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랑(狼) 第15章 여우와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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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05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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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5 章 여우와 늑대

하얀 피부다.
감히 인간의 살결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희고 투명한
피부는 손이라도 대면 하얀 분가루가 묻어날 듯 뽀얬다.
여인은 아름다웠다.
만약 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흔히들 여인의 아름다움을 비교
할 때 사용하는 꽃과 같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여인을 모독하
는 것이리라.
특히 심혼(心魂)을 사로잡는 것은 그녀의 눈[眼]이었다.
어떠한 남자도 그녀의 깊고 서늘한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발 아래 무릎을 꿇고 발등에 입을 맞출 것이다. 그러나
그 여인 앞에서 당당히 허리를 편 채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 천뇌신설(千腦神舌) 만자량(萬子亮)!

이제껏 백의성이 흑마성의 마풍(魔風)에도 불구하고 꿋꿋하
게 백도무림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의 존재 때문이
라는 평가를 받는 백의성의 군사(軍師).
바로 그였다.
문득 천뇌신설의 입이 열렸다.
"매염방(梅艶芳), 너는 갈수록 아름다워지는구나...... 널 키우
고 네가 자라는 것을 지켜본 나조차도 이제는 너의 아름다움
에 두려움을 느껴야 할 정도이니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의부(義父)님."
여인은 천뇌신설을 향해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헌데 지금 매염방이라 했는가?

― 구미호리(九尾狐狸) 매염방(梅艶芳)!

흑마성 팔대천마 가운데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다.
혈미인(血美人) 묘묘(苗苗)와 구미호리 매염방이다.
헌데 지금 그 중 구미호리 매염방이 천뇌신설 만자량과 함
께 있는 것이다. 서로 적인 두 사람이 말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매염방의 입에서 나온 호칭이었다.
의부(義父)!
이 호칭은 양딸이 양아버지에게 칭하는 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빙그레!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구미호리는 느릿하게 의자에서 몸을 일
으켰다.
사락...... 사락......
그리고는 우아하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알맞게 솟아올라 탱
탱한 탄력감을 느끼게 하는 젖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치맛자락
을 가볍게 흘리며 화장대로 갔다.
그녀는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칼이 빗질에 다듬어
질 때마다 상큼한 머리 향기가 나풀거렸다.
말없이 빗질을 하던 그녀는 문득 거울 속으로 보이는 천뇌
신설에게 시선을 주었다.
"오늘밤도...... 그냥 가실 건가요?"
천뇌신설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거울 속의 그녀를 응시
하면서 양팔로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구미호리는 가만히 앉아 거울을 통해 천뇌신설을 바라볼 뿐
이다.
천뇌신설은 말했다.
"내게 있어 너는 특별한 존재다. 양녀(養女)이기도 하고, 제
자(弟子)이기도 하며...... 어떤 때는 정인(情人)이었다. 너는 내
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에 내게 있어 한 줄기 빛이고, 희망
이었다."
"그만!"
구미호리는 빗을 내던지며 빗 대신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
았다.
"그만! 왜 항상 그렇지요? 왜?"
그녀는 손바닥으로 귀를 막았다.
"난 당신의 양녀가 아니에요. 난 당신의 제자는 더더욱 아니
에요. 난...... 난 당신이 여인이고 싶단 말이에요!"
구미호리는 머리를 화장대에 대며 울먹였다.
"난...... 난 당신을 사랑해요. 어렸을 때, 배가 고파 만두 하
나를 훔친 대가로 순결을 빼앗겨야만 했던 그 시절, 고기 한
점에 다리를 벌려야 했고 도대체 몇 명의 사내가 내 배를 지나
갔는지 모른 채 오직 배만 곯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그때
당신은 내게 따뜻한 손을 뻗어 주셨어요. 그리고 나에게 무공
을 가르쳐 주셨고, 세상 남자들을 굴복시킬 수 있는 교태를...
.. 그 어떤 사내라 하더라도 내 미소 앞에선 무릎을 꿇게 되는
그런 무서운 복수의 길을 가르쳐 주셨어요."
"......!"
"차츰...... 차츰 세상과 사내들에 대한 복수를 갚아가면서 난
...... 난 당신의 양녀로, 제자로 남는 게 싫어졌어요. 난......."
벌떡!
구미호리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빙글 교구를 돌
려 천뇌신설을 직시했다.
"난 더 이상 당신의......."
짝!
구미호리의 뺨이 옆으로 휙 돌아가며 눈썹에 묻어 있던 눈
물이 흩날렸다.
천뇌신설은 싸늘하게 굳어진 얼굴로 구미호리를 향해 말했
다.
"매염방, 잊지 말아라...... 너의 임무를......!"
빙글!
천뇌신설은 찬바람이 나부낄 정도로 차갑게 몸을 돌렸다.
그는 문을 나서며 한 마디 던졌다.
"넌...... 변함이 없는 나의 희망이다. 더도 덜도 아닌...... 그
뿐이다."
쾅!
문이 닫히고, 더 이상 천뇌신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

"오홋홋홋홋......!"
방안으로부터 들려오는 웃음에 야랑은 흠칫했다.
야랑은 검미를 찌푸렸다.

― 이 웃음은 뭐지? 더럽게 요사스럽겐. 헌데 상처 입은 여우
의 웃음처럼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웃음이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방 안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야랑의 눈에 의혹이 일어났다.

― 저게 뭐 하는 짓이지? 별 미친 것 다 보겠네.

방 안에는 구미호리 혼자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야랑은 그 광경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내 구미호리의
살인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여...... 여우다! 저건 천 년 묵은 여우다!

황야에서 자란 야랑의 눈에조차 아름다운 미(美)의 여신(女
神)처럼 보이는 여인.
구미호리 매염방의 그 처절한 아름다움에 야랑은 길게 숨을
가다듬었다. 채약란과 비견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
을 구미호리는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야랑은 입을 쩍 벌렸다.

― 뜨악!

벗는다.
구미호리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야랑은 눈에 빛을 발하며 문 옆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 괜찮군. 짝짓기를 위해 미리 가죽을 없앤다 이거지. 그럼
가죽을 전부 없애 버릴 때까지 기다려 볼까?

사라락......
구미호리가 손을 움직여 옷의 앞섶을 벌려 어깨 바깥으로
웃옷을 흘려 내리자 옷은 살결을 타고 미끄러지듯 발 아래까
지 내려갔다.
그러자 사슴처럼 긴 목과 완벽한 균형을 갖춘 채 탄력이 넘
쳐 보이는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 손에 쥐면 다 모자를 것 같으나 결코 크지도, 작지도 않
은 적당한 크기의 젖가슴, 그리고 그 위에 사내를 이미 느끼고
있는 듯한 검붉은 적포도알 같은 젖꼭지는 수줍게 솟아 있었
다.
구미호리는 자신의 손으로 젖가슴을 받쳐들다간 손가락 사
이의 젖꼭지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자 두 개의 젖꼭지는 금
방 성이 난 듯 팽팽하게 곤두섰다.
그 광경에 야랑은 침을 꼴깍 삼켰다.

― 죽인다. 암컷이 젖꼭지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보는게 이렇게
심장 뛰는 것일 줄은 예전에 몰랐다. 잘 봐두었다가 약란이에
게 가르쳐야지. 나도 약란이에게 매일 배울 게 아니라 가르칠
것이 있어야 해. 그럼 약란이도 좋아할 거야.

순진하다고 할까, 아니면 멍청한 것일까?
어찌되었건 야랑은 하나도 잊어먹지 않겠다는 양 구미호리
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뇌리에 새겼다.
한동안 자신의 젖가슴을 애무하던 구미호리는 길고 가느다
란 손가락을 놀리며 배를 쓰다듬다가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지극히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그 동작 속에는 사내의 피를
말리는 염기(艶氣)가 속속 스며 있었다.
그녀는 치마와 속옷까지 한꺼번에 벗었다.
나신(裸身).
신비하리만치 희고, 유리알처럼 매끄러운 알몸이 반짝이며
드러났다.
그녀의 나신은 아름다웠다.
울창해 숲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신비지대 속에 숨어 있는
여인의 비밀지문(秘密之門)을 감싸고 양 허벅지에서 갈라져 작
은 발까지 단숨에 이어지는 매끄러운 하체......
실로 그것은 보기만 해도 눈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아아...... 자량(子亮)...... 아시나요? 내 몸이 당신을 애타게 그
리는 것을......."
구미호리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달뜬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물살에 흔들리
는 해초(海草)처럼 손을 움직였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검은 방초가 우거진 숲이 헤쳐지고, 손
가락은 비밀의 문 안을 멋대로 드나들었다. 그때마다 비밀의
문은 촉촉한 이술을 머금었다.
실로 자극적이고도 묘한 동작이었다.
야랑은 그녀의 나체를 감상하다가 문득 기이한 느낌을 받았
다.

― 윽! 아랫배가 부풀어 오른다!

침이 마르고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숨이 가빠왔다.
하체가 뜨거워지면서 혈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그대로 달려들어 구미호리를 품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밀려
왔다. 그의 눈은 이글이글 욕정으로 불탔다.
구미호리는 춤을 추고 있었다. 한 마리 외로운 학(鶴)이 하
늘을 향해 날개를 펴듯, 현란한 나무(裸舞)를 추고 있었다.
부드럽게 시작된 춤이 시간이 흐를수록 격렬해지면서 마치
남녀(男女)가 교합하는 듯한 자세로 변해 인간의 욕망을 무섭
게 충동질하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파도를 친다.
허리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덩달아 젖가슴이 출렁인다.
붉은 입술 사이로는 연신 달뜬 교성이 새어나오고, 두 눈은
게슴츠레 떠진 채 무엇인가를 쫓듯 몽롱했다.
어느 때는 개처럼 엎드린 채 엉덩이를 한껏 쳐들고 두 다리
사이로 오른손을 넣어 비밀의 문을 스스로 학대하고, 어느새
일어나 나비가 너울너울 날개짓을 하듯 팔을 흔들며 발을 사
뿐사뿐 옮기는데 그때마다 비밀의 문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거
듭한다.
무서운 유혹을 지닌 나무(裸舞).
돌부처도 가운데가 벌떡 일어날 무서운 염기를 지닌 춤이었
다.
야랑은 절로 애간장 녹아나는 것만 같은 신음성을 흘려냈다.
크르르......

― 갖고 싶다. 안고 싶다. 저 암컷, 먹고 싶다.

그때였다. 돌연히 야랑의 뒷머리를 때리는 한 소리의 싸늘한
교성이 울려왔다.
"흥! 그만큼 보았으면 이젠 관람료를 지불하는 게 어떠냐?
물론 관람료는 네놈 목숨이다."
쏴아아아아......
그와 함께 그물이 던져지듯 구미호리의 손 끝에서 수천 개
의 수영(手影)이 일어났다.
천수겁장(千手劫掌)!
그녀가 상대방에게 죽음을 선사할 때 펼쳐진다는 손그림자다.
손그림자는 수천 개의 작은 비수처럼 날카로웠고, 수천 개의
갈고리처럼 한 번 걸리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죽음의 덫이었다.
그것이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야랑을 덮어 씌워 버렸다.
순간, 야랑은 포효했다.
카항!

― 보라고 발가벗고 지랄 발광할 때는 언제고 이젠 날 죽이려
고? 암컷! 가르쳐 주지. 날 죽이려면 호랑이가 먹이를 노릴
대 최선을 다하고, 조용히 걸어 다가가듯 그렇게 은밀히 손을
썼어야 했다. 지금처럼 요란을 떨면 날 죽이긴커녕 네가 죽는
다!

번쩍!
한 줄기 빛이 허공을 스쳐간다 싶더니 야랑은 빽빽한 손그
림자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더니 저만치 물러나 그녀
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구미호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강하고 빠르다. 이제껏 천수겁장을 펼쳐 죽이지 못한 상대가
없었는데, 대체 이 발가숭이 사내는 누구지?'
크게 놀란 구미호리와는 달리 야랑은 싱긋 웃었다.
"나 바빠...... 돌려, 엉덩이......."
구미호리는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돌려 엉덩이?'
도대체가 이런 인간은 처음이었다.
발가벗은 몸으로 뛰어 들어온 것도 그렇고, 자신의 섭혼나염
무(攝魂裸艶舞)를 보고도 이성을 잃지 않은 것도 그러했고, 천
수겁장 속을 유유히 빠져나간 것도 그러했다.
헌데 이제 와서 자신보고 엉덩이를 돌리라니?
흑마성 팔대천마 가운데 일인이요, 웃음 한 번에 사내를 무
릎꿇게 하고, 손짓 한 번에 사내들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자신
의 치마 아래 노예가 되길 자청하는데 마치 싸구려 창녀를 대
하듯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말을 더듬거리며 대뜸 반말을 지껄
인다는 점이다.
구미호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건방진 놈! 제법 한 수를 지닌 듯하지만 이젠 얘기가 다를
것이다."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구미호리는 오른손을 활짝 편 채 부챗살처럼 흔들었다.
다섯 손가락 끝에서 순간적으로 붉은 기운이 발출되면서 그
것은 곧 섬광(閃光) 같은 속도로 야랑을 향해 쏘아진 것이다.
야랑은 뭐 대수냐는 식으로 경시하다가 다섯 줄기의 기세에
격중되어 사납게 나뒹굴었다.
우당탕...... 쿵!

― 크헝! 더럽게 아프다!

야랑의 가슴엔 선명한 다섯 개의 지흔(指痕)이 새겨졌다.

― 으헉! 가죽에 구멍날 뻔했다. 열 받는다!

벌떡 일어난 야랑의 두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그 모습을 본 구미호리는 역력히 놀란 표정이었다.
'믿을 수 없다...... 소명귀음지(素冥鬼陰指)에 격중되고도 살
아나는 인간이 존재하다니.......'
그러나 야랑은 그녀의 경악과는 아랑곳없이 스산한 눈빛을
발하며 중얼거렸다.
크르르......

― 옷 벗고 지랄발광을 할 때 확 덮쳤어야 했는데 눈요기 좀
했다고 내 몸에 손톱 자국을 냈다 이거지. 암컷!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나 화났거든!

야랑의 전신에서 무서운 기세가 마치 구름처럼 일어나며 주
위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구미호리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
'당금 천하에서 내 무공을 받아낼 자는 흔치 않다. 강호에 이
런 놈이 나타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구미호리는 재빠르게 야랑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야성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내다. 이런 사내를 호위(護衛)
로 쓸 수만 있다면...... 무공도 쓸만하고, 몸도 그럭저럭 괜찮
군.'
그녀는 야랑의 분노한 모습을 보면서 야릇한 이채를 발산했
다.
'이렇게 된 이상 귀부(鬼府)의 무공을 써서라도 놈을 내 노
예로 만들 수밖에 없겠군.'
그녀는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야랑을 자기의 말이라
면 꼬리를 흔드는 뭇 사내들과 같이 생각한 그 오해가 불러온
것은 너무나도 컸다.
구미호리는 눈웃음을 쳤다.
"당신은 날 원해 이곳에......."
그녀의 눈웃음과 교성은 이어지지 못했다.
카항―!
산중을 포효하는 맹수의 울부짖음과 같은 외침이 야랑의 입
에서 터져나옴과 동시 그는 오른 무적을 구미호리의 복부에
깊숙이 꽂았다.
퍽!
"으윽......."
구미호리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그녀의 몸은 새우
처럼 구부러졌다.
구미호리는 무엇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너무도 고통스러운
지 그대로 허물어지듯 야랑의 품으로 쓰러졌다.
야랑은 구미호리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콰다당!
꼴상 사납게 쓰러진 구미호리의 입가에는 실낱같은 핏물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또 하나의 뇌쇄적인 충동을 일
으키게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힘없이 눈까풀을 열어 야랑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
다.
"너......."
"크르르...... 엉덩이...... 들어......."
"죽일 놈......."
그러나 구미호리의 음성은 이어지지 않았다. 아니 이을 수
없었다. 공을 차듯 야랑의 발길질이 쉼도 없이 배, 옆구리, 등,
가슴에 마구 쏟아지는데 어찌 입을 열 수 있겠는가?
퍽! 퍼퍼퍽!
"윽!"
구미호리는 눈 앞이 노래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반항을
하려 했지만 사지백해가 마구 뒤틀려 도무지 힘을 모을 수 없
는 상태였다. 내공도 끌어올려지지 않았다.
한동안 신나게 매타작을 하던 야랑이 씩씩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발길질을 멈췄다.
"크르르...... 인간 세상 암컷 많아...... 너 아니라도 예쁜이 많
아......."
말과 함께 야랑은 부서져라 구미호리의 젖가슴을 움켜쥐었
다.
"윽......."
고통에 구미호리의 허리는 활처럼 팽팽하게 휘었다.
헌데 이상하게도 젖가슴이 깨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도 이제
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쾌감이 그녀의 신경을 타고 세
포 깊숙이 젖어 드는 게 아닌가?
'이 사내...... 다른 사내들과 달라...... 잘못 생각했어. 놈은 완
전히 야수(野獸)야!'
그러면서도 온몸에 스믈스믈 퍼지는 이 쾌락은 또 무엇인가?
'부서지고 싶어. 차라리 이 사내에게 완전히 부서져 나란 존
재를 잊고 싶어. 몰랐어. 사내에게 학대당하는 것이 이토록 뜨
거울 줄은.......'
이건 생각지도 못한 변화였다.
천뇌신설 만자량에게 거두어진 이래, 그에게 사내를 유혹하
는 갖가지 교태와 방중술을 익힌 이래 그녀는 사내들 위에 군
림해 왔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벌레처럼 한 사내에게 짓밟히고 있다.
화가 나고, 살기가 일어나야 정상이거늘 어이해서 몸이 달아
오르는 것일까?
'허억!'
구미호리의 눈이 하얗게 뒤집어졌다.
야랑의 거친 손이 젖가슴을 쥐어뜯다 못해 비틀어 버린 것
이다. 젖가슴이 통째로 뽑혀져 나갈 것만 같은 고통이 엄습해
왔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몸은 더욱 달아올랐다.
"하아......."
구미호리는 신음했다.
그녀의 달뜬 신음에 오히려 멍청한 표정을 짓는 쪽은 야랑
이었다.

― 어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난 암컷을 혼내 주고 있는데
이 암컷 완전히 발정이 나 버렸잖아?

야랑은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 너도 짝짓기를 원한다 이거지? 좋아, 그럼 멋지게 놀아 보
자.

빙그르!
구미호리의 몸이 뒤집어졌다.
달덩이 같은 하얀 엉덩이를 높이 쳐든 채 엎드린 그녀의 배
후에서 야랑이 우람한 상징을 거침없이 비밀의 문 안으로 진
입시켰다.
"컥!"
구미호리의 눈이 부릅떠졌다.
'멋져! 애무도 없이 단숨에 박차고 들어오다니......!'
박력있어 좋았다.
다른 사내들 마냥 자기 몸을 깨질 새라 조심스럽게 다루는
게 아니다. 마치 강간을 하는 자처럼 그는 거칠게 그녀를 공격
했고, 그녀는 자신이 강간을 당하는 여자가 된 듯한 착각을 받
았다.
'아...... 이 사내, 놓치지 않을 거야!'
잃어버린 쾌락(快樂)!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사내들을 침대 위로 끌어 올렸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쾌락을 주지 못했었다.
하지만 야랑은 달랐다. 달라도 한참 달랐다. 단지 진입했을
뿐인데 지난 수년 동안 잊고 살아온 정사(情事)의 황홀경을 맛
보고 말았다.
구미호리는 야랑이 더욱 자신을 학대해주길 바랬다.
"흐으응...... 어서 더 깊이...... 날 죽여줘요......."
말울음과 같은 코맹맹이 신음에 야랑은 허리를 한 번 거칠
게 찍었다.
"컥! 이건...... 몽둥이야!"
정사(情事)는 격렬했다.
야랑은 구미호리를 철저하게 파괴하려는 듯 조금도 늦춤이
없이 거칠게 그녀를 다루어나갔다.
구미호리는 신음했다. 그녀는 흐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애원
하듯 말했다.
"죽고 싶어...... 죽여 줘......."
야랑은 더욱 더 철저하게 그녀를 다루었다.
찰싹!
야랑의 손바닥이 떡판을 치듯 구미호리의 엉덩이를 힘껏 내
리쳤다. 하얀 엉덩이에 빨간 손도장이 찍혔다.
구미호리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픈 가운데 찌릿하게
번지는 쾌락에 엉덩이를 마구 돌렸다.
"때려 줘! 자근자근 밟아!"
야랑은 말을 탄 듯, 채찍으로 말의 엉덩이를 때리며 더 빨리
달리라고 재촉하듯 찰싹! 찰싹! 명쾌하게 볼기짝을 때리며 허
리를 연신 진퇴시켰다.
무한질주(無限疾走).
거침이 없다. 쉬지도 않는다. 강약의 조절이니, 깊고 낮음의
기교니 기술 따위가 있을 수 없다. 오직 달릴 뿐이다.
구미호리는 달렸다. 산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멀게만 느껴졌던 정상이 점점 가깝게 느껴지던 어느 순간
갑자기 그녀가 입에 거품을 물며 외마디 비명을 토해냈다.
"악!"
그녀의 몸이 벼락맞은 듯 바들바들 떨렸다. 눈 앞에 별들이
왔다갔다하고, 엉덩이에 불이 붙은 듯 화끈거렸다.
온몸이 강렬한 쇠창에 꿰뚫림을 당하는 이 무시무시한 고통!
그 순간 그녀의 엉덩이 뒤에서 미친 듯 허리를 찍어대던 야
랑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킁! 잘못...... 들어갔다......."
하지만 그 뿐 야랑은 멈춤이 없었다.
"악! 악!"
구미호리는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나 왜인가?
그 고통에 찬 비명 속에 극도의 환희가 어려 있는 것은......

* * *

"어서 입어! 안 입을 거예요!"
청해헌의 어느 방이다.
지금 조하림은 한 벌의 시커먼 흑의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야랑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조하림의 얼굴엔 땀이 가득했고, 두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
었다. 두 눈을 독기 오른 암코양이 마냥 잔뜩 부라리고 턱하니
손을 옆구리에 대고 있는 것이 여간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런 그녀 앞에는 야랑이 속바지 하나만 달랑 걸친 채 화난
표정으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싫어!"
야랑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입어요. 입어야 해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여긴
산이 아니란 말이에요. 사람이라면 모두 옷을 입고 다닌단 말
이에요! 대체 정신이 있어 그런 소리를 하는 거에요?"
크르르......
"이빨 드러내지 마요! 머리까지 자르고 싶은 것을 겨우 꾹
참고 있으니까. 성질 더 건드리면 아예 혈도를 짚어 꼼짝 못하
게 한 다음 강제로 옷을 입힐 수도 있어. 어서 못 입어!"
컹!
야랑은 눈을 부릅떴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조하림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말 구제불능이군. 잠깐 눈을 돌린 사이 다른 별
채로 가서 여자를 후리고 돌아오지 않나, 그것도 모자라 잠을
자고 있는 내 곁에 와서 개 마냥 킁킁거리며 냄새는 왜 맡아?
그것도 좋다 이거야, 왜 옷을 안 입겠다는 거야, 왜?"
그녀가 어찌 알랴?
맨몸으로 살아온 야랑에게 있어 옷이란 몸을 꽁꽁 옭아매는
불편한 가죽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속바지를 입은 것 하
나만으로도 그녀는 그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말이다.
야랑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늘
어지게 했다.
"아우웅...... 잠...... 잠......."
졸릴만도 할 것이다.
초저녁부터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했다. 치고 받으며 싸우
고, 은하여왕에 이어 구미호리와도 짝짓기를 했으니 몸이 나른
하지 않으면 이상하리라.
눈이 스믈스믈 감겼다.
"크르르...... 아우웅......."
쿵! 소리와 함께 모로 엎드린 그는 눈을 감아 버렸다.
순간 조하림의 발이 냅다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퍽!
"컹! 으르릉!"
정신이 번쩍 난 야랑이 이빨을 드러내며 잡아먹을 듯 조하
림을 노려보았다.
조하림은 해볼테면 해보자는 식으로 마주 노려보았다.
"좋아! 옷을 안 입으면 채총수에게 데려다주지 않는다. 니
맘대로 해! 나도 이젠 모르겠어!"
찰나 야랑의 눈이 빛났다.

― 약란! 내 암컷!

야랑의 몸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난다 싶은 순간 이미 그
는 조하림의 코 앞에 바싹 다가와 있었다. 코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얼굴을 바싹 들이댄 야랑이 으르렁거렸다.

― 가자! 암컷한테 가자!

조하림의 얼굴이 붉어졌다.
야랑이 으르렁거릴 때마다 강렬한 사내의 숨결이 물씬 다가
왔고, 그러자 조금 전 욕실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조하림은 야랑의 가슴을 가볍게 떠밀며 소리쳤다.
"옷을 입으면 데려다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어!"
조하림은 탁자 위의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야랑은 옷을 노려보았다.

― 저거 꼭 입어야 해? 미치겠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조하림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을 쥐
고 있는 게 분명하니까.
크르르......

― 만약 거짓말을 했어봐라, 홀랑 벗겨서 내 친구들에게 던져
버릴 테니까.

결국 채약란을 만나게 해 준다는 말 한 마디에 말 잘 듣는
강아지 마냥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야랑은 조하림의 도움을 받으며 한 벌의 흑의경장
을 걸치게 되었다. 그러자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다.
검은 흑의경장에 허리엔 흑요대를 찼다.
싸우다시피한 실랑이 끝에 겨우 맨발에다가 버선을 신기고
장화마저 신기자 균형 잡힌 그의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그의 변모된 모습에 조하림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멋있어. 옷이 날개라고 하지만 이 정도였다니.......'
조하림은 내친 김에 야랑의 지저분하게 나부끼는 머리도 손
질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리와 봐, 머리 좀 만지게."
크르르르......
"채약란!"
낑!
간단했다. 그저 채약란 이름 석자에 야랑이 꼬리를 내렸다.
야랑이 고분고분 목에 개줄이 채인 강아지 마냥 하라는 대
로 움직이자 조하림은 편했지만 왠지 묘한 감정이 일어났다.
그것은 질투였다.
'흥! 내가 뭐라 할 때는 코방귀도 뀌지 않더니만 채총수 이
름 석자에 꼬리를 내려? 내참 아니꼬워서, 흥이다 흥!'
이윽고 조하림은 야랑의 머리를 곱게 빗어 한 갈래로 따내
린 후 이마에 검은 영웅건을 매어 주었다.
누가 그를 야만인이라 하겠는가.
야성의 냄새는 눈꼽만큼도 들지 않고, 귀족적이고도 멋들어
진 공자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이렇듯 옷이 그에게 잘 어울릴지는 조하림조차 생각하진 못
한 일이었다. 조하림은 일시 눈이 부신 듯 야랑을 바라보며 나
직이 탄식을 불어냈다.
'후우...... 이건 신의 장난이야! 멋 부리는 데 평생을 보내는
사내들이 지천에 깔려 있는 이 시대에 난생 처음 입어본 옷이
이처럼 멋지게 어울리다니.......'
조하림은 야랑을 이끌고 거울 앞으로 간다.
"이리 와서 거울 앞에 서 봐요. 멋있죠? 그치?"
야랑은 조하림에게 이끌려 거울 앞에 어색하게 섰다.
순간 그는 갑자기 적의를 드러냈다.
카항!

― 넌 누구냐?

살기를 풀풀 날리며 야랑이 잔뜩 긴장하자 조하림이 호들갑
스럽게 웃었다.
"호호호! 바보, 바로 당신이에요. 야랑, 당신...... 호호호!"
"야랑? 아냐!"
꽥 소리치며 야랑은 잡아먹을 듯 거울 속의 또 다른 자신을
노려보았다. 아마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면 거울은 벌써 쨍 소
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 * *

이른 새벽, 은주성을 벗어난 조하림과 야랑은 사천(四川)을
향해 남하했다.
천륭보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도 모자라 은하여왕을 능욕하
고, 혜성신녀까지 희롱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관군을 죽이고,
기방 한 곳을 박살냈다.
문제가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야랑과 조하림은
흑마성과 새외 무림인들, 거기에 관군의 추적을 받게 되었다.
결국 조하림은 관도를 벗어나 산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카항!
야랑은 한 소리 포효를 토해내고는 털석 땅바닥에 주저앉았
다.
온몸이 땀투성이다. 걸친 옷은 갑갑해 미치겠고, 다리는 천근
쇳덩어리를 매단 양 무거웠다.

― 헉! 헉! 헉! 대체 저 암컷은 어떻게 된 게 바람처럼 빠르
지? 죽어라고 뛰었는데도 뒤따르지 못하고 나만 죽어나고 있
다.

지치기는 혈랑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혈랑은 야랑의 옆에
사지를 쭉 뻗은 채 혀를 쑥 내밀고 헐떡이고 있었다.
지칠 줄 모르는 힘을 과시해온 혈랑과 야랑이지만 쉬지도,
먹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달리기만 했으니 어찌 몸이 견뎌낼
수 있으랴.
야랑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어떻게 저 암컷은 나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아니
저건 차라리 새[鳥]야, 새!

하나 그가 어찌 알리오? 마음이 조급한 조하림은 경신술을
펼치고 있음을.
최초 야랑은 조하림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 하
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거리가 멀어지더니 이젠 조하림
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야랑은 혈랑을 쳐다보았다.
크르르......

― 혈왕, 너도 완전히 맛이 갔구나. 고작 그걸 뛰고 헐떡거리
냐? 쯧쯧, 나도 한심하지. 저 늙은 늑대를 데리고 세상 밖으
로 나왔으니 말이야. 씽씽한 놈이 지천에 널렸었는데 하필 송
장 치울 때 다 된 놈을 데리고 와서 이럴 때는 타고 다니지도
못하고 말이야.

찰나, 혈랑이 눈알을 발갛게 빛냈다.
크르르르......

― 뭐 늙어? 아이구 억울해라. 바위에 깔려 다 죽어가는 놈
살려 주고, 암컷에 눈알이 완전히 돌아가 물불 안 가리고 인간
세상에 나간다기에 걱정돼서 따라 왔더니 어쩌구 어째!

혈랑은 이빨을 드러냈다.
크르르릉......!

― 너도 주둥아리가 있으니까 말해봐. 내가 네놈 옆구리 찔렀
냐? 네놈이 내 옆구리 팍팍 찔렀지. 아냐? 그런데 이제 와서
날 지놈이 없으면 못사는 늑대 취급하다니! 거기에 늙었다고?
그래, 늙었다. 나 늙는 데 네가 보태 줬냐, 응? 더럽다 더러
워, 너랑 안 놀아!

끄응......
혈랑은 벌떡 일어나더니만 몸을 돌렸다.
야랑이 불렀다.
컹!

― 어딜 가?

― 어딜 가긴 어디 가냐? 더럽고 아니꼬와서 집에 간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옛 어른 말 하나도 안 틀려. 인간은 은혜
를 모른다더니 그 말이 꼭 맞는군. 너도 인간이니 이제 혼자
알아서 해. 쨔샤!

― 자식, 삐졌구나!

― 삐져? 쟤가 늑대 배꼽을 잡는 얘기를 하네. 내가 암컷이냐?
고딴 일로 삐지게.

―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젠 그만 화 풀어.
다신 늙었다고 구박하지 않을게. 이빨이 몽땅 빠져 토끼도
사냥하지 못하고 벽에 똥칠을 해도 말야.

― 차라리 욕을 해라, 욕을 해! 잘 먹고 잘 살아!

혈랑은 네 발을 움직여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하나 당장이
라도 갈 것 같은 태도와는 달리 발걸음은 느리기 그지 없었다.
아니 두 귀를 쫑긋 세워 야랑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눈
치였다.
그러면 못 이긴 척 돌아가려고 말이다.
그러나 꽤 걸었는데도 야랑이 부를 기세가 없었다.
혈랑은 화가 났다. 휙 몸을 돌려 야랑을 향해 가장 심한 욕
을 해 주었다.
컹!

― 죽일 놈의 인간 새끼야! 넌 늑대만도 못한 인간이다. 그리
고...... 으잉?

그러다 말고 혈랑의 눈이 커졌다. 부릅떠진 두 눈엔 열화산
같은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

― 나쁜 인간새끼, 날 부르지 않고 암컷과 노닥거리다니. 성질
나는데 저 암컷을 확 물어 버릴까!

야랑,
그는 혈랑의 기대를 배신하고는 다시 돌아온 조하림과 다정
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혈랑에게 보란 듯이 다정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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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세이프~이군요.
역시 추석이 되니까 하는 일 없이 바쁘군요.
지난 주에 했던 거짓말이 실제로 될 뻔...
역시 양치기 소년에게 늑대는 나타나나 봅니다.
하지만 늑대와의 처절한 사투 끝에
결국 늑대 한 마리를 잡아서 여러분께 대령해드립니다.
모두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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