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모럴 다이어트 - '사소한 거짓말' 혹은 '하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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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16-02-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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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사거리에서 빨간불인데도 슬쩍 무단횡단한 적 있는가?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더 받고도 그냥 모른 척 지나쳐 온 적은 없는가? 평소와 달리 아주 가끔 사소한 부정행위를 하는 이유는 뭘까? 또 부인이 새로 장만한 옷을 입고 어떠냐는 질문에 얼른 '응, 아주 멋져, 더 날씬해 보이는데!'하고 거짓말을 한다. 이런 거짓말도 부정행위라 할 수 있을까?




착한 사람도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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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음식들만 잘 먹었으니 아주 조금의 예외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모럴 다이어트 심리다. <출처: gettyimages>



여러분은 지금 한창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자. 근사한 호텔뷔페 회식자리에서도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나 초콜릿은 애써 외면하면서 평소 별관심도 없었던 샐러드만 한 접시 담아온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다이어트를 딱 하루만 늦게 시작할걸!’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게 된다. 모두들 내 처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 육류며 초콜릿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살찌기 쉬운 음식만 골라 먹는다. 친한 동료가 조용히 다가와 하는 말, '요 며칠 고기나 초콜릿엔 입도 대지 않았으니 오늘 몇 점 집어 먹는다고 다이어트 실패하진 않을 거야!' 한다. 순간 내 머리 속에서도 '케이크 한 두 조각 먹는다고 문제될 것 없잖아!'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음식들만 잘 먹었으니 아주 조금의 예외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케이크 한 조각이 단지 한 조각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비단 이런 심리현상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평소 정직하고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나름 훌륭한 시민이라 자처하기에 아주 약간의 부정행위는 너그럽게 허용하려고 한다. 비록 그것이 부정행위일지라도 사소하거나 경미한 사안이라면 눈감아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나는 도덕적이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다이어트 중에 케이크 한 조각 먹는 거나 회사법인 카드로 가족회식 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경미하기 때문에 충분히 정당하고 도덕적이라 생각한다면 도덕성 척도를 자기 스스로의 기준으로 합리화하게 된다. 바로 ‘모럴 다이어트(moral diet)’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칼로리 섭취를 줄이듯 자기합리화를 위해 도덕성까지도 줄이려 한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럴 다이어트 사례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지만 대체로 소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시 되지 못한다. 내 강의 중 하나인 전산실 수업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수업 중에 가끔 사적인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정직하지 못한 행위를 한다. 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성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 역시 특별한 하자가 없음에도 온갖 협박성(?) 언사를 통해 학점을 올리려고 한다. ‘교수님 과목만 B0에서 B+로 올려주시면 장학금을 탈 수 있습니다. 다음 학기엔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들 말이다. 정작 다음 학기 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는….. 일반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입한 후 반품이나 환불을 요청한다. 딱히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실제 구입해보니 생각보다 맘에 안 드는 경우라기보다는 더 싼 제품을 찾았기 때문일 거다. 제품을 입어본 후 더 싼 쇼핑몰이나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한다. 그뿐인가! 직장인 이라면 적어도 한두 번쯤은 회사 사무용품을 개인용도로 집에 가져와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준 경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연필 몇 자루, 지우개 한두 개, 칼 하나처럼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소량을 말이다. 거래처 간다면서 지하철로 이동한 후 회사에 와서는 택시비를 결제 받는 경우도 모럴 다이어트 사례다.




왜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를까?



경제적인 인간인 우리들은 항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들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의 사례에서 언급한 온갖 사소한 부정행위 역시 이성적인 관점에서 저질러진다고 볼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 사소한 부정행위들을 함으로써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성적 판단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아무도 없는 한적한 교차로에서 불법유턴하는 자가용 운전자가 있다. 이렇게 잠깐 눈감고 불법 유턴하면 최소한 다음 교차로까지 가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운전자는 불법유턴을 통해 절약할 수 있는 이득과 혹시나 모를 경찰관의 단속으로 범칙금을 물게 될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할 것이다. 당연히 불법유턴 할 때는 범칙금보다는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 이득을 더 크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평소에 사소한 부정행위나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게리 베커(Gary S. Beck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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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품 몇 개 슬쩍 가져오는 사소한 부정행위는 비용편익분석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출처: gettyimages>



베커는 인간행위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인간은 매우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이라고 전제한 뒤, 인간의 부정행위와 같은 범죄를 ‘불확실성하의 합리적 선택’으로 파악하였다. 즉 인간은 부정행위로부터 기대되는 이득과 기대되는 손실을 비교하여 이득이 클 때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바로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란다. 본인의 행동에 대해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관점이 아닌 행동이 낳은 결과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만을 비교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내리는 정직성 혹은 도덕성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제품과 관련된 의사결정처럼 오로지 비용편익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의구심이 든다. ‘길거리의 구세군 냄비 속에 익명으로 거액의 돈 다발을 두고 간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여러분이라면 이런류의 기부행위의 결과는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다고 생각되는가? 한 철학자가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10억 명이 경미한 두통을 앓고 있으며, 무고한 1명을 죽이지 않는다면 그 많은 사람들은 1시간동안 두통을 경험해야 한다. 반대로 그 한 사람을 죽인다면 모두의 두통은 즉시 사라진다. 만약 당신이라면 그 한 사람을 죽일 것인가?’ 경제학자가 비용편익분석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 사람을 희생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더는 것'일 것이다. 왜? 사람들은 10억분의 1의 확률로 죽는 것보다는 당장의 두통을 더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작 게리 베커의 비용편익분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경제적 동기보단 심리적 동기가 부정행위를 이끈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댄 에리얼리(Dan Ariely)는 그 동료들과 함께 매우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일명 '매트릭스 문제'라 명명된 20개의 간단한 문제를 풀도록 한 뒤 정답을 스스로 확인한 후 파쇄기에 넣어 문제지를 없앤 후 본인의 정답 개수를 적어내라고 했다. 충분히 부정행위를 저지를 개연성을 준 것이다. 정상적으로 연구자가 직접 정답을 확인한 집단보다는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경우 정답의 개수를 평균보다 2개 정도 더 부풀렸다. 아주 사소하게 두 문제 정도의 범위 내에서 부정을 저지름으로써 도덕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더 나아가 부정행위 정도는 정답의 개수만큼 돈을 차등 지불할 때조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지불하는 돈의 금액을 증가시켜도 정직한 집단에 비해 사소할 정도의 정답 부풀리기에 그쳤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동기로 인해서 사소한 부정행위를 촉발시킨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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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는 머릿속의 서로 다른 기억들을 더 쉽고 다양하게 조작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소한 부정행위에 대한 그럴듯한 도덕적 동기를 들이댄다. <출처: gettyimages>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정직하고 존경 받을 수 있는 인물로 보이길 원하는 자아 동기부여(ego motivation)와 함께 타인을 속여서라도 이득을 얻고자 하는 금전적 동기부여(financial motivation)를 함께 가슴에 품고 있다. 이 두 가지 동기부여 요인은 명백히 모순되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득을 얻으면서도 동시에 존경 받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가진다. 이 때 적어도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존경이라는 이득까지 챙길 수 있도록 균형 잡힌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유연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케이크를 먹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케이크를 보관하려는 이중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만든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의 케이크 조각을 뜯어 먹는 것이다. 또 금연을 작심한 후 며칠 못가서 담배에 손이 갈 때, ‘딱 한번만’ 피우자는 심리적 핑계거리를 찾는다. 이처럼 비용편익분석 차원의 경제적 혹은 금전적 동기만이 아니라 자아 혹은 도덕적 동기 역시 인간행동을 조정하며, 댄 에리얼리는 이를 ‘퍼지요인(fudge factor)’이라 칭하고 있다. 그는 “이기적 욕망을 합리화하는 능력이 커질 때 퍼지요인도 함께 커져 자신이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이나 부정행위를 좀 더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이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인지적 유연성을 가져오도록 하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경제적 동기인 이득 못지않게 심리적 즉 도덕적 동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더 나아가 금전적 동기보다 오히려 도덕적 동기에 의해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좌뇌에 그 답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 교수에 따르면 우리 앞에서 일어나는 일과 우리가 바라보는 일에 대해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역할을 ‘좌뇌’가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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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는 창의성이 높을수록 더 많이 저지르게 할 수 있지만 지능과는 연관성이 없다. <출처: gettyimages>



이를 확인해주는 실험이 있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단절된 환자에게 우뇌를 통해 ‘웃음’이라는 단어를 보여주자 웃기 시작하지만, 정작 왜 웃는지 그 이유를 물을 경우 알지 못한다. 이 때 좌뇌는 자신이 웃었다는 사실을 통해 뒤늦게 웃은 이유를 그럴듯하게 지어내면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거짓말하는 뇌는 따로 있다고 한다. 미국 UCLA의 야링 양(Yaling Yang) 박사와 그 동료들에 따르면, 하루 일과를 계획하거나 유혹에 대처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고차원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에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병적인 거짓말쟁이의 전두엽은 정상적으로 도덕성이 높은 사람의 전두엽보다 백질이 22~26퍼센트나 더 많았다. 반면 회백질은 정상인에 비해 14.2퍼센트가 적었다. 전두엽의 백질은 서로 다른 기억들과 생각들 사이의 연결성 및 연상 능력과 관련이 있으며, 회백질은 기억을 저장하는 뇌세포를 말한다. 결국 거짓말쟁이는 머릿속의 서로 다른 기억들을 더 쉽고 다양하게 조작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단 얘기다. 그래서 사소한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를 한 후, 도덕적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하면서도 그럴듯한 이유를 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창의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부정직함이 더 높으며,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게 할 수 있다. 이 때 지능은 부정행위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한다. 이를 두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기꾼(?)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창의성의 대가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종종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말하곤 했다. 1965년 포크록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통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밥 딜런(Bob Dylan)의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생소하면서도 참신한가!! 재미삼아 예일대학의 셰인 프레디릭(Shane Frederick)교수가 설계한 인지반응테스트 문제를 직관적으로 풀어보시라!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인가?



1.


5분 동안 5개의 부품을 만드는 데 5대의 기계가 필요하다면 100대의 기계로 100개의 부품을 만드는데 몇 분이 걸릴까?



2.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을 각각 한 개씩 사니 11,000원이 들었다. 야구 글러브는 야구공보다 10,000원이 비싸다고 한다. 야구공 1개의 가격은 얼마인가?



3.


연못에 커다란 수련 잎들이 떠 있다. 이 수련 잎들의 너비는 날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수련 잎들이 전체 연못을 덮는데 48일 걸린다면 연못의 절반을 덮는데 며칠이 걸릴까? (정답은 맨 마지막에...)





선의의 거짓말은 진짜 선한 것일까?



평소 사소한 부정행위는 경제적 이득보다는 심리적 혹은 도덕적 동기에 기인한 경우가 더 많다. 그 중 하나가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바바 쉬브(Baba Shiv)와 인디애나 대학의 사샤 페도리킨(Sasha Fedorikin)은 우리 뇌가 일시적인 인지 과부하에 직면하게 되면 쉽게 검은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상대적인 정신적 고(高)부하 실험집단은 과일샐러드를 선호한 대조집단과 달리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달콤한 초콜릿케이크를 더 선호했다. 즉 부정행위나 건강에 해로운 초콜릿에 대한 충동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성적·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고갈시킴으로써 유혹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게 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조차도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등학생의 SAT시험과 관련한 실험결과, 부정하게 점수를 획득한 학생들은 그 점수를 자신의 진짜 실력을 반영한 점수라고 스스로 믿었다. 또 이들은 다음번 시험점수를 예측하는 경우에도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문제는 자기기만 행위가 지속될 경우 자신의 본질을 망각한 채 과장과 허풍으로 남들을 현혹시키는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30대 남성이 유명대학 법과대학을 졸업한 사법연수원생이라 사칭하면서 금품을 갈취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런 부정행위를 한두번 하다 보면 허상을 현실처럼 믿는 착각에 빠지고, 금전적인 이득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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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자판기에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사람 눈 이미지를 붙여놓자 동전이 3배 이상 늘었다. <출처: gettyimages>



개인의 도덕성 결여가 아닌 사회적 전염현상에 의한 부정행위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소속된 집단 구성원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선을 넘는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지켜본다면, 나 역시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추종하게 된다. 일찍이 솔로몬 애시(Solomon Asch)가 보여준 권위에의 복종이 부정적인 측면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친구를 왕따 시키는 경우, 처음부터 불량한 마음을 가진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군중심리와 동조현상이 강할수록 사회적 부정행위는 확산된다. 이런 부정적인 사회현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1982년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은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제시했다. 이들은 황폐한 지역 주민들은 건물의 유리창이 몇 군데 깨진 채 방치되어 있는 건물을 보면 멀쩡한 주변마저 파괴하고 싶은 충동으로 인해 결국 예전보다 더 황폐해진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은 일견 이해되기도 하지만 현실성은 의문시 된다.

사회적 부정행위의 전염 현상을 차단할 수 있는 좀 더 쉬운 방안이 있다. 영국 뉴캐슬대학 Melisa Bateson 연구팀은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전염현상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0주 동안 커피자판기에 자율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넣도록 한 후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이 때 커피자판기에 처음 5주 동안에는 꽃의 이미지로 장식했으며, 나머지 5주 동안에는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 눈’의 이미지를 장식했다. 그 결과 꽃 이미지에 비해 사람 눈 이미지가 장식될 동안 동전이 3배 이상 늘었다. 부정적인 행동의 사회적 전염일지라도 누군가 감시한다는 인식이 들 땐 도덕성이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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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당신, 요즘 눈에 띄게 날씬해졌는걸!’하는 입바른 소리는 선의의 하얀 거짓말이다. <출처: gettyimages>



한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득을 얻길 바라면서 행하는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도 있다. 일명 ‘하얀 거짓말’이다. 다이어트에 열심인 아내가 거울을 보면서 체중이 좀체 줄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때, 한마디 거든다. ‘당신, 요즘 눈에 띄게 날씬해졌는걸!’ 비록 입바른 소리일지라도 아내를 기쁘게 해주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의 이러한 ‘호의’에 너무 마음을 뺏긴다면 또 다른 부정행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유명한 신경과학자인 미국 베일러 의대의 리드 몬터규(Read Montague)교수와 그 동료들에 따르면, 호의는 자신도 모르게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호의를 받고 있는 사람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하자 쾌감중추가 활성화되며, 연상과 의미와 관련된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복내측 전전두엽피질이 더 활성화 되었다. 이는 타인으로부터 호의를 받게 되면, 우리들의 뇌는 그 사람을 더 좋아하도록 하는 편애감정이 강화된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근거 없는 편애는 부정적인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호의의 크기가 커질수록 더 심해진다고 한다. 사회조직에서 공(公)과 사(私)를 적절히 구분할 줄 아는 균형 잡힌 의식적 행위가 필요한 이유다.




소비심리에 반영된 사소한 부정행위들



짝퉁 소비심리가 대표적인 사소한 부정행위다. 값비싼 명품은 자신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때문에 우리들의 뇌는 명품을 볼 때 유난히 쾌락중추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이 쾌락이나 쾌감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기에 좀 더 비싸고 새롭고 특별한 명품을 갈구함으로써 쾌락의 쳇바퀴에 빠지게 된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많은 중상류층들은 0.1퍼센트에 속하는 열망집단인 상류층을 모방하기 위해 명품소비를 늘린다. 상류층 역시 자신들만의 차별성과 성역을 강화하기 위해 더 비싸고 희귀한 제품으로 눈을 돌린다. 끝없는 인간들의 욕망을 보여준다. 문제는 명품이 아닌 짝퉁 브랜드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하는데, 짝퉁은 명품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남들에게 알리는 '외부 신호화'현상을 희석시킨다. 또 실제로 명품 소유자의 이미지나 진품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즉 짝퉁 구매행위는 사소한 부정행위이며, 진품 소유자들과는 정말 다른 행동을 보인다.

프란시스카 지노(Francesca Gino)와 그 동료들이 수행한 2010년 연구결과를 보면, 진품이 아닌 짝퉁을 사용하면 도덕적인 자제력이 약해지며 부정행위 역시 더 수월하게 저질렀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한 후, 이들에게 진품이라는 정보를 준 집단과 짝퉁이라는 정보를 준 집단 그리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일반 사용자 집단으로 나눈 후, 이들의 부정행위 정도를 관찰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용자의 비율은 진품 사용자의 30퍼센트와 일반 사용자의 42퍼센트인 반면, 짝퉁 사용자는 두 배 이상인 73퍼센트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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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은 명품을 통해 남들에게 알리는 '외부 신호화'현상을 희석시키며 명품 소유자나 진품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높다. <출처: corbis>



생명보험이나 자동차 손해보험 가입자들이 저지르는 보험금 부당청구 행위 역시 부정한 사례다. 반대로 소비자가 기업으로부터 사소한 부정행위를 통해 손해를 보기도 한다. 신용카드 가입자는 많은 약관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음으로써 연체 등과 같이 사소하게 규칙을 어길 경우, 카드사는 높은 연체이자와 같은 법적 혹은 금전적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또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약관 내역을 소비자들이 대체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알고 수시로 사소한 부정행위를 하기도 한다.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약이나 시술사례 역시 의료기관의 이득을 위한 사소한 부정행위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소하게 발생되는 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정직성을 자극시킬 필요가 있다. 즉 도덕적 각성장치를 만들어 소비자나 기업 관계자들이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너코드(Honor code)가 대표적인 도덕적 각성장치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과제물을 제출할 때 혹은 시험을 볼 때 지극히 양심에 따라 행동하며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제도다. 자필이력서를 작성할 때 맨 하단에 ‘상기 내용은 사실과 다름없습니다.’라고 쓴 후 사인을 하도록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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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나 과제물 제출시 정직하게 하겠다는 서약인 아너코드는 부정행위를 줄여준다. <출처: corbis>



니나 마자르(Nina Mazar)와 댄 에리얼리 연구팀은 MIT와 예일대학처럼 아너코드 제도가 없는 집단과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프린스턴대학 재학생들을 비교했다. 비록 아너코드가 항상 도덕적으로 높은 선한 행위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해도 사소한 부정행위를 막아주는 예방주사 역할로써 의미가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아너코드의 경우, 사전에 서약을 받는 경우엔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성경책이나 십계명을 두고 맹서한 경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비록 종교가 다르더라도 말이다. 결국 자의든 타의든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사소한 부정행위는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덕적 혹은 심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효과가 있다. 심지어는 과도한 법칙금을 적용하는 강력한 도덕적 각성장치를 마련할 때 사회적 부정과 비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겠다. 요즘처럼 부정과 비리가 난무할 땐 더 그렇다.

 

정답: 1. 100분이 아니라 5분이다. 2. 1,000원이 아니라 500원이다. 3. 24일이 아니라 47일이다.

참고문헌

  • Michael Gazzaniga, "Consciousness and the Cerebral Hemispheres," in The Cognitive Neurosciences, edited by Michael Gazzaniga, Cambridge, Mass.: MIT Press(1995).
  • Yaling Yang et. al., "Prefrontal White Matter in Pathological Liars," 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2005).
  • Shane Fraderick, "Cognitive Reflection and Decision Making,"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2005).
  • Nina Marar et. al., "The Dishonesty of Honest People: A Theory of Self-concept Maintenance,"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2008).
  • Francesca Gino, et. al, "The Counterfeit self: The Deceptive Costs of Faking It," Psychological Science(2010).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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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도서
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책정보 보러가기


발행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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