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지능은 인종에 따라 다른가 - 헌스타인과 머레이의 ‘벨 커브’가 던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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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4회 작성일 16-02-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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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머리가 나쁠까?”

데니스가 성적이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아 워싱턴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워싱턴은

“그건 네가 흑인(african-american)이기 때문일 거야”

“뭐라고?”

“우리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을 한 번 봐봐. 메리, 제인, 다나카, 데이비드..”

“응? ”

“백인, 유대인, 아시아인이지? 우리가 아는 한 대학에 들어갈만큼 공부를 잘하는 흑인을 본 적 있어?”

“글쎄..그건 걔네집이 잘 살기 때문 아닐까?”

“아니야, 한국인 찰리도 공부 잘하잖아? 그런데 ,걔네 부모는 세탁소를 해. 우리집보다 못살아. 그런데, 내 동생 수학을 가르치러 와서 용돈을 번다고. 흑인은 공부를 잘할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았어. 데니스 공부는 접어두고, 나랑 같이 힙합 그룹을 만들자. 너 노래 잘하잖아. 우리는 운동을 하던지, 노래를 하는게 빨라.”

확신을 가지고 단정적으로 말을 하는 워싱턴의 말을 믿을 수 없던 데니스는 며칠 후 서점에 갔다가 무더기로 쌓여있는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벨 커브’라는 제목이었다. 그 책을 보니 정말 흑인이 백인이나 황인종에 비해 평균 지능지수가 15정도 낮다고 주장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데니스는 이제 공부를 포기해야할까?

1994년경에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을 상황을 상상해 봤다.




인종과 지능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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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커브] 표지. 책 정보 보러가기



1994년 사회학자 리처드 헌스타인(Richard Hernstein)과 정치학자 찰스 머레이(Charles Murray)는 [벨커브(The Bell Curve: Intelligence and Class Structure in American Life)]라는 책을 펴내면서 지능과 인종의 상관관계를 주장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책은 당시 수십만권이 팔려나가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 책에 대한 수많은 리뷰와 논쟁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두 사람은 미국 노동부에서 80년대부터 실시한 국가청년장기연구(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youth)에서 수 천명의 젊은이들에게 지능검사와 유사한 검사인 ASVAB라는 검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향후의 직업성취도와 연봉 등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분석을 한 것이다.

그들은 책에서 인종별 평균 IQ를 제시했는데 흑인은 85, 라틴계는 89, 백인은 103, 황인종은 106이었다.

그러면서 지능은 타고난 것과 환경적 영향의 상호작용이 분명하지만, 이 정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부모의 교육수준, 사는 지역 등 환경적 영향을 뛰어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인지적 엘리트란 존재하는 사실이라고 규정하면서 점차 미국사회가 두 그룹으로 양극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지능과 직업적 성취도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고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갈수록 그 영향이 증가하고 있고 40-80%정도는 유전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수립하는데 인종간 지능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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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커브]에서 인종별 평균 IQ를 제시했는데 흑인은 85, 라틴계는 89, 백인은 103, 황인종은 106이었다. <출처: gettyimages>



그들은 흑인과 라틴계가 전체 미국인들의 평균에 비해서 아이를 많이 낳는데 반해 지적으로 뛰어난 인종은 출산률이 낮은 추세이므로 향후 수 십 년 안에 미국인의 평균지능은 더 떨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게다가 미국의 남부와 서부지역에 남미지역에서 평균지능이 떨어지는 인종이 많이 이민형식으로 유입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므로, 당시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정책이 있기에 가난한 흑인과 라틴계가 애를 많이 낳고, 또 교육에 있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단점이 있으므로 이런 보편적 복지를 축소하고, 복지정책의 수혜만 받고 국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일종의 무임승차를 하는 이런 종류의 인종의 유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우 과격한 정치적 주장을 한 것이다.

그들의 이런 주장은 인종주의를 조장하고, 보편적 복지, 이민정책에 대한 부정적 이론을 제공해 인종청소와 증오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위의 사례에서 보이는 데니스와 같은 저소득층 흑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올리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논란이 미국전역에서 거세지자 미국심리학회에서는 1995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서 지능에 대해 그때까지 연구된 모든 검증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는




1) 지능은 학생의 학업성취와 연관되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2) 성적은 지능과 가장 뚜렷한 연관이 있고, 직업성취도를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다. 지능이 높을수록 높은 소득을 얻는 직업을 얻을 것을 예측할 수 있다.

3) 지능이 떨어지는 것과 청소년기 범죄율이 증가하는 것 사이의 연관성은 적다.

4) 나이가 들수록 유전적 영향은 지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하지만 현상학적으로 분명히 인종 간에 지능의 차이가 존재하고, 직업적 성취도를 예측하는 측면은 있으나 현상학적 현상일 뿐 이를 유전적/인종적 차이로 해석할 근거는 거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논란은 지속되었다. 최근에는 DNA나선구조를 발견한 과학자 제임스 왓슨 조차도 ‘흑인과 백인 사이의 지능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여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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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능이란 타고난 면이 큰 것일까? 그렇다면 교육이란 것을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 <출처: gettyimages>



세계적 과학자가 주장하듯이 지능은 타고난 것이고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일까?

예를 들어 뉴스에 부모와 형제 모두가 서울대를 졸업한 집안이 소개되는 걸 보면 그런 면이 존재할 것 같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정말 지능이란 타고난 면이 큰 것일까? 그렇다면 교육이란 것을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

또 한편으로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본인의 각고의 노력으로 상당한 성취를 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것을 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지능지수는 (심리적 발달연령/생물학적 발달연령)X 100으로 이루어져있다. 즉 10살 나이에 10살 만큼의 인지적 발달을 해냈으면 지능지수는 100이다.

90-110사이는 보통이라고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규분포곡선을 그렸을 때 70-130안에 위치할 것이라 가정을 하고 기준표를 만든 것이고, 표준편차를 이용해서 점수를 구성한다.

70보다 낮을 확률은 약 2.5%미만이고, 130보다 위일 확률도 그만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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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 높다는 것은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직 인지적 과잉발달만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gettyimages>



지능이 높다는 것은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직 인지적 과잉발달만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니엘 골만 같은 사람은 정서지능(EQ)를 개발하기도 했고, 다른 많은 이들이 지능검사를 뛰어넘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능지수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검사로 자리를 잡은 것은 없다. 지능검사의 역사는 백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프랜시스 골튼이 1884년경에 런던 소재 사우스켄싱턴 박물관에서 유료로 지능검사를 시행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후 프랑스의 알프레드 비네는 정부로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1905년 처음 구조화된 지능검사를 개발했고, 지금도 이를 개정한 스탠포드-비네 지능검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무엇을 예측하려고 노력했는지 보려는 것이 중요하다. 당국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학업을 따라가지 못할 아이를 찾아내려고 한 것이지 영재를 찾아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더 확대되어 군대에서 복무할 최소한의 인지능력이 있는 사람을 간편하게 찾아내기 위한 알파와 베타검사가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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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사회성이란 것도 있고, 감정적 공감능력도 매우 중요하고, 소통능력도 중요한 요소다. <출처: gettyimages>



지능이란 ‘서로 연결되지 않은 다양한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관련 짓고 그 결과를 상황에 맞게 적응하는 능력’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각각의 하위영역들을 종합해서 점수를 내는데, 모든 지능 전체를 총괄하는 하나의 요소를 G요소라고 한다.

잘 외우는 능력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관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지능을 잘 반영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성이란 것도 있고, 감정적 공감능력도 매우 중요하고, 소통능력도 중요한 요소다.

그렇지만 지능은 이런 부분들까지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영양과 환경적 영향으로 지난 세기에 10년에 3포인트씩 지능지수가 좋아졌다는 플린 효과에 의해서, 개발국가이상의 나라의 평균 지능지수는 좋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십여년간 새로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는 어린이용 놀이기구, 학교에서 내는 시험문제나 사고력 문제들이 사실은 지능검사의 항목들과 매우 유사하게 구성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런 놀이나 테스트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지능검사를 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즉, 지능이 정말 좋아졌다기보다는 이런 종류의 테스트에 익숙해진 면이 반영되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꽤 높은 점수가 나오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 도 있다.

2001년 맥거핀 등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쌍둥이 연구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어릴 때의 지능지수에서 타고난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지만 성인의 지능지수는 60%로 증가한다.

그 외의 것들은 각각의 개인의 동기부여, 목표의식,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과 같은 환경적 영향이다.

그런데, 아동기에 비해 성인기에 타고난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반복해서 검증되는 내용으로, 어릴 때에는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는 가, 어떤 교육에 노출되었는지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성인기가 되면 자기가 갖고 태어난 능력이 훨씬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능이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예측해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학업성취를 제일 잘 예측하고, 또 이후 성인기의 직업선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면에서 ‘지능지수따위는 잊어버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검사가 구성된 것은 실제로는 ‘능력이 안되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고, 그런 부분에 훨씬 민감한 능력을 갖고 있기에 지능지수 점수가 10정도 오르고 내리는 것은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큰 문제가 되거나, 어떤 핸디캡이라 여길 필요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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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의 되지 않는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이자 새로운 시각에서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인 창의력이 미래의 경쟁력의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예측하는 학자가 많다. <출처: corbis>



그리고 21세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지능일까, 창의성일까? 과거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도 무엇이 중요할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똑똑해지고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쉬워진 21세기에 잘 정의된 문제를 효율적으로 잘 풀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지능이 인간의 경쟁력으로서 가질 힘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 예측해본다.

빨리 주어진 문제를 풀거나, 많은 정보를 빨리 처리하는 것은 경쟁력을 갈수록 잃는다.

반면 잘 정의 되지 않는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이자 새로운 시각에서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인 창의력이 미래의 경쟁력의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예측하는 학자가 많다.

예를 들어, 주어진 나무토막의 부피를 빠른 시간 안에 계산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지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 나무토막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내고, 나무토막을 이용한 놀이를 생각해내는 것은 창의성을 측정한다. 어떤 능력이 더 요긴할까? 이제 지능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시기가 도래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찰스 머레이 등이 벨 커브에서 주장했듯이 인종적 차이가 있는 일종의 유전적인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차이가 더 중요한 것이지 집단적으로 지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이 타고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배척해야 할 인종주의적 관점일 따름이다. 헌스타인과 머레이의 ‘벨 커브’는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 2014년의 시점에는 더 이상의 효력은 없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능에 인종, 민족과 같은 집단적 차이가 있다는 대담한 학설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안에 존재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자칫 어떤 시기에 과학이라는 탈을 쓰고, 정치나 복지정책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통계와 숫자는 우리를 현혹하고, 지능지수와 같이 익숙한 숫자는 객관적이고 강력한 대중적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럴 때, 우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 전에 한 번은 갸우뚱 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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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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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정신의학의 탄생 2016.01.15
『정신의학의 탄생』은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갈등한 환자들의 고투가 인류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고자 한 치료자들의 분투와 맞닿은 의학의 교차점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머리에 쇠막대기가 꽂히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 게이지 덕분에 전두엽의 기능을 알 수 있었던 사건, 15년 동안 환자들의 뇌 조직 슬라이드를 정리해 치매의 존재를 밝힌 알츠하이머, 어린 앨버트 실험으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왓슨, 프로이트에게 반기를 든 제자 아들러와 융의 연구로 확장된 정신분석학, 남성을 인위적으로 여성으로 키우고자 했던 급진적인 시도 등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정신의학의 흥미로운 이면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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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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