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문화 복제자 밈(meme) - 유행과 복고열풍을 좇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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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16-02-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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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세대를 깨워준 '세시봉'이나 영화 '건축학개론', ‘써니’의 복고 열풍은 2013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만개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첨단IT기술을 접목한 화려하면서도 눈부신 판타지성 SF물이 판치는가 하면 지나간 과거의 향수가 인기를 끄는 현상을 보인다. 말 그대로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사회현상의 한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복고나 유행이 사회적 현상으로 소비되는 심리는 무엇일까?




복고, 일시적 유행인가 대세적 흐름인가



세대와 남녀를 불문하고 요즘의 문화콘텐츠를 정의하자면 ‘유행과 복고’라 할 만하다. 흔히 복고라는 단어나 의미를 떠올리면 옛 것, 고리타분한 것, 유행에 뒤떨어진 것, 싸구려 제품 등등 그 가치를 폄하하기 일색이다. 흘러간 노랫가락쯤으로 여기는 복고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여간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은 비단 상품이나 제품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 영화나 음악과 같은 문화상품에까지도 나타난다. 하지만 문화장르에서의 복고는 깊이가 있는데 한두 세대 이전의 문화 현상이 히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을 버무린 형태로 재현되는 경우, 흔히 '앤틱'이나 '빈티지' 스타일로 불린다. 나름대로의 의미부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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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재의 복고열풍이 일시적인 사회현상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며, 복고풍 문화콘텐츠가 폭넓게 상품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출처: 연합뉴스>



사실 한물간 문화콘텐츠 소재는 사회 저변에 불황의 그림자가 스칠 때면 으레 나타나 소비를 이끌곤 했다. 최근 몇 년간은 세계금융위기 여파와 겹쳐 국내경기가 불황이다 못해 소비자 체감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인 50대가 대거 정년을 맞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겹쳐 더욱 이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끝없는 전세난, 자녀들의 과다한 선행학습, 지지부진한 은퇴준비는 비단 베이비부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확 끌어내리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일까? 지난 몇 년 사이에 부쩍 4~50대를 위한 7080콘서트가 인기를 끌더니, 이젠 30대와 40대 초반을 위한 90년대 복고풍 음악이나 드라마가 뜨고 있다. 정말 불황기엔 복고 소비가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엔 복고풍 문화콘텐츠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숨어있는 것 같다.

대중문화평론가들은 9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청춘을 보낸 X세대에 대해 이전 386세대보다 문화적 추억이 풍부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시기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를 위시한 팬클럽문화가 새롭게 나타났으며,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민영방송국이나 케이블방송국이 속속 개국하던 시기다. 이전 세대가 누리던 문화와 달리 '웰메이드 상품'인 문화 아이템이 풍부했던 문화 황금기였다. 이 시기를 오롯이 온 몸으로 느끼며 성장한 지금의 30~40대가 요즘의 복고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런 복고풍이 유행하는 걸까? 트렌드 전문가들은 끝 모를 불황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울함, 갈수록 더해지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위로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날로그적 감성 추구자들은 추억과 조우하면서 거부감 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복고열풍이 일시적인 사회현상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며, 복고풍 문화콘텐츠가 상품화되며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일종의 업사이클 현상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금처럼 영화나 음악에 그치지 않고 여행, 패션, 식음료, 유통 등 전 산업분야로 확산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히스토리에 대한 소비, 즉 복고풍은 어제와 오늘을 연결하는 문화적 행위이므로, 한 순간 머물고 가는 단속적인 콘텐츠가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문화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또 복고 추종자들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새롭게 혹은 자신만의 재해석으로 스토리텔링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남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흥에 겨워 하며, 남이 두르고 다니는 패션 액세서리가 나에게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되고, 또 다시 나를 누군가가 따라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 복제자 밈(meme)이란?



1859년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은 유사 이래 가장 위대한 저술이라고 칭할 만한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다윈은 이 책을 통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다. 만약 살아있는 생물들에게 ‘변이’가 나타나 궁극적으로 그 생물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필연적으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이를 가진 생물개체는 그렇지 않은 개체에 비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자신과 같은 특질을 지닌 후손을 남길 것이며, 이것이 바로 ‘자연선택 원리’라고 다윈은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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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는 ‘서로 완벽하게 같지 않은 개체물을 만드는 변이로서의 복제자가 있고 이들 복제물들 중 일부만이 선택되어 후대에 생존할 수 있다면, 진화는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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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가 더 지난 후인 1976년 옥스퍼드 대학교의 동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윈의 자연선택을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서로 완벽하게 같지 않은 개체물을 만드는 변이로서의 복제자가 있고, 이들 복제물들 중 일부만이 선택되어 후대에 생존할 수 있다면, 진화는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 즉 진화야말로 생물개체나 종의 이익을 위해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유전자들 간의 경쟁에 의해 추동된다는 얘기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selfish-gene theory)’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언급하는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의미다. 흔히 말하는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유전자가 아닌 인간 개체가 살아남아 이득을 본다는 의미로, 이기적 유전자 개념과는 차이를 보인다. 즉 유전자가 자신을 품고 보호해 주는 운반자로서의 인간 혹은 종의 이득을 위해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자기 자신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복제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자인 유전자와 인간인 운반자와의 관계에서 진화는 전적으로 ‘유전자 관점’에서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도킨스는 개체나 종 간의 경쟁이 아닌 유전자 간의 경쟁을 통해 진화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도킨스는 보편 다윈주의적 관점에서의 진화 개념을 생물학적 영역을 넘어 확장시켰다. 그는 ‘만약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 생명들도 모두 복제하는 개체들의 차별적인 생존에 의해 진화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도킨스는 또 다른 복제자로 모방의 단위 혹은 문화 전달의 단위인 ‘밈(meme)’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밈(meme)은 그리스어 미메메(mimeme)라는 단어에서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과 발음이 비슷한 단음절로 만든 단어다. 그는 문화 복제자인 밈의 사례로 노랫가락, 캐치프레이즈, 복식의 유행, 항아리를 만드는 방법, 아치를 건설하는 방법 등을 꼽았다. 유전자를 통한 생물학적 복제와 더불어 다분히 문화적인 행동양식이나 지식은 밈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복제되어 전달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내게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가 전달되고, 그 ‘무언가’는 또 다른 사람에게로 ‘계속’ 전달되면서 자기만의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식습관의 유행, 관혼상제의 예식이나 관습, 새로운 기술이 그 ‘무언가’에 해당되며, 밈의 단위를 형성한다.

밈은 전달되기 위해 우리들의 뇌에 일차적으로 저장된다. 주로 ‘모방’에 의해 전달되지만 대체로 유전자에 대한 영향과는 무관하다. 여기서 말하는 모방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뇌에서 뇌로 건너뛰는 현상이다. 이 모방은 어떤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사진처럼 복사하는 좁은 의미의 모방보다는 넓은 의미의 모방을 칭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친구로부터 연예인 K양의 스캔들을 듣고 난 후, 내가 또 다른 친구에게 얘기할 때 그 스캔들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달하기보다는 나름대로 각색을 통해 전달됨으로써 친구의 뇌 속에 복사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밈은 우리에게 유용한 것(기술적 혁신)이든, 해로운 것(신종 피라미드식 판매)든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번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기적 유전자처럼 문화 복제 단위인 밈의 입장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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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통한 생물학적 복제와 더불어 다분히 문화적인 행동양식이나 지식은 밈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복제되어 전달된다.



도킨스 이후 또 20년이 흐른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신경심리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팀은 또 하나의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 뇌에는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하며 그로 인해 인간의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하는데, 그는 이를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라 칭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의 두뇌는 거의 현재와 같은 용량이었지만,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며 언어를 창조하고 더 나아가 문명을 잉태하게 된 것은 불과 4~5만 년 전으로, 이는 공교롭게도 거울뉴런의 출현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거울뉴런 전에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인 마음이론(theory of mind)을 바탕으로, 인지적 기제를 통해 습득한 (주로 시각적)정보는 복잡한 추론과정을 거친다고 보았다. 그러나 거울뉴런은 시각적 정보를 곧바로 운동신호로 변환시켜주는 것으로, 우리들로 하여금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하고, 상대방의 표정을 통해 공감하도록 만드는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북극곰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꺼운 털을 갖기 위해서는 수만 년의 진화과정이 필요했겠지만, 이누이트족은 반나절 만에 아버지로부터 털가죽 옷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바로 모방의 힘이다. 반면 공감은 모방과는 달리 정서적 과정을 수반하므로 감정중추인 변연계와 거울뉴런이 섬(insula)을 매개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모방하면서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 낸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와 문명이야말로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 거울뉴런의 최대 걸작이 아닐까? 거울뉴런 역시 문화 복제자로서의 밈을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인 것이다.




밈(meme)은 왜 전파되는가?



단순한 행동에서부터 복합적인 문화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사람을 통해 모방되고 전염되며 복제되는 이유는 뭘까?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학자로 평가받는 영국의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Susan Blackmore)는 그의 역작인 []에서 어떤 밈은 전파에 성공하는 반면 어떤 밈은 실패하는 이유를 모방자이자 선택자인 인간이 갖고 있는 속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인간들이 왜 그렇게 기능하는가?’라는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더 깊숙이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을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 인간들이 외부자극을 받아들여 모방을 하기 위해서는 감각체계에 의해 쉽게 수용되어야 하며, 수용된 정보는 기억 속에 충분히 잘 저장되고 인출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쉽게 모방을 통해 전파되기 위해서는 밈의 실체가 명백하면 할수록, 기억이 잘되면 잘 될수록 타인에게 전달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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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전달되는 루머는 일종의 밈이며, ‘모방’을 통해 처음 한 사람으로부터 변이를 통한 복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방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밈은 모방될 수 없는 한계를 갖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는 빠른 시일 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어떤 소문은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는 이유다. 최근 몇몇 여자연예인들에 대한 성매매 루머가 SNS를 통해 삽시간에 뜨겁게 달구고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 한 사람으로부터 복제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모방’을 통해 쉽고 빠르게 번진다. 이 때 중요한 사실은 복제가 될 때마다 살짝살짝 변이가 이루어진다. 결국에는 처음 시작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소문이 양산되기도 한다. 어릴 적 한번쯤 누구나 해봤던 ‘이야기 전달 게임’과 유사하달까. 다윈이 언급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과정처럼 밈 역시 오로지 자신의 복제라는 이기적인 이득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이가 이루어진다.

‘밈’의 이런 특성 때문에 진화생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정통다윈주의자들은 밈을 생물학적 이점의 문제로 간주하며 그 존재에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다. 도킨스가 일갈했듯이 이들은 생물학적 진화 개념을 분석할 때 종국에는 ‘생물학적 이점’으로 돌아간다고 믿기 때문에 ‘밈’ 역시 유전자를 위해 행동한다고 믿음으로써 제2의 복제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긍하지 않는다. 특히 스티븐 핀커(Steven Pinker) 같은 진화심리학자들은 일관되게도 우리의 행동, 신념, 성향, 관습은 하나같이 홍적세의 수렵채집의 생활방식에서 직면했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환경에의 적응의 결과이며, 문화 전이나 유행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행동이 결국에는 생물학적 이점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보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문화적 진화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밈’이야말로 무의미한 비유라고 단언한다.

반면 도킨스, 다니엘 데닛(Daniel C. Dennett), 수전 블랙모어 등은 밈을 통한 사람의 모방 능력이 제2의 복제자를 탄생시켰고, 이것이야말로 밈의 진화라는 의미에서 동물들과 사람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종의 이득을 위해서도, 개체의 이득을 위해서도,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서도 행동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무엇을 위해서도 행동하지 않는 복제자 ‘밈’의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전히 유전적 진화만을 고집하는 입장에서는 밈이라는 문화적 진화 자체가 낯선 상황이 공존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생물학적 진화와 함께 문화적 진화도 함께 다룰 것이다.




인터넷 환경에서의 밈(m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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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은 울거나 웃으며 감동받는 시청자의 이득을 위해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응사’에 응축된 콘텐츠 그 자체다. <제공: tvN>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사’ 즉 [응답하라 1994]에 대해 30~40대가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이유는 뭘까? 드라마 또한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유력한 문화 콘텐츠다. 따라서 드라마가 인기를 얻어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는 의미는 일반 대중들로부터 많은 호응과 공감을 얻었다는 반증이다. 앳되고 가냘픈 여배우의 입에서 시원시원한 여수 사투리를 토해내는 장면에서 다소 생경하거나 혹은 진한 고향사투리에 반가움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딱히 학연, 지연도 아니라면 90년대 대학가 하숙집을 모티브로 떠오르는 야릇한 추억(?)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찌됐던 그 당시 품었던 감성적 가치를 사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복고풍 콘텐츠로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응사’에서의 ‘복고’의 실체 역시 밈을 통해 전달되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밈은 무엇을 전달하려 했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응사’의 유행은 문화 복제자 밈의 역할이 크다. 여기서 밈은 이기적 유전자처럼 울거나 웃으며 감동받는 시청자의 이득을 위해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응사’에 응축된 콘텐츠 그 자체다. 복제되기에 유리한 특성, 즉 밈의 단위가 유행을 추동했으며, 시청자의 호불호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밈의 관점에서 바라본 유행의 이유다. 응사의 모티브인 ‘하숙집’은 이 시대를 살았던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문화적 변이를 만들어주었으며, 이들 변이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됨으로써 진화과정을 걸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인들에게 ‘말춤’이라는 춤의 변이를 전달함으로써 자발적인 복제자가 되도록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문화 복제자 밈은 복고처럼 기존의 실체에 의존하는 것만은 아니다.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끈 후 실제 상품화한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데 이경규의 ‘꼬꼬면’이 대표적이다. ‘아빠 어디가’에서 윤후의 ‘짜빠구리’ 역시 인터넷에 조리법이 나돌 정도로 인기다. 방송 후 폭발적인 입소문을 만든 문화 복제자 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존 틀에 이미 익숙해져서 심적 편안함을 갈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편안함을 거부하며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생경함과 낯섦이야말로 강력한 생명력을 갖는다. 여기에 더해서 꼬꼬면은 먹거리에서, 짜빠구리는 새로운 부자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문화적 변이가 무궁무진하다. 변이야말로 복제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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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네트워크 체계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수히 많은 복사물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밈이 주도하는 문화 복제자의 형태도 달라질 것이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몇 시간씩 걸려 쓴 편지를 이삼일 혹은 일주일쯤 기다려 받아봄으로써 밈을 퍼뜨리던 사람들이 이제는 단 몇 분만에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거나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퍼뜨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편지 자체는 사라지지 않으면서 나름대로의 복제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텔레비전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들은 책이나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소통에 대한 밈의 경쟁력은 텔레비전이 더 뛰어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지만, 아직까지도 이들은 서로 공존하고 있다. 이는 반드시 하나의 밈만이 경쟁에서 성공하여 생존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네트워크 체계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수히 많은 복사물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밈이 주도하는 문화 복제자의 형태도 달라질 것이다. 인터넷은 비용과 저장에서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 문화콘텐츠 복제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는 가상공간처럼 문화적 변이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처럼 손쉬운 복제와 대량의 복제로 인해 매우 다양한 문화적 변이를 양산할 것이다.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현실로 실현될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의 문화 복제자는 인간을 숙주로 한 반면 미래에는 로봇, 사이버 공간, 아바타 등을 숙주로 전개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문화적 변이가 공존할 것이며, 인간에게 이로울지 해가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유전자 진화는 DNA라는 종착점이 있지만 문화적 관점에서의 밈의 진화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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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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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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