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빈투루에서 생긴 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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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774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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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파서 정리는 나중에 해야 겠군요.
급하지 않ㅇ느 분들은 정리가 된 후 읽기를 권합니다.
파도에 놀랄 분들에겐 죄송입니다
 
정리가 끝났습니다.
눈을 어지럽게해 매우 죄송합니다.
텍스트 파일이 올라가면 정리한 것이 소용없게 도네요.
일단 올리고 다시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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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움직여 린다의 보지를 움켜쥐었다.
물론 겉으로지만.
린다는 나의 손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도 없는 듯 가수가 하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문득 성진은 얘기로만 듣던 창녀가 연상되었다.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심이 없는 듯 껌을 씹고 만화책을 본다는.
이 상황에서 그 생각이 왜 드는지 몰랐으나 성진은 기이하게도 그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린다는 성진의 손길 보다는 가수의 노래에 신경을 쓰고 있었고
따라 부르기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도대체 가사가 무슨 뜻이길래 이렇게 몰입을 하는가.
성진은 자신의 만다린 실력을 총동원하여 그 뜻을 알아내려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가수는 노래를 끝내고 그 스테이지는 끝났고 또 다른 휴지부가 시작됐다.
 
린다는 고개를 숙인 채 성진의 손을 잡고 자리로 돌아왔다. 분위기가 무거워 진 쪽은
린다와 성진이었고 가벼워 진 쪽은 김 과장과 케더린 쪽이었다.
케더린은 춤을 추면서 김 과장에게 안겼던 것이 매우 좋아 보였다.
계속 김과장의 팔짱을 끼고서 살포시 기대 앉아 있었다.
술에 약한 김과장은 더 이상 술을 먹으려 하지 않으며 이상해진 성진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케더린이 "이제 그만 갈까? 술은 성진씨가 다 먹었는데, 한 병더 시킬까?"
 
"그만가자." 린다는 성진을 보면서 말했다.
 
코냑을 혼자서 다 마신 것이나 마찬가지인 성진이지만
별로 취한 것 같은 생각이 안들어 더 마시고 싶었지만
린다의 눈을 보니 전혀 그런 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성진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고 캐더린이 칸데라를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계산을 요청받은 종업원은 곧 계산서를 가져왔는데 마텔 한 병에 350링깃 남자는
입장료 30링깃 여자는 무료, 한국에서 먹은 것에 비하면 엄청 싸다는 생각에
성진이 미화를 내려 하자 캐더린이 얼른 링깃을 냈다.
 
"너무 큰 돈을 쓰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내일 드릴께요."
 
성진이 말하자
 
"다음에 사주세요. "
 
하고 케더린이 대답했다.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새 어둠에 적응된 눈으로
테이불 사이 사이를 헤쳐 밖으로 나갔다. 승강기를 타고 주차장에서 도착한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둘씩 일단 헤어지고
내일 아침 10시에 호텔에서 만나기로 잠정적인 합의를 보았다.
 
케더린과 김 과장이 차를 타고 먼저 나갔고 린다와 성진은 일단 주차장에 남았다.
린다가 캐더린이 떠나자 마자 성진에게 안겨왔다.
 
"자기, 미안해. 괜히 여기 왔나봐. 하필이면 그노래가 나와서 무척 우울해 졌어.
내일 떠날 자기에게 이러면 안돼는데. 정말 미안해."
 
"린다, 니도 같은 마음이야. 너무 슬퍼하지만 말아.
오히려 같이 있는 것 보다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사랑을 키울 수 있다는 걸 몰라? 
또 내가 가진 직책이 직책인지라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여기 올꺼야.
그리고 당신이 꼭 무언가를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아무 것도 안하고 나와 빈툴루에서 같이
지낸다면 난 문제없어. 그러니까 이러지마. 우린 헤어질 필요 없어."
 
"자기 그렇게 생각해 ? 고마와." 그러면서 린다는 키스를 해왔다.
 
다정히 받아주는 성진. 한참이나 그렇게 안겨있던 린다는 차로 가자면서
성진을 끌었다. 둘은 차를 타고 주차장을 벗어나 린다의 집을 향했다.
아쉬운 잠자리에서 서로의 몸을 탐익하고 또 탐익한 린다와 성진은 아침을 맞았고
종소리에 맞추어 나간 린다는 예의 두부 요리를 사왔고 둘은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간단한 샤워로 몸을 씻은 둘은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서 김 과장을 만났는데 역시 케더린도 있었다.
집에서 잤는지 호텔에서 잤는지는 성진의 관심 밖이었기에
린다의 차로 일행은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포지아의 사무실에 가보니 이미 측량장비는
찾아서 성진의 비행기 티켓에 포함시켜 책인이 끝난 상태였다.
포지아의 사무실에서 할 일이 없어진 그들은 공항안에 있는 찻집에서
로칼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린다는 별 말이 없었고 케더린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김 과장에게 조잘대었다.
린다가 탁자에 종이 한 장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는 백에서 볼펜을 꺼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성진이 보니 한자로 된 문장을 적고 있었다. 월량대표 워적심이라는 제목이 보였고
그 아래는 가사였다. 한참을 적더니 그것을 곱게 접어 성진에게 주면서
 
"자기 목소리가 이 노래에 어울릴꺼야. 가면 이 노래를 녹음해서 나에게 보내 줄래?"
 
"반주도 없이?"
 
"내가 테이프를 사줄테니까 그 테이프를 들으면서 따라 불러.
그리고 다른 녹음기로 녹음하면 되지."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하지만 내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해도 돼."
 
"자기 기타 칠 줄 알아?"
 
"한 십여년 쳤어. 잘은 못하지만 내노래에 반주는 할 정도는 돼."
 
린다는 일어서서 테이프를 사러 나갔다.
성진은 린다에게 통관비용을 주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김 과장 에게 양해를 구한 후 돈을 바꾸러 일어났다.
성진이 돈을 바꾸어 오니 이미 린다는 앉아 있었다.
 
손에는 테이프를 들고. 성진이 통관비를 건네주자 린다는 아무 말없이 받으면서
테이프를 건냈다. 성진은 그것을 받았고 두 손을 잡고 린다를 바라보았다.
그저 둘은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느듯 시간이 지나 쿠칭 가는 비행기 탑승
안내를 하는 방송이 있었다. 성진이 가는 빈툴루는 쿠칭을 경유해서 가는 듯 했다,
 
일행은 일어났다. 안내된 탑승구로 향하는 성진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린다와 헤어지는 것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일은 일이고 여기까지 온 것을 일을 위함이었고
지금도 빈툴루에는 그들을 기다리며 고로울 동료들이 있기에 그는 가야 했다.
 
"가자 마자는 어렵겠지만 사무실이 정해지는대로 전화할께.
그리고 주소도 알려 줄께. 편지와 전화로 서로 연락하자.
가능하면 한 번 오고. 이모와 같이 오면 쉬울 것 같은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연락하고."
 
성진이 말을 하지만 린다는 듣고만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자, 이제 우리 들어갈께. 고개를 들고 웃는 얼굴 보여 줄꺼지?"
 
린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웃다가 찌그려지는 얼굴을 보이며 성진을 안았다.
마주 안으며 캐더린 팀을 보니까 서로 악수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성진은
김 과장은 탑승 대기실로 들어가 비행기를 기다렸고 탑승후 한 시간 정도 비행하다가 쿠칭에 도착했다.
쿠칭 공항에서 그들은 입국 사열을 받았다.
 
같은 나라에서 무슨 일인가 하는 그들은 곧 동말레지아와 서말레지아는 서로 입국시
여권 검열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권에 입국 도장과 거주 가능 기간 30일을
받은 그들은 공항으로 들어갔는데 마치 시골역을 연상 시키는 규모에 놀랐다.
 
이에 비하면 그들이 떠나온 김포공항은 대궐이었다. 모든 것이 수동으로 움직이는 공항은
김포 공항, 홍콩 공항 그리고 수방 공항을 거쳐온 그들에게는 놀라움이었다.
적어도 공항은 이렇게 생겼다는 그들의 고정 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항에 나와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기 3시간. 시골 열차역 대합실을 방불하게 하는
대합실에서 김 과장과 성진은 앞으로 가야할 곳의 공항을 상상해 보았다.
 
사라와크라는 주의 주도인 이곳이 이렇 다면 빈투루는 알쪼였다.
참 험난한 인생이 펼져질 것을 예고하는 듯 시골역 대합실에 모인 군상은 굉장했다.
바구니에 닭을 한 마리 넣고 그 바구니를 짊어진 검은 사람들.
 
말레지아 전통 의상을 입고 목에는 넥타이 모양의 문신을 하고
귀에는 그 무게로 인하여 귀가 찢어진 커다란 귀고리를 양 귀에 한 검은 사람들.
모든 환경이 도회에서 시골로 바뀌고 있었다.
 
성진이 가진 상식으로 지금 도착한 사라와크는 말레지아의 한 주이다.
이만한 땅덩이가 하나 더 있는데 그 주의 이름은 사바였다.
그리고 그 사이네 브르나이 라는 하나의 국가가 있고 이들 세 땅덩어리 밑에
인도네시아의 주인 칼리만탄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도에서 보는 큰 섬인 보르네오는 4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고
도착한 이곳이 사라와크 주의 주도였는데 공항이 이 모양이다.
 
정글 정글 했지만 이런 줄은 몰랐다고 속으로 한탄하는 성진에게
김 과장은 사우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우디에 처음 도착해서 현장에 가니까 사막에 천막을 친 곳이었고
목욕을 하지 못헤서 모든 직원들이 거지 꼴을 하고 있더만.
부식 추진은 잘 안돼 물을 무척이나 아껴 써야 했고 김치도 없는 맨 밥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네. 우리가 우리 살 임시 숙소를 만들고 발전길 돌리고 주방장이
한국에서 오고 부식이 오고 하니까 조금 살 것 같더만.
 
이곳은 그곳에 비하면 천국이야. 일단 사람이 보이자나.
그리고 물이 있고. 좌우간 가보자고. 사우디보다야 났겠지.
우리가 월급을 좀 낮게 받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
 
말을 끊고 성진을 쳐다보는 김 과장의 눈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비행기를 탔다. 기종을 보니 포카 프랜드쉽 이라고 쓰여 있는데
프로펠러가 두 개 달린 비행기 였다.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성진과 김 과장은 비행기 후미에 위치한 몇 계단 되지 않는 트랩을 통해서 기내로 들어갔다.
 
기내는 두 줄로 의자가 늘어 섰는데 한 줄에 두 자리가 있는 구조였다.
자리위로는 짐을 넣을 수 있는 칸이 있는데 문이 없었고 고무줄을 가로 질러놓아
물건이 떨어지지 않게 되어 있었다. 가방을 대충 그 칸에 넣고 둘은 자리에 앉았다.
그 칸에는 아까 본 바구니에 넣은 닭이 눈을 멀뚱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닭도 놀랐는지 울지는 않았다.
닭까지 꼬꼬댁 거린다면 참 볼만한 광경이 될 것 같았다. 일종의 시외 버스가 비행기 였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말레지아 전통의상의 승무원들이 안내 방송을 하는데
이미 귀에 익은 "뚜안 뚜안 딴 프롬판 프롬판"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나라 말은 명사의 복수형은 단수를 두 번 쓴다.
 
따라서 연필들은 펜실 펜실, 집들은 루마 루마, 차들은 캐레따 캐레따...
우리 말의 들이라는 접미사 가 복수를 뜻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행복이었다.
집들, 신사들, 숙녀들, 차들.... 얼마나 좋은가?
 
성진은 애국심이 절로 나왔다.내 나라를 사랑하는데 이런 이유가 있다니....
 
비행기가 떴다. 이륙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마치 종이 비행기가 뜨듯 그렇게 비행기는 이륙했는데 조금 지나니
밑으로 정글이 펼쳐진다. 제트기를 탔을 때는 보이지도 않았던 정글이 바로 밑에 펼쳐진다.
지상 200미터의 고도를 유지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영어로 나왔기에
프로펠러 비행기와 제트기의 고도 차이를 알아가는 성진이었다.
 
한참을 잘 가던 비행기가 그대로 고개를 쳐박고 꼬구라진다.
사람들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토하고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성진은 말로만 듣던 에어포켓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진짜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밑으로 떨어질 때의 짜릿함이 너무나 좋았다.
'난 이 비행기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드는 성진이었다.
 
에어 포켓을 두 번 하고 나니까 빈툴루 상공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한 시간 정도 난 것 같은데 벌써 목적지란다.
착륙을 하는 비행기가 두 세번 땅에서 튄다.
마치 축구공처럼. 비행기가 튀니까 승객들도 튄다.
재미 있다. 이런 재미가 있다니. 이 비행기로 출장을 자주 다녀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성진이 미소를 짓는다.
 
김 과장은
 
"이건 전투기에 비하면 약과일꺼야. 영화를 보면 몇 번 튀자나.
재미 있는 정도지. 근데 린다 생각 안나? 성진씨는 미혼이니까
아무 걱정없이 즐길 수 있자나? 그녀 캐더린 얘기 로는 엄청난 부자라던데?"
 
"왜 부자라니까 생각이 달라져요? 난 부자가 뭐고 아무 생각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괜히 만난 것 같기도 하고.
퐁이 왜 소개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두고 봐. 젊은 사람들인데 사람일을 알 수가 있나."
 
"과장님만 아실꺼지요? 우리 둘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그렇지요?"
 
"허허, 난 비밀이 없는데."
 
"아무도 비밀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꺼에요. 정황 증거가 너무 뚜렷하니까."
 
비행기에서 내려 출국장으로 가니 연락을 받은 먼저 간 직원들이 나와 있었다.
이 주임이 수고했다고 악수를 청한다. 반갑게 웃으며 측량장비를 꺼냈다.
측량을 맡은 이기사도 나와서 자신이 쓸 장비를 챙긴다.
 
이 역은 쿠칭역 보다 훨씬 적었다. 김포 공항에 대면 간이역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전부 고생에 찌들은 얼굴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마중 나온 직원들의
얼굴이 밝은 것으로 봐서 그렇게 고생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공항을 나와 보니 다 썩어 가는 일제 니싼 글로리아가 서있었고
직원들이 그 차로 가고 있었다. 웬 차일까? 성진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트렁크를 열고 측량장비를 싣고 가방과 짐들을 또 실었다.
그리고 이 기사가 핸들을 잡았다. 처음에 잘 가던 차가 갑자기 멎는다.
이 기사가 드라이버를 들고 나간다. 후드를 열고 어디를 두드리고 다시 와서 시동을 한다.
엔진이 돈다. 그리고 기어를 넣으니까 다시 차가 구른다.
 
"뭐 이딴 차가 다 있어?"
 
하고 김 과장이 짜증을 내니까 이 기사가 대답한다.
 
"하청 업체가 쓰라고 한대 준 건데 캬브레타가 좋지 않아 이렇게 두드려야 갑니다."
 
'아, 하청업체가 있었지.' 성진이 무릎을 쳤다. 본사의 이 지역 담당인 토목 전무가
먼저 와서 하청업체를 선정했으니 모든 동원 준비는 그들이 할 것이라는 얘기를 본사에서
들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런 차도 가지고 왔구나. 근데 왜 이런 고물차를 주었지?
우리를 호구로 아나. 성진은 본때를 보여주어야 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십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니까 오조 가든이라는 동네가 보였다.
시내는 워낙 작아서 5분 정도 차를 움직이니까 벗어났고 집들이 없는 지역을
좀 가다 보니까 오른 쪽에 또 많은 집들이 보이고 그 집들을 지나서 50미터 정도
가니까 나온 동네의 이름이었다.
 
알파벳트로 쓰여있어 읽을 수 있었다. 골목을 만나 차가 좌회전을 한다. 대략 20 채가량의 집들이 보였다.
골목으로 들어가 첫 번째 집에 차가 멈추었다. 집 밖에는 모든 인원들이 모여 일행을 기다린다.
선반공도 보였고 중기 공장장도 보였다. 서로들 반갑게 인사하고 차에서 짐을 꺼냈다.
 
 
짐을 들고 들어가니 일층은 부엌이었고 침실이 하나 있었다.
이층으로 안내를 하기에 성진이 따라 올라가니 방이 세 개, 화장실이 하나 보였다.
첫번 방에 들어가 보니 이미 메트리스를 사다가 깔아 놓았다. 김 과장 말대로 사우디 보다는
조건이 좋았다. 짐을 풀곳이 없으니 서로들 짐가방을 벽에 세워두고 잠만 메트리스 위에서
자고 일하러 나가는 형편 인 것 같아 보였다.
 
이 집은 두 가구가 살 수있게 되어 있고 출입구는 달랐다. 옆집에 사는 사람들이
하청업체에서 파견된 인부들이며 지금까지 현장 정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도움으로 불편한 것을 해결할 수 있었고 고물차를 준 것도 그 사람들이라고 한다.
옷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일층으로 내려가니 이 주임이 저녁거리를 사러 가자고 한다.
 
둘은 털털거리는 차를 몰고 이 주임이 운전해서 시장으로 갔다.
시장은 공항이 있는 시내에 있었다. 시내는 두 줄의 건물들이 있는 거리로 구성되었는데
3 개의 2 차선 규모의 거리가 종으로 형성 되었고 그 거리들은 6차선 규모의 거리로 연결 되어 있었다.
시장은 6차선 규모의 거리중 맨 아래 쪽 바다가에 연해 있었다.
 
시장에서는 말린 생선 냄새가 났다. 생선을 파는 가게보다 건어물 파는 가게가 더 많아 보였고
군데 군데 곡물을 파는 가게와 야채를 파는 가게가 보였다. 이 주임은 쌀을 사야 한다면서
곡물 가게로 갔다. 곡물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맨 지나인이었다.
이 주임이 영어로 쌀을 찾는데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
 
성진이 둘러 보니 맨 만다린 아니면 말레이 말을 하는 사람투성이 였다.
영어는 이 지역에서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놓여진 곡물을 둘러보다가 쌀 비슷하 것을 발견한
이 주임이 말레이 말로 물어 본다.
 
"이니 하루가?"
 
기초적인 말레이 말이지만 이거 얼마요 에 대응하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대답을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묻기는 물었는데 얼마라는 대답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주임 이 버벅대니까
성진이 종이에 그들의 대답을 적게 했다. 그들은 한자로 4자를 쓴다. 4 링깃 이란 말인데 단위가 없다.
한 근에 혹은 한 말에 4 링깃해야 하는데 단위가 없고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니까 그저 4 링깃을 주었다.
 
그들은 말들이 봉투에 쌀같이 생긴 그러나 한국의 쌀보다 작아보이는 것을 담아 주었다.
이제는 야채를 사야한다고 이 주임이 말하면서 야채 가게로 갔다. 배추같이 생긴 것이 있었다.
한 개에 얼마냐고 묻기가 훨씬 수월해 4개를 샀다. 옆에 보니 소금등을 파는 가게가 있어
소금도 사고 고추 가루를 찾았는데 비슷한 것이 보였고 냄새도 매웠다.
그래서 그것도 샀다. 이러 구러 물건을 사서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어제 산 것인지 일본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는데 옆집의 하청업체 사람으로 보이는
잘 그을려진 지나인 두 명이 보였다. 이 주임이 인사를 시킨다.
 
"여기는 팽씨, 여기는 김씨."
 
성진은 팽씨라는 나이 지긋한 지나인과 악수를 했다.
 
"도와 주어서 고맙습니다. 일찍 와서 일을 봤어야 하는데 통관 때문에 늦었습니다."
 
"아, 뭐 며칠 걸리지도 않았는데요. 이제 다 오셨으니 내일은 체류기간 연장을 하러
시청에 가야 합니다. 여권을 다 가지고 가면 되겠구요. 다른 도울 일이 없습니까?"
 
"글쎄요. 참 현장 일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장비가 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모레 쯤 바지로 도착한다고 합니다.
페이로더와 도자 등이 오면 일이 빨리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내일 몇 시에 만날까요?"
 
"9시에 시청이 문을 여니까 아침 8시 반에 가기로 하지요."
 
"예, 그러면 편히 쉬시구요."
 
팽을 보내고 성진은 저녁을 준비하는 광경을 보았다.
그제 사온 것인지 맨 알루미늄으로 된 냄비와 그릇들을 늘어 놓고
석유 바나에 불을 붙이고 밥을 얹저 놓았는지 신나게 김을 내며
밥냄새를 피우는 냄비가 보이고 한 쪽에서는 사온 배추를 잘라서
소금과 고추가루를 뿌리고 간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다시 커다란 냄비에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끓이며 라면 봉지를 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국이 없으니 라면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음식이 준비되었는지 사람들이 모였다.
양푼에 밥을 담고 다른 양푼에 라면을 담고 급조된 김치를 담은 큰 접시를 가운데 놓고
식사를 하는데 우선 밥은 알갱이가 작으며 냄새가 풀풀 나는 알랑미로 먹기가 역겨울
정도고 김치는 간이 배지 않아서 배추 따로 고추 가루 따로 소금 따로의 따로 김치 였다.
 
차라리 밖에서 국수라도 사먹는 것이 나은 것 같은데 이 주임은 돈을 생각하는지
그런 음식을 먹을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음식을 먹었다.
먹었는지 말았는지 하는 새에 식사는 끝나고 곧 어두움이 몰려 왔다.
 
성진네가 사는 집과 붙어있는 집에도 두 가구가 함께 살고 있는데 울타리로 넘어로
한 여자가 나와서 성진의 일행을 보고 있었다. 나이가 어려 보였는데 울타리 곁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그런데 영어다. 아마 고등학생인 것 같았다.
 
"써, 한국에서 오셨나요?"
 
학교에서 영어를 잘 배운 모양이었다. 선생님의 의미로 '써'를 붙이며 말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 성진은 ,
 
"쓰, 워먼쓰 한궈런." 하고 만다린으로 대답했다.
 
이어서 쏟아 지는 난헤한 질문들. 성진은 포기했다. 다시 영어로
 
"뭘 알고 싶은데? 너 몇 살이야? 가족은 몇 명이야?"
 
더 빠르게 영어로 질문을 하자 그 여자애는 포기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빈투루에서 처음 만난 여자였는데 고등학생이었다. 밤이 되고 주위는 적막에 쌓이고
현관에 불이 켜지자
 
"텅, 텅, 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일층 식당 에서 식탁에 앉아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그 소리가 나자 현관으로 몰려 갔다. 현관에 걸린 전등 주위로 수 많은 꺼먼 것들이
날아 오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전등을 지나 현관문위에 있는 환기창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였다.
그 와중에 바닥에 떨어지는 괴물체도 있었는데 용감한 직원하나가 문을 열고
땅에 떨어져 버둥대는 몇 개를 집어왔다.
 
호기심에 살펴보니 매미였다. 술집 매미가 아닌 진짜 매미였다.
근데 크기가 달랐다. 한국의 매미는 아무리 커도 엄지 손가락의 크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더 큰 매미도 채집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 매미는 거의 가 다 손가락 두 개를 합한 만큼 크고 길었다.
맴맴 소리를 내는 떨판은 더 커서 한국 매미의 3배 혹은 4배는 되는 것 같았다.
 
텅텅하고 부딪히는 소리이외에 돼지 멱 따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이들 매미가 우는 소리였던 것이다. 나라마다 동물이 가지는 기본적인
크기가 다르다고 한 얘기를 들었지만 곤충도 그 범주에 들어가는지 몰랐던
성진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먼 훗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국 갈매기의 두 배 덩치의
갈매기와 한국 다람쥐의 3배는 되어 보이는 다람쥐를 보고 성진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아무튼 큰 매미, 가히 괴물 매미를 보고 성진은 네 명이 함께 자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려고 누웠다.
잠은 쉽게 오지 않았고 감은 눈 앞을 오가는 것은 린다의 슬픈 큰 눈이었다.
그리고 예쁘게 솟아오른 가슴과 털이 소복하게 덮힌 보지가 눈에 어리는 것이었다.
 
성진은 자연스레 발기하는 자신의 자지를 느끼고 손으로 자지를 잡아가는 자신을 보았다.
린다를 눈에 떠올리니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을 어찌할 수 없는 성진은 내일 린다에게 전화를
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지를 문지르며 잠이 들었다.
 
아침은 언제나 어디서나 상쾌한 것이다. 성진은 습기가 많아 축축한 기분이 드는
빈투루의 아침 공기에 잠에서 깨어났다. 상쾌한 기분이었으나 아침을 또 저녁과 같이 먹을 생각을 하니
그 좋은 기분이 상했다. 성진은 어차피 아침에 시내로 가야 하니 거기서 아침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향했으나 들어가지도 못했다.
 
11명이 거주하는 집에 화장실이 아래 하나 위에 하나 총 두개인데 한국 사람들은 아침에 자르든가 쪄야 한다.
그러니 앞서 들어간 사람들이 찌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세수를 할 기회도 얻지 못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왜 그날은 찌는 시간이 그리 긴지 성진은 죽을 맛이었지만 예전 판자집 동네에서 살때를 생각하면서 웃음지었다.
 
그 동네는 동내 화장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 화장실을 사용하는 가구가 16이었다.
그때부터 성진은 화장실 가는 것이 엄청 큰 일이 되었고 성진의 꿈중의 하나가 화장실이 많은 집,
그것도 넓고 청결한 화장실이 많은 집에서 사는 것이었다.
성진이 듣기로 화장실을 성진만큼 밝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이런 성진의 꿈은 브라질에서 이루어 졌는데 성진의 아파트에 화장실만 5 개가 있었고
하나같이 크고 깨끗했고 비데까지 장착된 것이었기에 미래의 성진은 매우 행복했다.
물론 무척이나 뒤의 이야기 지만.
 
어렵게 세수를 하고 용변을 해결한 성진은 아침을 먹지 않고 직원들의 여권을 회수해서
팽씨와 함께 시청으로 향했다. 시청에 가 보니 말레지아의 전형적 건물인 나무 조각으로
지붕을 씌운 건물인데 칸막이 없이 모든 공무원이 책상으로 줄을 만든 성진의 본사 사무실 같은 구조였다.
 
천정에는 담당 업무를 기록한 간판들이 달려 있는데 팽씨는 그중 이미그레센이라고
알파벳트로 적힌 곳으로 성진을 안내 했다. 거기에는 이민국 관리의 제복을 입은 남자가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유일하게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었다.
 
팽씨는 그 사람에게 말레이 말로 인사를 하더니 성진을 소개 했다.
아직 현지 명함은 만들지 않았고 해서 한국의 현장에서 만든 명함을 건네고 성진은 자기 소개를 했다.
 
"반갑습니다. 김 성진이라고 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부장입니다."
 
이민국 관리의 이름이 부장이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말레이 인들이 쓰는 성 가운데 빈도가 높은 성이었다.
성진은 속으로 김 부장이야 박 부장이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인사가 끝난 후 체류 기간 연장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별로 문제가 없는 것이
이미 공사를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 단순히 연장 신청서를 쓰기만 하면 당일로
연장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팽씨는 자신이 그 연장 신청서를 쓴다고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았는데
연장 신청서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성진이 여권을 앞에 놓고 연장 신청서를 써 나갔다.
11명의 연장 신청서 는 5분 만에 끝났고 부장은 흔쾌히 여권의 유효기간 만큼
체류기간을 연장해주었다.
 
팽씨는 도움이 못 된 것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팽씨는 노가다 십장이었지
관리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기에 성진은 개의치 않았다.
시청을 나와서 팽씨와 헤어진 성진은 음식점이 있을 만한 곳으로 갔다.
지나인들의 특기인 국수를 만들어 파는 가게를 찾고 기쁜 마음으로 들어가
국수를 사먹으려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았다.
 
린다가 말해 준 국수의 종류를 생각하고 말레이 말로 된 명칭을 기억해 내려 애쓰는
성진을 하늘이 도왔다.
 
' 아, 미숲.'
 
국물이 있는 국수를 통칭하는 말레이 말이었다.
 
"미숲." 하고 말했다.
 
주인은 뭔말인지 이해하는 눈치였고 아무 자리에 퍼질러 앉은 곧 나올 국수를 생각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주인은 성진에게 다가와
 
"미눔?" 하고 말한다.
 
이게 뭔말인가 하고 주인을 쳐다보니 주인은 뭔가를 마시는 시늉을 했다.
퍼뜩 성진에게 영감이 떠올랐다. '아, 마실 것!'
 
"카페" 당당하게 말했는데 아, 주인이 다시 묻는다.
 
"카페 꼬송, 카페 밀크" 성진의 잔머리가 돈다.
밀크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서 하나는 밀크를 넣은 것 일꺼고
하나는 밀크가 없는 것일게다. 당연히 카페 밀크지. 생각이 끝났다.
 
"카페 밀크."
 
"테리마 카시." 주인이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하며 주방에 준비된 커피퐅에서
뭉툭한 사기잔에 커피를 따르고 네슬레 상표의 연유인 듯 보이는 조그만 깡통에서
연유를 커피잔에 붓는데 거의 커피잔의 반만큼 붓고 스픈으로 졌는다.
 
까만 커피가 갈색으로 변한다. 뭔 맛일까? 성진이 커피를 맛본다.
달달 한게 맛있었다.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 끄덕. 국수와 커피를 마신 성진은
전화할 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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