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자기 개념 - 당신은 누구십니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09회 작성일 16-02-06 14:45

본문















14547375349113.png


서점에 가서 책들을 둘러보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책 제목들이 눈에 띈다. ‘A형의 성격’,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책’, ‘상대의 눈이나 행동을 통해 무슨 생각인지 파악할 수 있는 책’ 등…. 심리학자로서 그러한 책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때로는 그 내용이 그럴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내 행동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다.



14547375360119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판단하는가? <출처: gettyimage>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저 인간은 도대체 왜 저런 말을 해서 내 속을 긁어대는 걸까?’ ‘저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저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봤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앞서 말한 종류의 책들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자기 자신과 남들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대학 입학시험 후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이 나와 같이 면접을 보는 친구에게 ‘자네는 왜 심리학을 전공하려 하나?’ 라고 물었는데 그 친구의 대답은 ‘여자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입니다.’였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난 아직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포부가 대단하군. 그리고 만약 자네가 여자의 마음에 대해 알게 되면 다른 사람들한텐 말하지 말고 꼭 나한테 먼저 알려주게’라고 하셨다. 짐작하는 바와 같이 그 친구는 여자친구 없이 쓸쓸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신 혹은 남들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먼저 나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사실 바쁜 일상 중에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을뿐더러 스스로를 탐색해 본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나는 ______________________입니다.”로 20문장을 채워간다면 어떻게 채울 것인가?

20문장의 대답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이 주어지면 ‘인간, 한국인, 엄마, 딸, 학생, 아르바이트생, 과외 선생님, 학원 강습생’ 등 사회적 역할이 반영된 나를 먼저 떠올릴 것이고, 이어서 ‘부지런한 사람, 외향적인 사람, 잘 웃는 사람, 조용한 사람’ 등 자신에 대한 보다 개인적인 특징들을 통해 점차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갈 수 있을 것이다.



14547375371383



실제적인 자기와 이상적인 자기, 가능한 자기 등 ‘나’에 대한 개념은 하나가 아니다. <출처: gettyimage>


하지만 이러한 ‘나’에 대한 개념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일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상대방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히긴스(Higgins)는 자기차이 이론(self-discrepancy theory)을 통해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자기 개념을 갖고 있고 여러 유형의 자기 상태의 차이 정도에 따라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고 제안하였다. 예를 들어 ◯◯학교 소속, 키 △△△cm, 몸무게 □□kg 등 외적인 자기모습을 포함하여 현재의 나의 모습을 자신의 관점에서 보는 ‘실제적인 자기(actual self)’가 있다. 그리고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고는 괜히 거울을 원망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조금 더 긴 다리와 지금보다 나은 깨끗한 피부, 유머러스하며 능숙하게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꿈꾸기도 한다. 이를 ‘이상적인 자기(ideal self)’라고 한다.

또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실제의 자기와 이상적인 자기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이러한 자기개념들의 차이가 클수록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들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완벽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서 이상적으로 꿈꾸는 나의 모습과 실제 나의 모습 간의 차이가 큰 사람들 우울한 경향을 보일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실제 내 모습과 부모나 중요한 타인이 나에게 바라는 나의 모습과의 차이가 큰 경우는 사회적 관계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Strauman, 1989). 또 타인에게 완벽하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큰 경우는 상황에 대해 미리 과도하게 염려하거나 실패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Hewitt 등 2003).

그렇다면 우리는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채 열등감에 휩싸여 있어야 할까? 우리에게 있는 또 다른 자기개념은 ‘가능한 자기(possible self)’이다. 가능한 자기는 내가 앞으로 노력했을 때 될 수 있다고 믿는, 가능성 있는 나의 모습이다. 외국어에 능통하고자 매일 단어를 꾸준히 암기하고, 관련 방송을 시청한다면? 꿈만 꾸는 내 모습에 비해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얻게 되고, 비록 현실적인 내 모습과 이상적인 내 모습 간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힘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자신에 대해서 먼저 알고 현재의 나, 이상적인 나, 가능한 나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가능한 나를 목표로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




나는 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내가 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우리가 남에 대해 판단한다는 것은 남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남에 대해 자기 자신의 주관적 관념을 형성한다.



14547375385178



남에 대한 판단은 자기개념과 함께,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나의 태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출처: gettyimage>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인 것 같아’ ‘저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것은 아마 이러한 의도로 그랬을 거야’ ‘이 사람은 ~~때문에 내가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 이러한 남에 대한 판단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 즉 자기개념과 태어난 이후 관계를 맺어왔던 부모, 형제, 친구, 이웃, 스승 등과의 상호작용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는 측면도 있지만 나랑 잘 맞는지, 잘 지낼 수 있는지 판단하여 적절한 관계를 설정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즉, 남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나의 태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나는 사람 혹은 세상을 향해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있을까?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관계에서 더욱 꼼꼼하게 따지거나 확인하는 행동이 많을 것이고, 권위에 위축되어 있거나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려운 사람은 윗사람의 말을 순종적으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나의 대한 신념뿐 아니라 세상과 타인에 대한 신념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대인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지피지기는 적과 싸우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항상 좋을 수 없다. 그리고 항상 나쁠 수도 없다. 누구나 건강하고 매력적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을 만나보니 자신감도 없고, 겉보기와 달리 모난 구석도 많아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정신적인 소모가 많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물론 면접 장면이나 소개팅과 같이 좋은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여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전략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전략적 자기 표현을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예쁜 척, 잘난 척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만약 어려운 관계가 있다면 그 사람을 탓하기보다 관계에서의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나의 생각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맞다”는 식의 당위적 인간관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나는 너무 진지해서 입만 열면 분위기가 얼어버려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등의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남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우선 짬을 내어 1분 만에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자기소개서를 써 보자. 상투적인 내용은 빼고 핵심적인 내용들로만.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징을 찾을 수 있는가?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적과 싸우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를 알아야 내가 남을 어떻게 보는지를 알게 되고, 그래야 그토록 궁금한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권석만(2004). 젊은이를 위한 인간관계의 심리학. 학지사
  • Carner, SC., Scheier, FM. (2012). 성격 심리학. 김교헌 역. 학지사
  • Hewitt, PL., Flett, GL., Sherry, SB., Habke, M., Parkin, M., Lam, RW., McMurtry, B., Ediger, E., Fairlie, P., Stein, MB. (2003). The interpersonal expression of perfection: Perfectionistic self-presentation and psychological distr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6), 1303-1325.
  • Higgins, ET. (1987). Self-discrepancy: a theory relating self and affect. psychological Review, 94, 319-340.
  • Strauman, TJ. (1989). Self-discrepancies in clinical depression and social phobia: Cognitive structures that underlie emotional disorders?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98, 14-22.



이윤형 |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 Chapel Hill 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발행2014.04.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