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현월 야우(운검장)-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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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72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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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먹고 살기 바빠서 연재를  못하였습니다.
요즘 또다시 한가해 져서 한편 올려 봅니다.
앞으로 시간나는 대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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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등촉 사이로 삼인의 그림자가 벽에 일렁인다.

소장주! 대체 무슨 일이기에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라고 전서구를 보내신 것이오?

오늘 아침에 전서구를 받자마자 말을 달려 이제야 도착했소. 본장의 사활이 걸린 일이라는 대체 뭐란 말이요?“

이건학이 벽고영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재촉한다.

놀라지 마십시오. 대주님! 어젯밤 늦게 흑하보주가 저를 비밀리에 찾아 왔었습니다.....”

말을 잠시 멈추고 한동안 이건학의 눈을 응시하던 벽고영이 남천패가주(南天覇家主) 혁세기(革勢期)의 춘절 기습공격 계획과 장대운의 운송계획을 상세히 일러준다.

벽고영의 말을 듣고 너무 경악한 이건학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뗀다.

그게 사실이오? 소장주!..대체 남천패가 놈들이 무슨연유로...아니, 아니야! 내가 직접 들어봐야겠소. 지금 장대운 이놈은 어디 있소?”

흑하보주는 언제든 만날 수 있습니다만, 그게 문제가 아니지요. 지금 함께 계신 부보주님께서 이미 흑하보 세곡선(稅穀船:과거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쌀을 운반하던 큰 배)의 운항계획을 확인했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시바삐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사실이요? 부보주!”

! 대주님..제가 낮에 확인한 바로는 사흘 후 자정에 출발하는 세곡선 다섯 척의 비밀운항 계획이 있었습니다. 빈 배로 청원(淸遠:남천패가의 총단이 있는 곳)에 도착한 이후에는 운항계획이 없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건학의 급한 물음에 우문걸이 침중한 어조로 답한다.

으음..” 이건학의 입에서 침음성이 흐르며 한동안 고뇌하다가 혼자 말처럼 말을 잇는다.

허어~..이것 참!..이미 산장내의 일부 무사들이 춘절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출발했는데..이 일을 어찌한다?..~”

어느새 능구렁이 같은 이건학이 침착함을 되찾고 패가(覇家)와의 일전에 운검장과 흑하보를 끌어 들이기 위해 포석을 하는 것이다.

벽고영이 이건학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미 이건학의 저런 행동은 고영의 예측 안에 있었다.

일부러 녹수산장(綠水山莊)의 무사들이 휴가를 출발하는 시기에 맞춰, 장대운의 불안감을 극대화해서 자신을 찾아오게 한 벽고영이다.

지금 장대운은 우문걸에 의해 보주 집무실에 연금중이다.

아니 극도의 불안에 떨던 장대운 스스로가 칭병(稱病:꾀병을 부리는것)을 하며 연금을 자청했다.

우문걸과 벽고영이 제어하지 않았다면 야반도주라도 했을 것이다. 그만큼 최면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남천패가에서 보내온 좌, 우호법의 눈치만 아니라면 이미 우문걸이 보주위를 승계했을 것이지만 계속 패기를 속여야하기에 장대운을 그냥 두는 것이다.

, 우호법 모르게 은밀히 지난 이개월간 흑하보의 모든 실권은 우문걸과 그 수하들이 장악한 상태이다.

여기까지는 물 흐르듯 벽고영의 계획대로 움직여 왔다. 이제 이건학을 자신이 계획한 대로 몰아가야 한다.

일단 이건학의 의도대로 말려드는 척 한발 넣어주고 나서 이건학의 등 뒤에 올라타야 하는 것이다.

 

녹수산장에서 손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저희 운검장도 한손 거들어야지요. 어차피 산장과 저희 장은 한집안 아닙니까? 대주님의 따님께서 저희 장의 사람이니..하하.. 흑하보도 거들어 주시겠지요? 부보주님!”

의도적으로 이지련의 이야기를 꺼내어 자신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하며 우문걸에게 의미 있는 눈짓을 보낸다.

당연히 저희 흑하보도 도와드려야지요. 저희 보주님이 저지른 일이 있으니까..”

두분 정말 고맙소. 이번에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모두 두 분의 공일 것이오. 내가 장주님께 청원하여 두 분을 저희 장의 은공으로 받들겠소이다.”

이건학이 입 발린 소리를 하며 고영과 우문걸을 치켜세운다.

은인이라니..미천한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그런데 대주님 마땅한 계획이라도 있으신지요?”

방금 전에서야 내용을 알게 된 이건학이 계획이 있을 리가 없다.

제가 어젯밤에 흑하보주의 말을 듣고 좀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만..대주님께서 어떻게 들으실지?”

! 소장주 .. 어서 말해보시요..”

이건학이 바짝 다가들며 눈을 빛낸다.

벽고영이 두 달 전부터 고심해서 계획하고 몇번을 수정한 내용을 이건학에게 들려준다. 일부만..

밤은 깊어가고 이건학은 점점 벽고영의 계획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춘절 나흘전의 야심한 시각,

남천패가의 본장이 있는 청원(淸遠)의 어두운 거리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 일련의 무리들이 있었다.

청명기(淸明旗)소속의 남천패가의 정예무사들이었다.

선두에서 무사들을 이끌고 있는 청명기 기주(旗主) 혁문휘(革文揮)38세로 남천패가주 혼원장(混元掌) 혁세기(革勢期) 장남이다.

거리를 달리던 무사들이 이삼명씩 짝을 이루어 곳곳으로 흩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청원의 나루터 근처에서 3년째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현기(趙玄機)는 한참 단잠에 빠져 있었다.

우지끈 침실의 문짝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청명기 기주와 무사들이 조현기의 침실로 난입한다.

..누구요?..”

조현기! 청원에 잠입해 있는 녹수산장 세작들의 총책.. 할말있나?”

으음..어떻게 ..”

()”

크아악~”

싸늘한 검광과 함께 조현기의 목에서 핏물이 뿌려진다.

다음 목표는 누구인가?”

나루터에서 노상주점(路上酒店)을 하고 있는 유재경이라는 여인입니다.”

모두 이동한다

무사들이 떠나고 침실에는 핏물을 흘리는 조현기의 시신만이 남았다.

 

춘절 총공세에 앞서서 세작들에 대한 청소가 시작된 것이다.

그날밤 청원의 곳곳에서 암약하던 녹수산장의 세작들 대부분이 청명기 무사들에 의해 제거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녹수산장의 본장이 있는 심천(深圳)과 운검장과 흑하보가 있는 광주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남천패가의 세작들이 산장의 정예인 창천대 무사들과 운검장의 내전(內殿)무사들에게 비밀리에 도륙당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패가와 산장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전쟁을 배후에서 조망하고 조율하고 있는 이가 벽고영이다.

 

 

춘절 사흘전 새벽,

청원의 나루터에서 거대한 세곡선 다석척이 정박하는 모습을 남천 패가주 혁세기와 700여명의 패가 정예무사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혁세기의 오른편에는 그의 딸인 혁민희(革珉熙)가 함께 있었다.

그녀는 올해23세로 혁세기가 아들 혁문휘를 얻고 나서 10년도 더 지난 늦은 나이에 본 늦둥이다.

완전 무장을 하고 도열해 있는 푸른 복장의 청명기 무사 삼백여명의 앞에는 청명기주 혁문휘가 서 있었고 그의 왼편에는 검은 복장을 하고 있는 흑암기(黑暗旗)무사 400명과 기주(旗主) 악영산(岳影算)이 있었다.

혁세기의 제자인 악영산은 43세로 차기 패가주 자리를 두고 혁문휘와 경쟁하고 있는 관계다.

이번 산장과의 전쟁에서 차기 패가주가 결정될 것이다.

산장과의 전쟁에서 공을 가장 많이 세운 이를 차기 패가주로 결정하겠다는 혁세기의 공언이 있었기에 혁문휘와 악영산모두 투지를 불사르고 있었다.

 

세곡선을 인솔하고 온 흑하보의 좌우호법인 일검과 월도가 혁세기를 배로 인도하고 그 뒤를 따라 칠백여명의 패가 무사들도 차례로 배에 승선한다.

모든 인원이 승선을 마치자 거대한 세곡선이 물길을 가르며 서서히 움직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혁민희의 눈에 염려의 빛이 가득하다.

그녀는 이번 전쟁에서 정예가 모두 빠져나간 패가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다석척의 세곡선중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배의 선장실에 여섯명의 인물들이 둥근 다탁을 사이에 두고 모여 앉아있다.

남천패가주 혁세기와 혁문휘, 악영산과 남천패가의 호법인 흑혈수(黑血手) 장환(張煥), 흑하보의 좌우호법들이다.

좌우호법님들 이렇게 손수 배를 인솔하고 와준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혁세기가 치하의 말을 한다.

감사라니요? 당치않습니다. 저희 두명의 몸이 비록 흑하보에 속해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패가에 있습니다. 말씀 거두어 주십시오. 가주님

일검과 월도가 혁세기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부의 말을 한다.

혁세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말을 잇는다.

내일 새벽에 흑하보주님께서 광주나루터에서 사백여명의 흑하보 고수들과 함께 합류할 예정이시라고요?”

! 패가주님. 이번 산장과의 일전(一戰)에 반드시 참가해서 패가가 승리하는데 일조하겠다는 것이 장대운보주님의 결심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혁세기와 혁문휘들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지어진다.

무사들 대부분을 춘절휴가를 보낸 녹수산장은 천여명이 넘는 인원들의 기습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다.

이번 전쟁은 질래야 질수 없는 전쟁인 것이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선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로 시선을 옮긴 혁세기의 머리속에는 광동성의 패자로 군림할 자신의 모습의 미리부터 그려보고 있었다.

 

혁세기가 미소를 지으며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그 시각,

그 세곡선 아래층 수부(水夫)들이 모여있는 선실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벽고영과 비영들 다섯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세곡선이 광주부에서 청원으로 출발할 때부터 수부로 위장하여 잠입해 있었던 것이다.

다른 비영들도 두세명씩 짝을 이뤄 각 세곡선에 모두 잠입해 있었다.

오늘밤의 임무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 먼저 패가 무사들의 저녁식사로 만들어 지는 국에 몽혼산(夢魂酸)을 풀어 전투력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배를 움직이는 조타기(操舵機)를 부수고 미리 파악해 두었던 청명기 대주급 인물들과 일검, 월도에 대한 암살을 실시한다. 혁세기와 혁문휘, 그리고 악영산은 건드리지 마라. 아직 비영들의 실력으로는 그 세명의 암살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암살에 성공하면 내일 새벽 흑하보 무사들로 위장한 녹수산장과 본장의 고수들이 올 때까지 철저히 은신하라. 이상. 질문있나?”

없읍니다. 주군

그럼 각자위치로 돌아가도록

존명

비영들이 모두 물러나고 벽고영만이 홀로 남아 상념에 잠겨있다.

내일 새벽 광주부의 나루터 근처에서 흑하보주 장대운은 흑하보의 수하들로 위장한 녹수산장(綠水山莊)의 장주 창천검(蒼天劍) 이건웅(李建熊)과 창천대(蒼天隊) 정예무사들과 운검장과 흑하보의 엄선한 무사들 오백여명을 배에 태우고 패가를 도와주러 오는것 처럼 세곡선에 접근한후 기습공격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산장의 또다른 주력(主力)인 녹검대(綠劍隊) 무사 300명과 대주(隊主) 조경필(趙儆筆)은 이미 청원근처에 잠입하여 주력이 모두 빠져나간 남천패가를 공격할 시기를 엿보고 있을것이다.

남천패가의 기습공격을 역이용하여 그들의 주력을 격파하고 패가의 본거지까지 한번에 접수하려는 이번 계획을 듣고 창천대주 이건학이 너무 위험하고 광범위한 작전이라며 우려했지만 오히려 이를 전해들은 녹수산장의 장주 이건웅이 적극적으로 벽고영의 작전을 찬성하고 나서서

원안대로 진행된 것이다.

내일 새벽 이 시간쯤에는 광동성의 진정한 패자(覇者)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광동성내에서 벽고영의 영향력은 극대화 될 것이고, 그것이 철련으로 진입하려는 벽고영에게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주강의 물줄기는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심계를 모두 그러모아 무심히 흐르고만 있었다.

 

그날밤 자시 말,

패가의 호법 흑혈수(黑血手) 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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