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아일랜드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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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71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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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광수와 종훈의 묶인 손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는 왼다리와 오른 팔을 각각 원주민들과 줄로 연결해 두 명이 한 명씩을 마크하는 것 같았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여기서 도망칠 수도 없어...' 
 반쯤 체념 상태인 종훈. 
 시각은 어느 덧 저녁 때가 지난 듯 어둑어둑했다. 광수와 함께 있지만 어차피 의사소통은 꿈도 못 꿨다. 딱히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종훈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어제와 마찬가지로 꿀꿀이죽같은 맛없는 식사를 하게 해 주는 그들을 향해 광수는 손가락 욕을 날렸다.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식사 회수.  종훈은 그런 광수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부족한 음식이나마 체력을 비축하는데 사용했다. 
 식사를 마치자 그들은 종훈과 광수를 어딘가로 끌고 갔다. 
  
 "이제 그만 걔네들을 구해줘야 하지 않을까?" 
  
 은수는 걱정스레 후배들에게 말했다. 
 "그런 짐승같은 놈들을 왜요? 언니는 같이 안 있어 봐서 모르는 거에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원주민에게 물잔을 받아 마시는 시은. 
 "그래도..." 
 "언니, 저도 반대에요. 우리가 괜히 도와주려 하면 선배들과 같은 취급받을 지도 몰라요." 
  
 아직은 원주민들을 시은만큼 편안하게 부려 먹지는 못하는 리니였다. 그녀는 마음 속에서 종훈을 어느 정도 용서했지만 아직 원주민이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신중했다. 
 "선배는 무슨... 그런 놈들은 아주 혼쭐이 나야 해." 
 "어, 저길 봐. 종훈과 광수 선배야." 
 종훈과 광수는 그녀들이 앉아 있는 곳 앞에 끌려와 무릎 꿇리었다. 
 종훈은 마치 적국에 잡혀 왕 앞에 끌려온 포로같았다. 아니, 포로들은 옷이라도 입고 있지. 후배들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꼴은 정말 수치스러웠다. 그는 손으로 그곳을 가리려 했다. 그러자 팔에 줄로 연결되어 있는 원주민이 그를 제지했다. 
 한 원주민이 그들에게 다가가 다른 원주민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 원주민은 여자 아이들이 앉은 곳 반대편으로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자세에서 엉덩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은수와 리니는 불알과 똥구멍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민망한 광경이 펼쳐지자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으나 시은은 흥미롭다는 듯 쳐다 보았다. 
 '뭐하는 거지?' 
 하지만 곧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저건 분명 저대로 따라 하라는 것이었다. 광수도 무슨 뜻인지 알아 듣고 낯빛이 변했다. 하지만 여기서 반항해 봤자 무의미하다는 걸 아는 종훈은 그대로 그녀들을 등진 채 자세를 취했다. 그녀들이 어떤 시선으로 쳐다볼지 생각하면 아찔했다.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될지도 모르나 이상한 흥분에 휩싸여 종훈의 수컷은 팽창했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신발을 신은 여자애들 중 하나다. 
 "거봐, 이런 놈들이라니까." 
 자신의 상태를 보고 비웃는 시은의 목소리였다. '들'이라는 것은 광수도? 
 그때 여자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것에 느껴졌다. 
 '흡!' 
 시은은 그의 수컷을 잡고 원주민이 건내준 단단한 고깔 같은 것을 그 위에 씌웠다. 그것은 원주민들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종훈과 팔다리가 묶여서 지키고 있던 원주민 2명이 고깔에 달려 있는 줄 한가닥씩을 잡고 허리를 둘러서 뒤로 묶었다. 
 몸을 일으켜 뒤돌려지는 종훈. 시은의 옆에서 원주민이 즉시 물그릇을 받쳐 들었다. 더러운 걸 만졌다는 듯 손을 씻으면서 시은은 재미있다는 듯 종훈을 내려다보았다. 
 "넌 내 친구 리니에게 몹쓸 짓을 했지? 더러운 자식!" 
 시은의 새하얀 다리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종훈의 급소를 강타했다. 
 "으윽..." 
 종훈은 눈앞이 새하얘지며 엎드렸다. 그러자 주변의 원주민들이 모두 시은을 향해 등지고 엎드렸다. 모든 원주민들이 원을 빙 그린 채로 불알과 엉덩이를 내놓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시은은 저런 벌거벗고 징그러운 것들을 덜렁거리는 미개한 놈들과 자신은 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나에게 맡긴다라... 훗' 
 시은은 이들의 지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이미 그녀는 그들의 지배자였다. 문명인인 자신이 미개한 원주민들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리니야, 나를 위해 복수해 줘. 그 자식에게 한 방 먹여. 나를 어떻게 해 보려던 놈이야!" 
 광수앞에 서 있던 리니는 시은의 당당한 태도에 점점 마음이 놓이는지 그 징그러워 보이기만 하던 수컷을 세게 걷어 찼다. 자신이 당했던 일은 어쩌면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시은은 심한 일을 당할 뻔 했다고 했다. 시은의 복수라고 생각하니 거리낌없이 없었다. 
 원주민들은 엎드린 상태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그녀를 등지고 엎드렸다. 리니는 엎드린 원주민들을 보면서 그들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전까지 그들의 선배였던 남자들은... 이제 그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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