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간의 불안 - 불안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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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2회 작성일 16-02-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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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아마도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심리상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가장 중요한 창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이나 집단, 그리고 문화마다 각기 다르고 그 방식을 살펴보면 성격이나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불안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상태’를 일컬으며 심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을 가질 때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라고 조금 더 구체적인 정의를 내린다. 따라서 마음이 편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은 상태일 때 경험하는 이 불안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픈 강한 욕구를 발생시킨다. 즉, 불안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저편에 지향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동기이다. 동기는 무언가를 향해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근원이다. 일종의 에너지처럼 말이다. 순서는 이렇다. 불안한 상태에 빠지게 되면 불안이 그와 관련된 다양한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하고 이는 다시금 그 정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만든다. 그 욕구의 해결은 행동의 변화 혹은 새로운 행동을 필요로 하고 이는 동기라는 기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 불안 - 정서 - 동기 - 행동의 변화라는 일련의 연쇄가 하나의 틀로 이해가 된다. 우리 인생의 많은 부분들이 이 틀 안에서 이해가 되는 것이다.1)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트에 의하면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인간은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데 그 방어기제의 대부분이 억압, 부정, 전이, 퇴행과 같은 비현실적 방법들이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한 개인에게 오랫동안 누적된 만성적 불안 요인과 관련되어 있고 따라서 현재의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불안요인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프로이트의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 사용은 추후에 별도로 다루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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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증폭시키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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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예견되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증폭제이다. <출처:gettyimages>


불안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사람들이 가장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심리상태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지만) 교사가 품행이 불량한 다섯 명의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첫 번째 학생에게 체벌이 가해지고 있다. 그 학생은 체벌이 끝난 후 이제 아픈 건 끝났구나 하는 다소 후련한 마음으로 옆으로 비켜선다. 두 번째, 세 번째 학생, 점점 자기 차례가 다가오는 마지막 학생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체벌을 가하는 교사는 점점 더 힘이 빠져가고 있고 따라서 학생의 순서가 뒤로 갈수록 조금씩 덜 아파해야 하는데도 뒤에 있는 학생들은 점차로 사색이 되어가고 있다. 급기야 마지막 학생은 자기 차례가 오자 체벌을 아직 받지도 않았는데 주저앉고 만다. 이런 장면을 학창시절 한 두 번씩 목격하거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 마지막 학생은 왜 그랬을까? 학생들 중 가장 크게 고통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왜일까? 가장 마지막 순서라서 가장 많이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불안은 예견되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증폭제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르핀과 같은 진통제는 일반적으로 불안이 수반되는 통증에 대해서만 주로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치열한 전투 후에 응급치료를 받고 후송 대기 중인 병사들은 약 25% 정도만이 진통제를 요구하는 데 반해 비슷한 정도의 상처를 입은 일반 병원의 수술환자들은 80%가 넘는 비율로 진통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2) 왜 같은 정도의 상처인데 진통제를 요구하는 비율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 답은 불안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투가 끝난 뒤 후송 대기 중인 병상들은 앞으로 (최소한 당분간) 전투를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으로 다시 투입될 것이라는 근심을 할 필요가 없는 이들은 현재의 고통을 덜 느끼고 있다. 즉, 고통은 불안을 통해 더 강하게 경험되거나 예상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불안을 얼마나 싫어하는가가 더욱 분명해 진다. 그렇다면 불안은 육체적 고통만 가중시킬까? 그렇지 않다. 심리적 고통 역시 불안에 의해 가중된다.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우리가 너무나도 자주 이야기하는 스트레스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Beecher, H. K. (1972). The placebo effect as a non-specific force surrounding disease and the treatment of disease. In R. Janzen, W. D. Keidel, A. Herz, C. Steichele, J. P. Payne, and R. A. P. Burt (Eds.), Pain: Basic principles, pharmacology, therapy. Stuttgart, West Germany: George Thi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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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이해를 통한 개인과 문화의 파악



그렇다면 불안은 언제나 우리 인간에게 나쁜 것이기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안은 부정적 정서를 만들고 그 정서는 다시금 불안(그리고 그 불안이 만들어내는 정서)에서 벗어나고픈 동기를 만들어 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원천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불안을 주로 느끼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하는가를 보면 사람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한 서구문화권 사람들보다 이미지 광고를 좋아한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일반적 상식이다. 왜 그럴까? 불안에서부터 하나씩 그 이유를 살펴보자. 한국인은 세계에서 고립불안(fear of isolation)이 가장 높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즉, 조직이나 사회로부터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욕구는 다양한 행동의 차이로 나타난다. 아래의 실험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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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에 있는 젖소 사진을 보여주고 난 뒤 2분 뒤 배경이나 동물을 변형한 3장의 사진(B, C, D)들을 A와 함께 무작위로 제시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의 과제는 지금 보고 있는 동물이 예전에 본 동물과 같은 것인지 여부를 맞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A와 C에 대해서는 “예”가 정답이고 B와 D에 대해서는 "아니오“가 정답일 것이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한국인과 같은)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A가 제시될 경우 C가 제시되었을 때 보다 더 잘 정답을 맞추었다. 즉, 이는 이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배경을 지닌 그림 A의 배경이 동물에 대한 기억판단을 도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억향상 효과는 서양인들에게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즉 그들은 A와 C에 대한 동물기억 점수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배경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3) 그런데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동일 문화권 내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관찰된다. 어느 문화권이든 그 문화 내에서 고립불안이 높은 사람은 동양인과 같은 패턴의 결과를, 낮은 사람은 서양인과 같은 패턴의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4) 우리는 종종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사람 같은 서양인을, 미국사람 보다 더 미국사람 같은 한국사람을 접한다. 마찬가지의 일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고립불안이 높은 사람은 어느 문화권에 속해 있든 간에 고립되지 않으려는 욕구(즉, 동기)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나 맥락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른바 ‘맥락 민감성’은 어떤 대상을 볼 때 그 대상에 자신의 인지적 자원을 모두 투자해 심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즉, 맥락)에 대해서도 일정한 시선을 두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에 유난히 맥락과 관련된 속담이나 표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가장 흔한 예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녀석’은 우리나라와 같이 맥락민감도가 강조되는 문화권에서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에 해당한다. 이렇듯 분위기나 맥락을 중요시 하는 양상은 결국 구구절절 하게 기능을 (글자로) 설명해 주는 광고보다는 비쥬얼(visual)이나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들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두 집단의 A와 C에 대한 기억검사 총점은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동양인은 A에 대해 95점 C에 대해서 85점의 기억점수를 기록한 반면, 서양인은 A와 C 모두에 대해 90점의 기억점수를 보였다. 두 집단 모두 평균 90점으로 같은 수준의 기억능력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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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K., & Markman, A. B. (2006). Differences in fear of isolation as an explanation of cultural differences: Evidence from memory and reason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42. 350-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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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위주로 발달해 온 서양광고 <출처: Wikipedia>


이렇게 한 사람이나 문화에서 유난히 잘 발견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불안의 종류를 파악하면 그 사람 혹은 문화의 행동이 보다 더 쉽게 예측될 수 있다. 다양한 요소들이 원인으로서의 불안과 최종 결과로서의 행동 사이에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들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 또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결과에 해당하는 그 문제 자체보다 그 문제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불안을 이해해 보자.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사교육이다(물론 모든 사교육이 다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사교육은 어디에 뿌리를 두는 것일까? 바로 부모의 불안이다. 끝 모를 불안에 휩싸인 부모들은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더’ 시켜야 하고 프랜차이즈화 되어 있는 다양한 사교육 기관들은 부모들의 그 불안을 최고의 마케팅 대상으로 삼아 자극한다. 부모들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선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사교육의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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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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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1.09.26.



주석


1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트에 의하면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인간은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데 그 방어기제의 대부분이 억압, 부정, 전이, 퇴행과 같은 비현실적 방법들이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한 개인에게 오랫동안 누적된 만성적 불안 요인과 관련되어 있고 따라서 현재의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불안요인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프로이트의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 사용은 추후에 별도로 다루기로 하겠다.
2
Beecher, H. K. (1972). The placebo effect as a non-specific force surrounding disease and the treatment of disease. In R. Janzen, W. D. Keidel, A. Herz, C. Steichele, J. P. Payne, and R. A. P. Burt (Eds.), Pain: Basic principles, pharmacology, therapy. Stuttgart, West Germany: George Thieme.
3
두 집단의 A와 C에 대한 기억검사 총점은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동양인은 A에 대해 95점 C에 대해서 85점의 기억점수를 기록한 반면, 서양인은 A와 C 모두에 대해 90점의 기억점수를 보였다. 두 집단 모두 평균 90점으로 같은 수준의 기억능력을 보인 것이다.
4
Kim, K., & Markman, A. B. (2006). Differences in fear of isolation as an explanation of cultural differences: Evidence from memory and reason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42. 350-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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