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질문의 방식에 따른 대답의 차이 - 다른 대답을 원하면 다르게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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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3회 작성일 16-02-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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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내가 ‘아’라고 했는데 상대방이 ‘어’라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한다. 말의 미묘한 차이가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설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gettyimages>


우리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정말 그리고 상당히 그렇기 때문이다. 말이란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전달되어 파악되는 의미가 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의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을 바꿈으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파악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는 듣는 사람의 대답, 즉 판단과 결정에 당연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몇 개의 예를 살펴보자. 모두 이 분야의 심리학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한 예들이다. 첫 째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에게 물었던 조사이다.1)

Survey of British Gallup,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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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나라의 핵 무기로 인해 안전하다고 느낍니까? (Do nuclear weapons of our country make you feel safe?)


 

그 결과 그렇다 45%, 아니다 50%, 그리고 의견 없음 5%로 조사되었다. 아니다가 근소하게 많은 걸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가 만들어진 질문이 주어졌다.



당신은 우리나라의 핵 무기로 인해 더 안전하다고 느낍니까? (Do nuclear weapons of our country make you feel safer?)


 

이러면 사람들의 대답은 그렇다 50%, 아니다 36%, 의견없음(14%)으로 ‘그렇다’와 ‘아니다’의 비율이 역전이 된다.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그렇다’가 ‘아니다’보다 많게 조사된 것으로 말이다. 한국어로는 ‘더’, 그리고 영어에서는 문장의 맨 마지막에 r이 붙어 비교형이 되는 사소한 차이가 의미 상에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왜 그럴까? 전자에서는 핵무기가 안전을 보장하는가 아닌가를 처음부터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후자에서는 핵무기가 더해지면 안전이 지금보다 더 보장되는가 아닌가로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후자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내기가 쉽다. 인간은 질문의 의미를 파악함과 동시에 그 질문을 구성하고 있는 말들에 무의식적으로 구속 받는다. 이를 더욱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에 대한 극단적으로 다른 답변 양상이다.


여론 조사의 함정




미시건 대학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하워드 슈만(Howard Schuman)은 흔히 사용되는 여론 조사 방법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아주 잘 보여주는 실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당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여론 조사를 한다.2)

Howard Schuman and Stanley Presser, "The Open and Closed Ques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1979, 44: 6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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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나라(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은?”이라는 질문과 함께 아래의 보기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각 보기 오른편의 괄호 안의 숫자와 같다.




1. 공교육 질의 향상 (32%)

2. 환경 오염문제 (14%)

3. 낙태의 합법화 (8%)

4. 에너지 부족 (6%)

5. 그 외의 문제 (40%)



 

그런데 같은 시기의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은 같지만 폐쇄형(객관식)이 아닌 개방형(주관식)으로 응답을 얻어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자유롭게 대답한 사람들 중에서 위의 1~4의 보기 중 하나를 말한 사람은 단 2%에 불과했다. 다시 말하자면 나머지 98%에 해당하는 절대 다수의 의견은 객관식으로 조사했을 때 5의 기타에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이런 당황스럽기까지 한 불일치는 왜 일어났을까?


인간은 1과 0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무언가가 질문, 제안, 혹은 의견 중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루고 있는 말의 사소한 측면이나 변화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 작은 측면과 변화에 정말 많은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왜냐하면 그 요인들이 인간의 생각을 강하게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단과 의사결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나에게 주어진 메시지들을 여러 가지 형태로 바꾸어서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말을 조금 바꿔보았는데 느낌이 달라지고 또 그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가를 점검해 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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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1과 0 혹은 그렇다 아니다 둘 중의 하나만을 고르거나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출처: gettyimages>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렇게 굳이 사소한 변화에도 영향을 받게 만들어졌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할 것이다. 인간은 1과 0 혹은 그렇다 아니다 둘 중의 하나만을 고르거나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배가 고픈지, 얼마나 새로 만난 이성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공부를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늘 그 ‘정도’를 판단하고 살아야 한다. 배가 고프다 아니다. 그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다. 아니면 공부를 한다 안한다의 이분법적 판단 이상의 더 정밀하고 촘촘한 눈금을 가진 마음의 잣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본문 내용의 질문들을 포함하여 세상의 다양한 것들에 대해 그렇다와 아니다가 아니라 미묘한 ‘정도’를 감지하고 판단에 사용한다. 이러한 인간이기 때문에 위의 두 예들에서 보이는 반응의 차이는 마치 판단의 근거가 불안정한 존재인 인간을 얘기해 주는 것으로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 인간이 매우 복잡하고 섬세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더 없이 좋은 예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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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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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4.01.



주석


1
Survey of British Gallup, 1986
2
Howard Schuman and Stanley Presser, "The Open and Closed Ques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1979, 44: 6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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