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캠퍼스 애정비사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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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86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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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애정비사 21-25편
<제21화> 예지의 첫경험 고백


순식간에, 온 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뭐야?
처녀가 아니라니?
예지 얘가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
그러나, 내 놀라움에 아랑곳 없이, 예지는 울다 잠긴 목소리
로 이야기를 착 가라
앉히고 있었다.
"난 처녀가 아니야... 그래서 그랬어..."
뭘 그랬다는 거야? 보사부 처녀? 법무부 처녀? 그리고 이렇
게 남자가 보기만해도
기겁을 하는 예지가, 그것도 이제 갓 만스물을 넘기고 앳되다
못하여 순진한 이
아가씨가 - 처녀가 아니다?
또 다른 당황스러움이 나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이, 이 기집
애가 왜 나한테 그
말을 하는 거지? 이런 내 의아함을 알기라도 하는듯, 훌쩍이
는 콧소리가 섞인 예
지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 미안해... 하지만, 나 이제 누구에게건 얘기하고 싶어...
그리고 창희
넌... 이제 나에 대해 알만큼 아니까... 내 비밀도..."
비밀이라면, 난 이 애의 벗은 몸과, '그날'에 대해서, 또 그리
고 어처구니 없는
오해들을 공유하게 된 것밖에 없잖은가...? 내가 그런 걸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것이, 예지한테는 그렇게 큰 의미인가?
"그냥... 듣기만 해... 듣기 싫으면, 안들어도 좋아... 하지만...
막지는 말아
줘..."
후우, 방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쉰 예지는, 이제는 자기가 직
접 재떨이를 뒤져 장
초에 불을 붙였다.
"나... 중학교 때에... 공부를 잘했었어... 반에서도, 2등 이하로
해본 적이 없
으니까. 선생님들도 그랬어. 학군 좋은 데로 옮겨 명문대 가
라고... 하지만, 그
때..."
난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귀여운 예지가 이렇게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어가
니,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 때... 사고가 있었지... 중 3, 겨울방학이었어... 그래, 그건...
사고였어"
도대체 이 아가씨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야? 사고라니, 교
통사고?
"아빠가, 나 연합고사 치른 후에... 성적 잘받았다고... 일주일
간... 스키캠프를
보내줬었어..."
"그 무렵은, 우리 아빠가 막 새엄마랑 재혼한 직후였어... 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었어... 막상 새살림차린 아빠랑 새엄마가, 그 땐 정말
보기 싫었거든..."
후우... 여자가 독해지면 이럴 수 있는 걸까. 예지는 어느새
꽁초로도 줄곧 담배
연기를 깊숙히 삼켜 내뱉고 있었다.
"우린, 콘도에 들어가 있었어... 사람이 꽤 많았지... 고등학생
까지 합쳤으니까.
처음엔... 재미 있었어. 남자 애들도 보고, 캠프 파이어도 하
구..."
그런 건가? 스키장에 가본 적이 없는 나는, 그냥 조용히 듣는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마지막 날, 전날인가였어... 자유시간이라고... 저녁에,
야간스키를 탈
사람만 타라고 했지. 물론, 나도 따라 나갔어... 다른 여자애들
은... 안탄다고
했지만... 그리고 그 때야. 사고가 난 건..."
사고... 난 아직도 예지가 사고라고 말하는 것이 무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스키타다가, 굴러서 다쳤다는 얘긴가?
"남자애들, 주로... 고등학생 오빠들이었어... 난, 혼자서 그 오
빠들을 쫓아 다
녔지... 그 사람들은, 둘이서... 자꾸 높은 코스로 빠져 다니더
라구... 하지만,
난 혼자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그 두 명을 계속 쫓
아다녔어... 그게..
. 잘못이었지만..."
잘못이라니?
"결국은, 마지막으로 타고서 돌아왔을 때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어...
너무 늦은 시간이었으니까. 코치라는 대학생 오빠들도... 그래
서, 우린 우리끼리
스키를 돌려주러 보관실로 가야했지..."
"보관실은... 그냥 창고같은 데야... 스키를 맡기고, 찾아 나오
고... 근데, 우리
가 너무 늦었었나봐. 스키캠프도 마지막 전날이라고... 창고를
지키는 건... 그
냥 아르바이트 대학생 혼자였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난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스키 보
관실이라는 게... 창
고 비슷한 곳일 거라는 건, 짐작이 되지만.
"그 대학생 오빠는, 졸고 있었어. 아니 숫제 자고 있었어. 그
리고는 우리가 어린
걸 보고는... 그냥 그 창고 안에 직접 넣고 나오라는 거였어.
그 안이 무서웠지
만... 난 그 때까지도 아무 것도 모르고... 스키만 놓고 나오려
고 했었어..."
갑자기, 예지는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감싸 쥐고있던 무릎
위로 고개를 푹 떨
구었다. 어? 예지는 이 대목에서 난데없이 이불에 고개를 파
묻고 흐느끼고 있었
다.
"그런데... 그런데... 그 오빠들이, 그 오빠들이, 안에서 문을 잠
궈버리는 거야.
.. 그리고는, 밖에 있는 대학생 오빠가 모르게... 날 창고 안으
로 끌고 가서는..
."
흑, 흐흑... 예지는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고등학생 오빠
들이 문을 잠그고
는, 창고 안으로 끌고 갔다? 그 부분에서 나는, 펀뜻 떠오르
는 것이 있었다. 설
마, 설마 예지가 사고라는 것은...!
잠시 흐느낌이 멈추자, 예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울먹이는
목소리를 잇고 있었
다.
"그 나쁜 오빠들은, 내 옷을... 강제로 벗겼어... 그리고 한 명
씩 번갈아 망을
보면서... 날 죽여버리겠다고..."
아아, 이럴 수가. 나는 듣고 있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제발 그
만! 이렇게 착하고
순진한 예지를 어떻게...!
"난, 살려 달라고 빌었어...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어... 흑.
.."
내 이빨들이 으드득, 갈렸다. 예지가, 이렇게 귀여운 예지가...
그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다니, 그것도 두 명한테서나! 예지는 한참 동안
을 고개를 숙인 채
로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아아... 불쌍한 예지... 어떻게 그런
일이...
난, 정말 진심으로, 예지를 안아주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하
라는 신의 계시라
도 있는 것만 같았다. 난 그 애의 고개를 들고, 가슴에 꼬옥
끌어당겼다. 이 자
그마한 어깨를 으스러지게 껴안고 다독거려 주는 것이,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명처럼 느껴졌다.
"울지 마, 예지... 더 말하지 마..."
내 어깨 위에 놓여진 예지의 얼굴에서, 따뜻한 눈물방울이 옷
깃을 적시는 게 느
껴졌다. 그러나 예지는 그렇게 기댄 채로 속삭였다.
"날더러...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랬어... 내가 어디사는 누군지
다 아니까, 그럼
쫓아오겠다고... 끝까지 찾아올 거라고..."
"난 그 다음날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어. 아니, 그 사람들
이 무서워서, 집에
갈 때까지도 방에만 있었어. 돌아오는 날, 그 고등학생들을
다시 봤지만... 그
사람들은 마치 날 처음 보는 여자애처럼, 모른 척했어..."
어느새, 예지는 내 가슴 안에 폭 묻혀 있었다. 벗은 그녀의
어깨와 등이 따스한
체온을 전하고 있었다.
"집에 와서도... 난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어... 엄마가 있었
으면 모르지만,
새엄마한테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어..."
그랬구나. 예지가 사고라고 말한 것은 이거였구나. 난 가슴
속이 더할 수 없이
찡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후우... 하지만, 난 잊었어... 고등학교에 가서도, 성적이 떨어
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어... 아빠는... 사업 땜에 바빴으니까... 그냥 나
더러는, 시집만
잘가면 된다구..."
"하지만 난 몇년 동안을, 그걸 잊어버리느라 혼자 고민했었
어... 남자들이, 남자
들이 겁났어... 날, 날 또 그렇게 만들까봐... 심지어는 학교 선
생님들까지도 무
서웠어..."
예지, 예지야... 그 일을 아무한테도 밝히지 않고, 너 혼자서
꽁꽁 자기 속에 감
춰왔다니...
"하지만 여기 대학교에 와서야... 난 그 기억들을 잊을 수가
있었던 거야... 특
히 희창이, 그 애를 보면서..."
"그때까지도, 우리 아빠를 빼곤... 아무도 내 곁에 가까이한
사람, 없었어... 또
그렇게 나한테 잘해준 사람도..."
나는 아랫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어졌다. 희창아... 그런데
너는...!
"난 희창이만큼은 믿을 수가 있었어... 그 앤 날 정말로 지켜
줄 수 있을 것 같았
거든..."
어느새 예지는, 우리 둘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이었
다. 나 역시도, 예지가 살그머니 내 품에서 떨어지자, 그제서
야 봉긋한 그녀의
젖가슴이 내 앞가슴에서 떼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 미안해... 불편하게 해서..."
"아냐, 괘, 괜찮아"
갑자기 예지의 풍만한 앞가슴을 내가 안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괜히 얼굴이
달아 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예지는 기분이 풀
렸는지 피식, 미소까
지 짓고 있었다.
"나좀 봐... 이런 차림으로..."
예지는 다시금 이불을 끌어당겨, 앞가슴을 가렸다. 그런 그녀
의 모습을 보며, 난
왠지 아쉬움과 허전함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이제야 예지
는 눈물을 멈추고 있
었다.
"나... 사실은 그 때 이후로 다짐한게 있었어... 뭔지 알아?"
"모, 모르겠는데..."
"다시는... 아무한테도... 남자에겐 내 몸을 보여주지 않겠다
구... 다신 안그러
겠다구..."
예지는 이제 다소간의 원기를 회복한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많이 나아져 있었다.
"아무도 안보여주고... 꼭 내가 사랑하는 사람, 결혼하는 사람
에게만 다시 보여
주겠다고... 그리고, 그 사람하고만 평생 그런 일... 같이 할거
라구..."
그런 일...? 같이 자는 것, 그걸 말하는 거구나.
"근데... 오늘 두 사람한테나 보여주고 말았네... 그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
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이제 하나밖에 안남았구나... 그 사
람하고 함께 자는
것..."
애써 예지는 웃어 보였지만, 나는 그 예지의 마지막 말이 그
처럼 서글프게 들릴
수가 없었다.


<제22화> 선영이 누나와 같이 자다 1

난, 예지가 집으로 돌아가고서도 오후가 되도록, 덩그러니 방
안에 남아 학교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 희창이한테 어떡할 거니?"
"모르겠어... 그 애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
하고의 오해고...
난 희창이하고 앞으로 다시 친해지긴 힘들 것 같아..."
예지가 내 자취방을 나서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물어 본
말이었다. 예지는 씁
스레한 웃음까지 지어 보였지만,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아린
말이었다. 무어라고
말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귀엽고 착한
예지를 놓친 희창
이가 안된 것인지, 아니면 희창이 녀석같은 플레이 보이에게
걸려들지 않게 된
예지가 잘된 것인지.
어쨌든, 희창이와의 오해만큼은 풀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었다. 그녀와 희창
이 사이가 어떻게 될지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고, 행여 그런
소문이 예지에게 나
쁘게 작용하는 것을 막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
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저런 고민들로 내내 방 안에 틀어 박혀 있다가, 오후의
중간쯤 되어 나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책이나 가방 따위는 들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하루의 수업은
모두 건너 뛴 셈이
고, 이미 다 끝났을 것이다. 그냥, 술을 마시고 싶었다. 종일
예지와의 일들로
인해 기분이 우울했기에, 술을 잔뜩 퍼마시고 기분을 풀고 싶
었다. 그러고 보면,
어차피 선영이 누나와의 술 약속이 잘된 것인양 싶었고... 다
른 날이라면 희창이
를 불렀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또, 다른 사람이
면 몰라도 절대로
예지의 고백은 희창이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니까.
텅빈 학생회실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화이트보드가 눈에 들
어왔다. 그 곳에는,
일전의 예지대신 선영 선배의 글씨가 내 이름 아래 적혀 있
었다.
- 창희야 학교 안왔니? 나 까페에서 기다릴께. 선영 -
순간적으로 결심이 들었다. 그래, 술이나 마시자. 그리고 선영
이 누나에게 의논
을 하자. 누나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것 같으니까, 서로
얘기하고, 또 들어줄
수 있겠지 - 술을 먹여 데리고 자라던 희창이의 얘기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오늘같은 기분에 선영이 누나에게마저 그런 고민거리를 만들
고 싶지는 않았다.
나만 왕창 마시자. 실수만 하지 않으면 돼. 그리고, 설사 그
누나가 술을 마셔
도, 난 그 누나의 비리를 미리 알고 있으니까 절대 그러지 말
자. 이것이 내 다짐
이었다.
공교롭게도, 선영 선배가 기다리고 있는 까페는, 어제와 그제
예지를 만난 장소
였다. 왠지 찝집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보다도 먼저 어제 예
지와의 사건을 목격
한 웨이터가 나를 알아볼까 겁이 났다.
누나는 구석 자리에서 차 한잔을 시켜놓고 있었다. 내가 다가
가 앉자, 그녀는 상
큼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응, 왔구나. 근데 창희 너 오늘 학교 안나왔었니?"
"예? 아, 예... 뭐 그냥... 좀 아팠어요..."
차분해 보이는 선영이 누나의 얼굴. 그러나 나는 왠지 그녀와
시선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어머... 그러고보니... 너 얼굴이 안돼 보이네... 무슨 안좋은
일 있어, 창희야
?"
젠장... 예지에 대한 고민이 벌써부터 얼굴에 씌여있는 모양이
었다. 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아녀요, 그냥... 잠을 많이 자서..."
"으응, 근데 이상해... 꼭 고민 있는 사람같아"
어휴, 지금부터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다행이었다. 그 때
어제도 보았던 그
웨이터가 주문을 받기 위해 나왔다.
메뉴판을 뒤적이며, 혼잣말처럼 선영이 누나가 물었다.
"음... 창희 너, 술 사달라고 했었지? 좋아, 그럼... 뭐 마실래?"
"아, 아무 거나 마시죠 뭐..."
"그래, 그럼... 누나가 양주 사줄 돈은 안되고... 간단하게 병맥
주 마시자"
잠시 후에, 맥주병 여러개와 마른 안주 한접시가 날라져 왔
다.
"저 창희야, 난 콜라 마셔도 돼지? 누나 원래 술 잘 못먹잖아
"
나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녀가 마신다고 해도 말릴 판이
었는데, 알아서 술을
거절하니 다소 부담감이 덜했다. 그래, 선영이 누나가 안마시
면, 희창이 녀석이
말한 일 따위야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잠시 후 큰 유리잔에 담겨온 콜라를 홀짝거리는 선영이 누나
는, 말없이 맥주컵을
들이키고 있는 나에게 불쑥 곤란한 질문을 던져왔다.
"근데... 왠일이니? 나한테 술을 다 마시자고 하구..."
푸우... 갑자기 마시던 맥주가 뿜어져 나올 뻔했다. 애초에...
그녀와 술을 마시
자고 하게 된 것은 희창이의 부추김 때문 아니었던가. 선영이
누나와 술을 마시
면, 누나의 성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아, 그냥, 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런 내가 우스웠는지, 선영이 누나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후훗, 왜 그렇게 놀래? 난 창희 니가, 입학한 이후로 처음
술 사달라고 하기에
물은 것 뿐인데"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대로 - 사실이라는 것은,
이 누나와 자고 싶
다는 생각이 대부분인데 -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딱 까놓
고, 선영이 누나와 술
먹고 자고 싶어서요. 누난 술만 마시면 아무하고나 잔다면서
요? 그리고, 그 치마
속 팬티 안엔 비리, '빽'이 있다면서요? 이렇게 얘기할 용기
는 도저히 없었다.
그랬다가는 당장 여기서 따귀를 맞을 것이다.
"누, 누나한테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에이, 모르겠다. 어차피 궁금하게 여긴 것은 따로 있지 않은
가. 갑작스럽게 튀어
나온 말에, 이번엔 선영이 누나가 놀랬다.
"응? 나한테? 뭘?"
"저, 저 누, 누나 남자친구 있어요?"
연이어 나온 내 말에 선영이 누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차,
이렇게 물어보면 안되지...
"아, 아니 저 내 말은요, 누나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 같길
래..."
선영이 누나의 귀밑이 붉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서, 설마 창희 너... 너 나한테 감정있니...?"
아이고, 큰일이다! 난 이 누나의 졸업했다는 선배, 그 남자친
구 일을 물어보려고
한 건데...!
"아, 아녀요! 전 선영이, 선영이 누나 졸업한 남자친구분, 그
회사 다닌다는..."
그러나, 나는 그 말이 당장 후회되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나
와야할 이야긴데, 너
그말 어디서 들은 거냐고 묻는다면...? 아니나 다를까, 즉각
선영이 누나가 질문
했다.
"차, 창희 너, 그 얘기 누구한테 들은 거니?"
아아... 내가 그 얘길 들은 것은 분명히 희창이한테서고, 또
희창이는 그 말을
어디서 들은 것인가. 다름아닌 - 그녀와 하룻밤 선후배간의
정사를 나눈 여관방
안에서가 아닌가.
제길헐, 희창이 녀석한테서 들은 거라고 밝히면, 뻔한 스토리
이다. 선영이 누나
가 술 깬 아침에 얘기해준 것이니, 당연히 기억을 하고 있을
테고, 그렇다면 당
장, 내가 그녀와 희창이 사이의 섹스를 알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할텐데 - 이마에
서 식은 땀이 베어 나오는 것 같았다.
내가 머리속으로 바쁘게 거짓말을 찾는 동안, 선영이 누나도
자기의 반응에 스스
로 놀랐는지 다소 침착한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너... 내가 남자친구 있다고... 누가 그랬어?"


<제23화> 선영이 누나와 같이 자다 2

꿀꺽, 마른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그, 그래, 아무라도 팔
자. 일단 희창이
얘기를 들킬 수는 없어.
"조, 조교 형이..."
"조교 오빠가...?"
선영이 누나의 표정은 '그 오빠가 겨우 한참 후배에게 그런
말을?'하는 의심스런
표정이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라리 병나발이
라도 불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누나의 양미간이 조금씩 풀어졌다.
"그 오빠가 별 말을 다... 왜, 그 오빠가 뭐라고 그랬는데...?"
후유... 나는 가슴이라도 쓸어 내리고 싶었다. 그래도 조심해
야지...
"그, 그냥요... 누나 남자친구, 자, 자기 동기라구..."
하지만, 나는 뭔가 의혹이 생겼다. 단순히 애인을 물어본 것
뿐인데, 그 반응치
고는 선영이 누나도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그래, 뭔가가 있
어 - 둘 사이에 문제
가 있나봐. 당장에 떠오른 느낌이었다.
그런 나의 의심을 눈치 챘는지, 선영이 누나도 다시 얌전한
미소로 돌아왔다.
"그래... 근데, 왜? 남자친구 없으면, 창희가 누나 애인 되주려
고?"
내 속을 떠보려고 하는 말인지 알면서도, 난 괜히 가슴이 설
레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번 선영 선배의 얼굴을 찬찬히 마주 보았다. 그 정도
면 제법 날씬한 몸
매, 뽀얗고 통통한 살결, 다소 눈이 작아 보여도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감춰지는
깨끗한 얼굴... 게다가 차분하고 얌전한 성격까지... 아, 정말
누나가 내 여자친
구라면, 그렇게 언젠가처럼 누굴 슬프게 찾게 하지는 않을텐
데.
물론... 희창이의 말대로, 그녀의 술버릇 - 성욕이 문제가 되
지만 않는다면 말이
다. 나는 대충 이런 생각들을 접어두고, 조금씩 궁금증을 풀
어가기 위해 묻기 시
작했다.
"에이, 그런 건 아니고요... 응, 그러니까 며칠 전에... 누나랑
학생회실에서 오
후에 만난 적 있잖아요..."
"언제...? 아, 니가 교문 앞까지 같이 가준 날?"
그랬다. 그날 처음 선영이 누나가 쓸쓸해 보였고, 그래서 술
을 마시자고 했었지.
.. 물론 그 날은 못마셨으니까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고.
"예, 그날... 누나 원래는 수업 끝났다고, 약속 있다고 나갔다
가 돌아온 거잖아
요, 그렇죠?"
"응... 맞아. 근데 그걸 왜 묻니?"
그래, 이 정도면 됐어. 그녀는 다시 애초의 호의적인 자세로
돌아와 있었다. 나
는 침을 튀기며 말을 이었다.
"그때, 사실은 조교 형한테 누나 남자친구 얘길 들었거든요.
그날, 누나 남자친
구 만나고 온 거죠, 그쵸?"
다소 당돌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의외로 선영이 누나는 웃음
까지 머금고 진지하
게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후훗... 그래, 그랬어. 아니 사실은, 만나진 못했어. 그 사람이
너무 바쁘다고
해서... 그래서, 그게 궁금했니?"
바빠서 못 만났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나는, 선영이 누나의
표정이 어두워질
듯 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바빠서 못만났다는
건 거짓말일 게다.
"예... 그날, 제 짐작엔 누나가 애인 만나러 가는 게 분명한
데... 돌아왔을 땐
너무 우울해 보였어요. 그래서, 그게 궁금했어요"
피식,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내 머리통에 꿀밤을
먹이는 시늉을 했
다.
"어유... 쬐그만 게... 너 그래서 술 마시자 그랬구나? 누나 기
분 풀어 주려구"
"하하... 그래도 누나처럼 이쁜 선배가... 우울해 하니까 그렇
잖아요"
웃다 말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폭
쉬었다.
"왜요, 누나? 그 선배님이랑 잘 안돼세요...?"
선영이 누나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아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문제가 있어서 그래... 다 내
잘못이지, 뭐"
자기 잘못이라고? 내가 보기엔, 다른 거야 몰라도 좋아하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헌신적일 것만 같은 누나인데... 자기 잘못이라니...? 그녀는
멍하니, 테이블 위
를 내려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다 내가 실수해서 그래... 내 부끄러운 실수들 땜에..."
실수, 실수들 때문에 -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머리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흥
분이 일어나고 있었다. 실수라니, 내가 지금껏 선영이 누나를
안 이래로 그녀가
어디에서 욕을 먹을만한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단
하나, 희창이를 통
해 알게 된 선영이 누나의 비리, 술만 과했다하면 이 남자 저
남자와 성행위를 했
다는 것 빼고는.
아냐, 잠깐, 가만 있어봐. 부끄러운 실수? 그냥 실수가 아니라
분명 '부끄러운
실수'라고 누나가 말했어 - 설마, 그럴 리가! 혹시 실수란 것
은, 누나와 남자친
구와 껄끄럽게 된 것은, 바로 내가 희창이에게 들은 그 '비리
' 때문에?
에이, 아닐 거야 - 그럴 리는 없겠지. 선영이 누나의 술버릇,
아니 조금만 자제
력이 무너지면 나타나는 그녀의 성욕... 그걸 남자친구가 알고
있다니? 그것도
다른 곳에서가 아니구, 같은 과 선배, 동기, 심지어 희창이같
은 후배와도 잠자리
를 같이 한 그녀의 성경험을 애인에게 들켰다니, 말도 안돼...
그럼, 그게 아니
면 뭐지? 내가 아는 그녀의 '부끄러운 실수'라는 것은 그것밖
에 없는데.
나는 머리를 도리질쳤다. 내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저 예쁘
고 깔끔한 누나가 그
런 비리를... 아니겠지. 내가 모르는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내 그런 부정만큼
이나, 짐작이 맞을 수도 있는 거였다. 희창이도 말했지 않은
가. 선영이 누나와의
정사는, 알만한 과 사람들은 다 안다고... 그 소문을, 응당 나
보다도 훨씬 일찍
그녀를 알아왔을 그 남자선배가 모를 리도 없잖은가.
문득 복잡한 머리통을 들어 선영이 누나 쪽을 바라보니, 누나
는 애써 시선을 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어머, 나좀 봐, 내가 후배한테 별 얘길 다했네... 미안, 창희야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러나 나는 보았다. 일부러 웃음짓는 선영이 누나의 눈가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저 누나는 지금 울러 가는 거야.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저말 오늘 내일, 내 앞에서 우는 여자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 왠지 덩달아 씁
스레한 기분이 되어,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뒷모습
을 보았다.
그러나 그 때, 난 무심코 - 결단코 무심히 본 것이다 - 선영
이 누나의 등 뒤를
쳐다보다가 다소 민망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것은, 이 까페에 들어와 지금까지, 그녀가 앉아있는 모습만
보았기에 처음 보
게 된 뒷모습, 좀 더 정확히는 허리 아래의 모습이었다. 그리
고 그 곳에는 내가
애써 잊고 있었던 기억들 - 학생회실 책상밑으로 훔쳐본 선
영이 누나의 치마속과
하얀 팬티, 내 얼굴을 안아주던 그녀의 푹신한 유방의 감촉....
심지어 희창이가
말한 '빽'까지 몽땅 떠올리게 만드는 - 그런 모습이 내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청색빛의 니트에, 베이지색 얇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기억을 되살리게 만든 것은 그 미니 스커트의 바로 허
리 아래였다. 다름아
니라... 엉덩이,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스커트자락이 끼어들어
가 있었던 것이다.
훅... 그것은 보기에 따라 엄청나게 야릇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마도 날
기다리는 동안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녀의 엉
덩이 사이 쪽 갈라
진 부분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었고 - 그 틈에 꼭 쑤셔진
부분 때문에 스커트
가 당겨져, 선영이 누나가 그 안에 입고있을 팬티 선이 그대
로 도드라져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워낙 치마가 얇은지, 그녀가 걸음을 걸을 때
마다 그로 인해 풍
만한 엉덩이가 출렁이듯 씰룩거리고 있었다. 아아... 저 안에,
누나의 허연 엉덩
이, 그리고 그 '빽'의 부분이...
마릴린 먼로의 걸음걸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안그래도
묘한 상상을 하고
있는 나인데, 선영이 누나가 보여준 그 몇발짝 안되는 뒷모습
은 일순 진지했던
나의 생각과 분위기들을 확 바꿔버렸던 것이다.

"미안해, 창희야, 오래 걸렸지?"
그렇기에 나는, 누나가 돌아왔을 때 머리 속부터 저 아래 하
복부 가랑이사이까지
밀물치듯 몰려오는 감정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갑자기, 예지
와의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그 밤 내내, 얼마나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했
던가. 그런데 지금
여기, 그 고생을 간신히 참았다고 느꼈는데... 또다른 유혹이
코 앞에 있다니,
그래, 술, 술만 먹이면 -
그러나,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가! 내가 미처 계산
하지 못한 상황이 금
새 닥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쪽을 바라보고 있던, 선영이 누나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고, 왜 그러지
? 뒤를 돌아본 내게, 정말 예기치 못한 인물이 까페 문을 밀
고 들어서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희창이!
저 녀석이 어떻게 여기를? - 화이트 보드, 맞아, 거기 써있던
누나와의 약속, 그
걸 안지우고 왔구나!


<제24화> 선영이 누나와 같이 자다 3

이런 제기... 실수를 하다니. 그랬다. 그건 분명 실수였다. 방
금 전 선영이 누나
의 민망한 모습 - 통통한 엉덩이 사이에 끼인 치마자락, 그리
고 드러난 팬티선 -
을 목격하고, 또 그것 때문에 누나에 대한 망측한 생각이 떠
오른 것이 사실이기
는 했지만, 난 아직도 최대한 나의 야릇한 욕구를 자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희창이가 등장한다면 -
이 술자리의 목적은 뻔해지는 것이다. 애초에, 선영 선배를
꼬드겨 보라고 부추
긴 것은 누구인가. 희창이다. 그리고 녀석이 그렇게 부추긴
이유는 무엇인가. 바
로 그녀에게 술을 먹이고 같이 자보라는, 그런 것 아닌가. 며
칠 전 녀석은 그렇
게 말했었다. 자기가 술값이라도 대줄테니, 누나의 비리를 발
견해보라고. 아무리
지금의 술자리가 지금껏 내 의도대로 진지하게 꾸려져 왔더
라도, 희창이 놈이 끼
어들면 뭔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갈 것은 자명했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둘도 없는 친구놈을 따돌리고 싶
지는 않지만, 그 간
단한 실수, 화이트보드에 선영이 누나와의 약속을 채 지우지
못한 것이 이 순간
만큼은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내심 희창이가 다른 볼일이
있거나 아니면 최소
한 우리, 나와 누나를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랬다.
"야아, 여기들 있었네"
내 희망은 기대로 그치고 말았다. 까페 문을 열고 잠시 두리
번거리고 섰던 희창
이는 우리 자리가 눈에 띄자마자 아는 체를 하며 다가왔다.
재빨리 선영이 누나의 눈치를 살폈다. 누나 쪽도 당황하기는
나와 마찬가지인 표
정이었다. 난데없는 희창이의 등장에 퍽 난감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바로 저번 주에 이런 술자리 끝에서 녀석과 잠자
리를 같이한 사인데.
그리고 이번 주엔 또 다른 사내,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 사이
인 나와 술을 마시
는 것이 목격되고 말았으니... 다름아닌 자신의 비리를 몽땅
들켜버린 녀석한테.
..
"어, 어쩐 일이냐, 희, 희창아"
나는 최대한 침착하려 애쓰며 물었다. 내가 여기서 당황하는
눈치라도 보이는 경
우엔, 나와 희창이가 그녀의 비리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눈치
챌 것이 틀림없었다.
"무슨 일이긴, 임마. 학회실에 보니까 너 여기 있다고 하길래
와봤지. 또 술 한
잔 생각나고 해서 말이야. 참, 누나도 있었네"
"으, 응, 왔니 희창아"
녀석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태연자약했다. 누가 보아도, 이건
자연스러운 합석이
었다. 학교 안에서, 이런 식으로 휩쓸리는 술자리가 한두번은
아니지 않은가. 맘
만 먹으면 하루에도 이런 과내 술자리가 몇군데는 될 것이
고... 그냥 학교앞 술
집만 막무가내 뒤져도 아는 얼굴 댓명은 쉽게 찾아내어 어울
릴텐데.
"야아... 오늘은 무슨 술자리에요? 내가 껴도 되는 건가...?"
이미 허락도 없이 엉덩이를 비비며 자리에 앉은 희창이는 괜
스런 인사치레를 하
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안된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것
이고... 몇초간 어색
한 침묵이 흐른 뒤 선영이 누나가 예의상 답변을 했다.
"아, 아냐... 그, 그냥 창희가 술을 사달라고 해서..."
"그래요? 짜식, 왜? 뭐 고민이라도 있냐?"
희창이는 속내를 다 알면서도 짐짓 딴청을 부렸다. 고민이 왜
없겠는가, 지금 내
게. 당장 벌어질 상황이 당황스런 판국에...
"아, 아냐... 고민은 뭘... 그, 그저 사는 얘기 좀 하자는 거지,
하, 하... 누,
누나가 원래 얘기 잘 들어 주잖아..."
헛웃음을 지어 보이면서도, 나는 이마로 식은땀을 흐릴 정도
였다. 녀석은 그런
내 마음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
다.
"맞아, 선영 선배가 원래 그런 고민 잘들어주지, 또 자기 경
험 얘기도 많이 해주
고 말야. 그죠, 누나?"
자기 경험 - 말 속에 뼈가 있지만, 선영이 누나도 그렇고 나
도 역시 뭔가 아는
듯한 티를 낼 수가 없었다. 표면적 상황은 분명, 나는 희창이
와 누나 사이의 정
사를 아는 것이 아니고, 희창이도 내가 그 비리를 알고 있다
는 사실을 드러내서
는 안되며, 선영 선배 역시 자기와 이 녀석 사이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
해야만 한다.
엄청 복잡한 상황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아는 사실을, 각자의
생각 속에 감추어
속셈을 드러내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어쨌든 현재의 상황으
로는 나야 희창이의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만 했다.
"내, 내가 뭘... 그, 그럼 창희야, 아까 하던 얘기는 나중에 하,
하기로 하자"
"어? 무슨 얘기? 내가 들으면 안되는 둘 사이 비밀이라도 있
어요?"
곤란한 질문이었다. 선영이 누나와 내가 바로 전까지, 희창이
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눈 얘기는 바로 누나의 남자친구 이야기이지 않은가. 누나
의 안색이 다소 난감
한 표정이었다.
"아, 아냐, 비밀... 이라니..."
"아항, 알겠다. 남녀문제 상담이구만... 어, 근데 짱이 너 여자
친구 없잖아?"
희창이는, 누나가 당황해 할 문제가 헛점이 되자 금새 집요하
게 파고들고 있었
다.
"이짜식 여자문제는 내가 손바닥처럼 훤한데? 스캔들이 있을
리는 없구... 어,
그럼 누나 애인 얘기에요?"
사실은 사실이다. 내가 여자친구 없다는 것, 그거야 희창이가
제일 먼저 알리라
는 것은 선영이 누나도 알 것이다. 그럼 꼼짝없이 자기 남자
문제 이야기를 했다
는 것은 안봐도 훤해지는 스토리인데 -
"내, 내 애인 이야기? 벼, 별 것 아니고, 그냥 창희가 무, 물
어봐서..."
아뿔사, 넘겨짚는 희창이의 유도심문에 꼼짝없이 선영이 누나
가 걸려들고 있었
다. 고단수... 이 재미있는 상황에 녀석에게 떠오르는 단어는
그것이었다.
"야아... 그래요? 그럼 어디 얘기해 보세요. 저희가 후배기는
해도, 남자는 남자
니까. 원래 남자들 속마음은 남자들이 더 잘알구"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선영이 누나의 눈치를 살피니,
마치 덫에 걸린 표정
같았다. 얘기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제 자신이 나에게
애인문제를 거론
했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드러나고 있었고, 그렇다고 누구한테
는 해주고 누구한테
는 안해준다? 희창이 녀석은 나도 말릴 수 없는 쪽으로 이야
기를 전개시키고 있
었다.
"맞아... 언젠가 들었는데, 누나 남자친구 있으시다면서요? 복
학생 선배고, 졸업
해서 취직까지 했다구..."
녀석은 누나를 묘하게 부추기고 있었다. 각본 상으로는, 분명
이 이야기는 자기
와 그녀가 같이 자고난 후의 여관방에서 드러난 비밀 아니었
던가.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까발리다니, 그렇다고 선영이 누나가 부정할 수도 없
는 것이고... 점점
궁지로 몰려가는 누나였다.
"으, 응 그래... 저, 저번에 너한테는 얘기했었지..."
선영이 누나는 침착하기 위해 짐짓 태연하게 미소까지 곁들
이고 있었지만, 아마
속으로는 어금니를 깨물고 있을 것이다.
"그럼 뭐 다 아는 거네요. 그럼 솔직히 털어놔 보세요, 우릴
후배로 생각지 마시
고... 예?"
"시, 심각한 것 아니야... 그, 그렇지 창희야...?"
다급해진 누나는 내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대
답해주면, 선영 선
배는 이 난관을 어물쩍 넘길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불행히
도, 희창이 녀석이 선
수를 치고 나오고 있었다.
"에이... 그 때 누나가 그랬잖아요, 나한테. 그 남자선배분이랑
잘 안되서 걱정
이라구..."
"그, 그랬니, 내가...?"
선영이 누나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그녀가 당혹할 것은 뻔했
다. 희창이가 한 말
이 무엇인가. 바로 그녀가 살을 섞고 난 후에야 털어놓은 고
백이 아닌가. 그것을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언급하고 있다 - 긍정할 수도, 부
정할 수도 없는 딜
레마에 이 누나는 봉착하고 있었다.
"어, 그러고보니 누나 콜라 마셔요? 얼레, 맥주도 다 마셨네?
안되겠는걸, 누나,
제가 이후로는 다 부담할테니까, 한잔 하시죠?"
"아, 아냐, 희창아, 나 원래 술 못마시잖아..."
그러나 희창이는 그녀의 말을 귓가로 흘리며, 먼저 치고나가
고 있었다.
"어, 뭘 그러세요? 그 땐 저랑은 마셔놓구... 걱정 마세요, 제
가 안마시고 누나
바래다 줄께요!"
희창이의 호언장담, 게다가 자기와 있을 때는 마셨었다 - 공
공연히 이렇게 말했
으니, 어쩔 것인가, 지금 이자리에서만 거부할 수도 없고...
"아, 아냐... 그, 그래도..."
"으응, 괜찮아요, 그럼 누난 그 콜라랑 섞어 드세요. 그럼 맛
도 괜찮구, 도수도
약하니까 금방 깬다구요, 아셨죠?"
강권보다도, 이런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 더 큰 효과를 발휘
하기 마련이다. 그리
고 술을 권하는 것이 지금 누구냐 - 바로 가장 최근, 가장 확
실하게 자신의 비리
를 약점잡힌 희창이가 아닌가. 마치 아무리 선영이 누나가 꼬
리 아홉달린 구미호
라도, 희창이 놈이 그 꼬리를 단단히 붙잡아 쥔 형국이 아닌
가.
"아, 알았어... 약간만... 마실께"
침착하려 애쓰면서도, 풀이 죽은 목소리로 선영이 누나가 고
개를 끄덕였다.
아아! 결국은, 결국은 이 누나가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어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어가는 것을 불안하게 지켜봐야만 하게
되었다. 어느 쪽도 말
릴 수가 없다 - 희창이는 지금 나를 위한답시고 하는 일이고,
누나는 누나 나름
대로 선배의 체면을 지켜야만 한다 - 이렇게, 이렇게 되버리
다니...


<제25화> 선영이 누나와 같이 자다 4

선영이 누나나 나나, 둘 다 이제는 달리는 호랑이의 꼬리를
붙잡고 올라탄 형국
이었다. 멋지게, 희창이는 선영이 누나한테 술을 먹이게 되었
고, 그녀는 희창이
가 알고있는 자신의 비리를 내게 눈치채이지 않게하기 위해
서라도 자연스럽게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스스럼 없이 희창이가 양주를 주문했다는 것
이다. 겉으로는 그
럴싸한 이유, 친척어른에게 용돈을 받았다, 내일 아침 술깨기
는 양주가 더 좋다,
어차피 콜라랑 섞어 마시려면 이게 더 낫지않느냐... 등등을
갖다 붙였지만, 나
는 알고 있었다. 이건 어느 여자에게건 술을 먹여 꼬시는 가
장 쉬운 방법의 하나
라고, 녀석이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음료수를 타면 아무리 독한 술이라도
한참은 약해질텐데
- 라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원래
탄산음료라는 것이,
어느 정도 위벽을 깎아 씻어내리기 마련이었고, 그렇다면 알
콜은 훨씬 더 그만큼
빨리 흡수되어 취하게 된다. 게다가 그 맛이 달착지근해지는
게, 어느 정도 쉽게
쉽게 목구멍으로 넘기게 되는 부수효과가 있어서, 모르는 사
람은 맛있다고 벌컥
벌컥 들이키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취기가 핑 돌아버리
게 되는 것이다. 그
래서 결국,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사람과 나중에는 거의 비슷
하게 마셔버리는 꼴
이 된다 -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영이 누나는, 얼음담긴 글라스
에 밑바닥에 찰랑거
릴 정도 밖에 양주를 붓지 않고 그 위에 콜라를 가득 부었으
니, 벌써 눈치에 적
당히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희창이는
테이블 밑 가려진
아래로, 은근히 내 구두 위를 발꿈치로 밟았다. 아마 잘되어
간다는 신호인 모양
이었다.
"봐요, 누나, 괜찮죠?"
"으, 응..."
약간은 인상을 찌푸리며 술잔에 입가를 대본 선영이 누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아, 맞다! 아까 우리 어디까지 얘기했죠? 그래, 누나 남자친
구, 그 선배님 얘기
하고 있었죠? 왜요? 아직도 그 형이랑 잘 안돼요?"
다소 상황이 돌아가는 형세가 안심이 되는지, 머뭇거리며 선
영 선배는 말을 꺼냈
다.
"사, 사실은... 아직도 그래..."
"어유... 그럼 안되는데... 두 분이 싸우기라도 하셨어요?"
부러, 희창이는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나는 양주잔을 기울이
면서도, 그 페이스
에 말려 들어 이따금씩 콜라탄 양주글라스를 홀짝이는 선영
이 누나를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아, 아니야... 싸운게 아니고... 그냥... 내가 학교다니는 데 문
제가 있어서...
"
"문제? 무슨 문제요? 누난 학점도 좋고, 장학금도 받았잖아
요, 저번 학기에?"
집요하게, 희창이는 물고 늘어졌다. 난감한 표정으로, 선영이
누나는 넋두리처럼
대답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 오빠가... 다른 사람한테 내 얘기
를 듣고서..."
다른 사람한테 누나의 이야기를 듣다? 나는 아까 전 희창이
가 오기 전에 의심했
던 부분을 상기했다. 겉보기로는 누구보다도 잘 학교생활을
하는 선영이 누나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
그렇다면, 누군가가
누나의 일을 전한다... 전할만한 일, 그것은 나의 의혹처럼 선
영이 누나의 '비
리', 그것이 어떻게 해서 그 남자선배의 귀에 들어간 것이 아
닐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선영이 누나와 그 선배의 로맨스, 그
것을 알만한 사람들
은 우리 과 안에도 수두룩하다. 선영이 누나의 동기들도 있
고, 그 선배 형의 친
구들, 조교형 같은 사람도 아직 학교에 남아있지 않은가. 그
리고 그 중의 누군가
는, 선영이 누나의 안좋은 소문 - 술과, 다른 남자들, 성관계
에 관련된 - 을 들
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희창
이의 말처럼 정말 이
누나가 술에 취해 과 안의 여러 남자들과 동침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기정사
실인데.
만약 그렇다면, 선영이 누나의 비리가 알려져 누나의 남자친
구와 문제가 생긴 것
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눈 딱 감고
그 비리 경험자 중
의 하나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러나 이 부분이 문제다. 그
렇게 되지 않는다
고 해서, 내가 누나와 그 둘 사이의 문제에 무슨 해결책이 될
것도 아니잖은가.
쉽게 얘기해 내가 이 누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뭐
가 달라질 것도 아니
다... 이런 생각에 골몰하는 동안에도, 희창이 녀석과 그녀의
얘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요? 뭐 누나가 잘못하신 거라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 그랬길래..."
뻔히 내막을 알면서도 짐짓 진지하게 응하는 희창이의 질문
에, 누나는 대답 대신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리고는 괴로운 듯, 고개를 떨구고는
말을 이었다.
"후... 그만 하자, 우리... 이런 얘기는..."
선영 선배도 어딘가에 생각이 미치자, 괴로운 모양이었다. 아,
정말 이 누나는
그 남자선배를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잠시 희창이와 내가 조
용해진 가운데, 갑자
기 누나는 글라스를 들고 단숨에 양주를 원샷하고 있었다.
희창이는 몰라도,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무리 도수를 약
하게 했다고 해도,
저렇게 원샷을 하다니! 거기에 선영이 누나는 스스로 양주병
을 들어 잔을 채우고
있었다. 다소 안되었는지, 희창이도 한걸음 물러서며 그녀의
잔에 콜라를 가득
부어줬다.
"예, 알았어요. 누나가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지 뭐..."
"아냐, 어차피... 이젠 지난 일인데... 헤어지기로 했어, 우리.
며칠 전에..."
며칠 전... 아마도 누나와 내가 저녁 때 학회실에서 만난 날,
아까 그 선배와 약
속이 있었다는 그날이... 그렇게 된 날인 모양이었다. 왠지 모
르게, 내 가슴 한
구석이 찡하게 아렸다.
"미안, 잠깐만..."
시선을 돌린 채로, 선영이 누나는 화장실을 향했다. 아마도
아까처럼... 눈물을
감추려는 것일 게다. 그곳에서 그녀는 눈물을 훔칠 것이다.
희창이도 다소 멎쩍
어진 모양이었다. 그녀가 일어서자,.나는 목소리를 깔고 희창
이에게 다그쳤다.
"야 이짱, 새꺄, 자꾸 저 누나 술 먹이지 마!"
"얌마, 내가 언제, 지금은 자기가 스스로 먹는 거잖아"
"그래도 그렇지, 저 선배 취하면 어쩔려고 그래?"
"하기야 지금 저러는 거 보니까... 기분이 쫌 그렇다, 하지만
짜샤, 넌 왜 저 여
자랑 술 먹자구 한건데?"
오히려 녀석의 반격에, 내가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나, 나야... 누, 누나랑 뭐 의논 좀 하려고..."
사실은 그랬지 않은가. 누나는 누나 고민 털어놓고, 나는 예
지... 희창이에 대한
예지의 고민과 오해를 상의하려는 거였는데. 하지만 그 원래
목적을... 지금 희
창이에게 밝힐 수는 없었다. 이미 희창이는 오늘 아침 벌거벗
은 예지의 모습을
한참 오해하고 있고, 그렇다고 여기서 예지가 희창이 널 짝사
랑하고 있다 - 그
장황한 고백을 전할 수야 없잖은가.
그러니 녀석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이 누나와의 잠자리에 있
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원사격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선영이
누나도 그랬지만, 나
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의 술자리였다. 젠장, 아까 화이트보
드의 약속을 잘 지워
놓기만 해도 됐는데. 그럼 이 녀석이 끼어들 문제가 아닐 수
도 있었는데. 별 수
없이 화제를 돌려야만 했다.
"근데... 여기 내가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어?"
"척하면 딱이지... 학회실에 큼직하게 써있더구만"
"그... 화이트보드... 지웠냐?"
"킥킥, 그야 당연하지, 임마. 혹시나 딴 사람이 끼어들면 어쩌
냐? 오늘은 우리
짱이, 니가 저 이쁜 선배 비리 구경하는 날인데"
키득거리며 녀석은, 한손을 테이블 밑으로 내려 엄지손가락을
집게손가락과 가운
데손가락사이에 끼우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제길... 녀석은
꼭 이 상황을 그쪽
으로 끌고 갈 심산인 모양이었다.
그 사이에, 선영이 누나가 우리 테이블로 돌아왔다. 방금 눈
물을 닦아서인지, 아
니면 한잔의 술에 벌써 취기가 오른 것인지, 상기된 뺨을 되
찾고 있었다.
"미안해, 얘들아... 오래 걸렸지..."
"괜찮아요, 에에... 나도 물빼러 가야겠다"
희창이는 자기도 화장실을 향해 일어서면서, 안보이게 내 옆
구리를 쿡 찔렀다.
선영이 누나의 고개 너머로 보니, 녀석은 내 쪽을 보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아
마도 저 신호는 '잘해 봐라, 자리 피해주니까'하는 의미이리
라. 나는 녀석에게
인상을 찡그려 보이며 망설이듯 말을 꺼냈다.
"저... 누나, 드시기 싫으면... 술 드시지 마세요. 잘 못마시면
서..."
"아냐, 괜찮아... 나도 원래... 좀 마시고 싶었어"
나는 진심으로 하는 걱정이었지만, 그녀는 차라리 잘됐다는
투로 싱긋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연이어 글라스에 담긴 콜라 섞인 양주
를 홀짝거렸다. 나는
왠지 불안해져 입술이 탔다.
"야, 양주에요, 누나... 독한데..."
"아니... 별로 그렇지도 않은 걸... 맛있어"
그녀는 새로 채워진 잔도 금방 바닥까지 드러나도록 들이키
고 있었다. 미치겠군.
나는 말이라도 건네 선영이 누나의 술 마시는 속도를 줄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그럼... 그 선배랑은 끝... 난 건가요?"
누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잔을 다비우고는 씁
쓸한 웃음을 비쳤다.
"그래... 끝났어..."
그녀는 다시 술병을 잡았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손목을 붙들
었다. 이미 양주병
하나가 절반 넘어 비어갈 판국이었다.
"그, 그만 마셔요. 그러다 취한다니까요"
"괜찮아. 왜그러니? 난 아직 안취했는데"
막무가내인 선영 선배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희창이가 화
장실에서 돌아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술병을 쥔 그녀의 손을 슬그머니 놓아야
만 했다.
"희창아, 창희가 나 술 못마시게 하네? 그럼 니가 좀 줄래?"
희창이 녀석은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곧, 능글맞은
웃음을 선영이 누나
에게 지어보이며 자기가 대신 그녀의 잔에 술을 채웠다.
"예, 그럼 마셔요. 제가 바래다 줄께요, 누나"
답답한 노릇이었다. 선영이 누나... 그러다 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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