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인생역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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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7,36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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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차에 들어가서 기사에게 돈을 건넸다.

 

“영어도 쓸 줄 안다면서?”

 

“네.”

 

“저 엄마 신상 좀 조사하고 또 한 가지 더 부탁할게 있어.”

 

“그게 뭔가요?”

 

  저녁 시간에 빌리는 차를 타고 야오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빌리가 초인종을 누르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누가 불렀다. 빌리는 눈치 껏 ‘빌리야’고 말했고 야오가 문을 열어줬다. 야오 엄마는 격하게 빌리를 환영했다.

 

“무슨 일이니?”

 

“야오가 보고싶어서 다시 왔어요.”

 

  야오는 빌리가 다이아 반지를 준 것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빌리가 다시 돌아온 목적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야오는 두려웠고 당황스러웠다. 이 다이아 반지는 비극의 서곡이 될 물건 같았기 때문이다.

 

“잘 돌아왔어. 온 김에 저녁이나 먹고 가. 오늘 너 해주려고 밥 했는데, 점심에 안 먹었잖니.”

“네 감사합니다.”

 

  야오는 정직하게 다 통역했다. 아까 본 문자가 진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인이 거짓말을 했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야오는 그저 도망가고 싶었지만 도망갈 데가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잘 참아내는 것만 할 수 있었다.

 

“오~ 맛있어요! 차이나 타운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직업이 요리사세요?”

 

“호호 고마워, 근데 요리사는 아니야.”

 

“에이~ 요리사도 아닌데 이렇게 요리를 잘 하신다고요? 저는 야오가 해준 밥을 정말 맛있게 먹는데 그게 다 장.모.님으로부터 왔나봐요. 하하하”

 

“그런가? 호호.”

 

“그러면 뭐하세요?”

 

“빌리 실례야.”

 

“아, 죄송해요. 미국에서는 뭐하세요나 전공이 뭔가요를 초면에 묻거든요.”

 

“그래? 근데, 나한테는 물어봐도 상관없어. 그치만 딴 사람한테는 그러면 안 된다.”

 

“네.”

 

“나 말이야? 뭐 같아?”

 

“음… 배우?”

 

“배우? 왜?”

 

“아름다우세요.”

 

“호호호 너 재밌다~”

 

“난 배우는 아니고 영춘권 강사야.”

 

“오? 엽문! 나 알아요 그거.”

 

“엽문은 어떻게 아니?”

 

“영화로 봤어요. 엄청 나잖아요.”

 

“내일 보러 올래?”

 

“네 꼭 그럴게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꼭 갈게요.”

 

“그러렴.”

 

  빌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야오 집에서 나왔다.

 

  그 후로 빌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오 엄마가 일하는 영춘권 도장에 갔다. 심지어 야오 없이도 영춘권 도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처음에는 지켜만 보던 빌리였지만, 사흘 째부터는 수강생들 사이에서 영춘권을 배웠다. 야오 엄마는 빌리를 지도하면서 빌리의 몸을 만졌고 빌리가 엄청 단단한 남자인 것을 정확히 느꼈다. 야오 엄마는 빌리에게 건강 점수도 백점을 줬다.

 

  남은 것은 두 사람이 무사히 결혼까지 이어지는 것이었다. 야오 엄마는 빌리 몸이 왠만한 사람들보다 훨씬 단단한 이유가 궁금했다.

 

“운동했니?”

 

“뭐라고요?”

 

“스포츠? 스포츠?”

 

“아! 축구. 축구.”

 

“아 하!”

 

  영춘권 레슨이 끝나면 빌리가 자진해서 도장을 청소하기도 했다. 덕분에 야오 엄마는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빌리가 청소를 다 끝내면 세 사람은 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거나 야오까지 불러서 근사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셋은 항상 식사가 끝나고 나서는 문화 생활을 즐겼다. 이 문화생활들은 비싸서 야오 엄마는 해보지도 못했던 것들 뿐이었다. 빌리 덕분에 유람선 타고서 도시를 구경하기도 하고 전통 중국 공연을 VIP 석에서 여유롭게 즐기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야오 엄마는 평소처럼 바로 차에 타지 않았다. 밖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통화하는 야오 엄마의 표정은 불안했다. 야오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덩달아 불안했다.

 

“어 미안, 내가 통화하느라고 이제 집에 가자.”

 

  집에 다 도착하고서 빌리는 기사와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기사양반, 알아보라는 거는요?”

 

“여기 있습니다.”

 

“이름은 궈고 나이는 42, 키는 163에 D컵이라. 38-27-39네. 후장이 전문이라고? 이건 어디서 알았지?”

 

“빚진 사람에게 이자를 면제 받는 조건으로 몸을 대주고 있답니다. 그 자가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빚은 뭐지? 딸년 유학자금?”

 

“아니요, 주식했다가 15년도 주가 내려갈 때 말아먹은 게 큰 모양입니다.”

 

“오호라? 이거 재밌겠는데. 하하하”

 

“그러면 다른 건은?”

 

“내 지시하신대로 했습니다.”

 

“결론은?”

 

“예상하신 게 맞았습니다.”

 

“어떻게 했지?”

 

“말씀하신대로 처리했습니다.”

 

“바로 거기로 가지.”

 

“알겠습니다.”

 

  리무진은 호텔이 아닌 인적 드문 강가로 갔다. 그곳에는 전기 충격기 개목걸이를 한 응옌이 의자에 묶인 채 있었다. 그 옆에는 리모컨을 쥐고 있는 헤일리가 있었다. 응옌이 헤일리를 쳐다보거나 날 뛸 때마다 헤일리는 리모컨으로 전기 충격을 줬다. 그러면 응옌은 얌전해졌다.

 

“니년이 나를 배신하려고해?”

 

“오해이십니다.”

 

“니 년이 기사 놈이 떠 본 거에 넘어가서 나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했잖아.”

 

“모함이에요. 엉엉.”

 

  응옌은 서럽게 울부짖었다.

 

  빌리는 헤일리의 경고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기사에게 응옌을 떠보라고 시켰다. 기사는 빌리가 야오 엄마 조사랑 더불어서 응옌을 시험하도록 기사에게 지시했던 것이

다. 오늘 빌리는 침대에 묶인 응옌과 헤일리를 풀어주고서 외출했다. 그리고 15분 정도 지나 응옌보고 한 카페로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기사는 호텔로 돌아와 응옌을 태우고 

서로 대화하면서 카페로 갔다.

 

“아가씨 중국어 하나?”

 

“네.”

 

“어 목소리가 본토가 아니네? 화교야?”

 

“네.”

 

“그러면 첩인가보네. 하 참 미국인도 첩을 들이다니. 말세다 말세야.”

 

  응옌은 ‘첩’이라는 말에 목 놓아 울었다. 기사는 당황해서 왜 우냐고 물었고 응옌은 자기의 기구한 사연을 다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기사는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돈은 나중에 탈출하면 받겠다고 약속도 했다.

 

“빌리는 지금 야오 장모를 먹으려는데 혈안이 되어있어. 그러니깐 여기서 베트남가는 배를 타고 탈출해. 내가 편안 자리는 아니어도 화물칸에는 넣어줄 수 있어.”

 

“고맙습니다. 흑흑.”

 

  응옌은 기사와 짜고서 그 날만큼은 팔이 침대 모서리에 수갑 채워져있지 않아서 탈출했다. 이 때 헤일리도 동행했다. 응옌은 헤일리와 약속했던 일이 생각나서 같이 탈출한 것이다. 그렇지만, 기사가 부두에 왔을 때 장정 3명이 응옌에게 강제적으로 개 목걸이를 걸고 헤일리를 힘으로 제압했다. 기사는 헤일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선택해, 같이 탈출할거야? 아니면 이 리모컨 쥘래?”

 

“쥘.. 쥘게요.”

 

“현명하네. 히히히.”

 

  기사는 비열하게 웃었다. 리모컨을 쥔 헤일리는 응옌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볼 때마다 스위치를 켰고 응옌은 고통스러웠다. 리모컨 스위치가 작동될 때마다 헤일리는 죄책감이 조금씩 줄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켰다. ‘아니, 애당초 베트남으로 도망가도 난 말 한 마디 못하는데 뭐하라는 거야? 그리고 걔가 베트남가서 내 앞 길을 도와준다는 보장도 없잖아. 안 그래? 거기도 지옥이긴 마찬가지일거야.’ 빌리는 장정 세 사람에게도 돈을 두둑히 줬고 기사에게도 돈을 또 줬다. 빌리는 헤일리의 엉덩이를 살살 문지르면서 헤일리를 칭찬했다.

 

“네가 밀고해준 덕분에, 아직 응옌의 정신교육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빌리는 응옌의 명치를 향해 사커킥을 날렸다. 응옌은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쓰러졌다. 그리고나서 바로 빌리는 쫄보 시절 공포감이 엄습했다. 응옌이 죽은 건 아닌가 하고 불안했다. 여기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호텔로 데리고 갔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응옌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빌리는 겁을 먹었고 책임을 덜기 위해 헤일리를 협박했다.

 

“너도 공범이야 알지?”

 

‘저 찌질이가 여기서 원래 본색을 드러내네.’

 

  헤일리는 속으로 빌리의 원래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그래도 자기 입으로 찌질하다 말할 용기가 없는 헤일리도 찌질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헤일리는 태연하게 ‘알어’라고 대답했다. 사실 헤일리도 무섭기는 매한가지였다. 응옌이 조교당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던 두 사람은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헤일리는 탈출이 거짓인 걸 눈치챘을 때, 제2계급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번에 빌리가 위기를 넘기면 야오년 때처럼 자기의 지위를 응옌보다 위로 인정할 것이라고 믿어서 동참했던 것이다. 즉, 헤일리는 응옌을 괴롭히는데 조력할 생각만 했지 죽이는데까지 참여할 생각은 안 했다.

 

‘아 씨발 일 존나 꼬이네’

 

‘어쩌지… 이대로 나도 빌리랑 같이 엮여서 더 좇되나…”

 

“너도 좋은 말로 내가 말할 때, 너도 이 전기 목걸이 차.”

 

“네?”

 

“지금 응옌이 저 꼬라지가 됐는데, 나만 독박 쓸 수는 없잖아!”

 

“주인님.. 그래도 저는 주인님을 위해 응옌의 배신을 막었어요.”

 

  헤일리는 억울하고 어이가 없었다. 헤일리는 자유를 포기하고 안정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헤일리에게 돌아온 것은 안정이 아닌 족쇄였다. 이 구속된 상황 속에서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지위가 유지되기를 바랬던 헤일리로서는 허탈했다. 또 무일푼 시절의 빌리 모습이 이런 식으로 다시 보여서 빌리가 한심했고 빌리의 찌질함은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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