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전기충격치료 - 전기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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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4회 작성일 16-02-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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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수술장 회복실로 들어온다. 환자의 오른쪽 종아리에 혈압을 재는 데 사용하는 커프를 감고, 생체신호를 감지할 여러 가지 장치를 팔에 단다. 링거수액이 들어가는 수액줄 사이로 마취제를 주사하고 환자를 재운 후, 커프의 혈압계를 한껏 올려서 오른쪽 종아리 밑으로 피가 돌지 않게 한다.

그리고, 의사는 전기충격치료기의 버튼을 누른다. 머리 양쪽에 붙인 전극으로 강한 전기가 흐르지만 환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수면상태에 근육이완제를 주사했기 때문이다. 다만, 오른쪽 발끝만 바르르 떨면서 이 사람이 지금 경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20초 정도 다리가 바르르 떨리다가 멈추고, 마취과 의사는 바로 환자를 깨우기 시작한다. 십여 분이 지난 후 환자는 병실로 돌아와 평소와 같이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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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충격치료(ECT)를 받고 있는 환자.






약을 쓰지 않는 생물학적 치료를 찾아내다



현대 의료계에서 지금 실행하고 있는 전기충격치료(Electric convulsive therapy; ECT) 과정이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임신과 같은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의 심한 우울증, 난치성 정신분열증, 긴장형 정신분열증이나 강박증 환자에게 전기충격치료는 상당한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다. 그렇지만 실행과정이 다소 끔찍해 보이는 면이 있고,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간 새’와 같은 영화에서 일종의 처벌로 ECT를 하는 것 같이 보인 덕분에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ECT는 정신질환에 대한 비약물적 생물학적 치료를 찾아내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 중에 그나마 살아남아 그 효과가 입증된 몇 안되는 치료법 중의 하나다. 20세기 초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인간의 무의식과 심리를 다루는 정신분석이 대안으로 치고 올라왔다. 이에 반해 정신질환은 뇌의 이상이며, 뇌의 생물학적 이상을 치료해야 한다고 믿는 학자들에게 뾰족한 대안이 될 만한 약이나 치료법이 없었다. 이때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같은 도시인 비엔나 대학의 율리우스 바그너폰야우레크(Julius Wagner von Jauregg)은 1917년 환자들이 심한 열병을 앓고 나면 이상하게 정신과적 증상도 좋아지는 것을 관찰하고는 의도적으로 말라리아 병균을 환자에게 주사하는 다소 황당한 실험적 치료를 시도했다. 그 결과 몇몇 환자의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이 되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 그는 1927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치료법은 위험한 면이 있어서 곧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새로운 생물학적 치료법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다. 193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신과 의사 러디슐러시 J. 메두너(Ladislas J. Meduna)는 간질과 정신분열병의 역상관관계를 주목해서 간질이 정신병 증상을 좋아지게 할 것이라 가정하고,메트라졸(metrazole, 성분명 pentylenetetrazol)을 이용해서 인위적 간질을 유도해 보았다. 이 방법이 꽤 효과가 좋았기에, 194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유럽의 정신병원에서 광범위하게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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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라 사피엔자(La Sapienza) 대학 의학사 박물관에 전시된 유고 첼레티(Ugo Cerletti)의 전기충격 기계 < 출처: (cc) Francesca.pallone at commons.wikimedia.org >



이와 비슷한 시기인 1938년 이탈리아의 유고 첼레티(Ugo Cerletti)와 루치오 비니(Lucio Bini)는 약을 주사하는 게 아니라, 직접 전기자극을 주는 것으로 간질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소개를 했다. 간질환자들이 흔히 우울증을 함께 갖고 있는데, 간질을 많이 하고 나면 우울증상이 호전되는 기이한 현상을 관찰했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간질을 유발하면 역시 증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경찰이 길거리에서 횡설수설을 하는 신원미상의 사람을 데리고 왔고, 세를레티와 동료들은 이 사람의 뇌에 전기자극을 줘서 대발작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반복 시행했다. 깨어난 후 이 사람은 횡설수설을 하지 않고 조리있게 말을 하게 되었고, 이후 10회의 추가치료를 받은 후 거의 정상으로 회복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증상이 재발하였으나, 어찌 되었건 상당히 극적인 호전을 목격한 이들은 적극적으로 이 치료법을 시도해보게 되었다.

곧 많은 병원에서 받아들여졌고 미국의 교과서에서도 치료의 한 종류로 실리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과 유럽에서 입원이 필요한 우울증의 표준 치료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정신분석영역에서도 ECT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서 산도르 페렌치(Sandor Ferenczi)와 같은 정신분석가는 정신분석 사이사이에 ECT 시도를 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할 정도였다.




전기충격치료의 쇠퇴 그리고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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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나온 전기충격요법은 대중들에게 ECT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출처:네이버 영화>



그런데, 이렇게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ECT는 1960년대 이후 꽤 효과적인 약들이 도입되면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쇼터(Edward Shorter)는 그 원인을 1962년 켄 케이시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불러일으킨 부정적 인상과 1961년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이 반정신의학적 입장을 주장하면서 쇼크치료라고 ECT를 프레이밍한 것이 복합적으로 대중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좋은 것을 알면서도 치료법으로 선택하지 않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대중적 흐름은 1974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ECT를 시행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기에 이르렀고, 이후 몇 개의 주도 이런 흐름에 동승했다. 위기를 느낀 미국정신의학회는 본격적으로 ECT의 학문적 유용성에 대한 연구조사를 해서 1978년 그 가치에 대해서 발표를 해야 할 수준이 되었다.

이렇게 대중적인 압박으로 인해 유용한 것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환자들도 거절을 하기에 사용빈도가 줄어들었던 ECT는 1980년대부터 다시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은 신중하게 접근을 하면서,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1985년 미국의학회지(JAMA)에 “심한 우울증에의 단기 치료에서 ECT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보고서가 실리게 되었다.

이런 증거에 힘입어, 새로운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ECT를 권유해 사용하면서 분명한 효과를 경험함에 따라 ECT는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1940년대에는 ECT가 우울증의 1차 선택 치료방법이었다면, 1990년대 이후에는 치료에 별 반응이 없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선택적 치료를 하는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치료법이라는 오명에서는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ECT는 기사회생을 한 셈이다.

초기에 ECT를 시행할 때는 깨어있는 상태에 바로 전기충격을 줬으나, 그것이 환자에게 공포와 불안을 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신경련으로 인해 심한 근육통이나 골절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최근의 ECT는 수술장 회복실과 같이 안전한 처치가 가능한 곳에서 단기간 마취제로 수면을 유도한 후, 근육이완을 하여 몸의 일부에서만 경련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게 하는 수정된 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ECT에 대한 불안을 많이 줄였다.

ECT는 꽤 유용한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대중적∙부정적∙감정적 판단에 의해 일거에 일선에서 사라진, 의학사에서 볼 때에도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그런 인식을 알기에 의사들도 좋은 적응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안을 하지 않게 되는 일종의 자가검열을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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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Michael Dukakis)의 부인 키티 듀카키스(Kitty Dukakis). 그녀는 ECT 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한 경험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환자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ECT를 옹호하는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Michael Dukakis)의 부인 키티 듀카키스(Kitty Dukakis)는 몇 년 동안 반복적인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 다양한 종류의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뚜렷한 호전이 없었고, 정치인의 아내로서 힘든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2001년 ECT 치료를 받기로 어려운 결정을 했다. 그런데, 첫 번째 치료를 받은 날부터 증상의 호전을 경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어머니, 그리고 활동적 공동체의 리더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저술가 래리 타이(Larry Tye)와 공저로 [쇼크-전기충격치료가 가진 치유의 힘(Shock: The Healing Power of Electroconvulsive Therapy)]이란 제목으로 출판을 했다.

ECT를 받은 또다른 유명인으로 [노인과 바다]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있다. 그의 집안은 우울증과 자살로 유명하기도 하다. 쿠바에 머물며 글을 쓰던 헤밍웨이는 1960년 우울증이 심해져서 미국으로 돌아와 미네소타주의 메이요 병원에 입원해서 ECT를 받았다. 다소 호전이 되었다가 석 달 후 자살충동이 강해져서 추가로 치료를 받고 귀가한 후 이틀 뒤에 자살을 하고 말았다. 비록 우울증은 호전이 되기는 했으나 ECT로 인해 생기는 단기적 부작용인 기억력 저하를 견디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뇌에 충격을 줌으로써 리부팅시키는 효과



ECT는 어떤 기전으로 정신질환을 좋아지게 하는 것일까?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뇌의 깊은 부분의 뉴런에 전기자극이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 치료 중에 뇌혈류량, 포도당과 산소의 이용률이 증가했다가 경련 후에는 혈류와 당대사가 감소되는 것이 관찰되는데 이것이 치료효과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증거나 기타 신경전달물질이나 G단백질의 변화 등이 보고되지만 일관되고 확실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 리셋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하다. 컴퓨터가 프로그램들이 엉켜서 멈춰버려 모래시계만 하염없이 돌고 있을 때에 제일 좋은 해결책은 리셋을 눌러서 새로 부팅을 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의 신경회로가 엉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 중증 정신질환 증상이라 한다면, 이를 약물이나 정신치료로도 호전을 기대하지 못할 정도로 뒤죽박죽이 되어있다면, 차라리 경련치료와 같은 충격을 줘서 리부팅을 시키면 뇌의 항상성 추구의 능력에 따라 다시 균형을 잡고 신경회로가 정비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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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T는 경련치료 같은 충격을 줘서 리부팅을 시키면 뇌의 능력에 따라 다시 균형을 잡고 신경회로가 정비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뇌에 직접 전기충격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은 기억력 상실이다. 단기적으로 일시적 기억상실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바로 회복이 되고, 아주 일부에서는 꽤 오래 지속되나 거의 모두가 6개월 안에 회복된다. 하지만 기억상실은 꽤 불쾌한 것이기 때문에 ECT의 치료법은 이를 줄이기 위해 전기충격의 세기를 최소화하고, 파동을 반복적 단파로 주고, 전기자극을 한쪽이 아니라 양쪽에 균일하게 나눠 주는 것 같은 방식으로 바꾸어서, 과거에 비해 기억상실을 호소하는 환자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그리고 사망률은 전신마취나 출산보다도 낮아서 환자당 0.01퍼센트 수준이다.

전기충격치료(ECT)는 이와 같이 정신질환이 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문제라는 인식에서 효과적인 약이 개발되기 전에 인슐린 코마 요법, 정신외과적 수술 요법과 함께 큰 기대를 받으며 도입된 치료법이다. 비록 한때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정신의학계에서 퇴출의 위기에 몰렸지만, 그 효과가 워낙 특출나고 분명히 어떤 치료보다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 분명한 적응증에 한해서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1950년대에 비해서는 제한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자기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 10만명이 이 치료를 받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해 동안 일반 전기충격치료와 마취하 전기충격치료를 합쳐서 223명에게 2,388회의 치료를 받았을 만큼 아주 희귀한 치료법은 아니다.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간 새‘에서 보인 맥머피의 치료과정이 준 선명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은 ECT를 혐오감을 갖고 볼 수 있지만, 현대의학에서 시행하는 ECT는 그런 방식이 아니고 훨씬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방식으로 실시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미리 편견을 갖고 부정적 반응을 미리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1940년대 정신분석이 정신질환이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을 때 ECT는 그보다 뇌의 문제일 수 있고, 뇌를 직접 치료하는 것을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생물학적 기반을 대변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열어준 치료법으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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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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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정신의학의 탄생 2016.01.15
『정신의학의 탄생』은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갈등한 환자들의 고투가 인류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고자 한 치료자들의 분투와 맞닿은 의학의 교차점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머리에 쇠막대기가 꽂히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 게이지 덕분에 전두엽의 기능을 알 수 있었던 사건, 15년 동안 환자들의 뇌 조직 슬라이드를 정리해 치매의 존재를 밝힌 알츠하이머, 어린 앨버트 실험으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왓슨, 프로이트에게 반기를 든 제자 아들러와 융의 연구로 확장된 정신분석학, 남성을 인위적으로 여성으로 키우고자 했던 급진적인 시도 등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정신의학의 흥미로운 이면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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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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