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만남과 헤어짐 - 아름답게 지속되는 것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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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1회 작성일 16-02-0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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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최초 만남은 많은 경우 부모(혹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출처: gettyimages>


설렘과 떨림으로 시작되는 만남은 그 시작에서 기대한 것처럼 항상 아름답게 지속되진 않는다. 많은 경우에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헤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또한 만남과 헤어짐의 경험이 반복되며 관계 형성의 밑바탕이 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만남과는 조금 다르지만, 인간의 최초 만남은 많은 경우 부모(혹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우리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애착(attachment)이라는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향후 우리가 맺는 많은 관계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애착 형성: 관계 형성의 토대



심리학자 Mary Ainsworth는 ‘낯선 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 experiment)’이라는 애착 형성과 관련된 유명한 실험을 진행하였다1). 낯선 장소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있고 처음 보는 사람이 그 공간에 함께 배치되었다. 이후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다. 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와 엄마가 돌아왔을 때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의 애착 형성을 4가지 형태(안전, 불안전-회피, 불안전-양가, 혼돈)로 구분했다. 안전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엄마와의 헤어짐에 속상해 하지만 엄마가 돌아왔을 때 쉽게 진정하는 반면, 불안전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헤어짐에 힘들어하는 것은 물론 엄마가 돌아왔을 때에도 무관심하거나(불안정-회피) 안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나타내는(불안정-양가) 등의 모습을 보였다.



Ainsworth, M. (1979). Infant-mother attachment. American Psychologist, 34, 93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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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의 애착 형성 경험이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흥미로운 것은 유아기의 애착 형성 경험이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2). 애착 형성에 대한 아이들의 경험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틀로 작용하게 된다.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아이들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대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반면, 불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면 자아에 대한 개념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 모두 건강하게 형성되지 못할 수 있다.



Bretherton, I., & Munholland, K. A. (1999). Internal working models revisited. In J. Cassidy & P. R. Shaver (Eds.), Handbook of attachment: Theory, research, and clinical applications. New York: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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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성인기의 대인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실제 위에서 제시한 애착 유형을 성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었다3). 안정적 애착을 형성한 성인은 실패하거나 인정받지 못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과 대인관계를 잘 구분하는 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불안정적 애착을 형성한 경우에는 타인의 눈치를 보며 함께 일하길 선호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불안정-양가)을 보이거나, 혼자 일하길 좋아하며 일에 몰두해 대인관계를 소홀히 하는 경향(불안정-회피)을 보인다.



Hazan, C., & Shaver, P. R. (1990). Love and work: An attachment-theoretical perspec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9, 270-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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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에서 애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애착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직전의 경험이 현재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 관계에서의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학습해 온 것이다.


투자 그리고 보상에 대한 기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은 일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물론, 유아기의 애착 형성 경험만으로 이 과정을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인간은 일반적으로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서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살펴 보려고 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조금 자세히 살펴 보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와의 만남, 즉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우리는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된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취향, 좋아하는 것 등등을 알아 내고 맞춰 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보상을 기대하는 걸까? 그리고 정말 보상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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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에 의하면 우리의 관계 형성은 비용과 이득에 대한 주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에 의하면 우리의 관계 형성은 비용과 이득에 대한 주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4). 즉, 비용보다 이득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 관계는 형성할 가치가 있는 것이고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된다. 물론, 비용이나 이득에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부분이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관계에서 기대하는 보상 수준 역시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많이 기대하는 사람들보다 적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관계에서 더 큰 만족을 보인다는 것이다.



Emerson, R. M. (1976). Social Exchange Theory. Annual Review of Sociology, 2, 335-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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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교환 이론은 다양한 관계에 적용할 수 있지만, 단순화하기 위해서 이후의 설명은 연인 관계에만 적용하고자 한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인터넷 검색이나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가며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준비하기도 하고 생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무얼 기대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 본인이 원해서라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최소한 눈길이나 손길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동시에 상대방의 무관심한 반응에 상처를 받는 것 또한 분명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비용과 이득의 분석에 근거해 무언가 보상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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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조금씩 불만이 쌓여가게 되면 결국 만남이 지속되지 못하고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다. <출처: gettyimages>


그런데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보통 투자는 적어지며 기대는 많아진다.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비용과 이득에 대한 주관적인 분석이 달라진다. 그리고 과거의 투자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며 불만이 쌓이기도 하고 이전에 비해 기대하는 보상 수준 역시 커지게 된다. 오래된 연인에게 “예전엔 모든 걸 다 해 주더니… 지금은 달라졌어…”라며 서로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면, 자신의 분석이나 기대 수준이 달라진 것은 아닌지 이기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불만이 쌓여가게 되면 결국 만남이 지속되지 못하고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다. 만남의 기간 동안 이루어졌던 투자를 생각하면 상당한 손해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꼭 얻어내고 나서야관계를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은 손해일까?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부분이 없을 때, 헤어짐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된다. 본인은 여전히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헤어짐을 결정한 상태에서 만남을 지속하는 것은 어쩌면 더 큰 손해를 보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헤어짐의 결정



많은 고민 끝에 헤어짐을 결정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만남은 시작 단계에서 일방적이어도 상대방에게 해를 주는 경우가 드물지만(스토커와 같은 경우는 제외한다), 헤어짐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로에게 형성된 감정적/정서적 유대 관계를 한 쪽의 결정으로 없애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헤어짐을 준비하며 만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헤어지는 과정에서 둘의 마음이 맞아서 합의를 보는 경우도 극히 드물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둘 중 하나는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다만 그렇지 않은 척 하고 지낼 뿐… 그렇기 때문에 헤어짐의 결정은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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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민 끝에 헤어짐을 결정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출처: gettyimages>


헤어짐의 원인이라고 거론되는 것들을 살펴 보면, 질투, 바가지, 간섭, 구속, 강요 등등 셀 수가 없을 것이다. 단순화시켜 보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의 행동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의 개선을 위해 상대방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가능하면 행동을 바꾸라고 한다. 그런데 본인에게 쏟아지는 이런 불만에 대해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꾸려고만 하는가’라는 불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바꾸어야 하고 본인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모순적인 발상이며 갈등이 시발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배우자 혹은 연인의 친구들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때, 상대방에게 만나지 말 것을 강요하다 다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본인의 친구 관계는 상대방이 불만이 있어도 유지하지만, 상대방의 친구 관계는 중단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우선 순위를 매겨보자. 만약 배우자나 연인이 친구보다 순위가 높다면, 상대방이 죽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굳이 불화를 일으켜가며 혹은 속여가며 만나야 할까? 반대로 상대방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굳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할까? 반대로 친구의 순위가 높다면, 관계의 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도 모른다.

흔히 헤어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서로에게 했던 불편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의 원인을 다시 살펴 보라는 것이다. 행동의 원인을 탐색하는 귀인(attribution) 과정을 살펴 보면, 모든 정보와 가능성을 분석하지 않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특히, 본인과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다르게 판단하는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5).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을 설명할 때는 가능한 한 많은 설명과 이유를 들어 피해 나가지만, 상대방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그 사람 자체가 원인이라고 쉽게 결론 내리는 경향을 자주 볼 수 있다. 혹시 본인은 이와 같은 편향을 보이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심리학 개론서의 귀인 이론 참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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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각의 관계마다 독특한 점들이 있으며 그들이 처한 상황도 역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칙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자신이 원하는 만큼 상대방을 배려하고, 문제의 원인에 대해 좀더 객관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을 통해 마음의 생채기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훈 |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와 석사, 미국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발행2013.12.09.



주석


1


Ainsworth, M. (1979). Infant-mother attachment. American Psychologist, 34, 932-947.

2


Bretherton, I., & Munholland, K. A. (1999). Internal working models revisited. In J. Cassidy & P. R. Shaver (Eds.), Handbook of attachment: Theory, research, and clinical applications. New York: Guilford Press.

3


Hazan, C., & Shaver, P. R. (1990). Love and work: An attachment-theoretical perspec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9, 270-280.

4


Emerson, R. M. (1976). Social Exchange Theory. Annual Review of Sociology, 2, 335-362.

5


사회심리학 개론서의 귀인 이론 참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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