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난 나쁜 놈이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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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99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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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호텔에 와 있다. 당연히 혼자서 오지 않았다. 여자와 함께 와 있다.
전 여자 친구와 사귈 때 몇 번 온 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 만나 여자와 호텔에 온 것은, 맹세컨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솔직히 상상 정도는 해왔다. 그러나 실행해본 적은 없다. 그와 비슷한 일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원나잇스탠드라는 말은 영원히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해왔다. 아니, 생각해온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남중남고를 나와 20살이 되기 전까지 여자라곤 엄마와 여동생, 친척 정도밖에 만나본 적이 없다. 성인이 되고 6년이나 됐지만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문화와는 한 번도 가까이 한 적이 없다. 군대에서 휴가나 외박을 나왔을 때도 퇴폐업소는커녕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엄격하고 도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다. 나쁜 일이라는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했다. 불의를 보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진 않았어도 그냥 넘기진 않았다. 비행청소년은 경멸했다.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술은 가끔, 그리고 필요할 때만 마셨다.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깨닫기 전까지는 스스로 정말 바르고 착한 놈이라고 생각해왔다. 원나잇스탠드라는 단어와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난 오늘 처음 만난 여자 정혜와 함께 호텔에 있다. 이것도 나에겐 나름대로 충격이었다. 스스로 유혹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래?”는 말 하나에 옳다구나 하고 와버렸다.
“나, 씻고 올게.”
“어, 응.”
정혜의 말에 대답을 조금 더듬었다. 긴장하고 있다. 난생 처음 보는 여자와 호텔에 왔다.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다. 정혜도 말하는 내내 부끄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정혜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난 침대에 걸터앉았다. 솔직한 기분으론 침대 위에 누워 있고 싶었다. 술에 꽤 취했고, 밤도 늦어 피곤했다. 그러나 정혜가 나와 있을 때 침대에 누워 있는 날 보고 어떤 식으로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드니 함부로 누울 수 없었다. 텔레비전을 켰다. 마침 아주 야리꾸리한 채널이 켜져 있었다. 다른 채널로 바꿨다.
결국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누웠다. 졸리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다. 머릿속 톱니바퀴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톱니바퀴가 모두 닳아버릴지도 모르겠다.
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다. 깔끔하다. 청소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위생관리는 믿어도 될 것 같다. 조명은 어둡다. 침대 위쪽에 있는 작은 조명만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지금 이 방엔 텔레비전과 저 조명 말고는 아무런 빛도 없다. 아, 창밖의 가로등 불빛도 있다.
여기에 온 것은 실수가 아닐까. 정혜는 나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상황을 의도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벼운 남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정혜가 욕실에서 나왔다. 고민하다가 시간이 꽤 흐른 것 같다. 호텔가운을 입고 있다. 얼굴에 홍조를 띄고 부끄러운 기색으로 가운을 단단히 여미고 있다. 정혜의 얼굴 느낌이 아까와 많이 다르다. 화장을 지웠구나. 정혜의 맨 얼굴은 다소 밋밋했다. 여전히 예쁘긴 했다. 인상이 강했던 눈 화장이 사라지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화장을 한 얼굴은 여우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화장을 지우고 나니 청순한 느낌이다. 화장을 지운 쪽이 더 내 취향이다. 화장을 했을 때 얼굴은 소위 ‘노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다가가기 힘들었다. 말했다시피 난 바른생활을 하며 살아와서 노는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샤워 다 했어.”
“아, 응.”
이번엔 내가 욕실에 들어갔다. 옷을 벗었다. 욕실엔 1회용 샴푸, 칫솔 등 여러 물품이 많다. 솔직히 여기 계산할 때 가격에 많이 식겁했다. 그래도 비싼 만큼 잘 갖춰져 있다. 목욕가운도 있다. 이걸 입고 나가면 되겠지.
실내라지만 옷을 벗고 있으니 추췄다. 얼른 물을 틀어 따뜻한 물에 몸을 맡겼다. 아직 알코올의 알딸딸한 기운이 따뜻한 물과 만나니 더 활개를 쳤다. 나른한 게 마음을 놓으면 그대로 잠이 들 것 같다. 의식적으로 몸을 더 힘차게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잠이 깨도록. 덕분에 샤워가 얼마 안 가 끝났다.
샤워가 끝나고 계속 따뜻한 물로 몸을 적시고 있다. 이제 몸을 닦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 망설여진다. 이대로 나가면 여자에 안달이 난 남자라고 생각할까? 10분 정도는 더 시간을 보내다가 나가는 편이 낫겠다.
10분이나 따뜻한 물을 맞으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쓸데없는 일로 물을 낭비한 것에 대해선 반성해야겠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수건이 질이 좋다. 집에 있는 수건과 달리 부드러워서 피부를 포근하게 감싼다.
몸을 다 말리곤 목욕가운을 입었다. 가운 안에는 팬티를 입어야 하나? 목욕가운을 입는 경우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보통 서양 영화에서 이걸 입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안에 아무도 안 입었던 것 같다. 고민하다가 그냥 팬티를 입었다. 원래 어떻게 입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럽다.
욕실에서 나가니 정혜가 침대에 이불을 덥고 누워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나도 옆으로 가서 누워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가만히 있으려니,
“옆으로 올래?”
정혜가 자기 옆자리를 흘끗 보며 말했다.
“응.”
정혜의 옆자리에 냉큼 누웠다. 이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곤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 화면을 쳐다보았다. 케이블 채널에서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중이다.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 거의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볼 때는 재미있게 본다. 그러나 오늘은 무슨 내용인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어찌나 웃긴지 쉬지 않고 관객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고 있지만, 나도 정혜도 웃지 않았다.
흘끗 정혜의 옆얼굴을 보았다. 화장을 지워 첫인상처럼 강렬한 느낌은 없지만 아름다운 얼굴이다. 고양이 같던 인상은 화장으로 눈꼬리를 치켜 올렸던 것뿐이다. 오히려 정혜의 맨눈은 아래로 쳐져있다. 크고 쳐진 눈이 작고 가녀린 동물을 연상시켰다.
“뭐해? 내 얼굴 봐?”
이크! 정혜가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옆을 돌아본다. 난 찔끔해서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본 거야?”
“으응.”
마지못해 대답했다.
“나 화장 지우니까 이상하지?”
“아니, 전혀 아니야.”
정혜의 말에 곧바로 대답했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화장을 했을 때의 정혜는 화려해서 사람의 눈을 확 끌지만, 오히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 더 아름답다.
“안 한 게 더 이뻐.”
“진짜?”
“응.”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못 믿겠어.”
못 믿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정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예쁘게 웃었다. 귀여운 눈웃음이다. 눈웃음만은 화장을 했을 때나 안 했을 때나 똑같다.
다시 뻘쭘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솔직히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가 어떤 식으로 생각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여기서 내가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할까? 키스를 하면 될까? 조금 뜬금없나?
“저기, 키스, 해도 돼?”
정혜에게 물었다. 이 말을 꺼내는데 엄청난 각오가 필요했다. 대답은 없었다. 그렇다고 거부하는 기색도 없었다. 천천히 정혜에게 다가갔다.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정혜는 피부가 좋구나. 얼굴이 깨끗하다. 향기가 났다. 조금 전에 샤워하면서 맡았던 샴푸의 냄새다.
정혜는 눈을 감고 있다. 눈두덩이 바르르 떨리는 게 긴장을 꽤나 긴장한 것 같다. 얼굴이 가깝다. 정혜의 숨결이 가까이 느껴졌다. 그건 정혜도 마찬가지일 거다. 입술이 닿는다. 순간 정혜의 숨결이 더 이상 내 얼굴을 간질이지 않는다. 정혜가 숨을 멈춘 것 같다.
난 키스를 좋아한다. 단순히 입술과 입술이 닿는 것 이상의 느낌이 있다. 입술과 입술이 닿는 순간 모든 신경을 그곳에 집중한다. 신이 입을 만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말을 하거나 무언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키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키스를 하는 순간만은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난 전 여자 친구에게도 키스를 많이 했다. 특히 여자 친구를 가장 많이 만났던 50일간은 500번 이상은 하지 않았을까.
“자, 잠깐만.”
정혜가 나에게서 떨어졌다.
“숨을, 숨을 못 쉬겠어.”
입술이 닿을 때 숨을 멈추더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나보다. 신선했다. 그럴 리는 없지만 키스를 처음 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정혜가 숨을 몰아쉬었다. 몇 초 후 진정이 됐는지 원래의 호흡을 되찾았다. 눈치 없이 “다시 해도 돼?”하고 묻지는 않았다.
다시 입술이 닿았다. 더 진행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입술의 부드러움을 느끼는 것에만 집중했다. 조금씩 혀를 내밀었다. 정혜의 입술에 내 혀가 닿았다. 혀로 입술을 핥는 것도 기분이 좋다.
아직 정혜는 혀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입을 단단히 다물고 혀를 지키고 있다. 내 혀는 그녀의 입술과 이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난 키스가 좋다. 혀를 사용하면 기분이 더 좋지만, 꼭 혀가 아니라도 기분이 좋다. 어느 정도냐면 섹스보다 키스를 더 좋아할 정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혜가 결국 내 혀의 출입을 허가했다. 입이 열리고, 부드러운 혀가 감겨왔다. 키스는 역시 좋다. 정혜의 숨이 거칠어진 게 느껴진다. 코로만 숨을 쉬는 게 불편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키스로 기분이 고조되면, ‘그럴 기분’이 생긴다. 혀와 혀가 닿는 딥키스를 하면 자연히 성욕이 끓어오른다. 그럴 기분이 아니라도 키스를 하게 되면 그럴 기분으로 변한다. 전 여자 친구와도 키스까지가 어려웠다. 막상 키스를 하고 나니 실제 행위에 도달하기까지 며칠 걸리지 않았다.
정혜도 마찬가지인지 점차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금까지는 마지못해 혀를 움직이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내 혀에 맞춰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이다 싶어 손을 움직였다. 곧바로 가슴으로 손을 옮기진 않았다. 일단은 머리카락이다. 완전히 마르지 않아 촉촉한 머릿결이 손에 닿았다.
“흐음.”
머리카락을 쓸자 정혜가 달콤한 소리를 내뱉었다. 여자는 키스할 때 머리를 쓰다듬으면 좋아한다. 의외로 효과가 좋다. 지금도 좋은 소리를 내지 않았는가. 그리고 만지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손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머릿결이 나에게 충분한 자극을 주었다.
자세를 바꿨다. 상반신을 일으켰다. 정혜도 같이 일어났다. 계속 옆으로 누운 채로 키스를 하니 한 손으로 몸을 받치느라 한 손밖에 사용하고 있지 못했다.
입술을 천천히 뗐다. 서로의 얼굴이 서서히 멀어졌다. 눈을 감고 있던 정혜가 천천히 눈을 떴다.
사랑스럽다. 이 여자를 예전부터 사랑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알고 있다. 이건 착각이다. 말했듯이 난 키스를 하면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전 여자 친구에게 그렇게 열렬히 키스를 했던 이유도 그것이다.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에.
다시 키스를 했다. 이번엔 정혜쪽에서도 나를 향해 다가왔다. 입술이 만나고, 혀가 만났다. 부드러운 머릿결을 쓸었다. 그리고 한 손은 정혜의 가슴으로 향했다. 부드럽고 말캉말캉한 것이 손에 닿았다. 가운을 사이에 두고 있어 촉감은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기분이 좋았다.
“으음. 흠.”
손으로 가슴을 부드럽게 쓸자, 정혜가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여자가 이런 목소리를 내게 만들면 기분이 좋다. 정혜의 가슴은 솔직히 작았다. 그렇게 작은 건 아니었지만, 내 전 여자 친구의 가슴이 무지막지하게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내 전 여자 친구는 국산 브래지어는 맞는 게 없어서 외국 브랜드의 제품을 입어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부드러우면서 탄력이 느껴지는 가슴은 만지는 재미가 있었다.
가운 사이로 천천히 손을 넣어보았다. 정혜가 살짝 몸을 떨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부드러운 살결이 손에 닿았다. 한 손에 꼭 들어오는 크기의 가슴이다. 손끝으로 가슴 주변을 동그랗게 쓸었다. 점점 가슴의 가운데로 손을 옮겼다. 빳빳이 고개를 들고 서 있는 작은 융기가 느껴졌다. 말랑하면서도 다른 부위보다 더 굳건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흐응. 흠!”
내 손이 유두를 만지자 정혜가 전에 없던 큰 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낸 소리 중 가장 격한 반응이다. 정혜도 조금씩 흥분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번엔 가슴을 움켜쥐었다. 말캉말캉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 마쉬멜로우를 만지는 것 같다. 계속 가슴을 만지면서, 이번엔 다른 손을 움직였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정혜의 긴 머리카락을 살짝 치우고 목덜미를 만졌다. 정혜가 조금 놀란 듯 몸을 자르르 떨었다.
목덜미를 만지던 손을 가운 안으로 집어넣었다. 어깨선을 부드럽게 쓸고, 그리고 더 아래, 등으로 내려갔다. 계속 손이 내려가다 보니 자연히 가운의 앞섶이 벌어져 어깨 아래로 내려갔다.
입으로는 계속 키스를. 한 손은 가슴을 만지고, 한 손은 등을 만진다. 등 중앙에 세로로 파여 있는 선이 느껴졌다. 그 선을 계속 따라 내려가자 거의 엉덩이에 닿을 듯하다. 그쯤 되니 자연히 가운에 감싸여 있던 상체가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려가던 손은 멈췄다. 여자는 하체에 관해서 방어적인 성향이 강하다. 상체를 마구 만져댔다고 하체까지 마음대로 만질 수는 없다. 단, 발부터 올라가는 것은 예외다.
정혜와 키스를 또 멈췄다.
“저기.”
“응?”
“한번 누워볼래?”
“알았어.”
정혜가 내 말에 군말 없이 눕는다. 그러나 그 표정에는 일말의 두려움이 보이고 있다. 내가 무슨 행동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혜가 누워서 겁먹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상상해보라. 가운으로 중요한 부분만을 겨우 가리고 있는 여자가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어떤 남자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난 천천히 정혜의 아래를 향해 움직였다. 정혜가 순간 적으로 양손으로 자신의 중요부위를 가렸다. 얼굴이 잔뜩 빨개졌다. 내 얼굴이 그곳에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지금 나의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다. 난 더 아래로 내려갔다. 매끈하고 하얀 허벅지가 보였다. 허벅지 안쪽에 키스하고 싶었지만 정혜가 손으로 막고 있어서 못 했다. 정혜의 손이 닿지 않는 허벅지 부위에 키스를 했다. 무릎. 무릎보다 아래로. 종아리. 종아리에 키스했다. 발목. 발목에도 키스했다. 발등. 발등에도 키스했다. 발가락. 작고 귀여운 발가락에도 키스했다.
“아, 거긴! 더러워!”
“괜찮아. 안 더러워.”
이미 샤워를 했잖아. 더럽다는 건 단지 이미지가 그런 것뿐이다. 그런 생각만 하지 않으면 발에도 얼마든지 키스할 수 있다. 작고 귀여운 발이다. 정혜의 키가 원래 아담하기도 했지만 그걸 제하더라도 발이 작다. 전 여자 친구는 키가 컸기 때문에 발도 컸다. 무려 260이었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귀엽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앗, 간지러워!”
내가 발바닥에 키스하자 정혜가 작은 비명을 질렀다.
“간지러워? 그럼 그만할까?”
“아냐. 그만할 필요는 없어.”
부끄러운 듯 뒷말을 흐리는 정혜. 그 모습이 귀엽다. 발바닥에 계속 키스했다. 발등에도 키스했다. 발가락에도 키스했다. 발가락을 살짝 깨물어주자 정혜가 꺄, 하고 작은 비명을 질렀다.
“안 더러워?”
정혜가 물었다.
“안 더러워. 왜, 싫어?”
“아니, 싫지는 않은데.”
“않은데?”
“뭔가 기분이 이상해.”
웃음이 나왔다. 귀여웠다. 처음엔 남자경험이 풍부한 여자 같은 인상이 있었다. 여자 경험이 부족한 난 속으로 미숙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고 걱정도 했다. 그러나 정혜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발에까지 키스하는 게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런가?
“뭐야, 왜 웃어?”
정혜가 심통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웃는 걸 들켰다. 일부러 고개를 숙여서 표정이 안 보이게 했는데 작은 웃음소리까진 감추지 못했다.
“너무 귀여워서 웃었어.”
“뭐야, 그게. 거짓말 하지 마.”
내가 놀린다고 생각하나보다. 정혜는 기분이 상한 듯 눈매에 매섭게 날을 세우고 날 노려본다.
“거짓말 아니야. 증거를 보여줄게.”
“증거? 무슨 증거?”
내가 너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증거. 내가 지금 이 순간만은 너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증거. 정혜의 발등에 열렬히 키스하기 시작했다. 발목에 키스했다. 복숭아뼈에도 키스했다. 종아리에도 키스했다. 아까는 부드러웠지만 이번엔 아니다. 더 격렬하게, 멈추지 않고, 뜨겁게. 무릎에 키스했다. 허벅지에 키스했다. 허벅지를 타고 점점 올라갔다. 그녀의 중요한 부위까지 올라갔다. 정혜가 급히 손으로 그곳을 가렸다. 그러나 처음부터 여기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곳을 넘어 아랫배에 키스했다. 더 올라가 배꼽에 키스했다. 배꼽을 한 번 혀로 핥았다. 내 혀에 놀랐는지 정혜의 배가 긴장으로 탄탄해졌다. 뭔가 운동이라도 하는 걸가.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적인 느낌이다. 배꼽을 지나 더 올라갔다. 거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갔다. 탄력적인 가슴이 보였다. 누워서 퍼져 있는데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가슴에서 가장 높은 곳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또 위로 올라갔다.
쇄골이다. 여자이기 때문일까. 쇄골의 선도 앙증맞다. 쇄골에서 올라가 목에 키스했다. 턱아래에 키스했다. 턱선을 타고 귀까지 향했다. 도톰한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좀 더 세게 깨물었다.
“아야! 아파!”
정혜가 내 등을 퍽 때렸다. 그러나 힘을 주고 때리지 않아 아프지 않다. 이번엔 귓바퀴를 깨물었다.
“아잉, 깨물지 마.”
정혜가 애교를 부렸다. 눈웃음이나 교태는 정말 타고난 것 같다. 난 말을 잘 듣는다. 귀 괴롭히기는 멈췄다. 귀에 살며시 바람을 불어넣은 다음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 다음은 볼에, 그 다음은 코에 입을 맞췄다.
“너 완전 키스광이다.”
벌써 들켰다. 전 여자 친구도 늘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키스가 그렇게 좋아?”
정혜의 말에 난 웃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난 대답 대신 입맞춤으로 대신하곤 했다. 정혜의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열어 서로의 혀를 섞었다.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정혜의 중요한 부분으로 향했다. 그곳에 닿기 직전 정혜의 손에 막혔다. 그렇다고 손을 멈출 생각은 없다. 내가 물러나지 않자 정혜의 손이 천천히 자리를 비켰다.
내 손이 정혜의 가장 깊은 곳에 닿았다. 아직 완전한 접촉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얇은 천이 내 손과 정혜 사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이게 뭐지? 하고 잠시 고민했다. 정혜가 팬티를 입었구나. 브라가 없어서 당연히 아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랑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여긴 왜 미국이 아닌 걸까. 여긴 왜 한국일까.
손을 팬티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정혜가 손으로 막았다. 억지로 넣어볼까 했지만 날 제지하는 힘이 꽤나 억세다.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안 되나보다. 어쩔 수 없이 팬티 위로 참는 수밖에 없었다.
“하앙. 아!”
그곳을 문지르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처음으로 만졌지만 이미 그녀의 팬티는 젖을 만큼 젖어 있었다.
“엄청 젖었어.”
“앙, 그런 말 하지 마!”
그녀가 부끄러운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런 식의 농담이 통하는 것을 보니 그녀의 분위기가 많이 풀린 것 같다. 얼굴을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계속 키스하자, 손가락 사이로 동그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속 입을 맞추다 보니 결국 문이 열렸다. 다시 혀와 혀가 얽혔다.
“아, 아앙!”
그녀의 팬티 위에 있는 손을 전에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가 과연 전에 없는 격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미 충분히 젖어 있던 팬티가 더욱 젖기 시작했다. 너무 젖어서 이제는 팬티 위로도 그곳의 모양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제는 팬티를 벗겨도 되지 않을까.
다시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보았다. 다시 정혜가 다시 내 손을 제지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까만큼 반항이 심하지 않았다. 좀 더 힘을 주고 손을 집어넣으니 더 이상 정혜가 막지 못했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뜨겁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곳과는 온도가 달랐다. 여자의 그곳은 따뜻하다. 곧바로 그곳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곳은 민감하기 때문에 갑자기 손으로 만지면 아파할 수도 있다. 부드럽게 그 주변부터 천천히 훑어나가는 것이 좋다.
“아, 하아! 으음.”
그녀와 키스를 계속하며 손을 움직였다. 그녀가 내 손에 익숙해지는 것을 느꼈다. 더 세게 손을 움직였다. 이미 그녀는 뜨겁게 젖었다. 애액이 많은 타입인 것 같다. 전 여자 친구는 애액이 잘 나오지 않아서 애무에 더 공을 들이곤 했었다. 젤이라도 사야할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
키스를 하다가 또 그녀의 몸을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턱. 목. 쇄골. 가슴. 배. 배꼽. 그리고 그곳. 베이지색의 심플한 속옷이 보였다.
“아!”
정혜가 부끄러운 듯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았다. 그러나 내가 계속 내려가자 그 손에 힘이 빠졌다. 팬티 위의 그곳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뜨끈한 열기가 입술을 타고 전해졌다. 약간은 시큼한 냄새도 났다. 난 양손을 그녀의 허리쪽으로 올렸다. 그리고 팬티 끝을 잡고 서서히 벗겼다.
더 이상 그녀는 날 막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팬티를 벗기기 쉽도록 엉덩이를 들어올려 주었다. 팬티가 허벅지까지 내려가자 이번에 그녀가 다리를 올려 주었다.
우와.
팬티가 벗겨지면서 애액의 실이 주욱 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광경 처음 봤다. 내가 이만큼이나 여자를 흥분시켰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정혜의 협조로 팬티를 완전히 벗길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알몸이 된 것이다.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부끄러운지 양손으로 그곳을 가렸다. 여기까지 왔지만 역시 부끄러운가.
가끔 남자가 여자에 대해 오해를 할 때가 있다. 모텔까지 따라간 주제에 아직도 튕기냐. 그건 튕기는 게 아니다. 그곳까지 따라갔다고 해서 완전히 마음을 정한 게 아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오늘은 10km를 뛰어야지, 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10km를 뛰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뛰다보면 힘이 들고, 뛰다보면 마음이 바뀐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 따라왔다고 모든 고민과 갈등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남자의 순간순간의 행동마다 여자는 갈등하는 것이다.
정혜가 손으로 가린 곳에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벌렸다. 계속 힘을 주던 그녀는 나의 노력에 결국 힘을 뺐다. 그녀의 그곳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곳에 입맞춤을 했다. 약간은 시큼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팬티 위로 맡았던 냄새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야한 냄새다.
처음엔 주변부터. 그리고 점점 범위를 좁힌다. 그곳에 혀를 내밀었다.
“아, 으응!”
혀끝으로 계속 그녀의 맛을 느낀다.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한 번씩 깨물어주기도 하면서.
“흐음. 아아. 아.”
그녀의 억눌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금씩 혀의 움직임이 강해진다. 그럴수록 그녀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빨아들인다. 핥는다. 찌른다.
“아, 흑!”
그녀의 목소리가 한껏 고조되었을 때 움직임을 멈췄다.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서서히 눈을 떴다. 볼은 약간 홍조를 띄고 있다. 입은 살짝 벌어져 있고, 눈은 물기를 머금은 채 반짝 빛나고 있다. 머리카락은 부스스하게 흩어져 몇 가닥은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가 있다. 가슴은 아까보다 부풀어 있다. 그곳은 굳이 만지지 않아도 느껴질 만큼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정혜의 얼굴은, 가슴은, 몸은, 모든 것은, 나를 유혹하기 위한 최적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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