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상황의 힘 - 복종, 방관, 순응이 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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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2회 작성일 16-02-0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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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서 빨간불일 때 한 사람이 건너가면 모두들 따라서 건넌다. 구세군 종소리를 듣지만 주변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몇 장 꺼내든 지폐를 그냥 집어넣는다.

지하철역에서 웅크리고 울고 있는 사람을 볼 때 마음 한편에선 측은지심을 느끼지만 내 갈길 가기 바쁘다. 평소 같으면 도덕적 혹은 사회적 규범에 따라 행동하다가도 특정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돌변해 버리는 이유는 대체 뭘까?




나를 바꾸는 상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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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인 범주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 우리들은 잘 알지 못한다. <출처: gettyimages>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이성적인 판단일까 아니면 무의식적인 현상일까? 무의식적인 범주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 우리들은 잘 알지 못한다. 단지 판단이나 행동이 취해진 연후에야 유추해볼 뿐이다. 왜 많은 음식점 중에서 그 집을 선택했을까? 물론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라서 아니면 지난번 맛있게 먹어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눈에 띄어서 선택했을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선택 이유를 내 스스로 분명히 인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항상 똑같은 커피 종류만을 마시는 경우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 마시던 커피가 아닌 새로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도 있다. 또 평소 어려운 형편의 주위사람을 보면 동정심이 생기곤 하는데 왠지 오늘은 그냥 모른 척 지나가기도 한다.

한마디로 내 스스로 결정한 일인데도 이처럼 일관성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똑같은 상황에 대해 판단하는 내 인식의 기준이 그 사이 달라지기라도 한 것일까? 평소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데 오늘은 친구가 카푸치노를 마시기 때문에 나도 따라서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남루한 할머니가 파는 껌 하나 사려고 하지만 왠지 주위사람 시선이 부담스럽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는 사주겠지 하는 마음에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를 꺼려하게 된다. 정작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불쌍한 할머니를 보면 마음이 찡해지는 감정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우리의 선택행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의식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대표적인 영향요인으로 선택시점에서의 ‘상황’이 있다. 내 의지와는 달리 남의 의견을 따르거나 혹은 모른 척 외면하는 경우가 바로 그 예다.




권위에의 복종은 도덕적 나태



군인이나 경찰처럼 제복을 입은 집단 구성원들에게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은 흔한 일이다. 일반인이 겪는 보편적인 상황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엄격한 위계제도와 복종이 필요하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규율이 있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오합지졸의 집단보다 더 많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

그래서 집단의 성취 즉 대의명분을 위해선 어느 정도 개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만 한다. 이처럼 자아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 복종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복종에 대한 유명한 심리학자인 셀리그만(Seligman)은 ‘자신만의 즉각적인 만족감을 넘어서는 대의에 헌신하길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킨 후라면 집단차원이나 새로운 욕구를 찾기 마련이다. 결국 집단 속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기꺼이 포기하면서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을 때 더욱 많은 것을 성취할 뿐만 아니라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생존가능성도 높여준다.

이와 같은 복종은 종종 우리들의 사고나 관점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임무를 부여 받은 경우, 복종에 대한 보상도 없고 그렇다고 불복종에 대한 처벌도 없는 상황에서도 개인은 그 권위에 복종할 수 있다고 한다. 1960년대 권위에 대한 복종의 실체를 확인하고서도 그 충격이 너무 컸던 탓에 10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 스탠리 밀그램(S. Milgram)의 실험이 있다.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는 물론 처벌도 없는 상황에서도 피실험자로 하여금 실험지시자의 무조건적인 지시(상대방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함)에 따를 것인가를 확인했다. 실험 전 정신과 의사와 일반 성인들은 한결같이 피험자들이 복종을 거부하리라 예측했으며, 병리학적으로 정상이 아닌 1~2퍼센트의 비정상적인 사람들만이 실험참가자에게 전기쇼크를 줄 것으로 예상했었다.

즉 대가 없는 복종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로 피험자들의 65퍼센트가 명령에 완전히 복종했다. 이를 두고 밀그램은 ‘자신이 가진 고유한 인격보다 더 큰 구조적인 제도를 따를 때는 필연적으로 인간성을 포기할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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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속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기꺼이 포기하면서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을 때 더욱 많은 것을 성취할 뿐만 아니라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가능성도 높여준다. <출처: gettyimages>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은 우리로 하여금 ‘도덕적인’ 관심사의 관점까지도 변화시킨다. 우리는 이성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대신 복종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 이러한 도덕적 책임회피 행동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측면에서 필연적이고도 불가피한 조처다.

일이 전적으로 개인차원일 경우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지만, 집단이라는 위계질서 내에서는 권위가 개인의 양심을 대신하게 된다. 조직 구성원인 개인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집단의 이점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권위에 대한 복종이야말로 집단의 존속을 보장하는 열쇠다.

최근 우리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유제품회사의 대리점 밀어내기 관행의 폐해 역시 이와 같은 권위에 대한 복종이 한 원인이다. 대리점담당 영업사원은 회사의 목표달성을 위해 도덕성이나 적법성 따위 보다는 복종의 힘에 의존했던 것이다.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권위에 대한 복종은 더 위협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항공기 관련 37건의 사고 조사결과 전체 항공기 사고의 25퍼센트가 조종실 내부의 파괴적인 복종이 그 원인이다. 위겐 타노우(E. Tarnow)는 “부기장을 포함한 비행승무원들은 비행 중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기장의 실수를 보고서도 그 권위에 복종함으로써 사고위험을 알면서도 눈감는다”고 말한다. 결국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행위는 일종의 의무태만이자 사고의 지름길이다. 지치고 싸우기 힘들고 스트레스 쌓여있을 때, 우리는 쉽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믿음으로써 진실에 눈감게 된다.




집단의 익명성 속 방관자



집단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종종 내 의지와는 다른 판단과 선택을 하게 된다. 혼자라면 판단이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의식하지만, 집단 속에 있다면 그 책임감은 쉽게 회피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책임감 회피를 빕 라타네와 존 달리(B. Latane and J. Darley)는 ‘방관자 효과’라 칭하였다.

그들은 실험참가자들이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는 강의실에 갑작스런 연기가 새어 나오는 상황을 연출한 후 이들의 반응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 때 혼자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발견할 경우 75퍼센트의 학생들이 밖으로 나와 이 사실을 신고했다.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신고비율이 10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연기가 강의실에 가득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간주했다. 그 이유는 다른 학생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굳이 뛰쳐나가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막스 링겔만(M. Ringelmann)은 개인이 아닌 집단 속에서 발생하는 책임감 회피를 ‘사회적 태만’이라고 지적했다. 밧줄을 잡아당기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발휘되는 전체적인 힘의 양은 증가하겠지만 정작 일인당 발휘하는 힘의 평균량은 감소했다. 한 사람이 혼자서 당길 때에는 평균 63킬로그램이던 것이 세 사람이 함께 당기면 160킬로그램으로 증가하며, 여덟 명이 함께 당질 경우에는 248킬로그램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인당 힘의 크기는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한다면 ‘나 혼자쯤이야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표시 나지 않겠지’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그저 잡아당기는 척만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사회적 태만은 군중의 크기가 클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같은 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내면적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평소 여유 있고 느긋한 오후라면 지나가는 낯선 행인의 도움에도 기꺼이 응하겠지만 바쁜 회의시간에 쫓기듯 지나가는 상황이라면 달라진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존 달리와 다니엘 바슨(J. Darley and D. Batson)이 행한 ‘선한 사마리안’ 실험을 보자. 실험자들이 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가는 도중에 쓰러져있는 행인의 도움에 응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칠 것인지 관찰했다. 전체 학생들 중 40퍼센트만이 모르는 행인에게 도움을 주려 했으며, 특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집단은 10퍼센트만이 도운 반면 시간 여유가 있다는 집단은 평균보다 높은 63퍼센트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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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괴롭힘 속 방관자인 학생은 가해자를 응원하는 응원자가 되며 개입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은 가해자에게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출처: gettyimages>



집단의 익명성 속에 숨은 방관자 효과는 왜 일어날까?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거나 어떤 행동이 가장 적절한 반응인지 알기 어려운 ‘애매함’이 가장 큰 이유다. 애매한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갈등과 망설임 속에서 가급적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 대안이 바로 도덕적 지름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가 청소년들의 왕따나 집단 괴롭힘이다. 방관자인 학생은 가해자를 응원하는 응원자가 되며, 개입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은 가해자에게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06년 영국의 한 조사결과, 괴롭힘을 본 목격자들 가운데 겨우 10~20퍼센트의 학생들만이 피해자에게 도움을 준다고 한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시알디니(R. Cialdini)에 따르면, 방관자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군중에서 한 사람을 따로 떼어내라.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을 정확히 가리키고 똑바로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라’고 제안한다. 군중 속에 파묻혀 사회적 책임감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시킬 때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동참자 입장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전략이 유효한 사례로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후원금 모집광고 캠페인이 있다.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의 후원대상자들에게 필요한 성금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당신이 낸 후원금이 누구를 위해 사용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꼭 도와야 할 사람인 것처럼 인식시키는 것이다.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동참자 관점으로 바꿔주어 그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TV나 신문지상에 후원대상자의 웃는 얼굴의 사진이나 프로필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집단 소외감이 두려운 순응자



집단의 익명성과는 전혀 다른 상황적 판단을 이끌어 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감’이 있다. 윌리엄스(Willians)는 ‘집단에서 소외 당하는 경험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비슷한 뇌의 움직임을 유발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강력하다. 집단으로부터의 소외감은 우리들로 하여금 ‘집단에의 순응’을 만들어낸다.

집단의 흐름에 동조하는 ‘순응’은 실생활 속에서도 매우 손쉽게 발견된다. 심리학자 스텐리 밀그램은 복종과 순응을 구분하면서 ‘형식적인 권위의 명령에 따른 것이 복종이라면 명령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동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순응’이라고 했다.

오래 전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S. Asch)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얼마나 집단에의 동조하려는 순응심리가 많은지 보여주었다. 누구라도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명백한 질문을 5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에게 던진다. 앞의 4명이 전혀 얘기치 않은 오답을 정답이라고 제시할 때, 마음속으로는 비웃지만 다음 순간 그들과는 다른 정답을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 대로 나도 순순히 따라야 할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 생각이 맞는다고 여겨지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내가 잘못 판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괜히 내 생각을 말해 나머지 사람들에게 소외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들의 생각에 동조하게 된다. 솔로몬 애시의 실험참가자들처럼 75퍼센트의 사람들이 희생양이 될 정도로 순응은 쉽게 이루어진다.

마음속에서 순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G. S. Berns) 교수팀은 순응할 때 뇌의 전두피질은 활성화되지 않아 순응할 때 의식적인 결정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뇌의 지각을 담당하는 후두엽두정엽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순응은 의식적 행위가 아닌 다분히 지각적 왜곡 현상이라는 점이다. 집단이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피험자 개개인이 보는 것도 달라졌고, 피험자들은 이들의 차이에 눈을 감고 동조를 한 것이다. 특히 자신의 생각이 집단의 결정과 일치한다고 느끼면 우리들은 즉각 사고를 멈춤으로써 사고활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반면 집단과 정반대의 결정으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린 피험자의 경우,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영역인 편도체가 매우 활성화 되었다. 이는 고통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집단으로부터의 독립에는 매우 큰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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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에 대한 순응의 가장 큰 위험은 소속감으로 인해 집단이 처한 위험에 대한 눈감기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출처: gettyimages>



순응은 무조건적이면서도 자발적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시시한 동료보다는 자신보다 더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순응을 더 잘한다. 또 소규모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때 순응을 더 잘한다. 솔로몬 애시의 지적처럼 순응을 잘하는 사람은 행운이나 기회 혹은 운명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

예일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어빙 제니스(I. Janis)는 ‘피그만 사건’이라고 알려진 1961년 4월 감행된 미국의 쿠바침공작전이 집단의 판단에 순응함으로써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대표적인 사례라 하였다. 당시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참으로 유능한 많은 참모들 중 몇몇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집단의 합의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의 생각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집단적인 합의 그것도 강력한 힘을 배경으로 한 집단적 합의라면 쉽게 동조하기 마련이다. 어빙 제니스에 따르면, 집단에의 순응의 가장 큰 위험은 소속감으로 인해 집단이 처한 위험에 대한 눈을 감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용기에도 눈을 감는 것이다. 이처럼 독자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대신 집단사고라는 연대감이 주는 편안한 감정은 집단 내 모든 사람들의 경계심을 줄일 뿐만 아니라 나쁘고 위험한 결정에 쉽게 휘말릴 가능성을 높여준다.




상황의 힘을 극복하려면…



집단적 합의가 힘이라는 수단을 통해 강제된 경우뿐만 아니라 상호 자발적인 합의에 의해서도 동조현상은 일어날 수 있다. 방관자로 남아있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집단에의 순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먼저 약간의 호의를 베풀어 줄 때 효과적이다. 아무리 의미 있는 자선단체 모금활동이라 하더라도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

이때 작지만 먼저 상대방에게 이득을 안겨준다면, 상대방 역시 뭔가 받았으니 자신도 베풀어주어야겠다는 심적인 약속이행이라는 과제가 생긴다. 실제로 미국 식당에서 웨이터가 손님에게 계산서를 전달할 때 사탕을 함께 건넨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팁을 받은 금액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실험진행 도중에 잠깐 시간을 내서 상대방에게 커피나 음료수를 갖다 주는 정도의 친절을 베푼 후 기금모금을 위한 자선 티켓을 사달라고 하자 친절을 경험하지 못한 참가자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티켓을 샀다. 기업에서 종종 개개인의 아이디어보다 집단적 사고를 통한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한 개인의 사고보다는 여러 사람의 사고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의 결과물이다. 이는 집단적 사고에의 맹목적인 복종을 가져올 수 있다.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집단의 사고에 쉽게 묻힐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길 원한다면 집단보다는 개개인의 사고에 더 많은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권위나 위계질서를 먼저 제거함으로써 복종의 늪에 빠질 우려를 줄여주어야 한다. 우리들은 어렵거나 위험이 감지되면 사고의 지름길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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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웨이터가 손님에게 계산서를 전달할 때 사탕을 함께 건넨 경우, 손님 자신도 베풀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팁을 보통보다 더 주게 된다. <출처: gettyimages>



집단에의 동조현상은 비단 의식적인 상태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적인 동참을 통한 동조현상도 일어나는데 이를 ‘카멜레온 효과’라 한다. 주변사람들의 하품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하는 경우라든가 상대방이 다리를 떨 경우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 경우다.

미국 뉴욕대학 차트란드와 바르그(Chartrand and Bargh)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화 도중에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더 많이 따라 할수록 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동조현상이 더 잘 일어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할로윈 사탕을 나눠줄 때 가장 먼저 사탕을 바구니에서 집어 든 아이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집었다면, 83퍼센트의 아이들 역시 사탕을 한줌씩 집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집 주인이 아이들에게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보자, 맨 처음 집어 든 아이와는 무관하게 67퍼센트 아이들이 사탕을 하나씩만 가져갔다.

이번에는 혼자 방문해서 이름과 사는 곳을 말해야 했던 아이들 중 단지 8퍼센트만이 하나 이상의 사탕을 집어갔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이름과 사는 곳을 상기시킴으로써 아이들의 익명성을 제거하자 집단의 행동에 동조하려는 경향은 매우 낮았다. 즉 여러 개의 사탕을 집어가는 아이들의 집단행동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험하거나 난처한 상황에서 주위사람의 도움이 절실할 땐 아무나 도와달라고 외치기보다는 ‘저기 빨간 넥타이하신 신사분’처럼 특정인을 지명함으로써 집단의 익명성을 해체시킬 수 있다.

참고문헌

  • Milgram, S.(1974), Obedience to Authority, New York, Harper Perennial.
  • Tarnow, E. and T. Blass(2000), "Self Destructive Obedience in Airplane Cockpit and the Concept of Obedience Optimization", published in Obedience to Authority: Current Perspectives on the Milgram's Paradigm, New Jersey, Erlbaum Associates.
  • Darley, J. and B. Latane(1968), "Bystander Intervention in Emergences: Diffusion of Responsibi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8(4), pp. 377-383.
  • Asch, S.E.(1955), "Options and Social Pressure", Scientific American, Vol. 193(5), pp. 3-5.
  • Berns, G. S., and J. Chappelow, et al.(2005), "Neurobiological Correlates of Social Confirmity and Independence During Mental Rotation", Journal of Biological Psychiatry, Vol. 58, pp. 245-253.
  • Janis, I. L.(1972), Victims of Groupthink: A Psychological Study of Foreign Policy Decision and Fiascoes, Boston, Houghton Miffflin.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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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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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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