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언어 습득 과정 - 언어를 통한 마음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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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43회 작성일 16-02-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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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우리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석하여 마음 탐구의 시작으로 삼는다. “마음을 언어라는 창이 가리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창을 깨끗이 닦아 마음이 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심리학도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웅변한다. 사람의 인지적, 정서적 과정이 언어로 가장 잘 드러나기에 이를 분석하여 마음의 작용 기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 사용 과정에 초점을 두어 연구하는 심리학의 하위 분야가 바로 언어심리학으로, 우리들이 어떻게 말이나 글을 산출하는지, 말이나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기억하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언어를 어떻게 습득하는지가 탐구 주제이다. 이번 글에서는 몇까지 언어습득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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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당연하고, 어찌 생각하면 아주 희한하다. <출처: gettyimages>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한편으로는 당연하고, 어찌 생각하면 아주 희한하다는 표현을 한다. 건강한 모든 아이들이 별 어려움 없이 말을 배운다는 의미에서 당연한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습득의 기제나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신기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아이들의 언어습득 과정을,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조건화라는 학습 과정으로 설명할 수는 있다. 즉 아기들이 4-6 개월 사이에 말소리를 옹알거리기 시작하면, 이를 엄마가 듣고 정확한 언어 표현을 강화하고 그렇지 않은 말은 무시하여, 말을 배워가도록 가르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단순한 설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이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 양육 장면을 관찰해 보면, 부모들은 아이들이 정확하게 말하도록 가르치지 않으며, 아이들도 부모의 말을 단순히 모방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언어습득과 발달은 선천적이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능력이라는, 소위 말하는 생득론(nativist theory)이다. 특히 촘스키(Chomsky) 같은 학자는 인간의 뇌에는 언어 학습을 촉진하는 선천적 언어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가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기에 적절한 입력을 받기만 하면 언어습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언어습득 능력은 일반적인 인지 능력 즉 지능과는 구별되는 독립적인 장치라고까지 주장한다. 실제로 지능은 낮지만 탁월한 언어 능력을 보이는 사례와, 반대로 지능은 정상인데, 언어의 문법적 능력은 결함을 보이는 사례들이 이러한 주장의 증거가 된다.

최근 들어 영아의 언어 습득과 발달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태어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영아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연구를 하고 실험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아기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정교한 장치를 결합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고무젖꼭지에 센서를 연결해, 압력을 감지하고 이를 연결하여 프로젝터의 화면상을 변경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그리고 5주에서 12주 된 아기들에게 이 젖꼭지를 물리면 아주 쉽게 자신의 젖꼭지 빨기를 변화시켜 화면에 보이는 그림이 똑똑하게 보이도록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아기들도 새롭게 신기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는 어른 못지않다. 그러다가 관심을 끌었던 것이 계속 반복되면 흥미를 잃게 되는 것도 어른과 마찬가지다. 이를 보통 습관화(habituation)라고 부른다. 이 상태에서 아기들이 구별해 낼 수 있는 다른 대상이 제시 되면 다시 관심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기들에게 “ba"라는 소리를 들려주면 처음에는 열심히 젖꼭지를 빨지만 계속 들려주면 점차 흥미를 잃고 빨기가 줄어들고 나중에는 멈춘다. 그러다 다른 소리인 "pa"를 들려주면 다시 빨기가 증가한다. 이는 아기들이 두 소리를 서로 다른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혹은 그림을 보여주고 아기들의 눈동자 응시 시간이나 횟수를 기록하고, 다른 그림을 보여주어 응시 시간의 변화로 아기들이 두 그림을 구별하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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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 언어 습득과 발달에 관한 연구


영아의 언어 능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들이 너무 많아 요약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간단하게 줄이자. 영아들은 말소리와 비언어적 소리를(개 짖는 소리) 구별할 줄 알고, 다른 소리보다 단어 듣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자신이 듣는 언어가 바뀐 것을 알아채기도 한다. 즉 영어 문장에 습관화를 시킨 후, 다른 영어 문장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스페인 문장으로 바뀌면 이 변화를 알아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말소리가 들리면 그 곳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사람의 얼굴 모양을 좋아하고, 특히 말하는 사람의 입술을 응시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이 말소리와 일치하는 동영상과 그렇지 않은 동영상을 구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모두 생득론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아이들은 언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강력한 선천적 경향성을 갖고 태어난 것처럼 여겨진다.



노출되는 언어 환경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노출되는 언어 환경이 중요하다는 증거도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2개월 된 아기들에게, 영어 문장과 불어 문장을 들려주고, 그 말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는 시간을 측정하였더니, 영어에 대해 훨씬 신속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2개월 만에 이미 자신의 모국어에 더 민감해 진 것이다. 6개월 정도 되면 영아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듣는 언어의 특성을 구별해 낼 수 있으며, 8-10개월이 되면 자신의 모국어에 적절한 속성만을 처리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실험을 보자. 언어를 구성하는 소리의 가장 작은 단위를 음소(phoneme)라고 한다. 그리고 언어별로 그 언어에서 사용하는 음소의 종류와 숫자가 다르다. 예를 들어 /r/과 /l/ 발음은 영어에서는 음소이지만 우리말에서는 모두/ㄹ/로 발음하기에 /라면/의 /라/를 /r/로 발음하건 /l/로 발음하건 의미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영어에서는 /rice/와 /lice/를 구별해 발음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 특히 사춘기 이후에야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이 두 발음을 구별해 발음하는 것이나, 듣는 것이 모두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영어 /fried rice/를 발음해야 할 때 의식적으로 신경 써 발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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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영아들이 영어의 두 발음(/r/ /l/)을 어떻게 구별하는지에 관한 연구


발달심리학자 Kuhl과 동료들은 미국과 일본 영아들이 이 두 발음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연구하였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어도 우리말과 같이 영어의 두 발음(/r/ /l/)이 서로 다른 음소가 아니다. 위 그림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흥미롭게도 6-8개월 된 미국과 일본 아기들은 모두 이 두 발음을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12개월이 되면 미국 아기들은 훨씬 잘 구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본 아기들은 오히려 커가며 두 발음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아마도 특정한 언어 환경에 노출되며, 그 언어에 적합한 능력만 살아남고 필요하지 않은 식별 능력은 없어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도 두 발음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고 어렸을 때는 갖고 있었지만 나이를 먹으며, 한 언어에 노출되며 그 능력을 잃은 것이다.

그러기에 언어습득과 발달은, 선천적이고 생득적인 능력과 환경적 경험의 상호 연결 속에서 진행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생물학적인 기반이 언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이지만, 언어를 사용하고 연습하는 환경 속에서만 그 능력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일찍 다른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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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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