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캠퍼스 애정비사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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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844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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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애정비사16-20편

<제16화> 순진한 예지와의 동침

나는, 엉겨붙은 눈꼽도 뗄 생각을 못한 채, 후다닥, 장소를 확
인하고는 튀어 일
어나 옷을 입었다.
"이리 좀 와줘, 희창이, 희창이가... 흑"
전화 끊기 이전의 마지막 예지 목소리였다. 희창이라니? 희창
이가 예지를 만나기
라도 했단 말일까? 아니다 - 그 녀석은 분명 오후에 보영이
를 만나러 갔는데?
서둘러 달려간 곳은 어제의 그 까페였다. 그 곳 2층 창가를
바라보며, 예지는 혼
자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야, 김예지?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야?"
말없이 날 올려다보는 예지의 얼굴은, 이미 옅은 화장마저 지
워져 범벅이 될 정
도로 눈물자국이 눈가에 말라 있었다.
"희창아, 너 왔구나..."
"아냐, 임마! 난 창희야, 창희!"
"아, 그래... 미안... 미안해, 희창이, 아니 창희야..."
이런... 엉망으로 취한 모양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커다란 과
일안주 접시는, 거
의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계산서를 뒤집어보니, 이
미 맥주라고 쓴 옆에
우물 정자가 두개나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웨이터가 내 맥
주컵과 함께 맥주를
다섯병이나 탁자 위에 새로 올려놓고 있었다.
기가 막힌 상황에, 나는 다시 계산서에 우물 정자를 하나 더
그려넣는 웨이터를
구석으로 끌고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저, 아저씨... 죄송한데요, 저 친구 언제 들어온 거죠?"
"아, 저 여학생... 들어온지 한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쯤 됐
는데요"
세상에, 그 짧은 시간에 맥주를 열병이나 마시다니, 그것도
혼자서 안주빨 하나
도 없이.
"저, 그럼... 죄송한데요... 방금 전 맥주... 취소시켜 주실래요?"
웨이터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예지가 앉은 테
이블로 돌아갔다. 그
러자 곧 작은 실랑이가 일었다.
"예지야, 왜 그래?"
"안돼요, 맥주 치우지마... 내가 마실 거란 말야..."
막무가내인 그녀의 반발에, 웨이터는 별 한심한 꼴 다보겠다
는 듯 어깨를 으쓱거
리며 빈병만을 치웠다. 나는 뒤통수에 꽂히는 눈초리들을 의
식하며 예지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야, 너 왜 그래?"
"창희 너... 나한테 거짓말 했어... 흑, 희창이보다도 니가 더
나빠..."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예지를 두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내 몫의 술잔을 채우고 벌컥거리며 들이켰다.
"무슨 얘기야... 내가 거짓말을 하다니..."
"아까 봤어. 희창이와 그 기집애... 흑"
기집애라면... 보영이였다. 아뿔사. 아까 낮에 희창이에게 귀뜸
이라도 할 것을.
혀가 한참 꼬부라져 횡설수설하는 예지를 간신히 달래어 들
어 본 얘기로는, 아까
근처 동네에서 희창이의 차안에 앉아있는 보영이와 녀석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원래 예지는, 학교 근처의 주택가에서 국민학생 공부를 봐주
는 아르바이트를 하
고 있었는데, 아홉시쯤 되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두운 골
목길을 걸어 나오
다, 모퉁이에 세워진 스포츠카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원래
인적이 드문 변두리
교외의 동네가 이 근처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그쯤 어딘가가
보영이의 이모집과
보영이가 사는 셋방이 있는 동네였던 모양이었다. 놀라운 것
은, 익숙한 차라서
한번 더 돌아본 예지의 눈에, 그들 둘이 타고 있는 것이 목격
된 것이었다는 점이
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었으니, 예지가 보고있는 것도
모르고 그들 둘이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기집애의 말
로는 빨고 만지고,
여하간 별짓 다했다는 것인데 - 아마 꽤 진한 페팅을 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러
니, 지금 이 아가씨가 분명 엄청나게 돌아버릴만한 상황이었
던 것이다.
자기는 이미 녀석에게 마음을 다줬고, 덩달아 녀석도 학교 안
에서는 그토록 호감
을 나타내는 행동만 골라서 자기에게 해주고는, 학교가 끝난
후엔 다른 야스럽고
늘씬한 여자를 주물럭거린다... 그런데다가 불알친구란 놈은
녀석에게 여자 따위
는 없다고 공언을 했던 셈이 되었으니... 아마 내가 예지였다
고 하더라도 목을
놓고 울어버릴만 했는지 모른다.
"몰라... 너희들이 너무 미워. 희창이도, 너도..."
부주의한 녀석, 하필이면 그 때 그런 곳에서... 먼저 희창이에
게 대한 화가 머리
끝까지 뻗었지만, 나름대로 보영이에게 충실하고, 또 그런 예
지의 마음은 꿈에도
모를 녀석의 입장을 뭐라 욕할 처지도 못되는 것 같았다. 그
것보다는, 예지를 속
인 셈이 된 내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우선 떠올랐다. 그 때였
다.
"나... 나... 화장실 갈래..."
"괜찮아? 도와줄까?"
엉겁결에 따라 일어섰지만, 내가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나는
화장실로 향하는
예지의 비틀거리는 뒷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차라리 가
서 오바이트라도 하
고 나오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한 5분이 지났는데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나는 불
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녀석, 화장실에서 쓰러진 것은 아닐까? 일단은, 가져온 돈
이 별로 없었으므
로, 예지의 가방을 뒤져 지갑을 찾아 술값 계산을 했다. 그리
고는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화장실을 찾아 보았다.
내 예감이 맞았다. 화장실은 남, 여칸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입구는 한곳이었다.
그리고 예지는 그 입구 곁의 세면기를 붙잡고 정신을 잃은
채였다.
"야! 김예지! 정신차려!"
어쨌든, 그녀를 빨리 데리고 나가야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그마한 몸집이었
지만, 간신히 예지를 일으켜 세워 등에 업고는 나는 서둘러
까페를 나왔다. 웨이
터의 끌끌... 하는 혀를 차는 소리가 곁에서 들렸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거의 열한시가 넘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
면 좌석버스가 끊길
시간이었다. 하지만 버스는 이내 포기해야만 했다. 예지를 들
쳐업은 채로 정류장
까지 뛸 수도 없거니와, 몇번버스를 타는지, 또 시내에 내려
서는 뭘로 갈아타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택시도
포기해야만 했다.
지금은 시경계 밖인 이곳에서 차를 잡기도 어렵겠지만, 터무
니없는 요금을 부를
것이 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 예지의 상태로는 자기
집이 어딘지도 기
억을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자취방이 있는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
렸다. 그렇다고 이
여자애를 여관방에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젠장, 이럴
때 희창이 녀석이 근
처에 있는 경우에는 편했는데. 핸드폰 있겠다, 자가용 있겠
다... 그러나 지금 희
창이를 부르는 것은 꿈도 못꿀 상황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 칼부림이 날지
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예지는 간신히 내 자취방의 이불 위에 눕혀졌다. 아주
세상 모르고 널부
러진 것 같았다.
"야, 예지야! 좀 일어나봐!"
하지만 그녀는 이미 완전히 감각을 상실한 모양이었다. 따귀
를 철썩거려도 겨우
우웅거리는 몇마지 신음을 내뱉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떡해야
하지? 그냥 재우고
난 옆에서 새우잠이라도 자? 한심한 상황이었다.
옷도 다 입은채 잠들은 예지의 몸위에 이불을 덮어 주려다가,
난 그제서야 예지
의 입고있는 옷가지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좀전까지도 미처
관찰하지 못했는데,
아주 엉망이었다.
예지는 꼭끼는 청바지에, 위에는 긴소매의 박스티를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
까 화장실에서 쓰러져서 그런 모양인지, 흙탕과 얼룩이 바지
고 윗도리고 할 것
없이 군데군데 묻어져 있었다. 이 위에 이불을 덮었다가는,
그대로 이불마저 더
러워질 판국이었다.
후우... 별 수 없었다. 이 옷가지를 그냥 입고 잠들게 할 수는
없었다. 어쩌지..
. 나는 쉼호흡을 하고 그녀의 옷자락에 손을 댔다. 어쨌든 벗
겨야한다 - 이게 내
판단이었다.
이럴 때는 눈을 감고 벗겨주어야 하는 건가? 쓴 웃음이 나왔
지만, 일단은 헐렁한
웃도리부터 끌어 올렸다. 다행히도, 그녀는 나시처럼 생긴 -
이름이 뭐더라, 슈
미즈? - 하늘거리는 속옷을 안에 받쳐 입고 있었고, 워낙 품
이 넓은 옷이라 수월
하게 팔까지 빼낼 수 있었다. 메리야스인지 뭔지, 그건 너무
도 얇았다. 게다가
흰색이라서, 그 안의 브래지어 - 물방울 무늬가 있는 베이지
색 - 가 훤히 비쳐
보였다. 나는 딴 곳을 봐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야릇한
생각에 왠지 시선
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문득 나는 그 속옷까지도 젖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워
낙 얇아서인지, 물
이 번져 있었다. 미치겠군... 이대로 입고 자다간 감기 걸릴지
도 모르겠는걸. 하
지만, 그럼 이것까지 벗겨야 하는 건가? 나는 순간적으로 고
민에 빠졌다.


<제17화> 예지 속옷 벗겨주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예지의 허리춤부터 슈미즈인지 뭔지
를 끌어 올리는 내
손끝이 작게 떨리며, 왠지 그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몹쓸
짓을 하는 것처럼 가
슴이 콩닥거렸다.
다행히도, 여자의 런닝셔츠라는 것은 그 끝자락이 길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예지의 팔을 만세라도 부르는 것처럼 위로 뻗게 해놓았지만,
그녀는 마치 인형처
럼 내가 시킨 채로 꼼짝도 않고 잠이 든 채였다. 팔 위로 속
옷을 끌어냈는데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쉬며 눈길
을 아래로 내린 순
간, 나는 훅, 하고 큰 숨을 들이 마셨다.
내 눈 바로 아래에, 예지의 상체가 브래지어만을 걸친 채, 허
옇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예지의 뽀얀 살결
은, 티 하나 없이 봉
긋한 가슴선을 지나 완만하게 통통한 아랫배의 곡선을 그리
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예지가 몸집이 작아 보여도, 속살은 나올 곳 나
오고 들어갈 데 들
어간, 글래머임을 알았다. 우와...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나
는 감탄했을지도
모른다.
우유빛 예지의 유방은... 브래지어 밖으로 삐져나올 것만큼 풍
만했다. 하나하나
가 내 한손으로도 가득 잡힐 부피였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
다. 나도 모르게 손
이 그녀의 상체위에 머물고 있었다. 이걸... 만지면, 예지가 잠
을 깰까? 아냐,
깨지 않을까? 아아, 갈등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번갈아 시선
을 아래 위로 움직였
다. 위에는 예지의 귀여운 얼굴이 평화롭게 보였고, 그 바로
아래에는 미처 알지
못한 그애의 비밀스런 부분이 조그만 헝겁만으로 가려진 채
드러나 있었다.
순간,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못 먹는 감 찔러본다고...
살짝 손만 대는
정도면... 예지는 깨지 않을지도 몰라. 결국 내 이성보다 본능
이 압도하는 찰라
였다. 나는 가만히 두 손바닥을 그녀의 양쪽 가슴위에 얹어
보았다. 다행이었다.
예지는 변함없이 숨소리만 쌔근거릴 뿐이었다. 지금, 내가 만
약, 살짝 손가락을
구부려 유방을 움켜 쥔다면 - 그래도 예지는 깨지 않을까?
방법은 없었다. 직접 실행하고... 결과는 그 때 확인하는 수
밖에. 나는 가만히
손가락을 오무렸다. 내 눈대중이 맞았다. 예지의 앞가슴은 두
손으로 모아 쥐어
도... 가득차 남을 정도로 풍만했다. 이 앳된 얼굴의 여자애가,
옷으로 가려진
그 안에는 이렇게 엄청난 부분을 감추고 있었다니... 나는 무
의식적으로, 이것도
본능일지 모르지만, 어느새 손아귀로 예지의 젖가슴을 점점
세게 움켜쥐고 있었
다.
"으응... 엄마..."
나는 놀라 까무러치는 것만 같았다. 내 손아귀 힘이 너무 세
었던 탓일까. 맞아,
여자는 유방을 세게 쥐면 아프다던데... 어쨌건 예지가 잠꼬대
를 하며 몸을 뒤척
이는 바람에, 나는 엄청나게 놀라 손을 후닥닥 등뒤로 감추었
다. 큭...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여자애의 상체 위에 타고 올라앉아 겨우 황급
히 손만 숨기다니..
. 누가 보았다면 우스운 노릇이었다. 타조들이 맹수에게 쫓길
때, 그 큰 몸뚱아
리는 내버려두고 고개만 모래 속에 파묻고 숨는다는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후후... 희창이라면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했을까. 이미 능수능
란하게 예지의 옷
가지는 하나 남김없이 속옷까지 벗겨져 있을테고 - 그 다음
엔... 상상만 해도 뻔
했다. 이 기집애의 가랑이사이는 순식간에 벌려지고, 그녀의
유방은 사내의 앞가
슴에 짓눌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내가 왠지 못된 인간처럼 생각되어 죄를
짓고 있는 것만 같
았다. 아니야, 나는... 나는, 예지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하지
만, 오늘 이후로
언젠가는, 예지가 희창이를 이 정도로 쫓아다니다 보면... 실
제로 이렇게 희창이
의 몸뚱아리 아래에 눕혀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지...
씁쓸한 기분에, 나는 도로 원래의 행동 - 딴 맘 안먹고 옷 벗
겨주기 - 로 돌아가
기로 했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아랫도리... 청바지의 차례
였다.
나는 위치를 그녀의 하체 쪽으로 옮겼다. 사실은 그녀의 바지
쪽이 더럽기는 더
했다.
조심스레 허리를 굽히고, 일단 고개를 숙여 그녀의 허리띠를
끄르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버클을 끄르고나니, 남자와는 달리 왼쪽으로 향한
청바지의 단추와 지
퍼부분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곧 난감함에 빠지고 말았다.
예지는 원래, 치마보다는 바지를 자주 입는 스타일이었다. 하
지만, 원래 여자들
이란 남자보다도 훨씬 더 꼭끼는 바지를 입는다는 사실을 나
는 미처 계산하지 못
한 것이었다. 아주 곤란한 상태였다. 예지의 잘록한 허리와
바지가 너무나 꼭맞
아서, 그녀의 살결에 접촉하지 않고서는 허리춤 사이로 손가
락 하나도 들이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까딱 잘못하다가는 예지를 깨우지 않고서 바지 단추
를 끄를 수가 없는
상태였다. 젠장, 환장하겠군... 이럴 때 이 여자애가 치마를 입
고 있었다면 얼마
나 손쉬운 노릇이었을까. 나는 예지의 하체가 흔들리지 않게
단추를 푸느라 거의
그녀의 바지 위 하복부에 코를 들이민 광경이었다. 마치 내가
무슨 폭탄제거반의
지뢰제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 예지는 잠깐 눈썹을 찡그린 것 이외
에는 아무런 기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 온 신경을 집중하여 바지단추를 끌르
자, 나는 뭔가 코 끝
에 진한 냄새를 맡았다. 성숙한 여자의 향기... 라고 해야할까.
아이였을 적, 서
거나 앉아있는 엄마나 누나의 무릎, 또는 허벅지에 안겼을 때
희미하게 그녀들의
하복부 아래에서 풍기던 냄새... 물론 그것이 다 큰 지금에 와
서는 여인의 음부
에서 나는 냄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바로 그 냄
새가 예지의 아랫배
쪽에서 맡아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마른 침이 꿀꺽 삼
켜졌다.
살짝 눈을 위로 쳐뜨니, 바로 눈 앞에 뽀얀 예지의 하복부,
그리고 그 매끄러운
정중앙의 우물 - 배꼽이 보이고 있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바
지단추까지 풀러도
정신도 못차리는 여자아이,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내 방안,
그것도 그 여자아
이는 무방비상태인 반라로 내 눈앞에 누워있다... 아아, 신이
시여... 정말 이런
순간에 제가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만약 희창이라면, 이
기집애, 예지가 깨건
말건 다짜고짜 벗겨놓고 덮쳐 누를지도 모르는데...
희창이라면 이랬을 것이다 - 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나는
본능에서 나온 욕구
가 갑자기 쇠퇴하는 것을 느꼈다. 아니야, 적어도 나는 그 녀
석처럼 술먹여 여자
를 정복하는 일따위는 하지 말아야지.
가까스로 나는 이성을 찾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 여자애
는 희창이를 좋아
하는 여자애가 아닌가. 비록 내가 술을 먹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와의 악
연을 빌미로 술에 취한 것인데 그것을 기화로 삼아 점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나머지 지퍼를 끄르고 조심스럽게 바
지를 끌어내려 갔다.
이 역시 예지의 엉덩이에 눌리고, 또 워낙 꽉 조이는 스타일
의 청바지여서, 그녀
의 둔부에서 바지를 끌어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니, 바
지단추를 끄르는 것
보다 이쪽이 사실은 더 힘들었다. 중간에 두번인가는, 예지가
심하게 몸을 뒤척
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골반을 벗어난 바지는, 허벅지와
종아리 쪽으로 내려
갈수록 쉬이 벗겨졌다.
후... 마침내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종아리까지만 오는, 양말
대신 신은 판타롱
스타킹까지 벗겨내자 나의 이마에선 식은 땀마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그녀의 옷가지들을 한쪽으로 개켜 놓았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나자, 이번에 내 시
야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물방울무늬 팬티 - 브래지어와 세
트인 모양이었다 - 였
다. 자그마한, 그러나 제법 물이 올라 통통한 예지의 몸매에
잘 어울려 무척 귀
엽게 보였지만,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다시 주체할 수 없
는 욕망이 불끈거리
는 것을 느꼈다. 저... 손바닥만한 팬티만 벗겨내면... 그녀의
가장 비밀스러운
비경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금 갈등의 기로에 섰다. 저 조그만 천... 그 안에 감
춰진 여자의 상징.
.. 그것을 단 한번의 동작으로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것
이다. 아아... 나는
다시 시험에 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마침내, 나는 아까 예지의 젖가슴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
실적 타협안을 택하
기로 했다. 그냥... 팬티 위로 잠깐만... 만져보는 거야. 맨살에
닿지 않으니까,
조금 전 유방을 만져볼 때처럼 깨지 않을지도 몰라. 가슴이
두방망이질치기 시작
했다.
스타킹을 벗기느라 살며시 약간 벌려진 그녀의 허벅지 사이
로, 나는 가만가만 조
심스럽게 손바닥을 전진시켜, 팬티로 가려진 그녀의 음부 위
를 누르듯 손바닥으
로 덮어 씌웠다. 숨소리도 함부로 낼 수 없었다. 바로 그녀의
핵심부 - 가랑이
사이를 내 손이 지긋이 덮고 있었다. 놀라웠다. 그녀의 따뜻
한 체온이 느껴지는
데도, 예지는 조금도 눈치채지를 못하고 있었다.
어... 근데 이게 뭐지...? 그러나 나는 금방 손바닥아래의 감촉
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살결이 아니라... 매끈한 비닐을 씌운 스펀
지 같았다. 조심
스레 더듬어보자, 나는 그런 감촉이 그녀의 가운데부위 전체
를 덮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그럼 이건...! 나는 얼른 손을 치우고 자세히
그녀의 팬티사이
부근을 관찰해 보았다. 내 예상이 맞았다. 하얀 부분이 그녀
의 팬티밖으로 약간
씩 삐져나와 있었다.
그래... 이게 광고에 나오는 '날개'라는 부분이구나. 그럼 예지
는... 요즘이 '그
날'이구나. '마술에 걸린 날'이었어.
나는 뭔가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가장 민감
하다는 부분에 내
손이 얹어졌어도, 감촉을 느끼지 못한 거로군...
킥킥킥... 나는 왠지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마치 예지라는 여
자애에 대해 커다
란 발견을 해낸 것만 같았다. 이걸 누가 알까? '그날' '빨간
날'에 대해선 남자
친구도 모르게 하는 거라던데, 그걸 내게 들키다니... 커다란
비밀을 알아낸 느
낌이었다.
그래, 이건... 비리까지야 못가도, 어쩌면 평생 그 희창이 놈도
알지 못할 거야.
적어도 예지와 같이 자보지 않는 날엔...
그러고보니 조용히 잠든 숨소리만 내고 있는 예지의 얼굴이
왠지 귀엽게 보였다.
심지어는 본의가 아닐지라도 그런 비밀을 알려준 그녀가 내
눈엔 너무나 사랑스
럽게 내려다 보였다.
나는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예지의 옷가지들을 챙겨 들었
다. 지금 빨면, 대충
내일 낮이면 마르겠지. 대충 물빨래라도, 얼룩 정도는 지워야
집에 돌아갈 수 있
을 테니까.


<제18화> 난 건드리지 않았어!


"꺄아아악!"
뭐야, 뭐야! 무슨 일이야! 벌떡 허리를 세우던 나는, 보기 좋
게 앞이마를 의자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야야, 아후...
"어디야, 여기 어디야!"
잠깐! 엉겁결에 방바닥을 더듬던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
왔다. 예지, 맞다,
예지...!
"난 몰라, 창희 너 어떻게 한 거야!"
후닥닥, 아직도 게슴추레한 시야를 맞추려 양미간을 찌푸리
며, 나는 비로소 상황
판단이 되었다. 그래, 맞아... 어제 옷가지 빨고 나서, 양말만
벗고 예지 곁에서
새우잠을 잤었지...
"어... 예, 예지야... 그, 그게 아니라..."
쿡쿡 쑤시는 앞이마를 문지르며, 예지 쪽을 돌아본 나는, 그
제서야 예지의 비명
소리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예지는 어느새 벽쪽으로
바싹 등을 붙이고는,
있는 이불 없는 이불 다 끌어안고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정
말 - 황당한 노릇이
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당황하는 와중에도, 이해가 되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
에서, 팬티와 브래
지어만 남긴 채 옷 따위는 홀딱 벗겨져 있고, 곁에는 남자가
누워 있다 - 이건
뻔한 모습 아닌가.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피식, 웃음
이 나왔다. 젠장, 이
건 무슨 영화장면 같잖아...
"엄마, 나 어떡해... 흑..."
예지마저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꼼짝없이 이루고 있
었다. 아가씨는 울고
있고... 그럼 나는... 이 장면에서 담배라도 빼어 물고 '괜찮아,
미안해, 실수였
어, 내가 책임질께' 이래야 되는 건가? 얼씨구, 예지는 각본
에라도 짜여져있던
것처럼 눈물까지 떨구고 있었다.
"아, 아냐, 예지야... 내, 내 말좀 들어봐..."
"싫어, 저리 가! 오지 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상황이 오해받기 딱 좋은 광경이
지만, 이 여자애가
오해하고 있는 그런 일은 분명 어제는 없었지 않은가. 내가
몸을 조금이라도 움
직일 때마다, 예지는 내가 자기를 잡아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단말마적인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참, 나, 김예지... 왜 그래? 내게 해명할 기회를 줘야지"
그러나 예지는 이불에 고개를 파묻은 채 계속 흑흑거릴 뿐이
었다. 제길, 뭐라고
얘기해야 하지...?
"몰라... 엄마... 흑..."
"예지야... 넌 오해하는 거야..."
모르겠다. 어떡하든 할 얘기는 해야만 했다.
"그게 아냐, 예지야, 잘 들어. 니 옷은... 너 어제 화장실에서
쓰러졌길래, 내가
갖다가 빨았어. 그래서... 그런 거라구"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입술에 침이 바짝바짝 말랐
다.
"그, 그리구... 너 왜 우는지 몰라도... 니, 니가 울만한 일은 없
었어. 정말이
야"
갑자기, 흐느낌이 다소 진정이 되는 것인지, 들썩거리던 예지
의 어깨가 멈추었
다.
"얌마, 너 어제 술마시고 쓰러진 것 기억안나? 마, 만약 너한
테 무슨 일 있었다
면... 너도 알잖아, 확인해봐..."
글쎄,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여자 자신이
직접 확인할 수 있
는 건가? 그리고 어제 알기로는... 예지는 생리중이었는데. 어
쨌든 이불 속에서
확인(?)을 했는지 여전히 이불에 고개를 파묻은 채 예지가 낮
게 울먹이는 목소리
로 물었다.
"정... 말이야...?"
"휴우... 그렇다니까. 봐, 여기 니 옷들 걸려 있잖아"
그제서야 예지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벽에 걸려있는 아직
덜마른 자기의 청바
지와 겉옷을 보았다.
"걱정 마. 거짓말 아냐... 난 어제 그냥 니 옷만 벗겨주고 잤
다구... 기억나? 너
화장실에서 쓰러진 것 내가 업고 왔잖아"
"그, 그럼 여, 여긴 어디야...?"
"내 방이야. 내 자취방"
간신히 예지는 내 말을 알아듣는 눈치였다. 눈물얼룩이 그대
로인 얼굴을 조심스
럽게 들어 나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자기 얼굴이 엉망일 거
란 짐작을 했는지,
다시 고개를 이불 뒤로 숨겼다.
"차, 창피해... 보, 보지 마..."
어휴, 이제서야 그녀는 침착함을 찾고 있었다.
"어이그... 그러니까 왜 그렇게 술을 퍼마셔...? 어제 얼마나
힘들었는데"
"미, 미안해..."
상황이 그나마 정리가 되자, 나는 담배를 찾아 피워 물었다.
"차, 창희... 그럼 니가 내 옷 다 벗겨 준거야?"
"그래... 하지만... 다른 짓은 안했어. 진짜로"
다른 짓을 안했다... 라는 말은 정확히 얘기하면 거짓말일테지
만... 어차피 뭐
표시가 날 일도 아니었으니까.
"난 몰라, 그, 그래도, 하잉, 내가 왜그랬지..."
예지는 다소 경계심이 풀어졌는지, 대충 얼굴을 손으로 닦고
는 여전히 앞가슴에
이불을 껴안은 채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창... 희야, 나 어제... 아무 일 없었지...? 너 그냥... 내 속옷만
본 거지...
?"
"으, 응... 다,다른 건 안봤어..."
다른 것이라... 그게 무얼 얘기하는 것일지 상상하니 야릇했지
만, 난 자의건 타
의건 시치미를 떼야했다. 그 순간, 예지의 낯빛이 파래졌다.
깜빡 잊고 있던 부
분에 생각이 미친 모양이었다.
"너, 너 정말 다, 다른 건 못본거지? 그렇지?"
"뭐... 말이야?"
"그냥 대답해줘! 제발, 저, 정말 너 다른 것 못봤지?"
뭘 묻고 싶은 거야? 하지만 그 때서야, 난 예지의 말뜻을 알
아차렸다. 이 여자애
는 지금 자신의 '그날'과 관련된, 그러니까 '생리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느
냐고 확인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대로 말해줘, 응? 너, 너 다른 건 모르는 거지, 응, 그렇
지?"
제길헐, 이럴 땐 뭐라고 해야하나? 이 기집애는 지금 내가...
상상하는 것을 물
어보는 게 맞을까? 하지만 그것까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
다. 에이, 모르겠다.
부딪혀 보는 수밖에.
"저... 그러니까... 뭔지는 알겠는데... 알아. 무슨 얘기하는 건
지..."
"엄마, 나 어떡해!"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여자들이 '마술'에 대해서 어떻
게 생각하는지 나는
그 때로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이... 자기 엄마
한테도 말하기 힘들
정도로 부끄러워 한다는 것은. 그런데다가... 별 상관도 없는
남자애한테 자기의
나체를 보인 것도 모자라 자신의 엄청난 비밀까지도 들킨 셈
이었으니...
"난 몰라, 죽어 버릴래, 창피해...!"
아차, 그 얘기는 하지 말 것을 그랬나... 울지는 않았지만, 예
지는 아까보다도
더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다 드러난 일인 것
을...
"야, 예지야... 그, 그러지마... 뭐 어, 어때, 우리가 한두살 난
어린애도 아닌
데... 나도... 그런 건 뭔지 다 알아..."
상황이 묘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적반하장 격도 아닌데, 난
어쩔 수 없이 예지
달래기에 매달려야만 했다.

<제19화> 들켜버린 나와 예지의 동침


좀 전까지만 해도, 내가 곁에 가기만 해도 혀를 빼물고 자살
이라도 할 것 같던
예지가, 어느새 내 어깨에 기대어 떨고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예지와 나란
히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 애의 어깨를 감싸안고 토닥거
리고 있었다.
"그만해, 예지야... 어쩔 수 없던 거잖아... 미안해. 옷이 너무
더럽고 젖어 버
려서... 그리고 그건, 내가 일부러 본 게 아니라..."
예지는 어느새 내가 자기와 같은 이불을 쓰고 앉아 곁에 붙
어있는데도, 미처 신
경 쓸 겨를이 없는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화장품 향기인지
향수인지 모를 상
큼한 내음이 그녀의 머리결에서 풍겨졌다. 묘한 기분이었다.
어제 밤의... 예지
몸매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야릇한 기분이 다시 피어나고 있
었다. 그냥 이대로..
. 이 여자애를 품을 수 있다면...
한참을 그렇게 낙담하고 있던 예지가, 후우, 하고 한숨을 쉬
더니 슬그머니 내 어
깨에서 자기 몸을 빼냈다. 이제서야 자기가 속옷차림으로 내
곁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나는 괜히 계면쩍은 생각이 들어 헛기
침을 하며 그 애의
등에서 팔을 내렸다.
"예, 예지야... 미, 미안해. 걱정 마... 그, 그건 너랑 나만 아는
거잖아..."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했다. 이 여자애가 부끄러워하는 만큼
이나, 나도 이 처지
가 한심스럽게 생각되었다.
"이, 일단 좀 씻어야지..."
"알았어..."
아까보다도 더 풀이 죽은 예지의 목소리였다. 글쎄, 그런 비
밀을 안다는 것이 그
렇게 대단한 것일까? 예지는 마치 내게 커다란 빚이라도 진
모양 순순히 내 말에
따랐다. 꼭 내가 무슨 주인님이고, 자기는 노예인양 갑자기
고분고분해지고 있었
다.
"잠깐... 고개 좀 돌려줘..."
"으, 응... 그럴께"
내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 데에도, 그녀는 다시 한번 다짐을
시켰다.
"도, 돌아 보지마... 그리고... 거, 거기 내 가방 좀 줘"
등 뒤로 가방을 내주자, 그녀는 뭔가를 부시럭거리며 찾더니
살그머니 일어나 방
을 나갔다. 아마도, 가방 안에서 꺼낸 것은 갈아야할 생리대
이리라.
"저... 화장실이 어디야...?"
"바, 바로 그 문이야"
다행이었다. 이 다세대 주택의 2층 내 자취방은 현재로는 나
혼자만이 세들어 있
었다. 누군가 나를 일부러 찾지 않는 한은, 이 2층 옥탑방에
서 주인집 아주머니
나 다른 사람들을 만날 리는 없었다. 풀썩, 예지의 몸을 가리
고 있었을 이불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화장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어제 빨아놓은 옷가지들을 살펴 보았다. 탈수를 했건만, 만져
보니 아직은 두어
시간 더 있어야 마를 모양이었다. 그 때 방문을 똑똑 노크하
는 소리가 울렸다.
"창희야... 여기 있는 것 써도 돼...?"
"어, 응. 그리고 화장실 세면대 위에 새 비누랑 칫솔이랑 있
어"
생각해보니, 나도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남자 혼자사는 자
취방. 뭐 하나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지저분한 모습을 여
자한테 보여야하다
니. 처음 이사올 때 어머니가 다녀가신 것 빼고는 여자가 이
방에 들어온 것도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희미하게 물소리가 잠시 들려오더니, 다시 노크소리가 들렸
다.
"나 예지야... 다시 들어가도 돼?"
난 잠자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고 예지
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앉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제... 돌아봐도 돼니...?"
"...응..."
예지는 아까처럼, 이불로 몸을 가린 채로 옆에 있었다. 얼굴
을 보니, 세수라도
한 모양이었다. 약간 눈이 부었지만, 귀여운 얼굴이 뽀얗게
보였다.
"괜... 찮아...?"
"응... 너는...?"
다소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생기를 찾았음에도 조
그만 목소리였다.
"옷... 말이야, 아직... 덜 말랐는데...."
"괜찮아... 그것보다... 지금 몇시니?"
나는 그제서야 탁상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이미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었다.
"열시가 넘었는 걸... 너, 집에 연락 안해도 괜찮아...?"
예지는 다시 한번 한숨을 폭, 쉬었다.
"모르겠어... 어차피 늦은 건데... 이따 들어가서 혼나겠지, 뭐"
갑자기, 내 잘못은 없어도 예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틀림없이 집에 들어
가면 무단외박으로 엄청 혼이 날 텐데. 그런 내 생각을 읽었
는지, 예지가 소근거
리듯 말을 했다.
"집엔... 기다릴 사람도 없어... 사실은 나, 부모님이 이혼하셨
거든..."
이혼...? 이런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래, 나 중학교 졸업반일 때... 두 분이 갈라서셨어. 그래서
나, 새엄마랑 같
이 살아. 아버진... 맨날 출장이구"
그랬구나, 왠지 예지의 환경과 희창이에 대한 짝사랑이 연관
지어졌다.
"아빤... 얼굴도 잘 못봐... 새엄만 나한테 뭐라고도 못하구...
하기야, 난 외동
딸이니까..."
어쩌면 이것은, 예지의 속살을 훔쳐본 것보다도 더 큰 비밀인
것만 같았다. 내가
예지라도,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는 없을 성싶었다.
"그러고보니... 이 얘긴 우리 과 남자애들 중엔 너한테 처음
하는 거구나..."
왠지, 이렇게 귀엽고도 순진한 예지의 얼굴을 보면서 얘기를
듣자니, 갑자기 우
울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바꾸
기로 했다.
"저, 근데 예지야... 너, 희창이랑은 어떻게 할 거니?"
그러나 이 이야기가 더 예지를 우울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순
식간에 예지의 낯빛
이 바뀌며, 슬픈 표정이 내비쳐졌다.
"희창이... 모르겠어... 단념해야 할까 봐..."
"말도 안돼, 희창이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냐, 어제 니가 봤다는 기집애는 그저
닳고 닳은 여자애일
뿐이야 - 이 말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오려 했지만, 어떻게 그
렇다고 사실대로 까
발릴 수 있단 말인가. 보영이, 그 여자애보다는 예지가 훨씬
더 귀엽고 순진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섣불리 뭐라 얘기하는 경우엔 더 큰
오해가 생겨날 것이
다.
"아냐, 됐어. 어제 희창이랑 같이 있던 여자... 나보다 훨씬 예
쁘고... 섹시하던
걸, 뭘..."
이럴 수가. 나는 갑자기 친구에 대한 연민과, 피보다도 진한
우정 사이의 갈림길
에 놓인 느낌이었다. 무릎을 세워 껴안고서, 예지는 씁스레한
웃음을 지으며 텅
빈 시선을 방바닥에 주고 있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왠지 예지의 말도 못해본 심정이 가슴에
와닿는 것만 같았다.
담배, 담배라도 찾아 연이어 피워 물었다.
"괜찮아, 창희야. 어차피 내가 희창이한테 그런 얘기한 적도
없는 걸... 아...
바지라도 입어야겠다. 대충 마른 것 같은데..."
나마저도 씁슬한 기분에, 일어서 창가로 갔다. 뭔지 모를 응
어리가 가슴에 꽉 차
오는 느낌이었다.
"잠깐만... 돌아보지 마, 창희야..."
뒤에서 주섬주섬,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멋, 꺄악!"
이건 예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야, 짱이야, 아직 자냐?"
예지와 동시에 들려온 것은 바로 희창이의 목소리였다. 그리
고, 방문이 확 - 열
어젖혀진 것도 그 때였다.


<제20화> 들켜버린 속살, 희창이의 오해

정말, 이 순간의 기억은, 만약 내 기억력이 컴퓨터에 맞먹는
다면 당장 DELETE시
켰을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내 머리의 하드 드라이브에 영
구저장이라도 된 듯,
이 상황은 너무나 또렷하게 남았다. 마치 그 몇초간이 수년처
럼 느껴지도록.
"어멋, 꺄악!"
예지의 이 비명이 들렸을 때에, 나는 칼같은 반사신경으로 뒤
를 돌아 보았다. 예
지가 뒤돌아서 있으라고 한 말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고개를 돌린 순간,
다시 한번 창희야 - 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내 자취방의
방문은 너무나도 힘차게 확, 열어 젖혀졌다.
"야, 창희, 앗!"
당당하게 방문을 잡아당긴 한가운데에 버틴 희창이는, 나와
예지만큼이나 기겁을
하고 있었다. 이 순간이, 이 짧은 순간이, 마치 사진이라도 찍
힌 것처럼 꼼짝않
고 떠오르고 있었다.
창가에서 얼추 옷을 입고 서있는 나, 문고리를 붙잡고 선 채
눈이 휘둥그레 입이
딱 벌어진 희창이... 그리고 그 대각선 방 한가운데에, 예지는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마악 - 한쪽 다리를 청바지에 걸쳐넣고 있었다.
이건 누가 보아도 황당했을 모습이었다. 창가에 기대어 담배
를 물고 있는 사내녀
석, 그 등 뒤에서 속옷차림인 채 홀딱벗고 막 옷을 입는 여자
애 - 다름아닌 밤새
정사 후의 남녀, 그 아침장면 아닌가.
희한한 표정으로 마주 보는 희창이 녀석과 나, 그 둘을 번갈
아 쳐다 본 예지의
입에서 다시 한번 '꺄아악!' 하는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
말 재빨리, 아니, 한쪽 발을 집어넣은 청바지에 걸려 넘어지
듯이, 아까까지 자신
을 감추어 주었던 이불 속으로 허둥지둥 몸을 날리고 있었다.
이 모두가 일어나는 데에는, 아마 채 1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
이다. 그러나 그것
은 수 시간보다도 긴 침묵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황당한
광경을 먼저 깨뜨린
것은... 희창이의 당황한 목소리였다.
"어, 저... 미, 미안... 나, 난 짱이 너 학교에 안와서... 너 찾다
가..."
"엄마, 난 몰라!"
녀석은 그제서야 자기가 아직도 방문을 활짝 열고 있다는 사
실을 깨달은 모양이
었다. 예지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고 있었다. 희창
이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방문을 빼꼼이 닫았다.
"아... 예, 예지야, 미안... 바, 방해 안할께..."
방해 않는다...? 그제서야 제 정신이 돌아온 나는 희창이가 방
금 닫은 방문으로
후다닥, 튀어 나갔다. 안돼...! 이, 이 오해는 막아야 해...!
"야, 야! 이짱!"
1층으로 내려가는 옥외 계단 중간께에서, 나는 간신히 희창이
의 어깨를 돌려 세
웠다.
"얌마! 그, 그냥 가면 어떡해?"
멍하니, 내 얼굴을 올려다 보던 녀석은, 갑자기 빙그레, 웃는
얼굴로 바뀌고 있
었다.
"야, 이짱, 지, 지금 니가 본 건..."
"푸히히... 알아, 알아. 새꺄. 내가 언제 소문내든...?"
소문, 소문이라고...? 희창이 놈의 오해는 벌써 시작되고 있었
다. 입술이 타들어
가듯 바짝거렸다.
"희창아, 그, 그게 아냐! 어제 예, 예지가 술을 마시고..."
그러나 희창이는 야릇한 웃음을 능글맞게 짓고 서서는, 방 안
에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췄다.
"이야아, 창희 너... 보기보다 능력 좋은데..."
젠장, 그게 아니야! 하지만 무엇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속이 온통 캄캄했다. 예지의 짝사랑, 술 마신 경위, 들켜
버린 보영이, 업고
온 까닭 -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지?
그런 내 어이없어 딱벌어진 입을 보며, 녀석은 징그럽게 한쪽
눈마저 찡끗, 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 좋아 좋아. 설명은 나중에 들을께... 그리고 너,
신발이나 신어, 임
마"
그제서야 어처구니 없게 내 발끝을 내려다보니, 얼마나 당황
했는지 난 옥상계단
에 맨발로 뛰쳐나와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그런 나를 내버려
두고, 희창이는 대
문을 나서다 말고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참, 그리고 짱아, 너 오늘 선영이 누나랑 술마시기로 한 날
이다!"
희창이는 히죽, 웃으며 다시 눈을 찡끗하고는 가버렸다 - 미
칠 노릇이었다. 하늘
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제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터덜터덜, 고개를 푹 숙인 채 방으로 돌아오자, 다시 이불을
낀 채 쪼그리고 앉
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예지가 있었다.
"흑, 난 몰라, 이젠 다 끝이야... 죽고 싶어, 흑..."
아아... 머리털 난 이래로, 이다지도 황당한 경우가 있었단 말
인가. 갑자기, 찔
끔거리고 있는 예지에게 화가 났다. 젠장, 이 모든 게, 다 저
기집애가 술 먹고
뻗어 버려서 일어난 사고 아닌가.
하지만, 망할, 예지 저 녀석은 눈물도 많다 - 거의 목놓고 울
기 일보직전까지 간
애한테, 화를 내봤자 무슨 소용이람... 차라리 나라도 울고 싶
은 심정이었다.
"야, 김예지, 그만 울어"
"몰라 몰라, 나 이제 어떡해, 희창이한테... 흑..."
정말 돌겠군. 아까부터 피우던 줄담배라도, 그것이라도 피워
물어야 했다. 하지
만, 어느새 담배갑은 속을 드러낸 후였다. 와작, 담배갑을 구
겨 방구석으로 던지
며, 나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예지 곁에 털썩 주저 앉았다.
답답하기는 나도 마
찬가지였다.
"얌마, 거, 걱정하지 마. 내, 내가 다 설명해 줬어. 희창이한
테..."
그 짧은 순간에, 어찌 그 긴 얘기를 설명했단 말인가. 그러나
아무래도 좋다. 지
금은 일단 거짓말이라도 해야만 한다.
"울지 마. 괜찮다구... 그, 그 녀석, 오해 안해..."
환장...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은 꼭 지금 내 상황에 걸
맞는 단어였다. 방
구석의 재떨이를 찾아, 꽁초 중에 장초를 골라 입에 물려는
때, 예지의 떨리는
목소리가 속삭여 왔다.
"저... 나, 나도 줘..."
응? 담배를 달라고...? 예지, 너...!
"꼬, 꽁초야, 임마... 그, 그리고 너 담배 안피잖아?"
"괜찮아... 그냥 줘... 지금... 피고 싶어졌어..."
어처구니 없었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지금 이 상
황에, 나라도 담배
생각이 나는데... 라고 생각이 미치니, 차라리 이 여자애가 담
배라도 피고 침착
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가장 깨끗한 놈을 골라 잘
털어 그녀에게 건네
줬다.
"불..."
칙,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자, 예지는 처음부터 속담배로 작정
을 한듯, 깊게 후
욱, 연기를 빨아 들였다. 그기고는 금방 켁켁, 기침하기 시작
했다. 아마도 난생
처음 담배연기를 들이마셔 보는 것이리라. 콜록 콜록, 밭은
기침을 짓는 예지를
난 불안하게 쳐다 보았다.
"야, 너... 괜찮아?"
끄덕끄덕, 예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방 공중으로
퍼지는 연기를, 그녀는 눈물 젖은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 침묵의 시간이 십분쯤 지났을까. 망설임 없이 예지는,
불쑥 이런 말을 꺼냈
다.
"난... 처녀가 아니야, 창희야..."
으잉, 이건 또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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