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우연(雨緣) (8)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074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이 동네로 돌아와 같이 밥을 먹고 난 다음에 수아를 잠깐 거들었다.

그러고는, 가벼운 키스와 함께 끝날 때쯤에 맞춰서 내가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물론, 그래 봐야 기껏 골목길 하나의 몇 십 미터 거리였지만, 거의 진종일 살을 맞대고 있었던 탓인지, 마치 태평양을 사이에다 두고 이별을 하는 것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전에도 종종 진철을 만나 외박을 하곤 했었기에 아이들도 별다른 눈치를 채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왠지 켕기는 마음이 들어서 살며시 방으로 들어와 불도 켜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그때서야 온몸이 착 가라앉으면서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그러자 문득, 자신 못지않게 몸 상태가 엉망일 수아가 걱정됐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뒤척하다 깜빡 잠이 들었던가 보았다.

눈을 뜨자 컴컴해진 창 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그 사이에 그친 모양이었다.

불을 켤까 말까 망설여진다.

잠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분위기를 왠지 깨고 싶지가 않았을 뿐이다.

달콤한 꿈을 한창 꾸다 깼을 때, 그 아련한 기분에 꼼짝도 하기가 싫은, 그런 것과 비슷했다.

 

‘ 똑~ 똑~’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마 예지일 거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미, 자신을 망설이게 했던 그런 고즈넉한 분위기는 깨진 상황이었다.

 

“ 응~ 들어와~”

 

미련을 떨쳐버리고는 대답과 함께 벌떡 일어났다.

 

“ 허억~!!”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를뻔한 걸 겨우 참고 작은 신음을 토해냈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허리부근에서 ‘뚝~’ 하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던 것도 같았다.

등골로 식은 땀을 흘리면서 간신히 침대에 걸터앉았다.

 

“ 뭐해? 삼촌..불도 안 켜고? 아직도 자는 거야?”

“ 아, 아니야..이제는 깼어...불 좀 켜줄래? 민지야...”

 

의외로 민지이었다.

요즘엔 뜸하던 녀석이, 더군다나 이렇게 저녁시간에 어쩐 일인지 궁금했지만, 그보다는 욱신거리는 허리 쪽부터 먼저 신경이 쓰였다.

 

“ 어머? 왜 그래? 삼촌~”

“ 아니야, 별일은 아니니까 그렇게 놀라지마...”

“ 별일이 아니긴? 얼굴이 핼쑥해서 이마에 식은 땀까지 흘리면서? 어디가 아픈 거야? 어디야? 응?”

 

불을 켰던 민지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 손에 들었던 소반을 책상에다 내려놓고 달려왔다.

 

‘ 그렇게나 표가 났던 건가?’

 

내 이마에다 손을 짚어보면서 안절부절을 못하는 민지가, 간만에 어릴 때의 귀여운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아주 자그마한 손이었지만, 보드랍고 따스한 느낌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우고도 넘칠 만큼 포근했다.

 

“ 하하하~ 걱정하지마. 금방 갑자기 일어서다가 허리가 약간 뜨끔한 것뿐이니까...”

“ 아휴~ 참? 조심 좀 하지? 어서 엎드려봐, 내가 찜질이라도 해줄게. 집에 파스가 있나 모르겠네?”

“ 괜찮아...내가 요즘 운동부족이라 그렇겠지, 뭐, 조금만 있으면 곧 나을 거야...후후후~”

“ 빨리 엎드리기나 해...빨랑~!!!”

“ 그, 그래...녀석, 성질을 부리긴?”

“ 삼촌~~!!!”

“ 어이쿠~ 네~ 네~ 알겠습니다~ 마님~”

“ 시끄러워~!!”

“ 아야~ 알았으니까 때리지마, 정말 환자로 만들 셈이야?”

 

내 등판을 손바닥으로 때리면서, 소리를 빽 지르고 도끼눈을 치켜 뜨는 민지가 너무나 귀여웠다.

 

‘ 운동부족이 아니라, 너무 무리를 해서 이런 거지만...후후후~’

 

침대 위로 올라와 천천히 엎드리면서, 허리를 조심스럽게 움직여보자 단순한 근육통 같았다.

아마, 한동안 거의 쓰지 않았던 근육을 갑자기 과다하게 사용한 탓일 거다.

 

“ 어디? 여기야?”

“ 으~ 시원하다~ 우리 민지의 솜씨가 제법인데? 나중에 신랑한테 많이 사랑 받겠어? 후후후~”

“ 시끄~!!”

“ 우왁~ 부, 부러져~”

“ 흥~”

 

나긋나긋하게 주무르던 손길이 갑자기 우악스러워지자 비명을 내질렀다.

 

‘ 후후후~ 귀여운 녀석, 그렇게 발끈발끈하니까 자꾸 놀리고 싶잖니?’

 

때론 약간 까탈을 부리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괜한 고집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거나 그러진 않았다.

아니, 통통 튀는 탁구공 같은 모습이 민지만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겉모습만 그럴 뿐 속마음은 예지 못지않게 착하고 자상하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이 더운 여름날에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도, 뜨거운 물을 갈아가며 수건으로 찜질을 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허리만이 아니라 알아서 다리까지도 열심히 주물러준다.

그 덕분에 허리의 뭉친 근육이 거의 풀린데다가, 피로로 무거웠던 몸까지 개운해졌다.

시집을 가면 똑 부러지게 잘할 좋은 며느릿감이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나도 늙었나 싶어 헛웃음이 났다.

 

“ 수고했어. 고맙다, 민지야. 내가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줄게, 말만 해...”

“ ....삼...촌.....”

“ 어, 어? 미, 미안....이 손이 왜 거기에 가있지? 그, 그게...나도 모르게...”

 

이제는 더 이상 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일어나 앉아서 조심스럽게 허리를 돌려보자, 뼈마디가 딱딱 결리던 것도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민지가, 상기된 얼굴로 이마와 코에다 땀방울을 송글송글 매단 모습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예뻐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고 말았다.

‘아차~’ 하고 실수를 깨달았을 땐 이미, 민지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혀가 갑자기 굳어버려 말을 더듬거리면서, 민지의 머리로부터 손을 슬며시 내렸다.

등으로 촉촉하게 배어나는 식은 땀방울, 아무래도 이건 장난 삼아 약을 올리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 햐~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예지 같으면 쉬운데....’

 

하기야, 예지였다면 애초부터 이런 사태에 직면하지도 않았다.

녀석이야 좋다고 방실거리면서 안기고는, 더 쓰다듬어달라고 애교를 부렸을 게 분명하니까.

 

“ 저...민지야...삼촌은...네가 너무 예뻐서...그러니까...”

 

평상시처럼 바락바락 쏘아붙이지도 않고, 조용히 일어나 돌아서는 민지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다.

차라리 화를 내면 좋으련만, 정말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너무나 미안해지면서 걱정이 되었다.

겉으론 강한 척해도, 속은 어쩌면 예지보다 더 여릴지도 모르는 아이였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따라 일어섰다.

 

“ 이거나 마셔...”

“ 민지야?”

 

그냥 밖으로 나가버릴 줄만 알았던 민지가 책상으로 가더니, 아까 들어올 때 내려놓은 소반에서 컵을 쥐고는 돌아서서 내밀었다.

얼결에 그걸 받아 들었다.

노란 빛깔이 약간 도는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 이거 왠지 꼭 사약을 받는 기분이 드는데?’

 

이 순간에도 뜬금없이 장난기가 돌았다.

 

“ 술 좀 작작 마셔...거울이나 한번 봐봐..지금 삼촌 얼굴이 어떤지를 알아?

  도대체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보나마나 저녁도 안 먹고 그냥 잤지?

  어휴~~ 빨랑 마시고 나와...해장국을 끓여 놨으니까...흥~~”

“ 미, 민지야?”

“ 뭐해? 안 마시고?”

“ 그, 그래...”

 

날이 바짝 선 목소리, 찔끔하면서도 이제야 민지가 본 모습으로 돌아온 것만 같아 너무나 반가웠다.

벌컥거리고 마시자, 입 안을 달콤하게 적시면서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제서야 이게 꿀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 이 녀석....’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잠든 동안에 걱정이 되어, 해장국을 끓여놓고는 꿀물을 타서 깨우러 왔던 모양이다.

혀끝의 꿀물보다도 더 달콤하고 뿌듯한 감정이 가슴 속으로 밀려들었다.

왠지 코끝이 시큰거린다.

 

“ 고마워...민지야...아...미, 미안...나도 모르게 또...”

 

컵을 되받아 드는 민지의 머리로 또 손이 나가고 말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땐 이미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마음 속으로야 ‘네가 너무 예쁘고 귀여운 탓’이라고 말하고는 싶었다.

하지만 그건, 예지는 당연하고, 차라리 수아한테나 통하면 통했지, 민지에겐 씨도 안 먹힐 소리였다.

 

“ 만져...”

“ 으, 응?”

“ 내가 그렇게 무서워? 삼촌?”

“ 아, 아니..무섭다기 보다는..네가 워낙 질색을 하니까...”

“ 앞으론 화를 안낼 테니까,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 눈치는 이제 그만 보고...삼촌 그러는 거 보기 싫어..”

“ 어? 민지야...”

“ 다 만졌어? 그러면 빨리 나와서 밥이나 먹어...”

“ 그, 그래...”

“ 그러고 있으니까...꼭 바보 같아... 흥~~”

“ 미, 민지...”

 

어리벙벙해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민지가 특유의 콧방귀를 날리고는 휙 돌아서 나가버렸다.

꼭, 귀신에라도 홀린 것만 같았다.

아직도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 모습 그대로 쳐들고 있던 손을 당겨서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의 그 보드랍고 매끄럽던 감촉과 함께 희미한 향기가 허공을 맴돌았다.

 

“ 훗~ 녀석도...참~ 또 성질내기 전에 그만 나가야겠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민지가 화를 내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서, 일부러 시간을 끌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가슴 속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은 두근거렸다.

약간, 아주 약간, 조금 전 민지의 모습이 눈이 부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 자, 이리 앉아봐. 많이 힘들었지? 내가 어깨를 좀 주물러줄게...”

“ 아이~ 그러지 말아요. 오빠도 회사에서 힘들었을 텐데...거기다 술까지 드셨잖아요?”

“ 아하~ 우리 수아가 술을 먹느라 늦게 온 내게 화가 났구나? 그렇게 보고 싶었어? 후후후~”

“ 웅~ 오빠가 많이 보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화가 난 건 아니에요...아~ 좋아...흐응~”

 

지난 주말의 그 꿈같은 시간을 보낸 후 며칠간, 가게가 끝날 쯤에 들러 짧은 데이트만 즐겼었다.

두 사람의 사정상 주말이 아니면 서로 시간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애닯고 달콤한 시간이기도 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수아 역시도 나만큼이나 주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오늘은 부서회식을 마치고 가게로 바로 왔는데도 12시가 살짝 넘어있었다.

카운터의 의자를 빼 출입문 옆에다 앉히고는, 뒤에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가느다란 뼈와 말랑말랑한 근육이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 이 연약한 어깨에 실린 짐은 도대체 얼마나 무거운 걸까?’

 

뽀얀 목덜미와 귀밑의 보송보송한 솜털이 그런 애잔함을 더하게 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좁은 어깨를 꼭 끌어안아버렸다.

 

“ 오빠?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 아니야. 그냥 이렇게 수아를 안아보고 싶어서, 술 냄새가 많이 나지?”

 

수아가 손으로 내 뺨을 쓰다듬으면서 걱정스레 물어왔다.

다정하고도 섬세한 손길,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이 느낌이 너무나 좋다.

 

“ 호호호~ 오빠도 참? 술장사하는 사람이 이 냄새가 싫으면 어쩌라고요?

  더구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건데...사랑해요~ 오빠...쪽~”

“ 후후~ 그런가?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네? 사랑해...쪽~”

 

수아가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해왔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너무나 달콤한 기분, 아직은 문을 닫기 전이라, 키스 대신에 가벼운 입맞춤을 돌려주는 정도로 만족해야만 했다.

많이 밝아지고 여유가 생긴 그녀의 모습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겠지?”

“ 네..오빠...”

 

어깨를 주무른 다음에 극구 사양하는 발 마사지까지 해주고 나자, 어느덧 끝마칠 시간이 다가와있었다.

봉 걸레를 잡는 수아를 보면서, 밖에 내놓은 테이블을 안으로 들이기 위해 문을 나섰다.

그녀는 내 도움을 딱 그 정도까지로 한계를 정했다.

최소한 가게 안만큼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면을 보면 여자로서는 드물게 상용차 영업을 했었다는 게 수긍이 가기도 했다.

 

“ 자~ 이제는 우리만의 시간인가? 흐흐흐~”

“ 그렇게 웃지 말아요~”

“ 하하하~ 왜? 듣기 싫어?”

 

간판까지 끄고 출입문을 잠근 뒤, 제일 구석의 소파에 나란히 앉으며 말하자, 수아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이맛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자, 그 모습이 겁먹은 어린 사슴을 연상하게 해서 와락 껴안아버렸다.

 

“ 왠지 음흉하게 보인단 말이에요~”

“ 흐흐흐~ 당연하지~ 아~주~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 아~”

 

투정을 부리는 듯한 말투가 너무나 귀여웠다.

28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사뭇 징그러울 수도 있으련만, 처음에 여대생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앳된 외모와 수줍은 성격에는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다시 한번 음충맞게 웃으면서 젖가슴을 슬쩍 잡자, 수아가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었다.

 

“ 후후~ 수아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됐으니, 정말 큰일이 난 거야....

  사실 알고 보면 난 굉장히 야한 생각도 많이 하고, 게다가...”

“ 괜찮아요, 그래도 좋아요, 오빠가 그랬잖아요? 그런 것도 다 사랑해야 하는 거라고..사랑해요, 오빠~”

“ 수아야...사랑해...”

 

가슴 속이 뭔가로 꽉 들어차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답답하다거나 묵직한 느낌이 아니라,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것이었다.

입술을 덮고서는 손을 움직였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살덩어리를 혀로 감아 부드럽게 빨아들이면서,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그날 이후로는 이런 게 처음이었다.

그 동안은 가게 문을 닫고 나서, 키스와 함께 옷 위로 가볍게 애무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직접 만지고 싶은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단추에 손을 댈 때 잠깐 멈칫하는 것 같던 수아도,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위에서부터 열린 옷이 브래지어를 완전히 드러내자, 그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운 젖가슴이 손아귀를 따스하게 가득 채운다.

 

“ 으으응~ 응~”

 

탐스러운 젖가슴을 거머쥔 채로, 벌써 오뚝하게 성을 내버린 꼭지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살살 굴리자, 수아의 허리가 움찔움찔하면서 콧소리가 흘러나온다.

손에서 느껴지는 이 짜릿한 감촉과 여체의 뜨거운 반응이 날 한없이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원래 끝이 없다.

어렵게 하나를 얻었건만, 그걸로 만족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이 더욱 커졌다.

아직도 내 혀를 정신 없이 탐하고 있는 연인의 입술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 하아~ 오, 오빠? 아아~ 오~빠~”

 

갑자기 멀어진 입술에 얼떨떨해하며 젖은 눈으로 바라보던 수아가, 젖가슴을 덥석 물어버리자 큰 신음소리를 내면서 내 머리를 껴안았다.

푹신한 곳에 얼굴이 파묻히면서 숨을 쉬기가 곤란했지만, 입 안으로 밀려드는 황홀한 감촉과 희미한 살 내음이 그런 걸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손이란 녀석은 그런 정도로는 도저히 양에 차지가 않았던가 보았다.

젖가슴을 입에게 내어주고서 수아의 허리로 가있던 손이, 그녀의 하체를 슬금슬금 더듬고 있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허벅지의 살결을 쓰다듬으며, 은은한 열기가 느껴지는 안쪽으로 조금씩 전진했다.

손끝에서 느껴졌던 치마가 손등을 부드럽게 스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손목까지 뒤덮는다.

두 허벅지의 간격이 급격히 좁아져, 마침내 합쳐지는 곳에 거의 다다르자, 뜨거운 열기가 손끝에 잡히는 것만 같았다.

 

“ 오, 오빠~ 하아~ 하아~”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젖가슴에다 껴안고 있던 수아가, 한 팔을 내려 치마 밑으로 파고든 손목을 잡으며 헐떡거렸다.

그렇다고 아주 강하게 잡은 것도 아니었다.

젖가슴에서 얼굴을 떼어냈다.

홍시처럼 빨개진 얼굴을 하고서 새하얀 젖가슴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퇴폐적으로 보였다.

심장이 파열할 것처럼 거칠게 뛰며, 그녀를 이대로 소파에다 눕히고서 덮쳐버리고만 싶었다.

 

“ 너도 이렇지?”

“ 아~...”

 

하지만, 그 대신에 수아의 한 손을 잡아서 터질 듯이 부푼 성기에다 갖다 댔다.

탄성과 함께 움찔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치마 속에서 잡힌 내 손목에까지 전해졌다.

서로의 가랑이로 손을 뻗친 채, 상대방에게 손목이 잡혀있는 아주 기묘한 모습이었다.

 

“ 너도 젖은 거지? 맞지?”

“ ..네...맞아요...”

 

더 붉어질 수가 없을 것만 같던 수아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게 확실히 보였다.

 

“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잖아?”

“ 아, 아니...그런 게 아니고요...”

“ 그러면?”

 

수아는 머뭇머뭇하면서 말을 제대로 못 꺼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 종일 땀도 흘리고, 제대로 씻지도 않았는데.....더러워요....”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목덜미는 물론 귀까지 새빨개져, 툭 건드리면 붉은 물이 주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너무나 예쁜 모습이었다.

가슴 속이 후끈해졌다.

 

“ 뭐가 더러워? 솔직히 말하면, 난 지금 거길 빨아서 먹을 수도 있어...아니, 그러고 싶어...흐흐흐~”

“ 악~! 아, 안돼요~ 그, 그건 절대...제, 제발...오빠...네?”

 

수아가 기겁을 하고서, 울기 직전인 얼굴로 애원을 했다.

왠지 자꾸만 심술을 부려서라도 저 예쁜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정말로 울리고야 말 거다.

그것만은 절대 사양하고 싶다.

그녀의 눈물은 내 가슴을 갈갈이 찢어놓는다.

 

“ 하하하~ 알았어...걱정 마..안 그럴 테니까...대신에 만지는 건 되지?”

“ ...네...”

 

수아가 다시 고개를 푹 수그리자 내 손목을 잡았던 손이 스르르 풀렸다.

그녀에게 미안했지만, 이 기회에 욕심을 조금만 더 부려보기로 했다.

 

“ ..그리고..나중에 씻은 다음에는...하게 해주는 거지?”

“ 아흑~ 아~”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치마 밑의 손을 안으로 쑥 밀었다.

아주 작은 천 조각이 축축하게 젖은 채로 손끝에 붙어왔다.

가뜩이나 얇은 그 천은 끈적한 물기로 속살에 완전히 달라붙어, 뜨거운 열기는 물론 살짝 벌어진 채로 떨고 있는 꽃잎의 촉감까지 아주 선명하게 전해주었다.

꽃잎을 벌리면서 천과 함께 파고드는 손가락에, 수아는 신음을 토하느라 거절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당연히 그걸 노린 것이었다.

꽃잎 사이에다 파묻힌 손가락을 꾹 누른 채, 위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그 연한 속살을 갈랐다.

흐느적거리며 힘없이 벌어지는 꽃잎과 함께, 수아의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가쁜 숨소리가 새나왔다.

 

“ 빨리 대답해봐...다음에 씻고 나면 입으로 하게 해줄 거지? 응?”

“ 아흐흑~ 아~”

“ 난 지금도 전혀 상관이 없지만, 네가 그러니까 참는 거야..

  대신에 깨끗하게 씻고 난 다음에는 수아 너도 괜찮겠지?

  난 그러고만 싶어...수아의 모든 걸 알고, 느끼고 싶어...”

“ 하아악~ 아, 알았어요...아~~”

“ 후후후~ 사랑해..수아야...”

“ 오빠~ 사랑해요~~ 아아~”

 

단단하게 솟아오른 음핵을 계속 괴롭히면서 귓가에다 속삭이자, 결국에 수아가 항복을 하고 말았다.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흥건하게 젖은 꽃잎이 미끈거리면서 달라붙어왔다.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신음소리와 함께 기둥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 ...너무해요...”

“ 뭐가?”

“ 모, 몰라요...”

“ 후후후~~ 너무 예뻐...지금 네 모습...”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수아의 얼굴이 달빛 아래로도 붉어진 게 보였다.

아까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손아귀에 잡힌 작고 따스한 손을 꼭 거머쥐면서 속삭였다.

좀 전의 투정을 부렸던 말과는 달리 그녀는 아주 행복한 얼굴이었다.

 

“ 참...수아야...”

“ 네?”

 

내 팔에다 몸을 바짝 붙여오자 젖가슴이 뭉클하게 느껴지면서 짜릿해진다.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아까도 막차시간 때문에 마지막 욕구만은 억지로 참아야 했었다.

 

“ 이번 주말, 그러니까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 아니구나, 월요일 아침까지가 되겠네...

  나하고 같이 지낼 수가 있겠어? 내가 아까 이야기를 한다는 게 깜박했어...

  수아 네가 날 너무 푹 빠지게 만드는 바람에 까먹었어...후후후~”

“ 네에~? 가, 같이요? 그러고는....싶지만...”

“ 하하하~ 가게를 비우고 어디 가자는 게 아니고, 그냥 내 방에서 가게를 오가란 이야기야..

  어때? 편하기도 하고, 나랑 있을 수 있고...그런데...네 사정이 어떨지를 몰라서 묻는 거지..”

 

방학인 두 자매가 이번 주말에 부모님께 가서 지내기로 했다고, 저녁을 먹으면서 민지가 이야기를 했었다.

수원에서 식당을 하는 주인 내외분이라, 한 달에 한번 일요일에만 쉴 뿐이었다.

때문에 쉬는 이번 주말에 미리 가서 일을 돕다가, 가족끼리 나들이라도 할 모양이었다.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둘 다 참 예쁘고 착한 애들이었다.

그래서, 마침 생각난 게 이거였다.

그 상황을 이야기하자 수아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 ...네...해볼게요...”

“ 괜찮겠어? 부모님한테는?”

“ 주말에 가게가 바빠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가능할 거에요...”

 

궁금한 점들이 있긴 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하기야 애초에 젊은 여자가 혼자서 이렇게 먼 곳에다 호프집을 한다는 것부터가, 웬만한 난관을 거치지 않고서야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속사정들은 나중에 수아가 내켜서 이야기를 해줄 때 듣기로 했다.

어쨌던, 이런 멋진 기회가 만들어진 것에 너무나 기뻐서 함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 사랑해..수아야....”

“ 저도요...오빠...”

“ 그래..이번 주말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될 거야...”

“ 네...저도 기뻐요...”

“ 어? 저기 오는 버스 아니야?”

“ 어머? 맞아요..”

“ 자~ 뛰자~ 놓칠라~”

 

손을 꽉 잡고 뛰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업고서라도 달리고 싶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런 내 심정을 알았던 건지, 수아가 새하얀 이빨이 거의 드러날 만큼 환하게 웃어주었다.

 

 

 

“ 어디 보자? 술은 이만하면 됐고, 고기도 재워두었고...또 빠진 게 없나?”

 

뒤가 마려운 강아지처럼 몇 번이나 방과 주방을 오가면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었다.

저녁 내내 이 상태였다.

차라리 비라도 안 왔더라면, 가게를 닫는 걸 도와준다는 핑계로 벌써 쫓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종일 비가 오다 보니, 테이블을 아예 밖에다 내놓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랬다.

바로 오늘이 둘이서 같이 지내기로 했던 주말의 첫날인 금요일이었다.

수아는 약속대로 시간을 만들어냈다.

물론,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도, 묻지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오늘부터 사흘간은 같이 잠들었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가장 먼저 볼 수가 있다는 사실일 뿐이다.

 

 

“ 어서 와~ 수고했어..수아야~ 쪽~”

“ 호호호~ 오빠, 꼭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 같아요...”

 

몇 번이나 점검을 마치고서는 창 밖만 하염없이 내다보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가게를 닫고 나오는 모습이 보이자, 손을 흔들고서 달려 내려가 대문 앞에서 맞이했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뺨에다 입을 맞추자 환하게 웃는다.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수아 역시 눈이 반짝거리며 들떠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둘만의 소풍을 떠나는 것이었다.

아주 달콤하고 짜릿한 밀월의 여행을 말이다.

 

“ 일단 먼저 씻어야겠지?”

“ 네..오빠...잠시만요...”

 

수아가 들고 왔던 작은 가방에서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그때, 너무나 얇아서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작은 천이 보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 아이~ 그만 봐요...창피하게?”

“ 너무 예쁜데? 수아가 그걸 입으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어...”

“ 오빠...”

“ 같이 씻을까?”

“ ...네...그래요...”

 

손을 내밀자 얼굴이 상기되어서는 꼭 잡아온다.

드디어, 둘만의 환상적인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