.
"뻔하지, 뭐, 아르바이트하는 여자애겠지"
"근데 저런 애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단 말이야?"
당구 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그는 정신 없이 여자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슬
슬 - 녀석의 버릇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야야, 침 닦어, 침 닦어. 당구 안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은근히 그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
었다. 훤한 대낮에
는 보기 힘든 구경거리였지만,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상기
시키려 나는 희창이
의 등을 떠밀었다.
"응? 아, 아 그래, 너 먼저 쳐..."
그제서야 녀석은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 여자는 당구
대 정리가 끝났는지
다시 카운터 쪽으로 돌아갔고, 희창이도 자기 공을 치기 시작
했다. 그러나 그도
그랬지만, 나도 역시 상대방이 사구를 치는 동안 슬쩍이 카운
터 쪽으로 눈길이
간간이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당구를 그다지 잘 치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
된 당구장 출입이었
지만, 왠지 내 실력은 잘 늘지가 않았고 그래서 희창이 쪽이
늘 나보다는 100점
정도는 앞서 있었다. 그런데도 다른 친구들과 섞여 치는 경우
는 몰라도, 녀석은
늘 나와 단 둘이 최하 게임비 정도만 내기를 하는 경우에도
꼭 50점만 더 올려
놓으려고 억지를 부렸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보통 내가 서
너번에 한번 정도
밖에 이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내가 은근슬쩍 희창
이 놈의 점수판에 1
00을 더해 놨어도 그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점수판보다
는 아마도 그 여자
쪽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어쨌든 내기니까,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나였는데, 갑
자기 내 쪽으로 돌
아온 희창이 녀석이 세게 내 팔꿈치를 건드리는 바람에 하마
터면 큐대를 놓칠 뻔
했다.
"뭐야, 새꺄, 내 차롄데!"
그러나 욕을 하는 나에게 아랑곳없이, 그는 다시금 내 옆구리
를 쿡쿡 찔러댔다.
그 때야 녀석의 얼굴을 돌아보는 내게, 희창이는 고갯짓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짐짓 그의 턱이 가리키는 쪽을 건너 보았다.
역시 그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는 지금 카운터 뒤에서 나
와 옆 테이블의 소파
에 앉아 있었다. 손톱소제를 하는 모양인지, 작은 무언가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
코앞에 손톱을 들이대고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희창이가
가리킨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 아래쪽, 그녀의 소파 속으로 푹 파묻힌 상체 아
래로 드러난 그녀의
다리 - 그 쭉 뻗은 다리는 높게 들어 올려져 꼬아진 상태였
고, 당연히 소파의 엉
덩이 부근 턱이 낮으니까, 그녀의 꼰 다리는 그 짧은 가죽치
마 아래로 허벅지가
거의 엉덩이 부근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감탄사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녀의 종아리로부터 무릎, 허벅
지에 이르는 각선미
는 내가 20여년 살아온 동안에 보아온 다리 중에서도 몇번째
안에 들만했다. 끌
어 당겨진 초미니스커트아래로, 꽃무늬 레이스가 가지런히 수
놓아져 늘씬한 다리
를 지나 치마 속 허벅지 끝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레이스가 이어지는
그녀의 엉덩이 부근은, 한 눈에도 그 여자가 상당히 글래머임
을 나타 내주는 -
위쪽으로 갈수록 풍만한 곡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시선에 흡
인력이 있다면, 아니
내 눈이 엑스레이였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녀의 허벅지를 따
라 그 여자의 스커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녀의 그
물 스타킹은 엄청난
섹시함을 더하고 있었다.
"야아... 생긴 것도 끼있어 보이는데..."
희창이의 혼잣말을 듣고서야 나도 시선을 그녀의 얼굴 쪽으
로 올렸다. 그때까지
도 그녀의 꼬아 올려진 다리를 감상하느라고, 미처 얼굴이 어
떤지도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런 짜릿한 복장에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메니큐어칠
에 열중하느라 인상
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본바탕이 예쁜 얼굴이었다. 눈꼬리가
약간 올라가 보일
정도로 진하게 화장을 했지만 - 사실 나는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들을 상당히 싫
어하는 편이다 - 그 진한 화장이 그 여자의 색기 흐르는 외
모를 배가시키고 있었
다.
우리는 당구는 잠시 뒷전으로 접어둔 채, 그 여자의 허벅지
구경을 하느라 잠시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손톱화장이 끝났
는지 다시 안쪽 룸으
로 들어가 버렸지만, 희창이와 나는 그리고 나서도 서로 한참
을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터무니 없는 시간이 지나서야 한 게임을
끝마쳤다. 어느새,
점심 때도 한참 지나 시장기를 느낀 나는 어쩔 수 없이 가방
을 집어들며 일어서
려고 했다. 시간 버튼을 누르려는 나에게 희창이 녀석이 갑자
기 제의를 했다.
"야, 짱이야, 우리 점심 여기서 시켜먹자"
"뭐? 여기서?"
"그래 임마, 내가 살께"
나로서는 별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하기사 방금 전 게임은
내가 이겼으므로,
게임비야 응당 녀석이 물게 되었지만, 생각지도 않은 점심까
지 낸다니, 한 게임
더치는 것을 내가 져줘도 별반 손해를 볼 것이 없었다.
"그럼, 니 맘대로 해"
"뭐 먹을래? 짜장면?"
"그래, 곱배기루"
"오케이, 알았어, 잠깐! 내가 시킬께"
카운터 쪽으로 가려는 나를, 굳이 제지하고 나서는 희창이를
보고서, 나는 녀석
이 그 여자 때문에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려는 것임을 깨달
았다.
희창이는 어느새 카운터로 달려가 그물 스타킹의 여자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
다. 친절하게도, 그녀는 자기가 직접 전화를 들어 주문하고
있었다. 그다지, 시
큰둥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희창이 녀석은 얼마라도
더 그 여자를 힐끔
거릴 수 있는 것에 대단한 만족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글쎄
다, 하지만 겨우 짜장
면이나 시켜 먹으면서 어떻게 껀수를 올리려는 것인가?
잠시 후에 중국집의 철가방이 당구장 문을 열면서 들어섰고,
배달원은 곧장 그녀
가 안내하는 대로 우리 당구대로 와 짜장면 두 그릇을 놓고
거스름돈을 챙긴 뒤
돌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다음 게임에도 희창이는 당구공보다는 그 여
자쪽을 훔쳐보기에 바
빴다. 내가 쿠션에 들어가는 데에도, 그는 채 너댓개의 공도
치지 못하고 있었
다. 물론 배달된 짜장면의 경우도 채 비벼지지도 않은 채 두
어 젓가락을 들었을
뿐이었다. 계속 녀석이 공을 치지 못하는 바람에, 나는 내 차
례가 되어 공을 치
랴 허기를 채우랴 연신 바빴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에는 카운
터 뒤에서 화장품을
늘어놓고 얼굴화장에 빠져 있었다.
그 때였다. 얼굴 익숙한 당구장 주인 아저씨가 돌아온 것이었
다. 그가 돌아오자,
그물 스타킹은 곧바로 카운터에서 일어서더니 몇마디 얘기를
나누고는 아르바이
트가 끝났는지 핸드백을 챙겨들고 당구장 문을 나섰다.
"야, 짱이야, 잠깐만 기다려"
희창이 녀석은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곧바로 큐대를 팽개치
고는 후다닥, 그녀를
뒤쫓아 뛰어 나갔다.


<제7화> 그물 스타킹, 초미니 스커트

희창이는, 5분여가 훌쩍 지난 다음에야 돌아왔다. 나는 들어
서는 녀석의 표정부
터 제일 먼저 살폈다. 뭐 씹은 표정인 것을 보니, 아마 놓친
모양이었다. 나는
큐대에 팔꿈치를 괴고서 결과를 물어 보았다.
"왜, 놓쳤냐?"
"에이, 길 건너는 것까진 봤는데"
"그럼 그 근처 어디에 있겠지... 이런 곳까지 택시타고 아르바
이트 하러 올 리는
없잖아?"
하지만 녀석은 이미 다잡은 먹이감을 놓친 모양,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만 하고 니 공이나 쳐. 니 차례야. 내일 또 오면 될 것 아
냐, 어차피 아르바
이트하는 거면 계속 이 시간대에 있을텐데"
"야야, 재미 없다. 가자"
그 그물 스타킹의 여자가 나가버리자, 덩달아 이 녀석도 게임
에 흥미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어차피, 나도 쿠션만 치면 이기는 경기였으니까,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나가야할 판이었다. 손을 씻기 위해, 당구장 안의
화장실에 들어서는
데 희창이 놈이 주위 눈치를 살피더니 따라 들어왔다. 녀석은
다짜고짜 내 손에
자기 지갑을 쥐어 주었다.
"야, 창희야, 부탁좀 하자"
"뭘?"
"야, 계산하면서... 아저씨한테 슬쩍 물어봐, 여기서 아르바이
트하는 애가 맞는
지"
"싫어, 임마, 니가 물어봐, 새꺄"
"에헤이, 그러지 말고. 아까 그 기집애 나갈 때 내가 쫓아가
는 거 아저씨도 봤잖
아. 그러니까 니가 물어봐라, 응?"
희창이는 싫다는 나를 억지로 등을 떼밀어 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녀석의 지갑
을 들고 돈을 꺼내며 카운터로 다가갔다.
"저... 아저씨, 아까 그 여학생 누구에요?"
"응? 누구? 아, 보영이...!"
"이름이... 보영이에요?"
"그래, 근데 그건 왜 물어?"
마음씨 좋아 보이는 주인 아저씨였지만, 나는 얼떨결에 대답
을 찾느라 허둥거렸
다.
"아, 아뇨... 저, 저랑 수업 같이 듣는 것 같아서..."
"뭐, 보영이가? 에이, 아냐, 보영이는 여기 학생 아냐"
학생이 아니라고? 하긴, 나도 그 정도로 야한 여학생은 학교
안에서 그다지 본
적이 없었다. 등 뒤에서, 희창이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별 수 없이 능
청을 부려야만 했다.
"아녀요? 이상하네... 틀림없이 학교 안에서 봤는데..."
"에이, 아닐꺼야... 이 근처에서 봤으면 몰라도. 왜 맞은 편 건
물 지하 소주방
있지? 그 집 아줌마 조칸가 그래. 내가 오늘 가게 좀 잠깐 비
워야 해서, 오늘만
부탁한 거야. 가끔 내가 바쁘면 걔가 와서 가게 봐주지"
"그래요... 예,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뜻 밖의 수확이었다. 그 그물스타킹이 이 근처에서 맴도는 기
집애였다니. 어느새
밖에서 담배를 빼물고 초조하게 기다린 희창이 녀석은, 지갑
은 돌려받을 생각도
않고 먼저 내게 그 여자 얘기를 물었다.
"야, 뭐래냐?"
나는 들은 그대로를 얘기해 주었다. 녀석은 내 얘기를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었다. 이제, 녀석의 끼가 완전히 발동했군 - 나는 녀석의
표정을 보면서 뻔한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좋았어, 소주방이라..."
수업을 듣기 위해, 우리는 교문을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왔
다. 걸어 오면서도 내
내, 희창이는 무슨 작전구상을 하는 장군처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녀석의 마음은 이미 콩밭, 아니 소주방에 가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못한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은 희창이와
내가 강의실로 가기
위해 건물계단을 막 올라서던 참이었다. 우리가 정면으로 부
닥친 것은, 바로 선
영이 누나였다.
"어, 희, 희창이구나"
재미있는 삼자대면이었다. 바로 사흘 전 밤, 함께 격렬한 정
사를 치룬 희창이와
선배 선영이 누나, 그리고 그 사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나.
나야 아까 오전 중
에 선영 선배를 만났었지만, 희창이와 그녀는 그날의 여관방
이후 처음 다시 마
주친 것이었다. 나와 희창이는 그녀의 비리를 알고 있지만,
그녀는 나까지 그 비
리를 알고 있는 줄은 모른다 - 이 재미있는 상황에 나는 슬
쩍 둘의 표정을 슬그
머니 관찰해 보았다.
"안녕하세요, 누나"
희창이의 반응은 물론 당연한 것이겠지만, 나도 녀석의 의연
한 반응에 저으기 놀
랐다. 반면에, 선영이 누나, 그녀는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 그래, 안녕... 주, 주말 잘지냈어?"
"예, 누나는요? 어디 가세요?"
선영 선배는 곧 평정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하
지만 겉보기에는, 나같이 묘한 입장에서라면 몰라도, 상당히
눈치채기 힘들었을
것이다.
"으응, 수업... 끝났거든... 약속 있어서..."
"예, 그럼 내일 봐요, 누나"
"그래... 그럼 안녕..."
그녀는 내게도 침착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계단을 내려갔다.
순간, 희창이는 내
게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돌아서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참, 선영이 누나!"
"으, 응?"
"언제 시간나면 술 한잔 해요, 제가 살께요"
그녀는 얼굴에는 순간 당혹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 그러자... 나, 나 갈께"
나는 황급히 돌아서는 선영이 누나의 입술이 살짝 깨물어지
는 것을 얼핏 보았다.
"짜식, 너무 짖궂잖아"
"뭐 어때, 큭큭, 재밌잖아. 다음부턴 아마 나한테 꼼짝 못할
걸?"
다시 강의실로 향하는 나는 은근히 희창이 놈의 말에 열이
받았지만,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핀잔을 줄 수도 없어 입을 막아야만 했다.
"야, 짱이야, 나 먼저 간다!"
두 시간 연강인 수업이 끝나자마자, 희창이는 잽싸게 가방을
챙기며 강의실을 나
갔다. 나의 추측대로였다. 녀석은 틀림없이 그 소주방인가 뭔
가로 직행을 할 것
이다. 최소한, 내일 아침이면 녀석은 그 보영이라는 여자애에
대한 상세한 보고
를 할 것이 틀림 없었다. 어쩌면 그 날 중으로 원샷 플레이를
진행할지도 모르지
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에 아마 그것까지는 힘들
지 않을성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건 그 녀석의 일이었고... 나는 별반 상관하
고 싶지 않았다.
언제든, 희창이의 주변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았고 또 그가 한
번 찍은 기집애들은
거의 모두 녀석에게 몸을 허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므로.
나는 약간은 우울해진 기분으로 학회실로 돌아왔다. 내일 아
침 수업의 교과서를
사물함에서 꺼내 가야했기 때문이지만, 이미 늦은 오후가 되
어 한산한 캠퍼스에,
그냥 멍청히 자취방으로 돌아오기는 허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학회실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제8화> 소주방에서 보영이 꼬시기

그건, 선영이 누나였다. 그녀가 등을 돌린 채, 아까 오전 중에
내가 앉아있던 의
자에 앉아 있었다.
"어, 누나!"
"아, 창, 창희구나...!"
그녀는 몇 시간 전에 내가 그랬듯 그 자리에 앉아 무언가 생
각 속에 빠져있던 모
양이었다.
"약속 있다면서... 안갔어요?"
"으, 응... 갖다 왔어"
나는 눈치채지 못하게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심각해 보이는
데... 아까 희창이
놈의 짖궂은 장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녀석이 귀띔해준
그 선배와의 관계
때문일까? 나는 슬쩍 선영 선배의 마음을 떠보았다.
"어디 멀리 갖다 왔어요? 지금 늦은 시간인데..."
"으응... 잠깐 강남 시내 쪽에..."
"어, 그럼 왜 여기까지 돌아왔어요? 누나집 그쪽 아녔나?"
"맞아... 그냥... 책 두고온 것이 있어서..."
일단은, 일차적 원인이 희창이 탓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
렇다면 글쎄, 그 졸
업생이란 남자친구 때문에...?
"근데... 선영이 누나 표정이 조금 우울해 보이네요...?"
"내가? 아냐...!"
내 말에 선영이 누나는 다시 낮의 그 미소로 돌아갔다. 화제
를 바꾸고 싶었는지,
도리어 그녀는 내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참, 아까... 머린 괜찮니?"
"하핫... 괘, 괜찮죠, 뭐"
이번에는 내가 머쓱해졌다. 오전에 목격한 그녀의 치마속과...
허연 허벅지사이
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나갈거니?"
"예? 아 예"
"그래, 그럼 같이 가자"
그녀는 나를 따라 학회실 문을 나섰다. 나는 왠지 그녀와 함
께 저녁의 캠퍼스를
걷는다는 것에 기분이 묘해졌다.
"근데... 선영 선배, 아까 나가지 왜 지금 가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그녀의 대답이 돌아왔다.
"응...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에게 뭔가 캐묻기가 그래서, 나는 한참
동안을 나란히 말없
이 걸었다. 헤어져야할 교문이 가까워오자, 나는 엉겁결에 불
쑥 말을 꺼냈다.
"저... 술 한잔 할래요, 선영이 누나?"
"술...? 후훗... 미안해, 다음에 마시자..."
모를 일이었다. 희창이에게 이 누나와 술을 마시면 어떤 상황
이 벌어지는지 속속
들이 들은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아까 얼굴에 닿아있
던, 그녀 유방의 감촉이 그리워서일까. 헤어지고 돌아서서 버
스 정류장 쪽을 향
하는 그녀의 뒷모습, 그 매끈한 종아리 위로 선영이 누나의
치마가 위태롭게 찰
랑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예감이 들었다. 언젠가는 저 누나
와 술을 마시고 말
거다. 꼭... 그녀의 치마속을, 그녀의 비리를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서 뿐만이 아
니라, 저 슬퍼 보이는 뒷모습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라도.
그날 밤, 자취방에서 컴퓨터를 켜놓은 채 엎드려 잠이 든 나
는, 선영이 누나와
동침하는 꿈을 꾸었다. 희창이의 스토리만큼이나 야릇한 체위
로, 그 녀석의 묘사
보다 더 격렬한 성교를 하는 꿈이었다. 제길, 아침에 눈을 뜬
나는 왠지 재수없
는 기분이었다. 밤사이, 몽정을 했던 것이고, 늘 그렇듯 새벽
의 텐트처럼 치솟
은, 내 물건이 들어가있는 팬티 속이 엄청나게 축축했던 것이
다.
찝찝한 기분에 속옷을 갈아 입고 샤워를 마친 나는, 첫 수업
에 늦어 지각을 하게
되어 강의실의 뒤쪽 구석에 쳐박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연히 나보다 늦은
놈은, 바로 희창이였다. 녀석은 용케 내 옆자리를 발견하고는
슬그머니 비집고
앉았다. 왠지 시큰둥한 기분에 강의실 창밖만 바라보던 나는,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노트 구석에 볼펜을 끄적거려 녀석에게 들이밀었
다.
-어제 그 소주방에 갔었냐?-
-거어럼, 내가 누구냐?-
-거기 있든?-
-당근이지, 거기서 일한다-
짜식, 별 걸 다 알아냈군. 나는 다시 노트 구석에 써내려갔다.
-어떻게 알아?-
-사람 찾는 척 하고 들어가 봤지. 거기서 써빙하더라-
당구장 주인 아저씨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희창이
이 녀석은 틀림없이
당구장 대신 그곳을 들락거릴 것이다. 당구장에서 짜장면이나
시켜 먹으며 껀수
를 올릴 수는 없을 테니까.
-야, 너 오늘 수업 몇시에 땡치냐?-
희창이 녀석이 다시 노트를 내게 디밀었다.
-이따 전공 끝나고 5시-
-O.K! 난 4시니까 학회실로 와-
녀석의 꿍꿍이 속이 뭔지 대충 짐작이 가 다소 망설였지만,
일단 나는 기분전환
을 위해서라도 녀석의 계획에 동참을 하기로 해버렸다.
예정대로, 수업이 끝나자 희창이는 학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
다. 나는 일단 먼저
다른 얼굴 - 선영이 누나 - 을 찾기 위해 학회실 안을 둘러
보았지만, 오늘따라
그녀는 하루종일 학교 안에서 보이지가 않았다.
"야, 가자!"
어디를 가자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나는 짐짓 모른
체하고 물었다.
"어딜?"
"얌마, 몰라서 묻냐?"
막무가내로 팔뚝을 잡아끌며, 녀석은 나를 학회실 문밖으로
떠밀었다.
"어디? 그 소주방?"
"그래, 짜샤, 나 혼자 들어가서 술마시냐, 그럼?"
"싫어, 새꺄. 너 재미보는 건데 내가 왜..."
"아이고, 걱정마라, 걱정마. 새끼 쳐주면 될 것 아냐?"
희창이는 늘 이런 식이었다. 누군가 지원사격, 아니 단지 옆
에 있어주는 것만으
로도 분위기 조성에 이롭다는 것을 알고서는, 십중팔구 나를
끼워넣기 일쑤였다.
실제로 녀석이 몇번 새끼를 쳐준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녀석
이 원 소개자인 기
집애와 먼저 끝장을 내버렸기 때문에 (그래도 반드시 여관방
은 한번씩 들른 후였
다) 내 쪽도 어색하게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소개받은 여자
쪽과 내 쪽의 바라는
것이 틀리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그다지 오래 간 경우가 드
물었다.
그랬다. 그렇고 그런 여자애들은 단순히 놀고 즐기기만을 원
했고, 나는 그보다는
진짜 의미의 여자친구 - 애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 를 원했
기 때문에 기집애들
쪽이 두어번 만나고는 날 따돌리기 다반사였다. 그리고 어떤
때는 내 몫으로 소
개받은 여자가 도리어 원래 소개자를 제끼고 희창이에게 들
러붙는 경우도 있었는
데, 그 경우도 대부분 원소개자와 같은 결과로 끝이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런 경우에는 먼저 내가 차인 후였고, 녀석이 내게 번번이 솔
직하게 털어 놓았기
때문에 내가 뭐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짐작이지만, 그런 걸X
같은 기집애들과도
희창이는 잠을 자고 최소한 끝내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그 소주방으로 들어설 수 밖에 없었다. 어두침
침한, 시내 어디서
든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소주방이었다. 안주로는 과일부
터 찌개봉류에 이르
기까지, 술로는 양주부터 생맥주, 병소주에 이르기까지 다 나
오는. 학교 앞 가게
라 그런가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었고, 아직은 이른 시간이었
기에 손님은 우리가
전부여서 - 써빙도 어제의 그 야한 그물스타킹의 보영이라는
여자, 그녀 혼자 뿐
이었다.


<제9화> 보영이의 핫팬티 벗기기

당연히, 후미진 구석에 자리잡은 우리에게 주문을 받으러 온
것도 그녀, 보영이
란 여자였다. 마수걸이인 것이 분명한 희창이가, 스스럼 없이
작은 크기의 양주
한병과 과일 안주를 시켰는데도, 그 기집애는 별 시큰둥한 표
정 - 어제 당구장에
서 본 - 이었다. 담배를 피워무는 나에게, 희창이가 몸을 기
울이더니 나즈막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야, 저기 좀 봐"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주방 입구에 허리를 기댄 그 여자
가 보였다. 아마도
주방 안에 주인 아주머니가 있는 모양인지, 그녀는 허리를 숙
이고 안을 들여다
보며 허리를 굽힌 채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다소 어두운 실내
인데도, 나는 그녀
의 옷차림을 보고 아찔함을 느꼈다. 그 여자는 헐렁한 흰 티
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물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단지 틀린 것이 있다면, 물빠진 색의 청반바지였기에 스타킹
의 색깔이 오늘은 정
반대로 흰색이었다는 점이다. 다소 촘촘해 보이기는 했지만,
어제 보았던 그 탄
탄한 다리의 뒤쪽을 따라, 발목부터 시작하여 종아리와 허벅
지 뒤편 한가운데를
지나, 양쪽 엉덩이를 가린 반바지속으로 두개의 이음선이 쪽
뻗어 사라지고 있었
다. 고개를 숙이고 약간 다리를 꼰 자세의 그녀였기에, 보영
이란 여자의 늘씬한
다리와 탱탱한 엉덩이를 가린 그녀의 그물스타킹과 반바지는
상당히 잘어울렸다.
자세히보니, 그 반바지라는 것도 여자의 미들팬티쯤 밖에 안
되어, 위쪽으로 깊숙
히 파여 엉덩이와 허벅지사이의 경계 - 살이 접히는 곳의 선
- 까지 드러나고 있
었다.
"죽이지? 어휴... 저 기집애..."
나는 희창이 녀석의 감탄에 대꾸는 커녕, 어떻게 저렇게 극심
한 노출의 여자가
대낮에 거리를 활보했을까, 생각하니 왠지 구경하는 내가 머
쓱해지는 것만 같았
다.
그녀는 먼저 잔과 양주를 가지고 왔다.
"안녕하세요, 우리 기억나요?"
"예?"
"어제 당구장..."
"아, 맞다. 짜장면 시켜 먹었었죠?"
술잔을 내려놓다 말고, 그녀는 그제서야 어제의 그 짜장면으
로 우리를 기억해내
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어제 그 당구장엔 우리 외엔 거의 손
님이 없었으니까,
두자리 아이큐가 아닌 이상 기억을 못할 리 없겠지만. 희창이
는 짐짓 딴청을 부
렸다.
"어, 여기서도 일하시나 봐요? 아르바이트?"
"으응... 아네요, 여긴 우리 사촌이모가 하시는 데에요"
어제 봤었다는 이유 때문인지, 보영이란 이 아가씨는 이제 제
법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당구 잘 쳐요?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다하시고..."
"훗, 아녜요, 전 포켓볼밖에 못쳐요. 그리고 거긴 어쩌다 갈
뿐이에요"
이야기가 끊어졌다. 주방 쪽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가 들렸다. 안주가
나온 모양이었다.
"잠깐만요"
그녀가 주방 쪽으로 돌아가자, 희창이는 재빨리 나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얘
기가 잘 통할 거란 암시였다. 녀석과 내가 서로 술을 따라주
고 있는데, 보영이란
기집애가 큼지막한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안주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우리 학교 다니세요?"
뻔히 알면서도, 희창이는 솜씨좋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
다. 그녀가 피식, 웃
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전 학생 아녜요. 그냥 언니따라..."
"언니... 있으세요?"
"아, 친언니는... 아니구요. 그냥 아는 언니요"
그녀는 이제 숫제 옆테이블에 살짝 엉덩이를 걸치고 기대어
서있었다. 그 때, 다
른 한 팀의 손님이 우르르 소주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실례
할께요, 어서 오세
요, 하며 그녀는 그들에게로 옮겨갔다.
희창이는 여전히 그녀 쪽을 흘끔거리며 내게 물었다.
"어때, 넘어올 것 같지 않냐?"
"됐어, 임마. 니가 언제 찍어서 실패한 적 있냐?"
다른 테이블 쪽의 주문이 길어지는 모양이었다. 보영이란 여
자애는 계속 주방과
다른 손님들 사이를 분주히 오락가락했다.
"왜, 짜샤, 형님 잘 나가는 게 부럽냐?"
"웃기지 마, 나도 내 거시기가 쓸쓸해서 그런다"
양주잔을 기울이며 무심코 넘기려 한 대답이었는데, 의외의
화제로 넘어간 셈이
었다. 희창이 녀석이 재빨리 내 말을 맞받았다.
"야, 그러니까 내가 좋은 코스 하나 가르쳐줬잖아?"
"좋은 코스?"
"그래, 새꺄. 박선영, 선영이 누나 말야"
나는 순간 기분이 상하며, 오늘 아침의 꿈과 몽정이 떠올랐
다. 하지만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그녀를 두둔하기라도 하면, 이
녀석은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볼 것이다. 그저 나는 목소리를 깔고 낮게 으르렁거
렸다.
"야, 이짱, 내가 너같은 놈인줄 알어?"
"어쭈? 그냥 술만 먹이면 돼. 자동이라니까"
"그래도 어떻게 술 먹여 놓고 그렇게 내 맘대로 하냐?"
"아, 짜식, 내가 얘기했잖아, 그 누나, 같이 잔 우리과 남자애
들이 한둘이 아니
라니까. 그리고 생각해봐라, 그 여자도 그런 맛 아니까 나한
테도 그 밤중이랑 아
침에, 그렇게 자기가 먼저 질질 싼 거 아냐?"
그것은 - 어느 정도는 진실이었다. 지난 주의 금요일 그날 밤
사이에 벌어진 일
은 차치하고라도, 아침에 하기 싫은 일을 했다면서도 자기가
먼저 오르가즘에 헐
떡였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그녀의 성행위 경험을 대변해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아
무리 그렇다하여도, '한강'이고 '빽'이라 하여도, 남들이 다
올라탄 그녀의 배
위에 나도 올라탈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마, 임마. 어제 보니까, 딴에는 퍽 고민
스런 모양이더라..
."
어제... 내가 마지막으로 본 선영이 누나의 뒷모습, 그 원인이
그녀 자신의 성욕
으로 인한 자책감인지, 아니면 추측대로 선배라는 남자친구와
의 고민 때문인지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녀에게 우울한 구석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
이 사실이었으니까.
그 때였다. 이런저런 얘기가 길어졌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희
창이와 나의 테이블
위에 안주접시 하나가 쑥 들이밀어졌다. 보영이란 그 여자애
였다.
"어, 이거 안 시킨 건데..."
엉뚱한 내 말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접시 위엔 오징어와
쥐포등 씹을 거리
몇종류가 놓여져 있었다.
"걱정 말아요. 써비스니까"
"야아... 써비스가 이렇게 좋아요?"
희창이는 금새 표정을 바꾸고 그녀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반가운 척했다.
"후훗, 이모한테 친구라고 했어요. 친구들이면, 이 정도는 해
야죠"
녀석과 나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말 건
네기 시작한지 몇시
간이나 지났다고 친구라니... 희창이 놈은 나를 건네다보며 은
근한 미소를 감췄
다.
"근데, 무슨 과 다니세요?"
"아, 예, 우리요... 경영학과요"
"어머, 괜찮은 과네... 몇학년인데요?"
"잠깐 그보다..."
희창이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수작을 걸기 시
작했다.


<제10화> 김보영, 그녀의 아르바이트

"일, 언제 끝나세요? 끝나면... 여기서 같이 한잔 해요"
희창이의 작전이... 슬슬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보영이, 이 여
자애도 호응을 하
고 있었다.
"진짜요? 그럼... 음... 이따 일곱시 반이면 원래 아르바이트
학생이 오니까, 그
때 올께요"
"에, 좋아요. 얼마 안남았네요. 얼른 오세요"
그녀가 다시 돌아가자, 희창이의 입은 귀 밑까지 찢어질 모양
이었다. 오늘은 단
지 탐색전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의외로 얘기가 술술 풀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
는 녀석의 흐뭇한 표정을 보고는 제동삼아 핀잔을 주었다.
"너무 좋아하지 마, 새꺄. 누가 아냐? 쟤도 딴 기집애들처럼
그렇고 그런 년일
지..."
"야, 내가 언제 그런 것 신경썼냐? 알게 뭐야, 나룻배든 거룻
배든, 저런 기집애
랑 잘 수만 있으면 돈내고라도 하겠다"
"어이구, 어련하겠냐. 이짱 니가"
채 십분도 못되어,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남학생과 여학생
둘이 들어왔다. 보
영이 기집애는 그 학생들이 채 옷도 갈아입기 전에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뭐라
얘기하고는 우리 쪽의 테이블로 왔다.
"오래 기다렸죠? 미안해요"
"아뇨, 천만의 말씀,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러나 두 명씩 마주 앉는 탁자인 우리 테이블에서, 그녀는
기대를 깨고 털썩,
양해도 없이 내 옆자리에 스스럼 없이 앉는 것이었다. 희창이
의 눈썹이 잠깐 찡
그려졌지만, 녀석은 곧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오히
려 거리낌 없는 그녀
의 행동에 놀란 것은 나였다.
"얼레, 술이 없네? 저, 여기요!"
아까 선영이 누나 얘기가 길어져서였을까. 어느새 작은 양주
병은 밑바닥 가까이
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 희창이를 그녀가 제지하
고 나섰다.
"아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지고 나올께요"
그녀는, 다시 쪼르르 주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뜻 밖에도 양
주병 대신 맥주를 양
손에 두어병씩 들고 나왔다.
"어? 왠 맥주..."
"으응... 죄송해요, 저 이따가 아홉시부터 다른 곳에 아르바이
트하러 가야 되거
든요. 정말 제 아르바이트요. 그래서 독한 술은 못마셔요"
다른 아르바이트? 밤 아홉시에? 희창이와 나는 서로 의아한
눈초리로 마주 바라
보았다. 그런 눈치를 챘는지, 다시 내 옆에 앉은 그녀가 우리
얼굴을 보고는 서
둘러 말했다.
"별 것 아녀요. 뭐 쫌 그런 게 있어요. 아참! 그러고보니 아직
우리 이름도 모르
네요"
그제서야 희창이와 나는 얼떨떨한 분위기를 깼다. 우리야, 그
녀의 이름을 알지만
그녀는 아직 우리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재빨리, 희창이가
우리 이름을 소개
했다.
"아, 예, 미안해요. 저는 희창이고요. 이 친구는 창희에요"
"그래요? 재밌네, 창희, 희창이. 저는 보영이에요. 김보영"
"보영씨요? 이름 예쁘네요... 참, 나이가..."
"맞다, 저요, 전 스물 하나에요"
스물 한살... 만인지는 몰라도, 그렇담 희창이와 나와도 동갑
내기인 셈이었다.
"야, 잘 됐네요... 우리도 딱 스물 하난데..."
"어머, 정말? 그럼 말 놓아도 되겠네, 그쵸?"
"그래, 그럼 그러지 뭐, 하핫"
다행이었다. 다소 화장을 진하게 한 탓인가, 보기보다 나이가
들어 보였는데 희
창이 녀석은 상당히 만족을 한 표정이었다. 나는, 이쯤에서
희창이와 보영이와의
관계를 띄워주기 위해 되도록 말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
내 의도를 녀석이
알아챘는지, 희창이 놈은 연달은 관심표명을 내 곁에 앉은 그
녀에게로 보냈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 멀어?"
"응... 아냐, 그렇게 멀지는 않아"
"멀면, 내가 차로 데려다 줄께"
"아이구, 됐네. 이 근처야. 그리고 내가 안오면 태우러 차가
오니까 걱정 안해도
돼"
차가 온다... 묘한 이 말의 뉘앙스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
다 마시고 있던 맥
주를 조금 흘렸다. 냅킨을 쥐고 바지 가랑이에 묻은 술을 닦
아내려 고개를 숙인
나에게, 그때까지 차마 눈길을 돌리지 않았던 옆자리 보영이
의 핫팬츠아래 드러
난 허연 허벅지가 보였다. 가뜩이나 짧은 그녀의 반바지는,
잔뜩 끌어 올려져 터
질듯 풍만한 그녀의 하반신에 착 달라 붙어 있었다. 이건 반
바지가 아니라 숫제
팬티군.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키득거리는 보영이와 희창이에
게 방해가 되지 않
도록 허리를 슬그머니 굽혀 바지를 털어내려 했다. 그 때, 테
이블에 가려져 보이
지 않던 그녀의 무릎 아래가 내려다 보였다.
묘하게도, 그녀는 어제 내가 보았던 익숙한 어떤 포즈와 똑같
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다름아니라 그녀의 다리는 꼬아 올려져, 한쪽 발끝에
스트랩힐을 반쯤
벗어 까딱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단지 위에서 쳐다보
느냐 앞쪽에서 바라
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어제 학생회실의 탁자 밑으로
훔쳐 보였던 선영이
누나의 하체 자세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순간, 내 머리 속에서는 어제의 그 선영 선배의 허벅지 속이
언뜻 떠올려졌다.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 보영이도... 어제 누나처럼
짧은 스커트를 입
고, 다리를 벌리고 있으면 어떻게 보일까. 불현듯, 선영이 누
나의 치마속과 보영
이의 치마속을 비교해보고픈 충동이 일어났다. 살결은... 선영
이 누나쪽이 좀 더
뽀얗지만, 다소 통통하고... 보영이 쪽은 얼핏 보기에는 좀 더
매끌하지만 쪽 뻗
은 느낌이었다.
아니, 그것 뿐만이 아니다. 선영이 누나는 순진해 보이는 하
얀 색 팬티였다. 그
렇다면, 보영이 얘는 무슨 색깔일까. 훨씬 더 야할 것 같은
데... 이렇게 핫팬츠
도 짧은데, 혹시 안에는 아무 것도 안입은 것은 아닐까. 여기
까지 생각이 미치
니,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누나, 선영이 선배
는... 그 곳에 숱이
적다고 했어. 그렇다면, 지금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닿을 거
리... 아니 좀 더 허
리만 굽혀도 얼굴까지 닿을 수 있는 보영이의 하복부 - 그녀
의 가랑이 사이 음모
는 얼만큼이나 무성할까. 그녀도... 선영 누나처럼 '빽'일까...
여기까지 정신이 미치니, 금방이라도 바지 속에서 비집고 나
올만큼 나의 아랫도
리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아침에, 몽정을 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아까보
다 더 커지다니. 으와, 내가 손을 뻗어 저 보영이의 허벅지
사이를 억세게 쥘 수
있다면.
내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부딪혀 안간힘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희창이와
보영이는 열심히 자기들 얘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보영이가
내 곁에 앉은 것은
그다지 의미가 있는 행동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기야, 우리
둘이 키는 비슷할지
몰라도 얼굴이나 하고 다니는 폼은 녀석 쪽이 나아 보이니까.
나는 그저 내 삼각
팬티 속의 열을 식히기 위해 거푸 맥주잔을 들이켰다.
"드라이브? 좋아! 어디 갈까?"
"응... 난 잘 몰라, 하지만 여기서 콘도같은 곳도 가깝고... 강
원도 쪽 가는 길
도 많지 않아?"
"그래, 좋았어. 갈 곳만 정해. 그리고 쉬는 날하고. 뭐하면 휴
가를 내. 한 2박 3
일로 여행 갈 수도 있으니까"
"어머, 그래도 돼?"
"그럼! 우린 학생이니까, 수업만 빠지면 돼. 너만 맞추면"
"그래도... 참, 근데 니 차 아빠 꺼 아냐?"
"푸하핫, 걱정마. 우리 아버지 차는 기사있어. 그리고 우리나
라 차도 아니구"
"정말?"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들 둘은 내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아, 까먹을 뻔 했다. 야, 창희 파트너도 구해야지"
"걱정 마, 나 아르바이트 하는 데에 괜찮은 애들 많아"
"그으래? 그럼 너 같은 애들도?"
"왜, 너도 소개시켜 줘?"
"아냐, 농담이야, 농담"
어느 샌가 희창이의 눈이 반짝거리며 걸어오는 농짓거리에도,
눈꼬리를 흘길 정
도로 그들 둘은 친숙한 티를 내고 있었다. 잘됐군. 이제 슬슬
내가 빠져도 될 성
싶은 분위기였다.
"야, 희창아. 나 먼저 갈께"
"어, 뭐야? 같이 있다 가, 임마"
녀석은 짐짓 놀란 척하며 따라 몸을 일으키는 척 했다. 순간
보영이 화들짝 놀라
시계를 쳐다 보았다.
"어머, 벌써 아홉시네, 늦었어! 얼른 가야 하는데"
희창이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 그래...? 뭐, 그럼 다같이 일어나자"
나는 괜히 방해를 한 것 같아 깨름직했다. 그러나 보영이가
늦었다고 더 호들갑
을 떨어주는 바람에, 우리 모두는 자리를 털고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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