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빈투루에서 생긴 일 16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374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덴와~ 뗀와~ 뗀와 니떠"
 
졸고 있는 데 누군가 성진을 깨운다. 성진이 일어나자 눈웃음을 치는 호가 성진에게 전화가 왔슴을 알려준다.
자신의 책상위의 전화기에서 수화기를 집어들은 성진은
 
"헬로, 디스 이즈 딮와터 프로잭..."
 
"됐어요, 나야 진과장."
 
"아, 그 유명한 지점의 진 과장아니심까? 왠일이삼? 기성서류는 이미 보내드렸고...."
 
"그래, 그것때문에 전화했는데 아, 정부측에다 기성 서류를 제출했는데
그곳의 공사담당 PM이 그 서류를 가지고 현장으로 갔다네. 그래서 그 사람 좀 찾아서 기성을 받으라고...."
 
"기성은 지점에서 한다면서요?"
 
"아니지, 거리가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해? 현장에서 해야지."
 
"현장은 쫄따구 밖에 없는데 어찌 그런 큰 업무를 할 수 있사오리까? 안됩니다. 몬함니다.지점에서 하이소 마...."
 
"그 쫄따구가 능력이 좀 된다고 하대. 현장에서 기성서류 찾아 서명받고 이리로 보내던지."
 
"그럼 서명만 받고 보낼테니 지점에서 돈은 받는 걸로 허지요. 근데 누구한테 가야지요?"
 
"아, 그랴. 이름이 정시풍이야. 한글로는 정세풍. 그리고 그 사람이 있는 곳은 빈투루 제이케이알 이야.
제이케이알 알지? 장안 크루자 라자 말이야."
 
"제이 케이알은 알겠는데 그 다음 말은 ...."
 
"ㅎㅎㅎㅎ, 현지인에게 물어봐. 호도 알껄."
 
"알겠습니다. 서류 서명 받으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호를 부른 성진은
 
"장안 크루자 라자 가 무슨 뜻이야?"
 
호가 웃으며
 
"어떻게 알았어요?" 한다.
 
"진이 JKR에 가라면서 그 말을 하대. 뭔 뜻이야?"
 
"JKR이 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길바닥 깔때나 건물 부수는 것 보니까 그런대로 하두만."
 
"이곳 사람들은 JKR의 일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지요. 길, 상하수도 등
서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토목 공사를 하는데 별로 성의없이 일을 하고
광장히 느리게 한다고 믿는거죠. 그래서 JKR에 일을 맡 기는 순간 JKR 상부에서는
'일하지마라 라자.'라고 밑에 사람에게 얘기한다고 믿는거죠. 장안 크루자는
일하지 말라는 말이고 라자는 사람 이름인데 이 세단어의 앞글자도 JKR이지요."
 
"글쿠나. 근데 여기 JKR 사무실이 어디여?"
 
"여기서 가까운데. "
 
하고 가는 길을 알려준다. 차를 몰고 그곳으로 가는 성진, 아직 면허가 없다.
현장 직원들 모두가 면허가 없는 상태인데 이를 확인하고 면허를 내 줄 성진이
한국 면허가 없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 모두가 무면허로 운전하고 있었다.
 
JKR 사무실은 정말 가까왔다. 큰 거리로 나와서 좌회전해서 만나는 사거리
바로 옆에 있었다. 성진은 일단 주차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에어콘이
빵빵 돌아가고 있는 성진의 사무실과는 비교도 안 돼는 호화판이었다.
 
직원이 안 보여 잠시 서있는데 말레지아식 정장을 입은 지나인이 당시 유행하던
서류 가방을 들고 성진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온다.
 
"할로. 여기서 일하냐?"
 
성진이 스스럼 없이 말을 걸었다.
 
"아니, 나도 일보러 왔는데."
 
하면서 계속 킁킁 거린다.
 
"아, 그래. 어디 가야 여기 직원을 만나냐?"
 
"나도 저기 들어가 봤는데 아무도 없대."
 
"아, 쓰발 난리났네, 어디서 정시풍을 찾아. 직원은 아무도 없고...아 좃 같네."
 
"정시풍을 찾냐? 왜 찾는데?"
 
"몰라, 지점에서 그 인간이 기성 서류룰 가지고 있대나 뭐래나..."
 
"사실 내가 정이거든."
 
"그냐, 야, 근대 너 왜 우리 기성서류 가지고 있어? 너 때문에 돈을 봇 받는대자나?" 
 
"응, 내가 그 서류애 서명해야 하거든. 그래서 갖고 았는거야."
 
성진은 뭐가 잘못되고 있슴을 알았다. 얘가 시행청에서 두 번째로 높은 , 기술자로는 가장
높은 놈인데 이렇게 말을 막하다가 만난 것이다. 한 마디로 좆된 것이다.
어떻게 헤어나나. 그냥 게기는 거다. 여기서 뭐 아, 몰라뵈서 죄송하다 식의 반전은 매우 불리하다.
성진은 계속 게기기로 본인과 합의를 보았다.
 
"그래, 잘됐네. 여기서 서명해서 나에게 줘."
 
"그래 알았어."
 
정시풍은 가방을 열어 달랑 한 개 있는 기성 서류를 들어냈고 가방을 닫았다.
글고 그 가방위에 서류를 올려 놓고 시행청 대표 자리에 파카 만년필로 서명을 해서 성진에게 준다.
 
"어, 고마워. 근대 이 서류가지고 어디가서 돈을 받냐? 일반 은행에 가 면 주냐?"
 
"어, 그럴껄. 아무 은행이나 가서 돈 달라고 하면 줄꺼야. 난 간다."
 
"야, 너 사무실이 어디여?"
 
"임시 사무실은 JKR 단지이고 정식 사무실은 너희가 지어 줘야지."
 
"아, 글쿠나. 잘가."
 
성진은 서류를 들고 사무실로 와서 KL에 전화를 했다.
 
"아, 방금 서류애 정시풍이 서명했어요. 아거 DHL로 보내면 되지요?"
 
"아닌데. 그것을 어디에 가져가야 하냐면 쿠칭에 있는 재정부 지원에 가져 가야 하거든."
 
"그것은 지점에서 한다면서요?"
 
"어차피 서류를 가져가도 60일이 지나야 돈이 나오는데 지점에서 거기까지 비행기 타고 가기가 뭐하고.
그냥 거기까지 가서 서류만 접수 시키지."
 
"쿠칭까지 간다라. 80링갓만 쓰면 되고 현장은 잠깐 쉬면 되고. 가지요. 근데 돈 안 필요해요.
자금 사정이 매우 나쁘다던데 웬 60일? 우린 그냥 그날로 돈 받아 왔는대..."
 
"어디서?"
 
"한국 현장에서요. 기성서류 뜨면 그저 돈을 받는거지 왜 60일을 기다려요?"
 
"계약서에 그리 되어 있으니까 그렇지."
 
"지금 자금 사정이 드럽다면서요? 근데 뭘 따져요? 그냥 들이대는 거지.
내가 가서 돈 받아 갈까요?"
 
진 과장은 열이 났다. 새파란 직원이 고참 과장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본때의 차원적 격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러던지. 돈을 받아 오면 내가 장을 지진다."
 
라고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 이었다.
 
여기서 잠깐 (말레이 말로는 뚱구 스쿠잡, 발음이 정말 괴상해서 지금 까지 외우고 있는 몇 안되는 말레이 말 중 하나)
해외파와 국내파의 기성취하를 알아본다. 건설공사의 대금은 진행된것만큼 받는다. 다른 식으로는
총 기간이 24개월이면 계약금액을 24개월로 나누어 월별로 지급하는 방식도 있지만
대부분 그 달에 한 공사만큼 대금을 지불한다. 영어로는 Progressive Payment라고 하고
일본놈들이 만든 한자어로는 旣成(기성)이라고 한다.
 
현장에서는
"어이 오늘 기성좀 올렸어?"
하고 물으면 공사가 잘 됬냐는 말인데 모든 장사에 이 단어를 쓴다.
술 집에 가서도 마담에게 기성 좀 올랐냐고 묻고 식당에서도 , 창녀촌에서 도...
노가다가 가는 곳곳마다 기성이라는 말을 쓰니 기성은 곧 매출 실적이 되고 장사가 된다.
 
이 기성은 기성서류(공사 실적 증빙 서류)가 시행청에 들어가면 대충
60일 있다 돈을 지급하게 되는데 Net 60 Days에 해당하는 지급 규정이 다.
이 규정은 국제 토목 공서 계약서 샘플에 나타나 있어서 거의 모든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차관 공사는 돈을 빌려서 싸놓고 하는 공사이기에 60일 규정을 적용하는 건 
좀 웃긴다고 국내 높은 사람끼리 얘기가 돼서 한국 전력 공사 같은 경우 기성 서류가
뜨면 바로 그날 서울의 본사에 제출하고 그날 아니면 다음날 본사로 입금이 되는 것이 상례였고
성진은 그 상례의 중심에서 기성서류 한전 현장 돌리기의 주무 이었다.
 
기술부서에서 한전 기사들의 서명을 받은 서류를 받으면 즉시 현장 한 전 서무과에
가서 오급 사원, 계장 그리고 과장의 서명을 받아 그대로 한전 본사에 서류를 싣고 가서
가능하면 그날 본사 대 본사의 입금이 가능하게 하는 손과 발이었는데
해외 공사를 하니 60일을 돈 받을 사람이 부르짓고 있다.
 
차관 공사인데. 원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특히 돈 단련을 받고 있는 회사를 위해 먼가를 해야했다.
특히 일회차 기성금 수령이다. 성진은 결심했다. 구사의 등불이 되기로. 여자만 잘 꼬시는 사람이 아닌,
여자를 잘 꼬시는 사람은 일도 잘해 하는 말을 듣기 위해. 국제 토목 공사 계약이라는 두꺼운 책이 준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가장 문제가 있는쪽은 돈 받을 사람들이다.
실제 돈이 가 장 필요한 곳에 있는 사람들이 이 고정관념속에 빠져 받을 수 있는 돈을 못 받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문제가 있는 것이 이 규정때문에 있는 돈을 안주며
시공 회사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성진은 이것을 혁파한다는 중차대한 사명을 스스로 인식했다.
여자가 저기 있는데 저 여자는 이래서 안돼고 저래서 안됀다고 하면 언제 여자 를 안아 볼 것인가?
똑 같은 룰이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이다.
 
서류를 들고 성진은 쿠칭가는 시외버스(비행기)를 탔다. 그날의 에어 포킷은 직선으로 100미터 하강이었다.
빈툴루를 방문했던 묘령의 미국 사모님이 에어 포킷의 희생자가 되어 미니로 빼입은 원피스에 온갖 것을
토해놓고 벽을 잡고 신음하면서,
 
"오, 노, 유 캔낱두 디스 투미."
 
를 조정사와 승무원에게 연발 했고 성진은 그 전속 하강이 주는 쨰릿한 맛을 즐기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더니 비행기는 어느 새 쿠칭 공항에 도착했고 승무원들의 신사 숙녀 여러분
(투안 투안 단 프룸빤 프룸빤 ) 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빠~라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 착륙가가 들려온다.
 
공항을 나와 택시를 타고 재정부 지원에 가서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30분이었다.
좀 있으면 식사 시간이 되겠지만 언제 그런 것 근심하고 일보려 다녔냐 하는 생각에 일단
성진은 돈주는 곳으로 갔다.
 
척 보니 성진이 들어가야 할 문이 있는 곳에 책상을 놓고 들어가려는 사람을 도와주는
여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여자에게 가서 아무 말이 없이 서류를 내미니 그 여자는
반갑게 말레이 말로 인사를 한다.
 
"슬라맛 빠기."
 
"슬라맛 빠기" 성진도 인사한다.
 
"서류 잘 받았습니다. 검토해서 곧 조치하겠습니다. 안녕하 가세요."
 
성진은 이런 상황을 예견했지만 예견한 적도 없다는 식의 반발을 크게 강조하며 보여 주었다.
 
"뭐요? 현장에서 밤을 새가며 만들어온 서류를 검토조차 안하고 나중에 할테니 돌아가라구요?
당신은 이 서류가 무슨 서류인지 암네까?"
 
"우리 한테 오는 서류야 다 돈 달라는 것이고 우리에게 서류를 검토하 는 기간이
60일 주어졌지요, 아마"
 
여유 만만한 여직원의 말이었다. 이 여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허사가 된다
성진은 이 여직원과 60일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100전 100패임을 느꼈다.
재량권이 없기 때문이다. 잔머리를 굴려서 자신이 말만 쪼끔 하는 하급 직원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난, 계약서고 60일이고 몰라. 내 보스가 오늘 중으로 돈을 받아 오라고 했거던.
그러니까 오늘 그 서류 검토하고 돈 줘."
 
이렇게 말하고 성진은 그여자의 책상, 그여자의 의자 건너편에 놓여진
두 의자중 하나에 몸을 실어 버렸다.
 
"매니져가 있으면 매니져 좀 봤으면 좋겠어."
 
성진의 말에
 
"그 분은 식사중이라서..."
 
그걸로 끝이었다. 성진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그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야, 니네 공사 자금 없지?"
 
하고 물었다.
 
"뭔 소리야. 우리 구좌에는 공사 전체 자금이 다 들어와 있지."
 
"그럼 니네 이자 놀이 하는구나. 왜 돈 쌓아놓고 안줘?
60일 이자 누가 먹는 거야? 드런 놈의 나라구만."
 
그리곤 또 입을 닫았다. 여자는 뭔가 변명을 해야겠는데 성진이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으니 미치겠다. '씩~~~~씩~~~~~, 매니져만 들어오면
금방 쫓아 내야지 씩~~~씩~~~.' 하고 벼를 뿐이었다.
 
마침내 고대하던 매니져가 고매한 식사를 마치고 들어왔다.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성진을 슬쩍 보더니 그 여직원을
불러 같이 들어갔다.
 
"누구냐? 저 사람은?"
 
"빈투루 1차에서 온 사람인데요. 오늘 돈을 받아서 돌아가야 한데요.
그래서 안된다고 하니까 우리보고 이자 놀이 한다고 놀리내요.
빨리 가라고 해주세요. 저 인간 때문에 일이 안돼요."
 
"알았어. 간단히 돌려 보내지. 들어오라고 해."
 
여직원은 의기 양양한 얼굴로 나오더니 성진을 보고
 
"매니져가 보자네. 얼른 들어가 보셔."
 
냉냉히 말한다. 성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빈투루에서 왔습니다. 돈 좀 받으려구요."
 
"그건 서류 접수후 60일 있다가 준다는 규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던데...."
 
"글쎄요. 그 야그는 듣기는 들었는데 지가 들은 야그와는 쬐께 달라서리..."
 
"워가 그렇게 달라요? 60일이 30일이 될 리는 없고...."
 
"사실은요....이 서류를 주면 돈을 줄꺼라구 히서.... 돈을 받아 가지고야 현장에 올 수 있다고 히서...."
 
"누가 그런 말을 했어요?"
 
"지점장이 그런 말을....."
 
"당장 그 지점장 좀 바꿔요. 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상한 말을 해서 업무를 지연시켰으니
반드시 회사에 책임을 묻겠어요."
 
"전화는 쪼께 있다 걸구요. 의문 사항이 있는데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도 대답을 못하네요."
 
"무슨 문젠데요?"
 
"아까 여직원한테 물었더니 돈은 이미 은행에 있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자놀이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60일이라는 날짜에
그렇게 민감한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사실 지점장도 60일이 넘어야
나올 것이라 했는데 난 여기 매니져가 그렇게 바보일리가 없다고 주장을 했지요.
돈이 있는데 왜 시공업자를 괴롭힐 것이냐 하는게 나의 주장이었는데...."
 
"아니 그럼, 지금까지 말한 것은 전부 우리를 떠보느라고 한거란 말입니까?
아주 못 됐군요. 당신은 바로 귀국해야 겠어요. 당신 같은 사람 얼굴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본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니까요. 나가세요!"
 
서슬이 시퍼런 매니져의 말이었다. 근데 성진은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을 꼭 도와 줄 것 같았다. 도와줄 핑게만 만들면 매니져가 도와줄 것 같은 감을
가지고 무엇으로 핑게를 만들까 궁리하는데 자꾸 나가라는 매니져.
 
"거, 60일이라는게 말입니다...."
 
"60일이 뭐요?"
 
"혹시 within 60 days 아닙니까?"
 
매니져는 "그래요."
 
하고 시원히 대답한다.
 
"그러면 재무성애서는 기술적인 것, 사무적인 것들의 확인은 이미 끝났다고
보고 돈이 있느냐 없느냐만 확인학고 규정에 맞게 돈을 주는 것이지요?"
 
"그래요. 그 규정 중 60일이 있는 거에요."
 
"그렇다면 지금 돈을 주시는게 맞잖아요?"
 
"무슨 얘기 예요?"
 
매니져는 성진의 이야기를 들으려한다.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
 
"방금 서류를 제출했으니까 지금 돈을 주면 60일 안에 돈을 주는 셈이 되므로
규정을 어기지 않는거지요."
 
성진은 눈을 껌뻑거리는 매니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매니져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리곤 그 여직원을 불러 수표책을 가져오개 하는 것 같았다. 말레이 말이기에 100프로
독해는 불가능했지만.
 
그 여직원이 수표책을 가져 왔다. 매니져는 성진의 기성 청구 내역을 보았다.
그리고 미화 150만불의 수표에 서명하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빈투루 심해항 기성이 서류 넣자 마자 지급하는 것으로 확정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남들은 왜 그렇게 돼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부터는 모든 기성서류가 당일로 정리되어
현금으로 바뀐다. 60일의 이자 만큼 이익이 생기게 된 것이다. 시간을 보니 2시 였다.
2시간 반 동안에 성진은 60일 있다 받을 돈을 바로 받는 역사를 이룬 것이었다.
 
같은 60 일, 누구나 자연스레 60일 지나서로 보았다. 순간적으로 성진은 60 일 이내라는
문구를 기억하고 확인받았다. 왜 그럴 수 있었을까?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에 아는 것을 모르는 것 처럼, 모르는 것을 아는 것 처럼 이라는 것이 있다.
너무나 생각속에 익어 있는 것들이 아이디어의 탄생을 저해하기에 아는 것도 모르는것 처럼 돌다리
두드리기로 다시 보라는 말이다.
 
아, 저거 난 잘 알고 있어 라는 말은 우리가 가지는 가장 큰 고정관념이다.
무엇을 그리 잘 안다는 말인가? 사실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성진은 그 짧은 시간에 간과했던 60일 이내라는말을 떠올렸다.
 
불타고 있는 집에서 자고 있는 어린 아이를 엄마는 들어가서 구해 올 수 있다. 소방관은 몰라도.
돌진하고 있는 차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뛰어들어가서 구한 엄마들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앞에는 2미터 넢이의 담이 있는데 뒤에서 쫒차오는 강도의 칼을 피하려 그 담을
뛰어 넘은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성진에게는 비록 진과장에게 농을 했지만 KL지점안의 재정 문제가 벅은 문제가 아님이 알려져 있었다.
경리 담당 이 주임의 이야기로는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한도가 일주일치 밖에 없고 그후에는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본사는 이미 재정적 불황에 이르렀고 기성을 받을 수 없는 현장의 지원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했다.
 
그래서 성진이 기성을 받지 않으면 먹고 사는 것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기에
그런 작은 것도 눈에 들어 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는 진리가 살아 역사했던 것이었다.
 
재정부에서 돈을 받자 마자 그곳을 벗어난 성진은 KL사무실에 전화해서 진 과장을 찾았다.
 
"장을 지질 준비 끝났습니까?"
 
"뭐야? 돈을 받았어?"
 
"따끈 따끈한 150만불입니다. 링깃이 아니고 달라입니다.
장 지질 손가락 두 개만 모십니다."
 
"ㅎㅎㅎㅎ, 장을 모든 손가락으로 지져줄께 빨리 와라."
 
"오라니요? 이제는 KL에서 사람을 보내 수표를 가져 가야하는 것 아 닙니까?"
 
"왜 이러시나? 마침 지점장도 계시니까 빨리 오시오.
옛 지점장이 아니고 새 지점장이니까 와서 인사도 하고 ㅋㅋㅋ.
공항에서 몇 시 도착인지 알려줘. 나갈께."
 
"괜찮아요. 어치피 지금 가면 늦을텐데 인사는 내일 하지요."
"좌우간 공항에서 전화해."
 
전화를 끊고 성진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달렸다.린다를 볼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하면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