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모스코바 정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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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59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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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욕실에서의 섹스

"이렇게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나는 엉겁결에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말했다.

"왜?"

"누가 보면 어떡하려구."

"무슨 상관이야. 볼테면 보라지.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무슨 상관들이야."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들이 알면....."

"걱정마.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들어왔으니까."

강숙희는 아예 반말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녀에게 더 이상 경어를 사용
하지 않았다. 강숙희는 더 이상 내가 말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나의 입술을 빨았다. 그녀는 몹시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입을 받아주었다. 우리는 오래도록 헤어져 있었던 연인처럼 굶
주린 듯 서로의 혀를 흠씬 핥았다.

"음, 음 아이 좋아 좋아!"

그녀는 신음소리를 냈다. 그녀의 신음소리에 나는 더욱 자극을 받아 그녀
의 입을 열심히 애무했다. 잠시후 그녀는 그개를 들어, 샤워할려구? 하며 나
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타월을 벗겼다. 나의 알몸이 순식간에 드러나자 그
녀는 "나도 벗을께" 하며 성급하게 자신의 옷을 벗었다. 그러자 곧 그녀의
벌거벗은 몸이 드러났다. 이제서야 나는 그녀의 나체를 제대로 보게 되었다.
역시 다시 보아도 손색이 없는 빼어난 몸매였다. 잘록한 허리와 적당히 나
온 엉덩이, 그리고 알맞게 돋은 젖가슴. 앵두처럼 알ㅂ게 붉은 입술. 나는
두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 아! 서두르지마."

그녀는 자신의 젖가슴에서 나의 두손을 떼었다.

"이리 들어와! 우리 같이 목욕해. 내가 목욕시켜줄게!"

그녀는 나의 손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고 내가 묻자, 그
녀는 나를 욕실 바닥에 세워둔채 말했다.

"가만히 있어봐. 내가 씻어줄테니까."

그녀는 샤워기를 틀어 나의 몸에 물을 적신뒤 자신의 몸에도 물을 묻혔
다. 그런 다음 그녀는 나의 벌거벗은 몸에 일일이 비누(모스크바 호텔의 비
누는 거품이 잘 나오지 않고, 물은 석회 가루같은 것이 함께 나오며 거칠다)

를 칠했다. 먼저 나의 어깨와 등과 가슴에 비누를 칠한 그녀는 서서히 아래
로 내려가며 비누를 칠했다. 페니스에 닿은 그녀는 잠시 혀로 페니스를 입
맞춤하였다.

"오우, 잘 있었니? 내 사랑스러운 것!"

하며 그녀는 페니스를 어루만지며 비누를 칠했다. 그녀의 손이 페니스에
서 움직이자 나의 페니스는 강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나의 허벅지와 다리 그리고 발바닥에까지 비누늘 다 칠
한 다음 두손으로 내몸을 문지르며 거품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손이
나의 몸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행위를 지켜보다가
두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도 비누를 칠하기 시작하였다.

비누를 모두 칠한 그녀는 나를 욕조 안으로 끌고 들어가 눕힌 다음 샤워
기를 틀고, 나의 몸위에 자신의 몸을 밀착해왔다.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샤
워기의 물을 받으며 그녀는 나의 몸에 묻은 비누를 일일이 문지르며 씻어주
었다. 나의 아랫도리와 엉덩이까지 깨끗이 씻어내린 다음 그녀는 자신의 몸
에도 샤워기의 물을 받으며 비누거품을 씻어내렸다.

나의 배 위에 올라앉은 그녀는 고개를 뒤로 꺾으며 자신의 가늘고 긴 목
을 손으로 쓰다듬기도 하고, 젖가슴을 문지르기도 하였다. 나는 가만히 그녀
의 동작을 지켜보다가 그녀의 손에서 샤워기를 뺏아 물이 나오지 않게 잠그
고는 그녀를 안고 욕조를 나와 욕실 바닥에 눕혔다. 그녀의 몸과 나의 몸에
묻은 물방울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갔다. 물기가 묻은 벌거벗은 그녀의 육신
은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처럼 신선했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무릎을 한입 가득 물었다. 가만히 누운 그녀는 나의
입이 자신의 무릎을 물자 무릎을 세웠다. 나의 입술은 그녀의 양무릎을 지
나 그녀의 허벅지와 엉덩이로 움직여갔다.

"아 아..... 아파. 살살해!"

그녀가 낮게 소리를 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숲을 피해 옆구리를 혀로
핥았다.

"으음..... 음..... 음..... 아이 제발"

나는 한손으로는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녀의 하
체를 더듬으며 그녀의 배에 입술을 가져갔다. 나의 혀는 그녀의 배꼽을 파
고 들었다.

"아, 아아..... 아암"

그녀가 조금씩 허리를 움직여갔다. 나는 잠시후 그녀의 울창한 숲 근처를 향했다. 그녀의 하체에서는 음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하체
를 더듬고 있던 나의 손이 축축히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허벅
지 사이를 파고 들었다. 나는 두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숲에
나의 얼굴을 파묻었다. 여성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아아, 아아!"

나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꽃잎을 건드렸다. 그녀가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두손으로 나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나는 쉬지 않고 그녀의 꽃잎을 헤집었다.
꽃잎 주위를 핥고 있던 나의 혀가 꽃잎 안으로 들어갔다.

"어마, 어마, 아학 학 하아악!"

그녀의 비명소리가 높아지면서 엉덩이가 아래위로 솟았다 내렸다를 반복

하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꽃잎 안을 뒤집고 다녔다. 그녀의 동
굴은 깊었다. 동굴에서 솟아나오기 시작한 애액이 나의 입술에 흥건히 묻어
오기 시작했다.

"어억! 억! 좋아 좋아 아아아!"

그녀의 엉덩이가 아래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점점 신음
소리를 높여가며 나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나의 허리를 세게 껴안기도
하였다.

"아욱, 나.... 나 죽을 건가봐! 나 그만.. 그만 아학! 학!..... 아이 좋아
좋아! 아아아!"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지 나의 페니스를 움켜 잡아 자신의 동굴
속으로 안내하였다. 이미 절정을 향해 치다고 있던 그녀는 몹시 서둘렀다.

"아 하아악! 학학!"

그녀는 계속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커
쳤다. 드디어 그녀의 동굴 안으로 페니스가 완전히 빨려들어가자 그녀는 엉
덩이를 들어올리며 좌우로 아래 위로 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몸 위에 쓰러지며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나의 귀
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호흡이 몹시 가빠져갔다.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의 움직임에 따라 나의 엉덩이도 따
라 움직였다. 나의 페니스에도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아우 아아우!......이제 됐어, 그만 그만...... 이제 이제...."

잠시후 나는 어깨의 힘을 풀고 그녀에게 쓰러졌다. 나의 페니스에서 화산
이 폭발해버린 것이었다.

"하아, 하아...... 하...... 학 학."

사정이 끝난 뒤에도 그녀의 거친 호흡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내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나의 허리를 껴안으며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몸 위에 쓰러져 가만히 있었다. 강숙희와 나는 한동안 그대로 누워
있었다. 강숙희가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를 껴안고 있었다. 나는 강
숙희의 가파른 호흡을 들으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나 죽는 줄 알았어. 어휴... 휴우... 힘들어."

강숙희는 잠시후 나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숙희
의 제의로 우리는 함께 샤워를 하였다.

"어머, 이 녀석이 푹 죽어들었어. 호호호."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움츠리고 있는 나의 그것을 손가락으로 톡 퉁겼
다.

"아, 아파!"

하고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오오, 미안, 미안해 이 녀석."

하며 강숙희는 그것에 입을 맞추는 시늉을 하였다.



모스크바의 정사


제8화 두 번째 여자 진순희

강숙희가 돌아가고 나서 나는 침대에 누워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섹스를
한뒤라 몹시 지쳐있었고, 쉽게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일
어나 옷을 주워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술이라도 한
잔 하지 않으면 뜬 눈으로 밤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조용히 마
시고 싶었다.

어디서 술을 마실까, 나는 로비를 어슬렁거리다가 지하 2층의 미니 바로
갔다. 주로 내국인들을 상대로 술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1층 보다는 술값
도 저렴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러시아에서는 당시 외국인과 내국
인을 차별하여 요금을 받고 있었다.)

나는 맥주를 주문하여 혼자 마시고 있었다. 혼자 몇잔의 맥주를 마시는
것이 조용히 사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
다. 잠시후 단체 손님들이 무리지어 들어와서 자리가 부족하게 되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종업원이 권유하는 대로 앞자리의 한쌍의 남녀와 합석을 하게
되었다. 20대 초반의 그들은 한쌍의 연인으로 보였으며, 첫인상이 호감이 가
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들이 먼저 나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실례한다. 자리를 합석해도 되겠는가."
나는 손짓을 하며 앉으라고 하였다.
"좋다."
나의 양해를 받은 그들은 고맙다며 고개를 까닥거려 보인뒤 자리에 앉았
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에서 왔나. 외국인? 아니면 러시아인?"
나는 그들에게 내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남자가 대답을 해왔고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두사람 다 금발이었고, 체격도 컸으며 용모도 훤출했다.
"반갑다. 이렇게 합석을 하게 돼서 기쁘다."
나는 그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그들은 웃으면서 잔을 부딪쳐왔다. 나는
맥주를 한모금 마신 뒤 다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참 보기좋다. 연인인가?"
"그렇다."
이번에는 여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계속하여 물었다.
"모스크바에는 처음인가."
"아니다. 두번째이다."
"여행중인가."
"아니다. 우리는 대학생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곧 결혼을 할 예정
이다. 모스크바에는 일자리를 알아보러 왔다."
"그럼 공부를 더 해야 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는 경제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대학에는 휴학을 하고 왔다. 좋
은 일자리가 생긴다면 대학에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일본인?"
이번에는 여자가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목소리가 참 맑았고, 살짝 미소를
지을 때의 보조개가 섹시해 보였다.
"아니다. 한국인이다."
"오우! 코리언?"
나의 대답에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맞추면서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놀라는
시늉을 했다.
"왜 그러는가. 한국을 아는가."
"안다. 조금은"
"어떻게?"
나는 궁금했다. 모스크바 거리에는 한국의 대기업 광고탑이 세워져 있고,
J모피 등이 백화점이나 호텔에 진출해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이 아직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반가웠다.
"서울올림픽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한국을 잘 알지 못했다. 우
리는 미국의 식민지인줄 알았다."
"아아, 천만에! 독립된 국가이다."
"하하, 알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무엇인가."
"TV를 보니 너희들 나라는 매일 대학생들이 너무 과격하게 스트라이커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런가?"
"군부 독재 정권을 향한 민주화 운동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군사정권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러자 남자는 갑자기 자세를 바로하며 정색을 하였다.
"무슨 소리냐.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가 보기에는 당신들 나라의 노 대통
령이 정치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
고, 또 국민들에 의해 직접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아닌가. 우리는 그의 업적
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그것은 언론에 비쳐진 일부일 뿐이다. 한국 속담에 나무만 보고 숲을 보
지 못한다는 것이 있다. 한국의 전체 모습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으로서 부
끄러운 일이다."
나는 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 실정에 대해서 그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다 해줄 수는 없었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만 하여도 한국은 먹고 살기 어려운
나라로 알고 있었을 만큼 한국을 잘 몰랐다. 그런데 서울올림픽을 본 뒤로
는 한국이 북한 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 발전된 나라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그리고 당신들의 민족으로 현재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들
은 매우 부지런하다. 나는 그들이 우수하고 근면한 종족이라는 것을 잘 알
고 있다."
"고맙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였다. 남자는 나의 손을 받아주었
다. 여행사 가이드로 일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재미있는 일도 많이 경험
하게 된다.
이년전 나는 농촌인들로 구성된 관광단을 이끌고 뉴질랜드에 간 적이 있
었다. 그때 나는 뉴질랜드의 한 농장에서 50대 후반의 점잖은 노 부부를 알
게 되었다.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그들은 나를 보자 매우 반가워했으며, 내
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다. 그 때의 인연을 계기로
나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 그들 부부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었고,
그들은 나의 편지에 답장을 해왔다. 그 뒤로 나는 그들 부부와 지금까지 계
속해서 서로 편지를 교환하고 있다. 그들은 내년에 아시아 대륙을 여행하려
고 하는데 그때 꼭 한국을 여행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들이 한국에
온다면 최선을 다해 안내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나는 그들과 계속해서 이야기 꽃을 피었다. 러시아의 현재 경제상항과 한
국의 개발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이
데올로기 문제,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
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들의 이야기는 열기를 띠면서 매우 진지하
게 진행되었다. 나는 맥주 두 잔을 더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크라이
나 출신인 그들이 객실로 올라가 쉬어야겠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
도 자리에서 일어서게 된 것이다. 나는 그들과 대화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피곤하여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당신들 두 사람에게 즐거운 일이 있기를 바란다."
나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들은 나의 손을 잡았다.
"당신에게도 좋은 여행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손을 들어 그들과 헤어진뒤 술을 더 마실까, 망설이다가 그만 잠자
리에 들기로 하였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하여 승강기 앞으로 걸어갔
다. 그때 승강기 문이 열리면서 진순희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와 마주친 나
는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그녀는 나를 보더니 반기며 나의 팔을 잡았다.

"아, 최선생님. 잘 됐군요. 우리 술이나 한잔해요."


제9화 그녀의 유혹

"이 시간에 술 마시기에는 마땅하지 않은데..."
내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하자 그녀는 웃으면서 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염려 말아요. 술은 가지고 온 것이 있으니까 우리 객실에 들어가서 마셔
요."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향하여 나를 끌고 갔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내가 그녀의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자 그녀는 웃으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최선생을 잡아먹기라도 할까봐 그래요?"
나는 아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면서 생각해보았다. 서른 서른 살의 올드
미스라면 세상살이에서 겪을 것은 왠만큼 겪었을 나이이다. 인생의 달콤함
과 쓴맛에 대해 알만큼 알 것이며, 인생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서른 살의 여자라면 남자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것을 경험해보았을 것이
다. 남자에 대해 실연도 당해보았을 것이고, 한때는 자신을 쫓아 다니는 남
자에게 콧대를 세우기도 하였을 것이다. 남자와 잠자리도? 그래, 어쩌면 남
자와 함께 잠도 자보았겠지. 아니 어쩌면 남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쑥맥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만한 나이가 되도록 남자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그것은 그녀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유도하는 것을 보면 남자를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
다........
엘리베이터에 내리자 그녀는 말했다.
"들어가 계세요. 제가 술을 가져올께요"
"그만 주무시죠. 내일 일정도 있고 하니...."

나는 정중하게 그녀를 거절했다. 그러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어머,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지 말고 우리 딱 한잔만 해요. 네?"

"피곤하지 않으세요?"

"아뇨요! 그냥 잠이 안와서 그러니 말동무나 해요"

그녀가 계속 재촉을 해왔다. 나는 그녀와 더 이상 엘리베이터 앞에서 옥
신각신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묶고 있던 호텔에는 객실이 있는 각층마다
엘리베이터 앞에 여성들이 책상을 놓고 앉아있었다. 이들은 객실에 묶고 있
는 손님들의 서비스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호텔의 직원들이었다. 나는 이
러시아 여성의 시선을 느끼며 할 수 없이 진순희에게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러면 딱 한 잔만이에요?"

나는 그녀에게 다짐을 해두었다.

"네, 좋아요"

나의 다짐에 그녀는 고개를 까닥이며 웃었다.

"그럼 들어오세요. 제 방에도 술이 있으니까"

마침 나에게는 한국에서 가져온 팩에 든 소주가 있었다. 간혹 여행중에
잠이 안오거나 불현 듯 소주를 마시고 싶을 때 한 잔씩 하기 위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아뇨! 저에게도 술은 있어요. 제 방으로 가세요"

그녀는 웃으며 나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떠
밀려 그녀의 객실로 들어갔다. 객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여행가방을 뒤져 술
을 꺼냈다. 보드카였다. 언제 샀을까. 모스크바에 와서 산 술이었다.

"앗! 이렇게 독한 술을!"

나는 보드카를 보며 짐짓 놀라는 시늉을 하였다.

"조금씩 마시면 되죠 뭐"

하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컵을 꺼내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마
컵을 씻기 위해서이리라.

나는 생각했다.
그녀가 왜 이 늦은 시각에 나에게 술을 마시자고 했을까. 낮에 크렘린에
서 강숙희가 나에게 하는 행동을 모두 지켜보았을까. 그래서 자신도 남자가
필요해서 나를 불러들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이 시각에 나에게 무슨 용
건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이미 오늘 하루 강숙희와의 일로 이미 심신
이 피곤한 상태였다. 진순희가 나를 요구해온다 해도 나는 거절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여자를 안을 힘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슨 생각하세요?"

잠시후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며 나에게 말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나는
"어?" 하고 깜짝 놀랐다. 어느 사이에 갈아 입었는지 그녀는 속살이 언뜻 비
치는 슈미즈 차림이었다. 연분홍색 슈미즈에 의해 드러난 그녀의 어깨선이
하얗게 빛났다. 슈미즈 차림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객실에 와 있기 때문
일까. 그녀의 모습이 고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술
을 따루고 있었다. 나는 술을 따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조금만 주세요. 저는 벌써 약간 술이 오른 상태이거든요'

"그러세요. 일부러 과음하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나의 부탁에 흔쾌히 응하며 술을 따른 그녀는 나에게 잔을 건네며 건배를
제의했다. 나는 그녀의 잔에 나의 잔을 가볍게 부딪쳐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무언가 의미를 담은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술을 마셨다. 나도 보드카를
털어넣었다. 캬아! 역시 보드카는 대단히 독한 술이었다.

사실 나는 보드카가 입에 맞지 않아 잘 마시지 않는 편이었다. 아니 보드
카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양주도 체질에 맞지 않아서 오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잔에 술을 따루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몇

잔의 술을 마셨다. 그렇게 몇잔의 술이 돌자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
가 말을 하지 않고 술만 마시기에 나는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진순희씨께서는 무슨 일을 하세요?"

나는 아직도 그녀의 직업을 모르고 있었다. 나의 물음에 그녀는 "의상 디
자이너에요." 하고 선뜻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직업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짧은 침묵을 깨기 위해서 그녀에게 물은 것이었다.

"아, 그럼 강숙희씨와는...?"

"네 물론 관계가 있어요. 사업적으로 서로 알고 있어요. 때로는 동업자로
서, 때로는 경쟁자로서, 그리고 때로는 연적으로서!"

"네에 그러시군요"

나는 그녀의 말 중에 마지막 연적이라는 말을 무심코 들었다. 며칠 뒤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그녀는 실제로 강숙희와는 대단한 연적의 관계였었다.

"오늘 강숙희와는 즐거우셨어요?"

그녀가 갑자기 기습적인 질문을 해왔다.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이 여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미 두 사람의 이상한
관계를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애써 태연한 척 표정을 가다
듬었다.

"무슨?"

내가 모른척하자, 그녀는 "호호호" 하며 웃었다.

"최 선생님, 아이 왜 이러실까아. 저한테 숨기실 필요는 없어요. 오늘 낮
에 크렘린에서 강숙희가 장난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저녁에 돌아와서
최 선생님 객실에서 오래 머물렀던 것도요. 호호호.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
할 필요는 없겠죠?"

나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당황하였다.

"아니, 그 그럼?"

그녀는 다시 한 번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한테 숨기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강숙희
를 잘 알거든요. 그래서 이해할 수 있어요. 강숙희가 왜 이혼했는지 아세요?
남편이 그녀의 욕정을 다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었어요. 왠만한 섹스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거든요. 왜 그걸 유독히 밝히는 여자들 있잖아요. 호호
호. 그리고 이렇게 여자들이 해외에 여행나온 것은 한국에서 풀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잖아요?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지도 않겠어요? 해외여행단을 오래 이끌어 보셨으니 잘 아실텐데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그동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지않은 해외여행단의 가이드를 하였
었다. 그들 대부분은 비행기만 타면 이해할 수 없는 해방감에 젖어있었다.

남자들은 정력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먹으려고 환장이고, 여자들은
몸을 사리면서도 현지에서 남자들과 춤이라도 추고 싶어 안달하였다. 게다
가 굳이 그런 마음을 먹고 있지 않았더라고 이처럼 환락이 유혹하는 외국의
유명호텔에 와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속물들인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개중에는, 물론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강숙희처럼 무엇인가 기념이 될만한

썸씽을 만들기 위해 혈안인 여자들도 없지 않았다. 모르기는 해도 아마 진
희도 그런 부류에 속하리라.

나는 또한 가이드로서 이런 여행객들의 욕심을 채워주기 위해 때로는그들
이 원하는 곳을 알선하기도 하고, 스스로 그 반열에 끼어들기도 한다. 그것
은 곧 나의 직업(?)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
는 속물이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술이 오르는 듯 얼굴이 붉콰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
금전에 마신 맥주에 보드카를 섞어 마시자 술이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속이
메스꺼워지고 얼굴에 뜨거운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술을
마실 수가 없어 그만 마시겠다, 며 잔을 내려놓았다. 또한 술을 더 마시고
싶어도 그녀가 강숙희와의 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자 술 마
실 기분이 싹 가시기도 했다.

"이제 그... 그만 주무세요."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내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나는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며 휘청거렸
다. 그녀가 나를 부축하려고 일어나는 순간에 나는 그만 그녀의 침대에 무
너져내렸다.

"아, 아니 이.... 이런. 내... 내가 취했나봐요"

"괜찮아요. 천천히 나가세요. 제가 강숙희 이야기를 꺼내서 기분 나쁘셨어
요?"

그녀가 나를 바로눕히며 나를 안심시켜왔다.

"아, 아니 뭐.."

나는 말을 더듬거렸다. 나는 내 몸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
풋이 느끼고 있었다.

"아이 차암, 상관하지 않는다니까요. 그 대신 저도 즐겁게 해주시겠어요?"

진순희가 나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나는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그녀의 손길을 느끼자 다시 정신이 들기 시
작했다.

"어머머머! 호호호.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던데에...... 왜 이러실까아!"

그녀는 부끄러울게 없다는 듯 다시 나의 가슴을 안아왔다. 나는 다시 졸
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일어서려고하자 그녀가 나를 밀어뜨렸다. 나
는 보기좋게 침대 위에 쓰러졌다. 나는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슈미즈를 벗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점점 쏟
아져오는 졸음을 견딜 수가 없었다. 사물이 점점 꿈 길 속의 안개처럼 가려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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