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당신의 에코지능은 몇 살? - 장바구니가 좋을까 종이봉투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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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16-02-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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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식품점에 가면 으레 유기농식품을 찾는다. 요즘처럼 원자력 피해가 의심스러울 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작 유기농식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유기농을 찾는 당신은 유기농식품이 나오기까지의 그 이면에 숨겨진 환경적 고려까지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에코지능이 보통 이상으로 우등생이다.




환경문제엔 유독 근시안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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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장바구니를 챙기거나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할 때 더 환경 친화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출처: gettyimages>



평소 우리들은 시장에서 제품구입을 결정할 때 대개는 가격과 품질을 따진다. 가격이 비쌀수록, 유명 브랜드일수록 품질 역시 보증할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구매결정에 보다 쉽게 다다른다.
다분히 소비자는 ‘다양한 상표들 속에서의 선택’이 주는 심리적 스트레스의 짐을 줄이려는 의도 때문이다. 정작 ‘더 싸게’만을 외쳐대는 소비자는 제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채택한 수많은 단계를 모른 채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

일례로 소비자는 유기농 혹은 친환경마크 부착 정도는 확인할 수 있지만, 환경 친화적인 제품임을 식별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을뿐더러 더 비싼 가격지불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녀들의 학교급식에서 국내산이라는 원산지 표기만을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식탁에 오를 농산물의 친환경적 생산요소 간 역학관계를 알 수 없으니 그럴 수밖에…

더 심각한 것은 환경 친화적 이슈에 대해 지극히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소비자 인식수준이다. 종종 장바구니를 챙기거나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할 때 더 환경 친화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생각할 때, 당장 눈앞의 환경오염물질 유발은 아닐지라도 생산단계를 거슬러 오르면 농산물처럼 자유롭지 못하는데도 그렇다.
그 이면에는 제품구매과정에서 가격, 품질, 브랜드 혹은 광고와 같은 지극히 감각적인 자극요소에는 귀를 쫑긋 세우지만, 친환경 혹은 그린정책과 같은 환경적 영향요인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넘어 무시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의 두뇌는 바로 눈앞의 위험에 대처하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갖도록 진화한 반면, 막연한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다루는 데는 그토록 서툴기 때문이다.

굶주린 사자 같은 맹수에 대해서는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오랜 기간 서서히 진척되는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감지능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독일의 생리학자 베버(Ernst Heinrich Weber)의 최소식역차이(Just noticeable difference; JND)에 의하면, 사자의 번뜩이는 눈에 비해 미세한 차원으로 나타나는 환경적 변화는 JND 이하 수준으로 우리의 감각시스템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는 ‘현재의 지구 온난화 속도가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속도가 빠르기 보다는 오히려 더 빨리 진행되어야만 비로소 우리 인간들이 그 위험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보내는 이유다.




가격엔 민감한 당신, 환경문제엔 둔한 당신



이처럼 왜 가격에는 지극히 민감하면서도 환경문제에는 둔할까? 우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가격이 비싸면 신경이 곤두서겠지만 친환경제품 유무에는 대체로 무반응 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환경관련 이슈와 달리 가격이나 품질은 두려움이나 공포감 등 위험을 감지하고 이를 기억해 두는 편도체를 쉽게 자극시키고, 이를 통해 뇌섬엽은 긍정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즉 친환경에 대한 이성적 접근보다는 감정이 먼저라는 얘기다. 또 다른 원인은 소비자가 모르는 무엇을 판매자인 기업만 알고 있을 때 나타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인한다.

일찍이 조지 에컬로프(George A. Akerlof)는 중고차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품질에 대한 정보 차이로 말미암아 서로 불신이 되어 거래 성사를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겉으로는 친환경 정책이나 그린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성이 높지 않거나 오히려 환경 파괴에 기여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대표적이다.
친환경적 혁신제품에 의구심을 품도록 만들어 진짜 친환경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내도록 조장한다. 세계 3위의 영국 석유회사 BP는 2001년 이후 꾸준히 친환경 홍보에 2억 달러를 투자해 친환경 기업이미지를 쌓았지만 2010년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켰던 사례를 떠올려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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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관련 이슈와 달리 가격이나 품질은 쉽게 공포감을 감지하는 편도체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뇌섬엽은 긍정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출처: gettyimages>



국내 친환경 제품의 시장 규모는 2001년 약 1조5000억 원에서 2012년 20배가량 성장한 약 30조 원 규모라 한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이 기업의 녹색 마케팅 활동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만큼 그린워싱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 우려된다.
한국소비자원의 2012년도 친환경제품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화장지, 세제, 화장품 등 7개 제품군 702개 품목 중 약 46%인 326개가 허위 과장 표현을 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의 친환경 상품으로 위장이나 허위광고 수법으로는 객관적 근거 없이 자체 제작한 친환경 마크를 제품에 표기하거나 인증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해 소비자들이 공식 인증 제품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한 경우다.
한결같이 소비자들은 '친환경' 또는 '무독성'이란 문구를 "100% 믿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든다. 바로 이러한 문구야말로 ‘전문가’ 혹은 ‘전문인증기관’이라는 지식착각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은 지식착각을 유발



소비자가 그린워싱에 이처럼 쉽게 넘어가는 심리적 원인을 ‘지식착각’에서 찾을 수 있다. 심리학자인 기디언 케렌(G. Keren)에 따르면, 현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전문가를 우리들이 선호할 때 지식착각은 일어난다.
우리 뇌는 적극적으로 외부 도움을 받아들이거나 가급적 힘든 일 또는 예측 불가능한 것을 회피함으로써 자신의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되었다.
지식착각이야말로 '선택의 지름길'로 통하는 단축회로를 만들어주며, 우리가 볼 수 있는 인지범위를 축소시킴으로써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쉽게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는 일자리나 자산, 수입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무리한 서브프라임 대출 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거대 금융회사가 파산하고 AIG생명보험사가 정부관리하에 들어갔다.

미국 하버드대 에드 글레이저(Ed. Glaeser) 교수는 세계적인 금융전문가들이 주택시장의 거품으로 인한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주택 가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하는 인간의 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이처럼 자신의 지식이나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함으로써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할 때 지식 착각(Illusion of Knowledge)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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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관은 기상예측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한계를 모른다면 지나치게 확신하여 90% 강수 확률이라 예측하기 쉽다. <출처: gettyimages>



그렇다면 전문가의 의견을 더 구하고 싶은 성향은 왜일까? 미국 에모리대학 얀 엥겔만(Jan B. Engelmann)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사결정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 우리 뇌는 게으름을 피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피실험자들이 금융투자문제를 결정하면서 투자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때 뇌의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스캔하였다.
외부전문가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때 투자가치 평가와 관련된 신경활동이 활발해졌지만,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는 그 신경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외부전문가에게 어려운 의사결정을 맡기고 자신은 빈둥빈둥 놀고 있다는 얘기인데, 가능하면 우리 뇌가 활동을 함으로써 사용하게 될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외부 도움을 받아들임으로써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자신이 전문가처럼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당신의 에코지능은 몇 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항하고, 지식착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감성지능]과 [사회지능]의 저자인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의 주장처럼 ‘완전한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제품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여타 환경관련 비용 및 생물학적 위험도 등 실질적인 영향요인을 추적하고, 소비자는 이를 구매 결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가격이나 품질 등 기존 시장인센티브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기업들에게 일깨워줄 ‘깨어있는 소비자’가 요구된다.
이들이야말로 각종 소셜네트워크(SNS)로 무장한 ‘트위터족’에서부터 ‘에코맘'과 NGO단체처럼 '에코지능'(ecological intelligence)이 높아 기업혁신을 독려하는 시장 압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골먼은 에코지능을 '소비자 자신의 소비와 생산활동이 지구환경에 미칠 영향 전반을 파악할 줄 아는 예민하고 현명한 통찰력'이라 정의한다.
오늘날 웹기반의 소셜네트워킹은 어떤 제품에 대한 소비자 한 명의 반응이 순식간에 10명, 1000명에게 불매운동을 촉발시킬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기업측에 전달할 수 있다. 온라인 사용자 간 이루어지는 브랜드에 대한 뒷이야기 역시 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에코지능 역시 마찬가지로 활용될 것이며, 그 위력은 과거세대와 다를 것이다. 우리 뇌에는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를 모방하고 공감하는 ‘거울 뉴런’이 2005년 미국을 덮친 ‘카트리나’ 피해처럼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매우 빠르게 불어 넣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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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자신의 소비와 생산활동이 지구환경에 미칠 영향 전반을 파악할 줄 아는 예민하고 현명한 통찰력이 에코지능이다. <출처: gettyimages>



이처럼 과거세대와 달리 정보의 연결성이 높고 전달 속도가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이 더 이상 소비자에게 약점으로 다가오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깨어있는 소비자야말로 주도적인 통제권을 쥐고 기업으로 하여금 친환경적 공정한 제품을 만들도록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 또 기업입장에서는 도요타와 포드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환경 생태계를 보는 시각에서 도요타는 최종생산물인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기술에 투자한 반면, 포드는 생산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환경 친화적인 공장에 투자했다.

그 결과 도요타는 포드를 제치고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가격이나 품질 못지않게 부적절한 생산요소를 사용하거나 생태계를 위협할 때 부정적인 감정이 유발되도록 에코지능을 높인다면 세상을 바꾸는 숨어있는 소비심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단기적인 이득에 목숨을 거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 할지라도 환경만큼은 장기적인 이득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이젠 장바구니도 종이봉투도 모두 친환경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필요할 때다.

참고문헌

Goleman, Daniel, [Ecological Intelligence(에코지능)], 이수경 역, (웅진하우스,2012)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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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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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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