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2080년의 사랑 [20,21/26](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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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89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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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목 : ♣ 2080년의 사랑 ♣ 지상 세계의 섹스 -1

진규는 몇 일이 지나도록 꿈속의 데이트 프로그램에 자신의 벗은 모습을
입력시키지 않았다.
그사이 정미는 몇 번인가 전화로 재촉했지만 진규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자신의 개성이 위원회가 만들어낸 프로그램대로 어떤 날은 난폭한 지미가 되고
어떤 날은 어설픈 톰이 되는 것이 싫었다.
정미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진규는 사랑의 용사 중 그 어느 누구도 될 수가 있었다.
쾌락은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자신을 정미는 의식 속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진규 자신도 미미의 성격으로 변한 정미를 만난 이후로 꿈속의 데이트를 더 이상
찾지는 않았다.
물론 정미에게 의식 속에서 만난 사실을 털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규의 생각과는 다르게 수중 도시 남녀들의 관심은 꿈속의 데이트에 모두
빠져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었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는 꿈속의 데이트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오전에 정미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언짢은 진규에게 경태가 찾아왔다.
일본에서의 경험 이후로 경태와는 이렇타 할 이유 없이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바쁘냐?"
"아니, 웬일이야 이 시간에?"

"저녁에 약속 있니?"
"아니 왜?"

"일본에 있는 형석이가 저녁에 놀러 온데."

경태의 말에 진규는 그 동안 이따금 떠오르던 지상 세계의 여자 얼굴이 떠올랐다.

퇴근 시간에 공장 입구를 나서던 진규와 경태는 공장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형석을
보았다.

진규는 형석과 인사를 끝내고 앞장서서 클럽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지난번 형석의 호의에 이번에는 진규가 답례를 하려고 하였다.
그 동안 시스템에 들어있던 형석이 건네준 두 개의 파란색 에너지 원을 볼 때마다
수중 세계의 관습의 틀을 깨고있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그같은 대접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친구는 물론이고 부모 사이에도 어딘 가에서 필요한 음식이나 물건이 있을 때는
각자의 에너지로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수중 도시의 관습이었다.

클럽에 들어서자 요란한 음악이 들려오고 있었다.
일행은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않았다.

진규는 클럽의 벽면에 수 십 개나 설치된 유리 상자에서 간단한 음식의 버튼을
눌렀다.
진규는 같은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하여 일행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그럴듯한
음식상을 마련하였다.
형석에게 얻은 에너지를 모두 소비할 요량으로 많은 음식과 술을 테이블 가득
차려놓자 클럽 안의 시선이 진규 일행에게 쏠려 있었다.

"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형석은 진규가 벌려놓은 상차림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부족하시면 얘기하세요,
아직도 한참을 꺼내와도 형석씨가 주신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기에는 이 클럽의
수준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형석은 진규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일행들은 잠자코 음식을 먹으며 스테이지 앞에서 몸을 흔드는 젊은 남녀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춤을 추는 남녀들 중에는 옆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잠깐씩 상대방의 은밀한 신체를
건드리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어차피 수중 도시의 사람들은 상대방을 의식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같지도 않았다.
진규 일행은 식사를 끝내고 술을 마시면서도 말이 별로 없었다.
진규는 형석이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곳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군요,
한때는 저도 이 클럽을 많이도 들락 꺼렸는데..."

형석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말을 하였다.

"변할 것이 없죠,
이곳이 변하려면 위원회의 정책이 바뀌거나 남녀의 규제가 완화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야 어디 바뀌겠어요."

경태는 시선을 구석진 어두운 곳에서 순간 접촉을 시도하려고 서로의 몸을
흥분시키고 있는 남녀에게 두고 말을 하였다.
진규는 경태의 시선이 가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좀 전에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던 남녀가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바지를 내리고 곧추선 성기를 여자 앞에 내밀고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남자의 앞에 서있는 여자는 짧은 가죽 치마를 가슴까지 뒤집어 올리고 자신의
사타구니에 손을 넣어 비벼 데고 있었다.

진규는 눈을 돌려 형석을 쳐다보았다.
클럽에 들어서면 순간의 쾌락을 위하여 처음 본 상대와 마음이 통하면 구석진
자리나 화장실 입구 아니면 계단 근처에서 순간 접촉을 벌리는 남녀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어떤 날은 술기운에 30초의 시간을 초과하여 에너지가 일시에 날아가 버린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형석은 앞에 놓인 술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진규는 형석이 빨리 입을 열었으면 하였다.
어쩐지 형석은 진규의 조바심을 알고있는지 뜸을 들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저..제가 오늘 이렇게 진규씨나 경태씨에게 놀러온 이유는..."
"잠깐만..."

진규는 형석의 말을 가로막았다.

"저..화장실에 좀 갔다 온 뒤에..."

진규는 형석이 입을 여는 순간에 갑자기 소변기를 느끼며 지상 세계 여자의 벗은
몸이 눈앞에 보였다.

[21] 제목 : ♣ 2080년의 사랑 ♣ 지상 세계의 섹스 -2

형석의 목소리에는 조금 격앙된 기운이 서려있었다.

"위원회의 새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앞으로 수중 도시의 전체 인구가 줄어들 공산이
큽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지금의 젊은 남녀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의식 속에서 만날 수
있기에 구태여 위원회가 짝지어주는 상대와의 결혼을 멀리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어날 새 생명의 격감을 의미하고 있는 겁니다,
위원회는 예산을 줄이는 방법의 일원으로 신생아의 수를 줄이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규는 형석의 말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새 프로그램에 진규 나름대로 의심을 품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제 두 분이 저희 연구소에 근무를 하시기로 하였으니 우리 함께 큰 일을 하는데
서로 노력합시다."
"큰일이요? 무슨..."

"그것은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형석은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석이 떠나고 진규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결정을 정미에게 알려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미리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진규는 형석에게 연락이 오는 데로 정미에게
이야기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공장에 출근한 진규는 전혀 낮 설은 사람을 발견하고 의아심을 가졌다.
낮 설은 사람은 다름 아닌 진규와 경태의 후임자 였고 두 사람은 일본의 지질학
연구소로 발령이 나있는 상태였다.

진규는 너무도 빠르게 처리된 자신들의 발령에 혀를 내둘렀다.

진규와 경태는 공장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못돼서 두 사람은 형석이 근무하는 연구소에 들어섰다.

형석은 두 사람을 반기며 마침 소장인 하시루가 지상 세계에서 돌아와 있으니
인사를 시키겠다며 두 사람을 하시루의 방으로 안내했다.

하시루는 진규와 경태를 오래 전부터 알고있던 사람처럼 환대해 주었다.
하시루는 작은 키에 왜소한 체격을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두 분에 대해서는 형석씨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함께 열심히 일해 봅시다."

하시루는 간단하게 연구소의 근무 형태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였다.

"참, 두 분은 지상 세계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요?"
"네, 아직..."

"그럼 오늘 마침 지상 세계로 여자들이 돌아갑니다,
형석씨와 함께 지상 세계에 다녀와 보는 것이 좋을 듯 하군요,
어떠세요 무슨 약속이 있습니까?
지상으로 나가면 적어도 이 삼일은 걸릴 것 같은데..."
"약속은 없습니다."

"그럼 됐어요, 함께 다녀오시죠,
지상 세계를 이해 하셔야 여기서 일하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시루의 성격은 간단하고 명쾌한 것 같았다.
진규와 경태는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정신이 없었다.
연구소의 구석진 방에는 지상으로 옮겨질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상자들은 뚜껑이 열려져 있었고 크기는 작은 것은 어린아이가 들어가 누울만한
크기였고 큰 것은 성인이 들어가 드러누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크기였다.

형석은 진규와 경태의 시스템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옮겨주고는 목록이 적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었다.
목록에는 다양한 물품이 적혀 있었다.
보관이 용이한 마른 고기도 있었고 간단한 음식들의 종류가 수도 없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진규와 경태는 상자들이 놓여있는 구석진 방의 벽면에 설치된 유리상자에서 종이에
적힌 메뉴를 눌러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였다.

공장에서 유리상자로 신속하게 전달된 음식은 형석이 진공 포장기계로 일일이
포장을 하였다.
진공 포장된 음식은 앞으로 서너달을 보관하여도 변질이 되질 않는다고 형석은
귀뜸을 하였다.
진규와 경태는 한참을 유리상자에 매달려 있었다.
방안은 순식간에 잡다한 물건과 음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형석의 지시로 두 사람은 방안 가득한 물품을 뚜껑이 열려진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담았다.
물품은 커다란 상자를 4개나 가득 채울 수 있는 많은 양이었다.

물건이 채워지자 형석은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뚜껑 위에는 지질학 연구용 샘플이라는 문구와 접근을 불허하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뚜껑에는 자물쇠가 있어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있었다.
뚜껑의 손잡이에는 작은 번호 판이 있어 비밀 번호를 눌러야 뚜껑이 열리게
되어있었다.

한 개의 상자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한 개의 상자는 지상에서 내려온 여자가 들어가 누울 상자라고 형석이
가르쳐 주었다.
상자의 안에는 다른 상자와 다르게 산소 공급장치도 부착되어 있었다.

형석은 두 사람을 자리에 남기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형석은 고개를 숙이고 형석의 뒤를 쫓아오는 여자와 함께 방으로
들어섰다.

"자, 이리 누우세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여자는 상자에 들어가 눕는 것에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형석은 여자를 쳐다보며 안심하라는 뜻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자는 천천히 상자에 들어가 똑바로 드러눕고 있었다.
여자의 눈과 진규의 눈이 허공에서 잠깐 마주쳤다.
여자의 눈은 공포심에 떨고 있었다.
진규는 형석이 그랬던 것처럼 여자를 향하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왠지 몰라도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여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보이고 여자는 각오를 했는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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