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보는역사 천재들의 병, 멜랑콜리 - 천재적 창조의 에너지에 따르는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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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5회 작성일 16-02-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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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분이 멜랑콜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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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우울(Melancholia I)>
1514년, 판화, 24 x 18.5 cm, 루브르 박물관 소장.
그림에 그려져 있는 여러 가지 도구들은 이 그림의 주인공이 멜랑콜리를 앓는 학자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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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유를 알 수 없이 우울한 날, 혹은 정확히 구체적으로 묘사할 순 없지만 다른 때에 비해 기분이 쳐지거나 슬프다고 느끼는 날이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오늘은 기분이 멜랑콜리(melancholy)하네.” 정확한 사전적인 뜻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이 단어가 우울하고 정적이며 뭔가 침잠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멜랑콜리를 탐구하는 데 평생을 쏟았던 17세기 영국의 고전학자 로버트 버턴(Robert Burton, 1577~1640)은 이렇게 썼다.

“멜랑콜리는 그것에 걸린 사람의 마음을 어둡고 침침한 동굴 속에 가두어 두며, 계속해서 공포심과 조바심 그리고 슬픔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괴롭힌다.” 무려 400년이나 지났지만,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멜랑콜리의 의미와 비슷하지 않은가?

남아 있는 자료를 참고하면 늦어도 기원전 4세기 이전부터 ‘멜랑콜리’라는 단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멜랑콜리가 18세기까지는 일종의 ‘질환’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멜랑콜리는 신체의 체액 부조화로 인한 육체적인 병, 우울하고 생각에 주로 잠기는 기질상의 문제, 그리고 정신이 한 대상에 고정되어 있는 광기의 일종으로 이해되었다.

멜랑콜리의 증상과 원인도 다양하다. 증상으로는 주로 광기, 집착, 두려움, 의심, 간질(癎疾), 우울증, 발작, 소화불량, 체력의 소진 등이 기록되어 있고, 그 원인으로는 체액의 불균형, 운동 부족, 과도한 공부, 타고난 기질, 토성의 영향 등이 꼽힌다.
원인과 증세가 너무 다양해서 일관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시대가 지날수록 멜랑콜리의 증상과 원인이 더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멜랑콜리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인 셈인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것이 천재들의 병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멜랑콜리는 오랫동안 “명민함, 지적인 우아함, 천재성 혹은 창조적 에너지와 연관”된 것으로 인식되었고, 사람들은 멜랑콜리를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창조성과 지적 능력에 따르는 유해한 부작용”으로 이해했다.
멜랑콜리는 “천재들에겐 피할 수 없는 병”으로 마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고나 할까? 이런 관점을 담은 세 권의 책으로 눈을 돌려보자.



4액체설로 설명된 멜랑콜리




“철학, 정치, 시 혹은 예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람들은 왜 모두 멜랑콜리한가? 그리고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 이야기가 말해주는 것처럼, 그들은 흑담즙(黑膽汁)의 영향을 받는 걸까?...... 헤라클레스가 이런 부류의 인물이고, 그래서 고대인들은 멜랑콜리의 한 형태인 간질(癎疾)을 ‘성스러운 병’이라고 불렀다.”- 아리스토텔레스 학파, [의문들(Problemata)]

멜랑콜리가 천재나 뛰어난 인물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병이라는 시각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이 생각은 18세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기원전 3세기에 쓰여진 책 [의문들]에는 이런 시각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이 책에서 규명하고 싶었던 의문은 두 가지였다.
‘명민하여 훌륭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들은 왜 유달리 멜랑콜리한 것일까’ 그리고 ‘명민함과 흑담즙, 또는 멜랑콜리 사이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이 중 두 번째 질문에 주목하면, 멜랑콜리가 흑담즙이라는 체액과 일종의 관련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멜랑콜리 또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서양의학의 주요한 설명틀이 되었던 4체액설 속에서 이해되었는데, 멜랑콜리의 역사나 의학적 분석은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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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1638년, 미국 국립의료박물관 소장.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BC 337?)는 혈액(blood), 담즙(bile), 점액(phlegm), 흑담즙(black bile, melancholy)이라는 네 가지 체액에 기초한 이론을 개괄했다.
그는 비록 멜랑콜리에 관해 체계적으로 논의하진 않았지만, 멜랑콜리를 흑담즙의 과잉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정의했고 그 특징을 건조함과 차가움으로 규정했다. 4체액설, 그리고 흑담즙의 과잉과 멜랑콜리 환자의 특징에 관한 이런 설명은 18세기까지도 살아남았다.

그런데 왜 하필 흑담즙이 지목됐을까?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병’으로서의 멜랑콜리와 흑답즙의 관련은 용어에서부터 나타나는데, 그리스어로 ‘melan-’은 검은색을 의미한다.
멜랑콜리를 연구했던 사학자 베넷 사이먼(Banet Symon)은 설명 불가능하지만 보편적이었던 어떤 경향, 즉 ‘검은색’, ‘광기’, ‘우울’을 주관적으로 결합시키는 경향이 히포크라테스 이전에 있었고, 히포크라테스가 이를 따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또 다른 사학자 샌더 길먼(Sander L. Gilman)은 이와 달리, 병으로서의 멜랑콜리와 흑담즙(melancholy)이 연결된 것은 오랫동안 ‘검음’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해왔던 서구의 문화적 전통에 따른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히포크라테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레노스 등은 실제로 흑담즙의 색깔과 멜랑콜리 환자의 혈색 간에 ‘어두움’을 매개로 분명한 상관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글을 남겼다.



아리스토텔레스, 멜랑콜리와 천재적 영감을 연결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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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을 그대로 받아들여 멜랑콜리를 흑담즙의 과잉으로 설명한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에서도 히포크레테스의 체액설을 그대로 받아들여 흑담즙의 과잉은 멜랑콜리뿐 아니라 더 심각한 정신장애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르네상스 시기까지 천재적 영감과 멜랑콜리 사이의 관계를 의심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사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했던 두 요소의 관계는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가정에 불과한 것이었다.

[의문들]의 저자가 이를 알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두 요소 간의 관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플라톤의 기록과 그리스 신화의 천재적 영웅들 이야기를 빌려온다.
그에 따르면 플라톤이 이미 간질과 천재적 영감 사이의 관계를 언급한 바 있고, 헤라클레스는 헤라에 의한 광기의 발작(간질)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멜랑콜리의 일종으로 설명되었던 간질이 신성한 병으로 여겨졌던 점, 헤라클레스 외에도 아이아스, 벨로폰테스 등 신화의 천재적 영웅들이 대부분 발작(간질) 증세를 앓았다고 회자되었다는 점이 멜랑콜리와 천재성의 증거가 되었다.
그는 정치가, 시인, 학자 등 지적 명민함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멜랑콜리 환자이며, 심지어 “미라쿠스 같은 시인은 미친 상태에서 오히려 더 뛰어난 시인이었다”고 기록했다.



피치노, 천재적 인문주의자였던 멜랑콜리 환자




“왜 데모크리토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적지 않은 우울증 환자가 때때로 지성에 있어서 모두를 능가한다고, 그들은 인간이기보다 다소 인간을 초월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는지를 밝혀야 한다.......아리스토텔레스가 [의문들]에서 밝힌 것처럼......플라톤이 밝힌 관점, 즉 가장 지적인 사람은 흥분과 광기에 빠지기 쉽다는 언급은......또한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광기 없이는 시(詩)의 문을 두드릴 수 없다고 썼으며......플라톤은 성스러운 광기를 여기에서 이해시키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광기는 오직 멜랑콜리 환자들에게만 나타난다.”- 마르실리오 피치노, [인생에 대한 세 권의 책(De vita libri t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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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실리오 피치노는 그 자신이 멜랑콜리 환자였던 덕에 지식인의 명민함과 멜랑콜리 사이의 연구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 중세 동안 잊혀지고 있었던 천재들의 병 멜랑콜리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출처: (cc) sailko at commons.wikimedia.org>


르네상스 시대, 멜랑콜리와 천재성 사이의 관계는 뛰어난 신플라톤주의 인문주의자이자 그리스 철학서의 번역자였던 마르실리오 피치노(Marcilio Ficino, 1433~1499)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났고,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는 지식인들의 건강의 위험을 다룬 [인생에 대한 세 권의 책]을 썼는데, 이 책은 중세 동안 계속 잊혀져가던 명민함과 멜랑콜리 사이의 관계를 되살려낸 최초의 르네상스 저작으로, 그 관계를 르네상스 전반에 걸쳐 널리 알리는 데 일조했다.

피치노는 각 권에서 학식 있는 자들을 멜랑콜리하게 만드는 세 가지의 원인을 설명했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첫 번째 원인은 점성술적인 것(토성의 영향), 두 번째는 자연적인 것(기질상의 문제), 세 번째는 인간적인 것이다.
세 번째 권에는 명민한 사람들이 어떻게 멜랑콜리 환자가 되는지 적혀 있다.

“명민하고 뛰어난 학자들은 연구 혹은 사색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잦은 동요를 겪게 되는데, 이것이 뇌의 수분을 마르고 차갑게 한다.......또한 여기저기 쏟는 호기심으로 정신이 흩어지게 되면 뇌의 혈액이 묽어진다. 이때 나머지 부분의 피는 농도와 밀도가 높아지고 건조해지며 검어지고, 우리는 멜랑콜리하게 된다.”

피치노가 멜랑콜리와 천재성 간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 것은 그가 플라톤의 저작을 번역했던 신플라톤주의자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뛰어난 지식인이었지만, 동시에 불면증과 만성적 우울 등 온갖 고통에 시달린 멜랑콜리 환자였다. 그는 실제 자신의 삶을 통해 우울한 상태와 지식인의 명민함 사이의 관련 연구를 심화시켰고, 더 나아가 특수한 천재적 재능을 멜랑콜리에 시달리는 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덕성이자 보상으로 간주했다.



버턴, 멜랑콜리를 탐구하는 데 평생을 바치다




“많은 의사들이 공부를 과다하게 하는 데서 오는 학자들의 특유한 병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보면 그 병이 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내가 여기서 말하는 멜랑콜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페르넬리우스는 사람이 미치광이에 이르는 주요 원인을 계속되는 공부, 명상, 사색, 그리고 기도에서 찾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과도한 공부를 많은 사람들이 멜랑콜리의 제일 첫째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람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하면 이 병에 걸리는데......이 학자들은...... 이 병에 일단 걸리면 이상한 소리를 하고 이상스런 행동을 하며 멍청해진다. 학자들을 괴롭히는 질병에 전형적인 몇 가지가 있지만, 아마도 이 멜랑콜리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로버트 버턴, [멜랑콜리의 해부( The Anatomy of Melanch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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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버턴의 책 [멜랑콜리의 해부] 1638년판 표지. 멜랑콜리의 증상과 원인, 치료법 등을 다루며 그때까지 멜랑콜리와 관련된 모든 논의를 집대성했다.


1621년 영국에서는 초판만 900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한권 출판되었다. 멜랑콜리에 관해서 얼마나 자세히 썼는지, 이 책은 제목부터 [멜랑콜리의 해부]다.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버턴은 몇 개의 희곡을 쓰고 [멜랑콜리의 해부]를 개정하며 평생을 도서관에서 보내다시피 했던 사람으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 컬리지 출신의 교구목사였다.

분량에서도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에는 멜랑콜리에 관한 온갖 내용들이 들어있다.
크게는 멜랑콜리의 원인, 치료법, 사랑의 멜랑콜리와 종교적 멜랑콜리 등으로 나눌 수 있고, 4체액설, 토성과 관련된 점성술, 게으름과 멜랑콜리, 근거 없는 슬픔과 두려움의 상태로서의 멜랑콜리, 천재성과 멜랑콜리의 관계 등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멜랑콜리에 관한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다.
이 중 버턴은 ‘학자와 문인들의 멜랑콜리’라는 제목으로 명민함과 멜랑콜리의 관계를 따로 다루고 있다.

학자였던 버턴 역시도 자신이 멜랑콜리 환자라고 믿었는데, 그가 언급한 멜랑콜리와 명민함 간의 관계를 보자. 그에 따르면 천재성에 따르는 멜랑콜리는 때론 생명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병이다.


“(학자들이 하는) 이 깊은 명상이야말로 사람의 두뇌를 고갈시키며 우리의 타고난 열기를 식혀버리는 요인이다. 우리의 모든 정신이 이 명상에 종사하느라 두뇌로 집중되는 동안 우리의 위와 간과 같은 중요한 부분은 필요한 만큼의 기력을 공급받지 못하여 결핍 상태로 방치되며, 여기에서 멜랑콜리의 원인이 되는 흑담즙이 생겨나는 것이다......(학자, 시인, 철학자, 웅변가 등) 이런 사람들은 예외 없이 몸이 비쩍 말라있고, 웃음이 없고, 무미건조하며, 얼굴이 창백하고, 가난하고, 정신이 혼미하다. 이들은 자주 생명을 잃기도 한다.”


멜랑콜리의 모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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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 <톨레메의 라 피아(La Pia de´ Tolomei)>
1868년, 캔버스에 오일, 105.4 cm × 120.6 cm, 스펜서 미술관 소장.

비범하고 뛰어난 인물들이 주로 겪는 병으로 오랫동안 알려졌던 멜랑콜리. 멜랑콜리에는 임상의학적 질환, 윤리ㆍ도덕적 문제, 신이 내린 종교적 고통 등 여러 가지 관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우리는 이제까지 멜랑콜리를 비범하고 뛰어난 인물들이 주로 겪는 병으로 설명했던 글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는 앞서도 언급했듯 멜랑콜리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멜랑콜리에는 때로는 상반되기도 하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멜랑콜리에는 임상의학적인 병, 윤리ㆍ도덕적 고통, 신이 내려준 고통이라는 종교적 관점 등 의학적ㆍ철학적ㆍ윤리적ㆍ종교적인 의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에 이런 것들을 시대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멜랑콜리를 연구한 대표적인 사학자 제니퍼 래든(Jennifer Radden)은 각 시대마다 이해된 멜랑콜리가 과연 같은 병인가라는 물음에도 사실 제대로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1)
오죽했으면, 버튼은 멜랑콜리에서 일관된 특징을 찾는 일이 머리 여럿 달린 야수를 잡는 일에 맞먹는다고 했을까?

때때로 의학적인 형태의 멜랑콜리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성이 널리 인식되지” 않았다. 실례로 래든은 그리스인들이 질환과 동일시했던 멜랑콜리아(melancholia, 우울증을 의미)라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고 있지만, 이것이 멜랑콜리와 얼마나 구분될 수 있는지, 또한 현대의 임상의학적 우울증(clinical depression)과는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심리학,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멜랑콜리, 멜랑콜리아, 우울증에 관한 내용들이 아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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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에서 일단 명료한 것은, 우리가 아는 멜랑콜리의 의미란 유구한 역사 속의 일부라는 점이다.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을 때로는 극심한 우울 상태와 결국 목숨을 잃는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는 무시한 병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혹시 지금 멜랑콜리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갈레노스가 처방한 다음의 치료법을 참고해보면 어떨까.

“몸 전체가 흑담즙으로 변하면, 사혈을 통해 피를 빼내야 한다. 팔꿈치의 중간 정맥을 절개해서 피를 뽑아, 나오는 피가 흑담즙이면 충분히 피를 빼고, 그렇지 않으면 빨리 지혈한다......또 다른 치료법은 섭생인데......숫염소나 거세하지 않은 황소, 나귀나 낙타, 여우나 개의 고기는 우울한 피를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하며, 콩, 양배추, 소금에 절인 새싹 등도 조심해야 한다.”

참고문헌

  • 로버트 버턴, [우울증의 해부], 태학사, 2004.
  • Eric Pankey, <The Anatomy of Melancholy>, [New England Review], Vol. 28, No. 1 (2007), p. 9
  • Jennifer Radden edit., [The Naure of Melancholy: From Aristotle to Kristeva], Oxfod University Press, 2000.
  • Nicholas Dewey, <THE MASKS OF MELANCHOLY>, [The Yale University Library Gazette], Vol. 46, No. 4 (April 1972), pp. 253-261
  • Robert Burton, [The Anatomy of Melancholy], F. Ungar Pub. Co., 1979
  • Sean Gurd, <On Text-Critical Melancholy>, [Representations], Vol. 88, No. 1 (Fall 2004), pp. 81-101.



김지혜
글쓴이 김지혜는 문화사 전반에 관심이 많다. 연세대 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문화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석사논문으로 <19세기 후반 영국 정기간행물에 나타난 남성 히스테리>를 제출한 이후, 남성사 및 젠더사 등을 문화사적 관점으로 읽고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쉽고 대중적이며 재미있는 역사 쓰기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으며, 이런 관심사의 연장선상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 [르네상스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2010)를 썼다.


발행2013.08.30.



주석


1
때때로 의학적인 형태의 멜랑콜리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성이 널리 인식되지” 않았다. 실례로 래든은 그리스인들이 질환과 동일시했던 멜랑콜리아(melancholia, 우울증을 의미)라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고 있지만, 이것이 멜랑콜리와 얼마나 구분될 수 있는지, 또한 현대의 임상의학적 우울증(clinical depression)과는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심리학,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멜랑콜리, 멜랑콜리아, 우울증에 관한 내용들이 아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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