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분위기와 맥락 그리고 의사결정 - 판단과 의사결정은 무엇에 영향을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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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9회 작성일 16-02-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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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대상에 대해 판단할 때 그 대상에만 집중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이 대상에 대한
느낌을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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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의 가운데 작은 사각형과 오른편의 가운데 작은 사각형은 같은 색과 같은 밝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왼편보다는 오른편의 것이 보다 더 어두워 보인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께서는 벌써 눈치를 채셨겠지만 주위(즉 맥락)의 밝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 인간이 색을 지각하는 양상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마트에서 A와 B 두 개의 물건 중 고민에 빠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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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 두 물건의 비교


A는 품질이 B보다 좋고 B는 A보다 가격경쟁력이 좋기(즉 저렴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무엇을 골라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으며 따라서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진열대에서 A와 B 곁에 있는 제 3의 브랜드인 C가 눈에 들어온다. 사실 C를 구매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C로 인해 A와 B 간의 우열이 더 쉽게 가려진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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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물건이 추가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와 같은 상황이 되면 먼저 번의 상황에서보다 더 쉽게 B를 선택한다. 아마도 이런 과정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A와 C 사이에서는 품질과 가격 이 두 종목에서 각각 1승1패다. 그런데 C는 B와의 관계에서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진다. 즉, C로 인해 B는 왠지 보다 더 상대적으로 우월한 종합전적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많은 사람들이 B를 선택하고 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좀 우스운 일이다. 일단 C를 선택하는 건 바보 같은 짓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A와 B를 비교하는 데 있어서 C라는 존재가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좀 이상한 일이다. A와 B 간의 비교는 C와 무관하게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양자대결로 압축시키면 우열의 차이가 나지 않는데 가장 열등한 제 3의 대안이 추가되면서 1등이 더 쉽게 가려지는 경우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꽤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의 연구, 조사 혹은 관찰에 의하면 몇몇 기업에서는 이를 마케팅에 의도적으로 종종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순서만 바뀌어도 맥락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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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대상에 대해 판단할 때 그 대상에만 집중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이 대상에 대한 느낌을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출처: gettyimages>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인간은 판단의 대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분위기에도 생각의 자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맥락과 분위기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맥락과 분위기는 아주 사소한 변화로도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차이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안을 제시하는 순서만 바꿔도 맥락은 크게 바뀐다. 1)

Hsee, C. K. (1996). The evaluability hypothesis: An explanation for preference reversals between joint and separate evaluations of alternativ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67, 247-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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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백과사전이 있다. 둘 모두 중고이지만 보관상태와 내용의 양에 있어서 상이하다.

 

    - 백과사전 A : 거의 새 것이며 10,000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 백과사전 B : 표지가 찢어져 있으며, 20,000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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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따로 따로 보기 시작하면 상대비교가 어려워진다. . 하지만 두 대상을 동시에 놓고 보면 이제 상대비교가 더 용이해 지기 시작한다. <출처: gettyimages>


재미있는 것은 두 사전을 따로 따로 즉 하나씩 보여주고 난 뒤 고르라고 하면 A를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다. 순서와 상관없이 A가 더 선호된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오, 이 사전(A)는 아까 것보다(B) 더 보관상태가 좋은데? 이걸로 사야겠네.” 혹은 “중고책 서점에서 이렇게 깨끗한 책 사기가 쉽지 않은데 운이 좋군?” 등이다.

그런데 두 사전을 동시에 보여주고 고르라고 하면 B가 더 많이 선호된다. 이제 사람들의 반응은 이런 식이다. “어차피 중고니까 낡은 것이야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내용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겠어?” 재미있는 불일치이다. 어떤 경우에는 보관상태를 더 우선시 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록된 내용의 양을 더 우선시했으니 말이다. 첫 번째는 주관적이고 따라서 질적인 차이이다. 하지만 두 번째는 양적인 차이이다. 무언가를 따로 따로 보기 시작하면 상대비교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질적으로 두드러진 무언가가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두 대상을 동시에 놓고 보면 이제 상대비교가 더 용이해 지기 때문에 질적인 차이보다는 양적인 차이에 더 민감해지게 된다. 순서의 형태에 변화를 주면서 맥락이 바뀌고 이렇게 바뀐 맥락은 두 대상을 비교할 때 어떤 측면에 더 주의를 기울이냐 하는 근본적인 측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관점의 변화, 생각의 변화




우리말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봄’이라는 뜻이다. 처지란 무엇인가? 관점이다. 따라서 맥락의 변화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이러한 맥락의 변화는 생각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필자가 늘 말씀 드리지만, 무언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인간이라고 해서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다만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맥락의 변화는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생각의 변화를 위해 맥락의 변화를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문제나 이슈 자체에만 집중하는 고집스러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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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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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4.22.



주석


1
Hsee, C. K. (1996). The evaluability hypothesis: An explanation for preference reversals between joint and separate evaluations of alternativ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67, 247-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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