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거울뉴런 - 머리 속에 거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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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6회 작성일 16-02-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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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가 아프면 같이 아파한다. 수년 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였던 ‘다모’라는 미니시리즈에서도 유명한 대사가 있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인간은 어째서 이런 행동과 말을 할 수 있을까? TV에서 아이돌 그룹이 멋진 춤을 춘다. 나도 그 춤을 따라 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동작을 눈으로 슬쩍 한 번 보고 난 뒤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다. 타인이 느끼는 것을 마치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경험도 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과연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거울뉴런의 발견



이탈리아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인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는 자신의 연구진과 함께 원숭이에게 다양한 동작을 시켜보면서 그 동작을 함에 따라 관련된 뇌의


뉴런
이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리촐라티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직접 할 때와 내가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보거나 듣고만 있을 때 동일한 반응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것. 이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얼핏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지나칠 수 있지만 사실 인간의 뇌와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에게는 엄청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본질적인 해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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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거울뉴런(별표)은 뇌의 3곳에 분포한다. 전두엽 전운동피질 아래쪽과 두정엽 아래쪽, 측두엽, 뇌성엽 앞쪽이다. 거울뉴런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해 지각한 행동의 의미를 파악한다.




수만 년과 십 분의 차이



거울뉴런은 뇌의 어느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핵심적 기능은 동일하다. 관찰 혹은 다른 간접경험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거울 뉴런이 존재하는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즉, 사회 내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생활해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하며 이를 위해 언어 등 의사소통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요인들이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이른바 ‘문화’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면? 혹은 그것에 맞게 진화해 나가야 한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예를 들어, 북극곰은 북극에서 극한 추위를 견뎌야 하므로 털로 자신의 몸을 감싸야만 한다. 아마도 이를 위해 몇 만 년의 진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에스키모 아이는 어떤가? 곰을 잡아 털옷을 만드는 부모를 보고 단 10분 만에 이를 학습할 수 있지 않은가? 아마도 부모가 털옷을 만들어 입는 그 순간 그 아이의 뇌에 있는 뉴런들도 부모와 마찬가지로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다. 수만 년과 10분. 이 얼마나 대단한 차이인가? 연약한 육체를 지녔으면서도 바로 이런 방법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이 지구에서 중심적 지위를 누려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거울뉴런의 다양한 활동



거울뉴런들은 주로 어떤 외부 상황이나 행동에 주로 반응할까? 가장 잘 반응하는 대상은 타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행동이다. 그런데 타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자폐환자라고 부른다. 신기하게도 자폐환자들은 이 거울뉴런들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거울뉴런은 자폐에 대한 신경학적 원인에 대해서도 대답을 해 주고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다양한 활동들과 언어를 배울까? 바로 모방, 즉 ‘따라하기’를 통해서이다. 이를 위해서도 거울뉴런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무언가를 따라하기 위해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때 아이들의 뇌 안에서 거울뉴런들은 열심히 반응한다. 자신도 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이다.

공감은 누가 더 잘할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프면 누가 더 같이 아파해 주는 경향이 있을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상식적으로 이러한 공감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한다. 사실이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강한 거울뉴런 활동을 보이고 있다.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드라마 중독이 여성에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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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거울뉴런은 주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단순한 행동을 따라할 수는 있지만 다른 차원의 높은 것들은 모방이 불가능하다.<출처: http://dx.doi.org/10.1371/journal.pbio.0040311>


인간과 매우 근접한 영장류라고 불리는 원숭이들은 이 거울뉴런이 주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에서만 발견된다. 즉 단순한 행동을 따라할 수 있지만 다른 차원의 높은 것들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서는 이 거울뉴런들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간이 수많은 종류의 정보를 모방할 수 있는 이유이다. 수백 만 년 전부터 현재의 두뇌 용량을 보유했던 인류가 도구의 사용과 언어, 더 나아가 문명을 창조하게 된 것은 불과 4~5만 년 전이다. 공교롭게도 거울뉴런 시스템의 출현이 이 시기와 맞아 떨지는 것 같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우리 뇌의 ‘같이 느끼고 따라하기’를 가능케 만들어주는 뉴런, 즉 세포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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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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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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