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집단 속의 개인 - 나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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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8회 작성일 16-02-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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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의사결정은 항상 바람직한가?



‘점심때 무엇을 먹을까?’ 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아무거나’일 것이다. 문제는 그 아무거나가 정말 아무거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거나’ 먹지만 중국 음식은 별로인 사람과 ‘아무거나’ 먹지만 밥 종류를 먹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아무거나 먹자’라고 대답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가 점심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결정에서조차 결정하기를 미루는 것(즉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사소하지 않은 어떤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은 더욱 미루고 싶어한다. 따라서 집단의 구성원 중 누군가가 이를 혼자서 결정하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으며 특히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결정인지 확신이 부족한 경우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자신이 져야 한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없이 많은 회의를 하며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토론, 합의, 다수결과 같은 구성원의 의사를 듣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집단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시간은 더 오래 걸리지만 오류를 파악하는 힘이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욱 생산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럴까? 회의 시간의 풍경을 한번 떠올려보라.



<Z사의 회의시간>


사원A : ~지긋지긋한 회의를 또 시작한다. 내 이야기 해봤자 회의 시간만 길어지지.. 어차피 부장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거니 대충 맞춰주자.

사원B : A가 또 부장 눈치 살피며 아부를 떠는군. 나도 질 수 없지. 나도 부장 의견으로 Go!

부장 : 아~ 역시 내 의견이 정확하군. 요즘 애들은 스펙은 좋을지 몰라도 실무에 적용되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지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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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 고립될수록, 집단 내 응집력이 높을수록, 리더의 영향이 클수록, 그룹 외부의 위협이 높다고 지각될수록, 모두들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하기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할뿐더러 그러한 주장은 쉽게 묵살된다. <출처: gettyimages>



집단이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은 개개인이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집단의 경우 혼자서 결정할 때보다 오히려 가능한 해결책들을 모두 고려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집단 모두가 일치하는 결과를 내는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일단 한번 결정이 되면 이에 맞는 증거만 수집하고 결정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자료는 무시되기 때문에 한번 결정된 내용이 수정되거나 바뀌는 일은 드물게 된다.

이와 같은 집단 사고는 집단이 고립될수록, 집단 내 응집력이 높을수록, 리더의 영향이 클수록, 그룹 외부의 위협이 높다고 지각될수록 강력하여 이러한 상황에서는 모두들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하기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할뿐더러 그러한 주장은 쉽게 묵살된다. 수많은 독재국가에서 독재자를 우상화화고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차단하려고 애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개개인이 항상 집단의 의사에 맹목적으로 쫒아가는 것은 아니며 소수가 다수를 바꾸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이에 대해서는 네이버캐스트 ‘소수와 다수’를 참조하라).



집단 속의 개인: 사회촉진 vs 사회억제



당신은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공부가 잘되는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편이 더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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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촉진이란 사람들이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고 더 열심히 수행하게 되는 것으로,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더 공부가 잘 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집에서 내 방이 따로 있고, 집 안도 조용하여 나의 집중을 방해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음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공부가 잘되어 새벽부터 부지런히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뭔가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빤히 쳐다본다거나 다수가 나를 주목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신경이 곤두서고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한 채 주의가 분산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고 더 열심히 수행하게 되는 것을 사회촉진(social facilitation)이라고 하며, 반대로 다른 사람을 너무 의식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사회억제라고 한다. 이러한 촉진이나 억제는 과제의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기 쉬운데 쉽고 단순한 과제라거나 이미 많은 수행을 통해 습관화 되어버린 일이라면 타인의 존재는 내가 과제를 더 잘하게 하는 촉진적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과제가 복잡하여 상당한 인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거나 과제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연습이 부족한 상태라면 타인의 존재는 수행을 떨어뜨린다.



집단 속의 개인: 사회태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강조하는 속담이다. 그렇다면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하는 게 반드시 효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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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줄다리기에서는 나 하나쯤 당기는 척만 해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쉽고, 대충하게 된다. 이처럼 집단 속에 있을 때 노력을 덜 투입하게 되는 현상을 링겔만 효과라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체 훈련 중 하나로 소위 말하는 목봉체조(구성원 모두 일렬로 서서 무거운 통나무를 들고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다시 반대로 옮기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모두가 힘을 합쳐 목봉체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 열에 서 있는 사람은 그저 손만 나무에 걸친 채 힘든 척을 하고 맨 앞 뒤 사람만 무거운 통나무를 옮기느라 고통스러워한다.

우리가 운동회 때 한 번씩 해보았을 만한 줄다리기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줄다리기에서는 나 하나쯤 당기는 척만 한다 해도 전반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쉽고, 그럴 때면 있는 힘껏 당기기보다 대충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집단 속에 여럿이 함께 있을 때 혼자 있을 때 하는 것보다 노력을 덜 투입하게 되는 현상을 이러한 현상을 처음 소개한 막스 링겔만의 이름을 따서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 한다.

링겔만은 밧줄에 압력계를 부착하여 한 사람이 당기는 것과 여러 사람이 당기는 것에 대한 힘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개인으로 측정한 평균 힘의 크기는 85kg이었으나 사람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평균 힘의 크기가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하였다(7명일 경우에는 평균 65kg, 14명의 경우는 평균 61kg).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이와 같은 사회태만에 빠지는 것도 아니며, 분명히 함께 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팀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태만이나 무임승차를 줄이고, 오히려 사회 촉진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만약 함께 일을 진행하더라도 참여자들의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다거나 개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은 개인의 노력을 더욱 투입하는 쪽으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너무 큰 집단을 만드는 대신 소규모 집단으로 집단을 구성하면 응집력도 더욱 강하게 될 수 있고 개인의 기여도도 더욱 잘 드러날 수 있다. 그 밖에도 구성원들이 일의 중요도를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닌 ‘우리’에게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면 과제에 대한 개인의 노력의 양이 증가된다.

예를 들어 집단에 소속된 사람은 각기 다른 역량을 지니는데, 쾰러(Köhler, 1926)는 다른 집단 구성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집단의 수행에 맞추기 위해 혼자 수행할 때보다 더욱 노력하여 결과적으로 집단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이를 쾰러 효과(Köhler Effect)라 한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지나치게 어려운 과제에는 적용되기 어려우며 주로 오랜 시간 지속해야 하는 끈기가 필요한 과제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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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을 진행하더라도 참여자들의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다거나 개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은 개인의 노력을 더욱 투입하는 쪽으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한 사람만의 생각과 힘을 끌고 나가는 것은 대체로 어리석은 일일 뿐 아니라 때론 불가능한 일이기까지 하다. 아주 어린 유치원생들의 모둠활동에서부터 공동 작업은 시작되며, 자라면서 크고 작은 조별 활동과 팀 작업, 특정 단체 소속, 가족회의, 아파트 반상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을 진행시킨다. 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는 이유는 공동의 주제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 즉, 같은 방향성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동기를 유발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힘을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거나(가령 나는 A팀의 일원이야, 이번에 내가 속한 팀은 축구로 치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준이야), 구성원들이 일의 중요도를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닌 ‘우리’에게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면 과제에 대한 개인의 노력의 양은 증가한다.

개인은 집단의 구성원이지만 의사결정과정에서 집단이 클수록 내 목소리는 작아져 버리고,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앞서 언급된 집단내의 의사결정시의 오류나 잘못된 집단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보다 효과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가? 내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은 나의 목표를 이루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들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자. 또한 ‘나는 내가 속한 집단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혹시 큰 집단 뒤에 숨어 나 하나쯤이야 식의 빈번한 무임승차의 늪에 빠지지는 않았는가? 무임승차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30배의 벌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 한규석 (2009). 사회심리학의 이해. 학지사

· 한덕웅 외 (2005). 사회심리학. 학지사

· Forsyth., D.R. (2013). 집단역학. 남기덕, 노혜경, 안미영 역, Cengage Learning.

· Kerr, N. L., Messé, L. A., Seok, D. H., Sambolec, E. J., Lount R. B., & Park E. S (2007). Psychological mechanisms underlying the Köhler motivation gai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828-841.




이윤형 |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 Chapel Hill 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발행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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