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자폐증의 역사 - 자폐증은 ‘극단적 남성 뇌 증후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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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4회 작성일 16-02-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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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내게 다가오지 않고 혼자서만 놀아요. 아이를 안아줘도 막대기를 안은 것처럼 뻣뻣할 뿐 폭 안기지 않아요. 내가 없어져도 찾지 않아요.”

만 4세의 아이를 정신과에 데리고 온 한 엄마가 의사에게 아이에 대해 설명했다. 의사는 아이에게 장난감 자동차를 건네줬지만, 아이는 자동차를 굴리며 놀지 않고 자동차 바퀴를 손으로 돌리면서 그 감각에 집중했다. 아이는 엄마가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았고, 또래의 다른 아이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엄마는 말을 이어갔다.

“아직까지 말을 못해요. 그리고 초인종 음악 소리만 나면 귀를 막고 소리를 질러서 결국 초인종을 바꾸고 말았어요. 고집은 얼마나 센지 몰라요.”

진단 결과, 아이는 자폐증이었다. 대표적인 소아기 정신질환인 자폐증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오이겐 블로일러(Eugen Bleuler)는 1910년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증상을 묘사하면서 처음으로 자폐증(autism)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자기(self)’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autos’에서 따온 것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기 세계 속에만 빠져 있는 정신분열증상을 표현한 것이다. 처음 자폐증상은 독립적인 정신질환이 아니라 광의의 정신증 증상의 하나로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정신증상은 자기 세계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혼자 중얼거리고, 사회와 연결이 끊긴 채 망상의 세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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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동차를 굴리며 놀지 않고 자동차 바퀴를 손으로 돌리면서 그 감각에 집중했다. 아이는 엄마가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았고, 또래의 다른 아이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진단 결과, 아이는 자폐증이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증



본격적으로 소아기 자폐에 대해 현대적 개념을 사용한 것은 1938년 비엔나 대학 병원의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 1906~1980)였다. 그는 블로일러의 용어를 따와서 1944년 처음으로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정의했다. 그는 ‘공감의 결여, 친구를 맺는 능력이 없음, 일방적 대화, 특이한 것에 지나친 흥미를 보임, 상동행동’을 특징으로 들었는데, 일부의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세세하게 알고 있어서 ‘작은 교수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나중에 ‘바보천재(idiot savant)’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한 일부 자폐증 환자의 특징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아스퍼거는 자폐증 아이였던 프리츠 V를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했고, 프리츠는 천문학 교수가 되어 아스퍼거의 이론을 증명해 주었다. 일부 학자는 이러한 아스퍼거의 긍정적인 태도가 당시 유럽을 휩쓸고 있던 나치의 우생학적 인종말살정책, 정신질환자나 정신지체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근거를 보이려는 시도로 해석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질환이 공식진단명이 되는 명예를 얻은 아스퍼거는 안타깝게도 학문적 업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지 못한 채 1980년 사망했다. 1981년에 아스퍼거 증후군이 영어로 처음 소개되었고, DSM(정신과적 진단과 통계를 위한 매뉴얼)에 이 증상이 포함된 후 전 세계에서 지능은 정상범위이지만 사회적 관계 능력만 뚜렷이 떨어지는 사람을 진단할 수 있었다.

아스퍼거가 자폐증상이 있는 사람이 알고 보면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 데 반해, 비슷한 시기인 1943년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의 레오 카너(Leo Kanner, 1894~1981)는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11명의 아이들을 ‘초기 유아기 자폐증(early infantile autism)이라 명명하고 보고하면서 매우 심한 정신병리의 하나로 자폐증을 소개했다. 현재의 진단기준과 유사한 증상들이었다. 아스퍼거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태생인 카너는 베를린 대학에서 공부한 후 1924년 미국으로 이민했고 1935년에는 소아정신과 교과서를 발간하여 첫 번째 소아정신과 의사로 인정받았다. 카너는 아스퍼거와 달리 자폐증을 매우 심한 중증 정신질환으로 규정했다. 사실 자폐증의 스펙트럼에 있는 환자들을 전체로 볼 때 자폐증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매우 어려움이 있고, 70%가 정신지체를 동반하여 정상적인 학습을 할 수 없고, 성인이 된 후 독립적으로 살기 어려운 경우가 훨씬 많다. 카너의 관점은 병리를 중심으로 보는 의학적 모델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냉장고 엄마 이론의 대중적 유행



그렇다면 자폐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1950년대 블로일러의 영향으로 자폐증을 소아정신분열병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쪽이 있었고, 발달과 양육의 문제로 보는 쪽이 있었다. 여기에는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주류를 형성한 정신분석학이 한 몫 했다. 당시 ‘냉장고 엄마(refrigerator mother)’라는 표현이 자폐증과 연관되어 유행했는데,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보살피지 않고, 세심히 챙기지 않는 냉담한 엄마가 자폐증을 만든다고 여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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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는 냉담한 엄마가 자폐증을 만든다고 여긴 ‘냉장고 엄마’ 이론이 유행했다. 그러나, 이후 자폐증은 부당한 양육의 결과가 아닌 생물학적 뇌질환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출처: gettyimages>



이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진 데에는 1967년 유명한 정신분석가이자,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였던 브루노 베텔하임(Bruno Bettelheim)의 영향이 컸다. 아이와 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며 아이를 거부하는 냉담한 엄마가 자폐증을 만들 것이라 주장한 그의 이론은 1960년대 중반까지 주요 이론으로 인정받았고, 객관적 근거가 없었지만 상당한 대중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베텔하임은 이 이론을 통해 냉담한 부모가 자폐증상의 1차 원인이기에 아이를 부모로부터 떼어내서 시설로 옮기는 치료(일종의 부모제거술(parentectomy))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70~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었고, 서서히 자폐증은 지능이 떨어지는 정신지체와는 다른 독립적인 질환이며 부당한 양육의 결과가 아닌 생물학적 뇌질환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1980년 DSM-III의 ‘범발달 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에 속하며 소아질환 내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되면서 ‘타인에 대한 반응의 결여, 소통 능력의 전반적 장애, 환경의 여러 측면에 괴이한 반응과 같은 세 가지 영역이 30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1994년 DSM-IV가 나오면서 아스퍼거 증후군과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을 포함한 광범위한 질환군으로 범발달 장애를 정의했다. 2013년 발표된 DSM-Ⅴ에서는 상호간의 사회적 소통과 상호작용의 지속적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제한된 반복적 행동패턴을 보이는 질환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정의하면서 하나의 넓은 스펙트럼 안에 자폐증을 포함시켰다. 지금은 그 누구도 엄마가 냉담하기 때문에 아이가 자폐증이 생겼다고 여기지 않는다.




정상인에게도 자폐적 성향이 있다



그렇다면 자폐증은 생물학적이고 독립적이며 뚜렷한 정신병리를 가진 소아기의 중증정신질환일까? 보통 사람에게는 자폐적 측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병리적 측면을 기본으로 한 자폐증 연구의 흐름에 영국 자폐증연구센터의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on-Cohen)은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며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는 “자폐증이란 공감 능력이 극단적으로 부족하고 체계화 능력만 발달한 증상이다.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은 상호 배치되는 인간의 특성이다”라고 주장했다. 즉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은 상호 배타적인 측면이 있어서 한쪽이 발달하면 다른 한쪽은 약한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고, 남녀의 뇌 발달 차이에도 이러한 점이 상당히 기여한다고 보았다. 일종의 정신적 제로섬과 같은데, 그런 면에서 자폐증은 특징적인 병리적 증상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스펙트럼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가 만든 ‘공감 지수 체크 리스트’를 한 번 해보도록 하자.


<다음의 문항을 읽고 자신의 행동이나 취향을 잘 나타내는 것을 골라보십시오.>



1.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는 편이다. ____

2. 나는 쉽게 이해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____

3. 누군가 진심을 숨기고 있다면 쉽게 알아차리고 말할 수 있다. ____

4.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을 진심으로 즐긴다. ____

5. 새로운 사람이 우리 모임에 나왔을 때 그가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은 그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여긴다. ____

6. 난처한 사회적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____

7. 우정이나 인간관계는 너무 어렵다. 그래서 신경 끄고 살기로 했다. ____

8. 사람들은 종종 내가 둔감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____

9.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생각보다 내 생각에 집중하는 편이다. ____

10. 친구들은 내가 잘 이해해 준다면서 자기 문제를 이야기한다. ____

11. 뉴스 프로그램에서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감정이 북받친다. ____

12.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인지 쉽게 알아차리는 편이다. ____

13. 어떤 일이 사람들을 왜 그렇게 화나게 만드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____

14. 사람들과 어울려 얘기하다가 한 사람이 불편해하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____

15. 누가 자신의 새 헤어스타일이 멋지냐고 물었을 때, 그 헤어스타일이 내 마음에 안 든다면 솔직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____

16. 우는 사람을 본다고 해서 나도 따라 기분이 묘해지지는 않는다. ____

17. 그 사람이 지적해 주지 않아도, 내가 너무 그 사람 문제에 끼어드는 발언을 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____

18. 상대방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을 잘 하는 편이다. ____

19.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영향받지 않은 채 어떤 문제에 대해 결정 내릴 수 있다. ____

20. 사람들과 얘기할 때 내 경험보다는 그들의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려 한다. ____





<공감 능력과 관련된 문항>

1, 3, 4, 10, 11, 12, 14, 17, 18, 20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관련된 문항>

2, 5, 6, 7, 8, 9, 13, 15, 16, 19


(*사이먼 배런코언이 개발한 공감 지수 평가 문항 60 중 발췌)

배런코언은 이어서 여러 종류의 집단에 이 평가를 시행해 봤더니, 성별에 따라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자폐증 환자의 성별비는 대략 4:1 정도로 남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그래서 그는 자폐증이란 일반적으로 남성들에게 높게 나타나는, 체계화 지수가 극단으로 치우친 ‘극단적 남성형 뇌증후군(extreme male brain syndrome)’이라고 했다.

그는 위에 제시한 내용을 지능 지수(intelligence quotient, IQ)가 아닌 공감 지수(Empathy Quotient, EQ)로 개발하여 일반인과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환자에게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80점을 총점으로 한 이 검사에서 자폐증 환자들은 81퍼센트가 30점 이하를 기록했고, 정상인은 12퍼센트가 30점 이하를 기록했다. 그리고 120명의 일반인 남녀를 대상으로 검사해 보니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공감 지수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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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맥락 읽기와 소통의 어려움은 정상인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자폐증이 분명한 환자들을 볼 때보다 사회성이 부족한 캐릭터를 볼 때 더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빅뱅이론’>



재미있는 것은 정상인들의 12퍼센트도 자폐증으로 진단될 수준의 공감 능력 결여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 맺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 사실에 괴로워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반인들 중에도 자폐증이라 할 만한 수준의 소통 능력의 저하를 보이는 사람이 10명 중 1명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소통이 막힐 위험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폐증이란 물론 태어날 때부터 분명히 다른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사회적 맥락 읽기와 소통의 어려움은 사실 정상인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레인맨]의 레이먼드나 [말아톤]의 초원이와 같이 자폐증이 분명한 환자들을 볼 때보다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의 사회성 부족한 셸든을 볼 때 더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이 자폐증에 영향을 주다



베텔하임이 별다른 근거 없이 ‘냉장고 엄마’ 이론을 내세운 것과 달리 배런코언은 영국의 자폐증연구센터에서 다양한 연구로 그 근거를 만들어왔다. 그는 12개월 된 여자아이 29명, 남자아이 41명이 엄마를 얼마나 자주 쳐다보는지 비디오를 분석하고 동시에 그 엄마들이 임신 첫 3개월 때 뽑아놓은 양수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비교해 보았다. 그랬더니 전반적으로 여자아이가 엄마를 더 자주 쳐다보는 것이 관찰되었고, 남자아이들 중에서도 양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시선을 덜 마주치고, 언어발달도 느리다는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어릴 때부터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남성적 뇌가 더 편향되게 만들어지면 체계화 능력은 강화되지만 소통이나 공감 능력은 여성적 뇌에 비해 덜 발달한다고 보았다. 그는 이런 실험과 관찰결과들을 종합해서 ‘마음맹(mindblindness)’라 명명했다.

실제로 자폐증 아이의 태아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자폐적 기질, 눈 맞춤을 안 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테스토스테론 레벨을 변화시키면 복잡한 미로 찾기 능력이 달라진다는 것으로 호르몬이 체계화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감 능력의 결여, 사회적 관계 맺기와 소통의 어려움이 차차 자폐적 아이의 중요한 증상으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이는 자폐증 환자의 좁은 관심분야, 상투적 반복행동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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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런코언은 엄마의 첫 임신 3개월 때 양수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아이들이 시선을 덜 마주치고, 언어발달도 느리다는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출처: gettyimages>



그는 여러 집단에 공감화-체계화 모델(E-S model)을 적용해 봤더니 일반적으로 공감 타입이 여성에게 2배 많고, 병적인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65퍼센트가 극단적인 체계화 타입이었다. 2012년 배런코언은 실리콘밸리의 기술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 모델을 조사했더니 미국 평균치보다 10배나 더 많은 비율로 자폐적 경향(극단적인 체계화 경향)이 관찰된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보고했다. 체계화 지수가 강한 부모라는 유전적 소인과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환경적 영향이 상호작용하며 자폐로 진단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2010년 캘리포니아 주의 역학조사에서는 미국 전역의 자폐증 유병율과 특별히 다른 면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매우 특이한 사람들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렇게 어떤 특성에 성차가 분명하다는 것은 흥미로운 면이 있고, 경험적으로 동감할 수 있는 측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는 일종의 행동 특성을 고정적인 기질로 보고 서로 다른 사람(화성남자, 금성여자)으로 보려는 편향적 시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성차가 넘을 수 없는 장벽인 것처럼 규정하며 이것이 일종의 편견으로 굳어질 위험도 있다.




현대사회의 소통문화를 해결하는 데도 자폐증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 100년 동안 자폐증을 설명하려는 많은 이론이 있었다. 한때 소아정신분열병의 일종으로 알려졌던 것처럼 독립적이고 좁은 진단기준을 가진 배타적 병리현상으로 설명하려는 이론과 누구나 갖고 있는 기질적인 정상 스펙트럼의 한 극단으로 보려는 경향으로, 현재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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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은 중증질환의 일환으로 소아정신의학의 중요한 영역이다.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자폐적 경향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되기에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정신질환의 진단도 이와 비슷하게 두 가지 경향이 공존한다. 오랜 기간 진단과 진단 사이에 상호배타적이고 분명한 경계선이 있으며, 정상인과 뚜렷이 구분되는 병리적 카테고리를 만들어 진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기질, 행동, 판단의 특성이 일종의 스펙트럼을 이루어 증상의 유무와 강도가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런 특성이 한쪽 극단으로 몰려서 사회적으로 적응하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할 때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경향이 있다. 질환에 따라 각각의 성향은 분명히 다른 면이 있지만, 자폐증의 경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변화하면서 어느 정도는 두 가지 경향이 혼재해 있다. 현재로서는 문제가 있는 병리적인 자폐증 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동시에 질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소통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폐의 주요한 개념들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폐증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질환이지만 어린 시절에 발견해서 오랜 기간 치료와 특수교육을 요하는 중증질환의 일환으로 소아정신의학의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흔히 관찰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자폐적 경향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되기에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밝혀져야 하고 더 많은 개념적 시도와 도전이 필요한 진단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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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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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정신의학의 탄생 2016.01.15
『정신의학의 탄생』은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갈등한 환자들의 고투가 인류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고자 한 치료자들의 분투와 맞닿은 의학의 교차점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머리에 쇠막대기가 꽂히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 게이지 덕분에 전두엽의 기능을 알 수 있었던 사건, 15년 동안 환자들의 뇌 조직 슬라이드를 정리해 치매의 존재를 밝힌 알츠하이머, 어린 앨버트 실험으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왓슨, 프로이트에게 반기를 든 제자 아들러와 융의 연구로 확장된 정신분석학, 남성을 인위적으로 여성으로 키우고자 했던 급진적인 시도 등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정신의학의 흥미로운 이면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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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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