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동해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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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 자라. 내일 먼저 일어난 사람들이 깨워주기다. 가서 자자. 만식아."
나는 일어나며 텐트입구를 열었다.
쏴아...하는 빗소리와 함께 바다내음과 소나무가 젖어 나는 향기가 내 허파로 가득 밀려왔다.
비를 피해 성큼 성큼 잘 텐트로 이동하는 나는 바로 옆 텐트에서 자고 있을 지혜를 생각하면서
그 쪽 텐트에 눈길을 주고 들어갔다.
후두둑....후두둑....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후덥지근하고 답답한 공기와 함께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와 걸어가는 발자욱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답답한 텐트안이었다.
'아..여기가 경포대지...'
일어나서 텐트를 열어보니 오전인데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이고 있었으며,
친구들은 웃통을 벗어젖히고 수건을 목에 매단채 그릇들을 들고 바빴다.
"야...일어났으면 빨리 나와서 좀 도와라.
짜식 흔들어 깨워도 안 일어나더니 밥이 다 지어질때 쯤 일어나긴....
설거지는 너 책임이다."
만식이가 한마디하고 저리로 간다.
'여자들은 잘 잤나?'
텐트를 나서며 눈이 부셔 인상이 찌푸려진다.
"잘 주무셨어요?"
옆 텐트 뒷쪽에 쪼그려 앉은 순금이가 인사를 한다.
"네에, 비가 오는데 잘 주무셨죠?"
순금에게 건성으로 인사를 하면서 한쪽으로는 지혜를 찾는다.
"준호씨, 지혜. 저기 오네요...."
내가 지혜를 찾는 것을 알았는지 순금이가 손을 들어 가르키며 말하였다.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날 발견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지혜는 눈이 부시도록 고왔다.
어제 기차에서 처음 만난 그 모습이 아니었다.
어깨끈이 달린 짧은 티셔츠에 끝에 실밥이 일센티 정도는 풀어져 있는 핑크빛 핫 팬티를
입고 있었으며, 엄지와 검지 발가락사이에 끼는 센들을 신고 있었다.
살결이 저렇게 고울 수가 있는 것일까?
여자들은 순간순간 달라져 보이는 카멜레온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남자는 아무리 옷이나 분위기를 바꾸어도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은데,
여자는 저렇게 변할 수가 있는 것일까?
기차에서나 디스코텍에서 느끼지 못하였던 지혜의 모든 선이 거의 나타나고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로 발랄하게 붙어있는 가슴.
잘록한 허리, 알맞게 발달한 동그란 엉덩이, 그리고 정말 잘 뻗은 각선미의 아름다움.
거기다가 머리에는 하얀색의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물어주고 싶었다.
저 이쁜 모습을 내가 자고 있는동안 다른 녀석들이 먼저 보았다는데 속이 상하였다.
보고 무슨 상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화도 슬그머니 나는 거였다.
다른 여자들의 옷은 어떻게 달라졌나 궁금해졌다.
해변이 노출의 장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혜의 다른 친구들 역시 될 수 있으면 많이 보일려고 경쟁이라도 하듯이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중, 타고난 이쁜 얼굴 때문에 민선이만 조금 돋보일 뿐,
나머지는 흔히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여자들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민선이보다 못하지만 전체의 분위기가, 그리고 또 몸매가
지혜를 따라갈 만한 여자들이 없었다.
지혜가 걸어가면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도 눈길이 따라가는 정도였다.
저런 지혜가 나랑 어제 춤을 추며 비벼댔다니....
그리고 자꾸 이상해지는 나의 것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하였으며,
더군다나 그곳을 더욱 부추기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지혜는 엷은 미소를 띄우며 다가와, 나에게 자기가 들고 있던 비누와 수건을 주며 말했다.
"저기 저쪽에 세면실이 있어요.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식사 준비 다 되었을 꺼에요.
그리고 오늘은 우리쪽이 식사 당번이라 제가 카레를 맛있게 끓여 놨어요.
빨리 다녀오세요..."
애인 같이, 누나 같이 말을 해주는 지혜가 어제 그 지혜 맞단 말인가?
세면실에서 지혜의 비누향기를 맡으면서 세수를 하고, 지혜의 향기를 맡으면서 물기를 닦으면서,
자신이 자꾸 지혜에게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지혜야...널 좋아하려고 하고 있어..그 마음 나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지혜의 수건을 목에 걸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면서 나는 나에게 중얼거렸다.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은 각자 수영복을 갈아 입고 해변으로 나갔다.
수영복으로 갈아 입은 지혜의 몸매는 역시 아름다웠다.
나도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천천히 모래사장을 걸어 해변으로 나아갔다.
벌써 여자일행들은 서로 몸에 물을 뿌리면서 깔깔대고 있었고,
영찬은 제법 멀리서 수영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따가운 햇볕에 나도 물로 들어갔다.
해변쪽은 따뜻하였으나 조금 들어가자 물이 차가왔다.
십여분 물속에서 수영을 하고 나니 추웠다.
물에서 나와 서서히 걸어올라오다, 빌린 파라솔 밑에서 썬텐 크림을 바르고 있는
지혜를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지혜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의 수영복과 몸에서는 아직도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이 차가운것 같아서 저는 조금 있다 들어갈려고 해요."
말을 하면서 나의 벗은 몸을 재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지혜의 시선을 느끼면서
그녀의 옆에 앉았다.
다른 친구들은 여자들과 장난을 치면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지혜는 계속 썬텐 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저...이것 좀 발라주시겠어요?"
등을 돌리며 썬텐 크림을 건네준다.
썬텐 크림을 손에 흠뻑 묻혀 지혜의 등에 발라주었다.
내 손이 떨려왔다.
지혜의 살결은 비단결 그 자체였다.
정성스럽게 발라주는 내 손이 간지러웠는지 지혜도 몸을 꿈질 움직였다.
어깨와 목까지 정성을 들여 발라주었다.
멀리서 친구들이 부러운듯이 여자애들과 이쪽을 보며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 된것 같아요"
크림을 주면서 말을 하자 지혜는 나도 발라준다고 돌아 앉으라고 하였다.
등을 돌려 내민 나는 지혜의 손이 닿자, 몸의 모든 세포들이 꿈틀대는 것 같았다.
풍선에 바람을 넣고 미끌거리는 액체를 묻혀 내 등을 문질어대는 듯 하였다.
정말 부드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지혜가 나의 등에 부드럽게 발라주고 있는데, 나의 그곳이 또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젖어서 몸에 달라붙어 있는 수영팬티 안에서 그것이 부푼다면 금새 표가 날 거였다.
다른 생각을 하여 잠을 재우려고 하였지만 지혜의 손길이 있는 한,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 다 되었어요."
정성을 들여 발라주던 지혜가 크림의 뚜껑을 닫으며 말하였다.
몸의 방향을 바꾸어 똑바로 앉는 나의 그곳을 아주 짧은 동안 바라보는 지혜의 눈길을 느끼면서,
말을 하였다.
"삼박 사일로 예정하고 오셨으니, 모레에는 서울로 가셔야 되겠네요?"
"네에."
팔을 뒤로 하고 다리를 꼬아 뻗으면서 지혜가 대답하였다.
늘씬한 곡선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 곡선을 따라 올라간 내 시선은 다리의 교차점에서 잠시 머물렸다.
알맞게 부푼 비너스의 언덕을 보면서 갈증을 느끼었다.
지혜도 나의 시선을 느끼었는지 뻗은 다리를 모으면서 무릅을 몸쪽으로 끌어당겼다.
무릅을 세워 앉아있는 다리밑으로 보이는 수영복의 라인과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통통히 접혀진
그녀의 삼각주는 더욱 더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하였다.
"꼬올깍~~"
침을 넘기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크게 났다.
"우리 이제 물에 들어가요."
먼저 일어나며 물을 향햐여 달려가는 지혜를 따라갔다.
아까보다 사람들이 많이 물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물을 뿌리며, 도망가듯 물에 뛰어든 지혜는 능숙한 수영솜씨로 물살을 가르며
수평선을 향해 나아갔다.
그 뒤를 나도 따라갔다.
수영제한 구역을 표시하는 부표들이 가까운 거리까지 온 지혜와 나는 숨을 헐떡이며,
해변을 보았다.
까마득히 보였다.
우리들만이 다른 곳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숨을 고르느라고 입을 벌리고 있는 지혜를 가만히 안았다.
"으음..."
그리고 그녀의 벌어진 입술을 내 입으로 막은 것도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으읍..."
놀란듯이 피하려던 그녀의 입술이 곧 내 혀에 점령이 되었고,
내 혀의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한 그녀의 입술은 나의 혀를 빨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입술에 묻어있는 바닷물의 짠 맛은 곧 그녀와 나의 달콤한 타액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녀의 입술은 너무 달콤하였다.
마치 잘 익은 연시처럼 부드러웠고, 그녀도 나의 입술을 갈망하였었는지
내 입을 송두리체 뽑아갈 것 같은 격정의 입맞춤이었다.
멀리서 해변 안전요원의 모터보트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 너무 멀리 나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우리는 아쉬움을 안은채 돌아가기 위하여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해변을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보트는 오질 않고
우리의 행동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 숨이 차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갈망하는 것은 여러번 느낌으로 감지할 수 있었고,
조금전의 격렬한 키스를 통하여 확인을 한 셈이었다.
남녀가 만나 서로가 좋아하게 되는 것에 무슨 이유가 있을 수 있으며,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해변에 올라와보니 우리 일행은 보이지를 않았다.
텐트로 돌아와보니 일행이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사람만 없어져서 어디가서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있는가 했지..."
물장난을 쳤더니 배가 고프다는 여자들의 성화에 들어와서 요기감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만식이가 이야기 했다.
점심을 먹고, 여자일행이 강릉시내에 들어갈 일이 있다고 하였다.
시내구경도 할 겸 물건도 사야 되고, 순금이의 고모가 강릉시내에 사시어서
순금이가 인사도 드리러 가야한다는 거였다.
같이 갈 보디가드를 모집중이라고 승희가 이야기를 하였고,
만약 전원이 다 간다면 중요한 물건은 가지고 가고,
나머지는 옆 텐트에 봐달라고 요청한다고 하였다.
난 솔직이 지혜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까 짜릿한 여운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같이 있고 싶었다.
지혜의 행동 결정에 나도 따를 것이었다.
"어머, 우리도 강릉시에 가야 되는데...
작은 아버지가 강릉에 사신다고 여기 오면 꼭 들리라고 하였거든..
그런데 주소를 가지고 찾아가야 해. 전화번호는 모르고...
그래서 아까 준호씨가 같이 찾아 준다고 하였어.
그러니 강릉시까지는 같이 가지 뭐...."
이럴수가!
이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지혜를 보고, 놀랬었다.
"만식씨, 우리도 같이 갔다와요...네에? 전 강릉시 처음이란 말이에요..."
만식이에게 다영이가 애교있는 목소리로 가자고 한다.
"그래 다들 갔다와라. 난 텐트에서 잠이나 싫컷 자 두련다.
이따가 닥칠 힘찬 밤을 위해서...."
재경이는 벌써부터 자려는 듯 담요를 말아 베개를 만들어 누우면서 말했다.
그래서 결론은 순금과 지혜, 그리고 나와 만식 그리고 다영이 이렇게 다섯이
강릉을 다녀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텐트에는 재경과 영찬,
그리고 승희와 민선이가 남게 되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기전 지혜가 승희에게 말을 하였다.
"승희야, 뭐 그럴리야 없겠지만 무슨일 있으면 네 광역삐삐에다 메시지 남겨 놓을께.
삐삐 꺼놓지 말어."
순간 승희의 눈빛이 야릇하게 빛났다.
"그, 그래. 재미있게 구경 잘 하구 와.
그리고 준호씨 우리 지혜, 맛있는 것 좀 많이 사주구요..."
친구들의 조금은 의심스런 시선을 뒤로 하고 우리 다섯은 강릉시내도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 나왔다.
태양은 작렬하고 있었고 바람 한점 없었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강릉시내는 한산하였다.
더위는 복날을 방불하리만큼 뜨거웠으나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닌 관계인 듯 싶었다.
강릉시내에 들어선 우리는 일단 가게 앞에 있는 파라솔의자에 앉았다.
가게에 먼저 뛰어들어간 지혜는 음료수에 빨대를 꽂아 사람 수 만큼 양손에
아슬 아슬 들고 나오면서 말했다.
"있지...우리 작은 아버지 사시는 동네는 저쪽으로 세 정류장을 가야한데.
순금이는 어디로 가니?"
"나는 저리로 가야 해. 만식씨하고 다영이가 같이 가 준다니까.
그럼 우리 여기서 헤어져야 하는거네...."
대단한 머리였다.
지혜는 그들을 우리와 떨어지게 하기 위해 가게에 들어가서 아까 버스에서 알아낸
순금의 고모가 사는 동네를 가게주인에게 물어보았고,
그 반대편의 버스로 세 정류장의 동네이름도 알아 놓았던 것이다.
지혜의 새로운 면을 보고 있었다.
나중에 텐트로 돌아갈때는 따로 알아서 가기로 하고, 그들과 반대편으로 가면서 지혜가 말하였다.
"휴우...미안해요, 갑자기 어리둥절하게 해서....
이제 우리 둘이 여기 남았으니까 지금부터는 준호씨가 알아서 해요...후훗."
여유있게 웃고 있는 지혜를 바라보며, 이런 머리를 쓰는 여자를 탄복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몰랐다.
몇년 전에 와본 강릉시에 있는 카페가 생각났다.
짧은 거리였으므로 택시를 타고 대충 기억을 더듬어 그곳에 갔다.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였음으로 웬만한 택시 기사들은 대충 이야기를 해 주어도 찾아갔다.
'바다로 가는 자전거'
이 층의 아담한 카페였는데, 시원한 유리창으로 바다가 보였고 초창기때의 자전거를 만들어
이층 입구에 둔 카페였다.
실내에는 바하가 흐르고 있었고 손님은 없었다.
냉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지혜에게 말 하였다.
"저어...잠깐 나갔다 올께요. 기다리세요. 금새 돌아올께요."
우선 돈이 필요했다.
공금을 쓸 수도 없었고, 지혜와 사용할 최소한의 돈이 필요한 거였다.
나는 지갑속에 있는 카드를 생각해 내었다.
가까운 은행에서 현금 써비스를 받은 나는 급히 카페로 돌아왔다.
"저도...조금 가진게 있는데...."
황당한 일이었다.
꼭 이 여자는 나의 마음을 꿰뚫는 듯 하였다.
"준호씨가 급히 나가면 돈 때문에 그런것 아니에요?"
눈치가 빠른걸까, 아니면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일까......
이 여자는 나의 속을 다 알고 있는 듯 하였다.
"전, 준호씨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요. 기분나쁘세요? "
"아닙니다."
대답은 하면서도, 나는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냉커피의 시원함을 느끼면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을 하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도 저 여자가 알까?
나는 너를 가지고 싶다.
내 마음 알겠니? 지혜야...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나에게 지혜가 말을 하였다.
"준호씨, 적어도 오늘 밤만은 준호씨하고 같이 둘이서만 보내고 싶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준호씨와의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기로 해요."
벽쪽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세시가 가까와오고 있었다.
무료한 적막이 흘렀다.
이런 경우가 난감한 경우였다.
전에 미팅을 한 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된 적이 있었다.
여자쪽이던 남자쪽이던 쾌활한 성격이라서 분위기를 유도하면 좋겠지만,
지금같이 둘다 조용한 성격의 남녀가 만나면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무료하여 한쪽이 먼저 말을 하면, 다른쪽에서 간단한 대답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곧 적막이 감돌고 하였다.
이런 경우에는 만식이나 다영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좋을 것이다.
그들이라면 하다 못해 노래방이라도 가서 소리라도 질렀을 터였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어디 조용하고 시원한 곳에서 늘어지게 한잠을 자는 것이었다.
"술 한잔 하실래요? 낮이긴 하지만...."
지혜도 아무말없이 있는 것이 멋적었는지 나에게 물어보는 거였다.
'그래, 이왕 내버려두어도 가는 시간, 술이나 마시자.
지혜가, 저렇게 이쁜 지혜가 내 옆에 있지 않은가?'
"그럽시다. 여기...주문 좀 받아요...시원한 맥주 좀 주시고 안주는 아무거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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