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 도시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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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78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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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여자 >>>>
-001-
숨가쁜 힐 소리
종종걸음치는 바닥은 오전 7시 30분
분침의 흐름이 회전문을 돌린다.
콤팩트엔 어젯밤의 사랑이 묻어있고
복도 자판기엔 토악질의 뜨거운 야채슾 냄새가 나는데
펼치는 서류엔 가득 계산서가 얼굴 디민다.
Miss Kim은 덴싱간 스타킹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Miss Jung은 머리손질을 하는데
부장님 의자는 텅비어 있다.
화장실 물통 위에 감춰둔 던힐은 몇개비가 남았을까
핸드백의 성냥갑엔 '타임25시'상호
붉은색 전화기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오늘은 M-day
조심해야지, 주름이 잡히면 곤란하니까.
토코페롤 한 정을 침과 함께 삼키며
타이프를 두드긴다.
'1991년 11월 3일 날씨 흐림, 향후 1주일간 프레임 아웃이 예요...'

-002-
난파한 漁船이 이럴까,
수술대 위의 조명이 어지러워...
흔들리는 파도에 뜬 가랑잎처럼
곤두박질치다 아득히 떨어지면 어디서 들리는 물소리
한 방울 두 방울 水液이 떨어지는 걸 보네.
내 혈관 속 더러운 피는
아메바 아메바...異狀增殖 하네요.

-003-
내 몸을 보고
'마론 人形 같군.'
어떨땐 가슴을 애무하면서
'비너스의 언덕이야.'
오늘밤은 유난히 뜨겁게 呻吟하면서 吐精하더니
수표 한 장을 던지고 갔다.
모텔 창 밖으로 엔진소음이 멀어져가는 걸 들으며
다시 化粧을 하네.
그래,
난 열두 번도 더 얼굴을 바꿀 수 있어....
시나브로 낙엽이 지는 가로수길을 걸으며 바바리 깃을 치키면
어느새 차 한대 미끌어져 멈추네.
'어디까지 가십니까? 태워 드리죠.'
진한 립스틱이 말을 하지요.
'난 좀 비싸요. 그래도 괜찮다면요?'
차내 밀러를 보며 머리칼을 다듬으면
부드러운 머리카락 몇 올이 떨어지네.
가슴 깊이 새어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들어요.
'어디로든...멀리 데려가줘요.'


-004-
여자의 둔부는 영원한 능선
타는 갈증은 등신불도 참을 수 없는데
빌딩의 한 방에선 여자의 옷벗는 소리...
열개의 손가락이 절망을 움켜쥔다.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하혈하는 꿈
자정에 일어나 어딘가로 떠나야하는 여자의 가슴에선
三多의 해풍이 회오리친다.

-005-
구구구...
대학로의 비둘기 울음
그녀의 손에서 팝콘이 날린다.
떨어져 눈송이가 되면서
눈물이 된다.
서울은 인간시장,
순결의 무게는 너무 가벼워, 가벼워
흐느끼는 작약이 되어 발길에 밟히는데
무대 위에선 또 다시 옷을 벗는 여배우
지켜보는 눈...눈들이
칼이 되어 가슴에 꽂힌다.

-006-
'르노와르'의 화풍 같은
그건 아내의 나신이었어.
어디서나 여자들은 목욕하기를 즐긴다.
풀밭 위의 식사
귀족들은 정장차림이고
여자들은 모두 알몸인데
숲 사이로 새들이 날아들며 노래하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지고
낙엽은 여자의 젖가슴 위에 춤추는데
귀족들은 손가락질 하며 파안대소...
르노와르의 화풍같은
그녀의 허벅지엔 피같은 단풍 한장.

-007-
한 남자가 떠난 후
두 번째 남자가 가슴에 상처를 냈지.
세 번째 남자는 배꼽 위에 입을 맞추며
'넌 영원한 생명의 샘이야.'
'불멸의 마르지 않는 샘...'
그럼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오늘밤엔 장미 한 송이
화병에 꽂힌 카페에서 기다립니다.
샘은 말랐는데
저기 다가오는 사내는
잔 하나를 들고 다가와
날 노려봅니다.
입술을 깨물면
피가 날까요?
한잔이 안되면
한 방울이라도 드릴게요.
오늘밤엔 장미 한 송이
내 가슴에 꽃아 주신다면.

-008-
인스턴트 호박죽을 먹으며
여자는 생각한다.
인스턴트 미팅
인스턴트 연애
인스턴트 정사
인스턴트 결혼
인스턴트 생활
인스턴트 죽음...그리고 뭐가 남지?

-009-
그이의 턱밑 파르란 면도 자욱이 좋아 사랑하기로 하였다.
그이의 헌칠한 몸매가 좋아 팔짱끼고 걷기를 좋아했다.
그이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좋아 늦도록 카페에서 이야기하길 좋아했다.
그이의 즉흥적인 낭만이 좋아 동반여행을 자주하곤 했다.
그이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 좋아 단둘이 있을 땐 담뱃불을 붙여주곤 했다.
그이의 단정한 모습이 좋아 넥타이 사는 걸 즐기게 되었다.
그이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려고 약속시간을 급하게 정하기도 했다.
그이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스러
어느 날인가 적금통장을 통째로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이가 원했기에...헤어졌다.

-010-
오늘은 성당 가는 날
일주일 동안 너무 많은 죄를 졌어요.
신부님. 신부님.
어떡하면 좋아요?
아내가 있는 남잘 사랑하게 됐답니다.
그 남자는 아낼 사랑하지 않지만 버릴 수는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 그 남자의 반쪽만 사랑하고 있답니다.
어젯밤 그이는 제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어주었답니다.
'사랑해. 너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이의 사랑은 아직도 은은한 통증으로 제 가슴에 맺혀있어요.
그이가 애무한 젖 봉오리가 아직도 열이 식지 않았는데
어쩌면 좋아요?
전 내일 다시 그이를 만나기로 약속해 버렸답니다.

-011-
여자의 강물은 한없이 출렁인다.
바다로 가도 끝없이 출렁이면서
적도의 태양 아래 증기로 솟아 오른 후
다시 또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여자의 강물은 다시 흐르고
바다로 가서 여전히 출렁이다가
적도의 태양 아래 증기로 솟아오르고
다시 또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는데
여자의 강물은 변함없이 흐르고
눈물도 한없이 흐르는데
여자는 대지 위에 나신을 뻗치고
나무처럼 뿌리를 내린다.
태양의 혀가 여자의 젖을 애무하면 불꽃이 되어 끓다가
구름의 한숨이 여자의 하지를 적시면 바람이 되어 숲을 흔들고
천둥의 칼이 여자의 허리를 자르면 피를 흘리며
여자는 대지에 아이를 낳는다.
-012-
보람 아파트 13동 1312호 그 여자는
실루엣이 끝내주는 여자
몸에 착 감기는 원피스를 차려입고
어디론가 외출을 한다.
보람 아파트의 소문은 아파트 광장의 회오리처럼 빠르게 전파되어
그 여자의 치맛자락을 뜨겁게 들추어 버린다.
한 코스 버스를 타고
신촌에 내리면
알만한 카페에 들어간다는데
11동 702호 김 부장이 무심코 카페에 들렀다가
실루엣이 끝내주는 그 여자를 보았다는 소문이
보람 아파트를 들뜨게 했다지...
김 부장과 실루엣이 끝내주는 그 여자
두 사람이 어느 날 함께 1312호로 들어가는걸 누가 봤다는데
보람 아파트 13동 1312호 그 여자는
뻔뻔스럽게 오늘도 외출을 한다.
바람이 불어 원피스를 들춘다.
소문만큼 미끈한 허벅지에는
사내들의 끈적한 시선이 달라붙는다.
-013-
그래픽 디자이너 Miss Han.
미국유학을 다녀온 미모의 재원.
검은 썬글라스.
27세.
그리고.
독신녀.
Miss Han이 옷을 벗는다.
싸구려 여관방에서.
사내는.
거칠었다.
사내가 절정을 넘으며 엎어지는 순간.
Miss Han의 눈에 검은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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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을 달고싶진 않지만...
<<<도시여자>>>는 에로티시즘만을 추구하기 위해 시도한 것은 아닙니다.
인류의 절반은 여자이기에,
다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보고자 어줍잖은 시도를 할 뿐입니다.때로는
걸러지지 않은 원색적 표현이나 거친 모양새가 될지 모르지만 삼동의 친
구들의 능력(?)을 믿기에 용기내어 올립니다.
향후 100편(하하...가능하면 말입니다.)의 연작시를 계획중입니다.참고
읽어 주시면 정말로 진짜로 진정한 여자를 발견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라
고 내심 굳게 믿으면서....그러고 보니 진짜 사족이 되었습니다그려.###
((( 끝 )))
<<<도시여자>>>014~016 11/07 23:33 76 line
-014-
불감증 여인
무감동한 눈동자
그 여자는 예외없이 전철역에 나타났다.
말없이 티켓을 끊고
마네킹처럼 개찰구를 통과한다.
러쉬아워의 지하철
초만원의 객차 안에서
그녀의 원피스는 구게지고 있다.
차문이 열리고
또다시 밀려들어오는 셀러리맨들
여자는 필사적으로 손잡이에 매달린다.
하지만
여지없이 떠밀려 구석에 처박힌다.
여자의 마음은 닫친다.
누군가 여자의 둔부에 하반신을 밀어부친다.
여자는 눈을 감는다.
석녀가 되기로 했지만
참는 것은 힘들다.
문이 열리고
쓰레기처럼 토해지는 승객들 속에
가냘픈 다리가 비틀거린다.
출구로 나서며 여자는
욕지기를 한다.
출구만큼 뚫린 하늘엔
산성비가 쏟아지고 있다.
여자는 불감증
가슴은 석고질로 화해가고 있다.
코가 밟힌 구두끝에 묻은 얼룩처럼
여심도 얼룩졌다.
닦기에도 지쳐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횡단보도를 건너 사라지고 있었다.
-015-
절정에서
여자는 아미를 잔뜩 찌푸렸다.
남자는 그걸 보며 킬킬거렸다.
여자는 문득 의문이 생긴다.
---왜 웃죠? 제 얼굴을 보고 뭘 생각하는 거죠?'
남자는 옆으로 떨어져 급히 담배를 댕긴다.
달게 연기를 뿜으며 중얼거린다.
'좋았지?'
여자는 문득 가슴 깊이 뿜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진다.
---당신은 제가 이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나요? 천만에요.전 단지 뭔가 표현
해야 한다고 느꼈기에 눈썹을 찡그렸을 뿐인데요.
남자가 돌아누우며 손을 뻗는다.
'젖이 예쁘군.'
여자는 천정을 본다.
'젖을 빨때 기분이 어때?'
여자는 하얗게 웃는다.
---그런 당신은 뭘 느끼나요?
'넌 색녀야.후후...난 색남이고.끼리끼리 잘만난거지.'
여자는 더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귀를 막기로 한다.
남자는 다시 거친 숨을 뿜으며 오른다.
'이번엔 더 좋을거야.기막히게 해주지.'
여자는 황량해진다.
비 한방울 뿌리지않는 황폐한 대지...
바람이 분다...
모래가 날린다...
헐벗은 대지 위로...
여자는 화석이 되기로 한다...
한 십만년 쯤 후에는...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으며.
-016-
.
.
.
생각하는....
여자.
((( 끝 )))
<<<도시여자>>>017~018 11/09 11:41 56 line
-017-
아침의 여자
그녀의 이마는 빛나고
눈동자는 푸른색
머리에는 해초냄새가 나고
입술엔 장미꽃 향기
아침의 여자
가슴엔 사랑 하나 끌어안고
왼발을 먼저 힐에 끼우며
만남을 생각한다.
현관을 나서다 문득 생각나
거울 앞에서 입을 벌려본다.
거즈로 이빨을 손질하고
눈가를 손으로 곱게 문지른 후
핸드백을 둘러메고 나섰다.
아침의 여자가
정류소에
널렸다.
-018-
술잔에 떠오른 한숨
오마담은 시계를 본다.
밤 9시 정각
스탠드는 텅비어 있고
플로아에선 밴드가 성의 없는 연주를 한다.
한잔을 더 따른 술잔을 들어올린다.
진의 고약한 냄새
오마담은 어젯밤의 신사를 생각한다.
VIP 반병을 남기고 간 신사
오늘 다시 와서 마시겠노라 수표 한 장을 던지고 간 신사의 지친 표정이
오마담의 가슴에 걸려있다.
장미 담배를 무는데
찰칵,
은제라이터가 다가와 불꽃을 댕겨준다.
'아...'
오마담의 가슴에 불이 붙는다.
'안녕하세요?'
신사는 말없이 조용히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반병 남은 VIP를 내놓으며 오마담은 기분이 뜬다.
신사는 조용히 술을 마신다.
스탠드가 가득 찬다.
오마담은 문득 신사를 본다.
신사는 스탠드에 엎드려 있다.
오마담은 가슴이 무너진다.
밴드는 로우라를 연주하고
오마담의 가슴엔 비가 내린다.
새벽 2시,
오마담은 신사를 부축하고 나섰다.
한성호텔 303호,
'미안해.마담.'
신사의 중얼거림을 가슴에 가득 끌어안으며
오마담은 시트를 움켜쥐고 있었다.
신사의 뜨거운 체액을 받아들이며
오마담은 홍곤히...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끝 )))
<<<도시여자>>>019~024 11/12 09:26 169 line
-019-
배꼽 아래
한 뼘
헝클어진 숲
온천이 솟는다.
대지에 귀를 대면
수맥이 구비치는 소리
어머니의 젖이 흐는 강
구릉을 지나
엎어지면
높새바람이 한 풀 꺽이며
구름을 풀어놓는다.
여자는 두 팔로 세상을 가두고
남자는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발톱을 세우지만
대지의 가슴은 뜨겁게
남자를 포식해 버린다.
2030년
여자는 우주를 잉태한 채 자전하고
남자는 미아가 되어 궤도권을 이탈하고 있다.
궤적을 벗어나 끝없이 항해하다가
문득 한 자리
동심원을 그리며 돌아오면 그곳에
한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있다.
흐르는 강
남자는 방향을 잡지 못한채 빙빙...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배꼽 아래 한 뼘
숲은 잠들고
온천은 뜨겁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020-
가을 앓는 여자
상처난 가슴엔 무성한 억새풀이 지금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누가 없나요?
고독은 한밤중에 북천에서 회오리치며 창문을 두드리죠.
늦게 뜨는 태양도 잔인하게
마음을 돌리고 주질 않죠.
누가 없나요?
따뜻한 커피 한 잔
뭉클한 말 한 마디
이 가을엔 모두 돌아서고 있네요.
누가 없나요?
거리를 뒹구는 낙옆
금간 보도블럭 위를 밟으며 어디론가 가곤 있지만
나에겐 끝내 등만 보이는계절
누가 없나요?
텅 빈 방
썰렁한 시트를 끌어당기지만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순 없네요.
천장의 조m잗 길게 한숨 쉬죠.
액자 속의 여름은
벌써 기억에 희미해 졌어요.
누가 없나요?

그런 사람 없나요?
누가 없나요?
이 가을을 함께 앓고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람 없나요?
-021-
촛불을 댕기네.
스물 하나의 비망록
눈물같은 촛불을 켜네.
그날 밤
스물 하나의 육체는 성문을 열었지만
잔인한 기사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네.
촛불은 눈물 흘리네.
스물 하나의 젖봉오리는 양초처럼 탔지만
기사는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네.
스물하나의 비망록을 덮으며
가시 돋친 장미가 되어 스스로 꽃잎을 벌리며
이젠 거리에서 유혹의 향기를 뿌리네.
......
알콜의 순도가 높을 수록
육체의 발효도는 뜨거웠네.
스물 하나의 염증은 종양으로 뿌리내리고
기사를 위한 칼 한 자루 숨기기 시작했네.
촛불을 댕기네.
한숨에도 날려갈 불꽃 아래서
스물 하나의 하얀 손이 칼날을 잡았네.
가녀린 장미의 손목
스물 하나의 짧막한 신음과 함께
붉은 장미송이가 후두둑...
비망록 위로 수를 놓았네.
스물 하나의 알몸 위에 순결의 백포를 씌워줘요.
촛불은 스물 한 개
불을 댕겨 주세요.
불을 댕겨 주세요.
-022-
'안돼요.부장님...'
'안돼요...'
'이러시면 정말 안돼...'
Miss Ahn은 바람소리를 듣는다.
맞은편 거울 속
구게진 시트 위에 아무렇게나 널린 육체가 식민지처럼 누워있다.
거울 속의 Miss Ahn은
이미 내가 아니다.아니다.아니다.
뜨거운 증기 속
샤우어를 맞으며
Miss Ahn은 새로 태어난다.
비누거품은 비너스의 언덕을 흘러내려
망각의 계곡으로 쏟아진다.
타월로 머리를 털면서
Miss Ahn은 거울을 본다.
화장을 정성껏 하는 동안
과거가 슬로모션 되고 있다.
머리를 빗겨주는 어머니
내 어머니의 늙은 얼굴이
마스카라에 지워지면서 잔상만 남기고 사라진다.
파운데이션을 두드리는 동안
성인이 되던해 화장품 셑을 직접 손에 쥐어주시던 아버지가 잠깐
떠올랐다 사라지고 있다.
Miss Ahn은 고개를 숙여 본다.
무릎 위에 찍혀 있는 이빨자국.
대일 밴드를 살짝 눌러 붙인후
스토킹을 꿰입는다.
-총무부 Miss Ahn 기획부로 이동.
이동명령서를 받아든 Miss Ahn의 얼굴에는
아주 낯선 미소가 떠올라 있다.
예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그런 미소가.
-023-
매춘이 죄라면
매매춘은 죄가 아닌가요?

-024-
산삼 먹은 영감님은
인삼을 좋아 하신다.
인삼 중에도 고삼을 더욱 좋아하시고
고삼보다 중삼을 더 즐기신다는데
요즘은 단속이 심해 중삼도 고삼도 귀하단다.
영감님은 비서를 호출해서
'요즘 몸이 안좋아.뭐 좋은 약 없을까?'
비서는 한 마디면 알아듣는다.
'알겠습니다.그럼 오늘 저녁엔 영계백숙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랜저 V3.0이 멈춘 곳은
병원도 한의원도 아닌 곳
조명을 낮춘 밀실에서
영감님은 침을 삼키고 있다.
문이 열리고
약탕기가 들어왔다.
영감님이 보기에도 먹음직한 보양탕인데
'안녕하세요?전 14살이예요.'
영감님의 배꼽 아래서드디어 원기가 솟았다.
'허허...이리 가까이 오너라.어디 보자.'
보양탕은 고개를 들었다.
'억...아니 넌...?'
영감님이 쇼크로 쓰러진 그날 밤 14살 손녀는 이태원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채 부풀지않은 가슴을 반쯤 플어제치고
아까부터 계속 눈짓하고 있는 신사를 향해 허리를 빠르게 좌우로 흔들
어 대고 있었다.
---저 중삼인데요.몸이 안좋으시면 보신 한번 하세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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