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보는역사 리우환경협약 - ‘오직 하나뿐인 지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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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7회 작성일 16-02-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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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인류는 이제까지 무엇을 했는가? 타의로 이 세상에 내던져진 이래, 지혜를 모으고 기술을 닦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분투해왔다. 그리하여 포유류 가운데 가장 열등한 신체 능력을 가진 종자가 오늘날 생물종의 정점에 섰을 뿐 아니라, 설산에서 심해까지 지구를 샅샅이 정복하고 이제는 외계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그 ‘영광의 길’에는 자연의 계속적인 오염과 숱한 생물종의 멸절이 따랐다. 급기야 인류 문명은 생태계 자체를, 그리고 인류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게 현대의 깨달음이다. 어쩌면 이제는 우리에게 더 나은 내일이, 아니 내일 자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현대의 공포.

그런 파멸적인 영광의 길을 돌이키거나 늦추기 위한 노력이 20세기 초부터 기울여져왔다. 일부 선각자들의 생태 사상, 학계의 일선에 선 사람들의 연구 작업, 시민운동가들의 때로는 몸을 던지는 캠페인까지. 그리고 베스트팔렌 이래 지상 최고의 권력을 가진 존재들, 국가들의 노력도 빠지지 않았다. 국가는 제 나름의 환경 정책으로, 그리고 국가 간 협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이상을 모색했다. 국가 간 협력의 맺고 끊음은, 역시 조약으로 나타나고 풀이되었다.




리우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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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프리카 남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삼림 파괴 현장. <출처: (cc) Diorit at en.wikipedia.org>



국제 협력과 조약의 차원에서 환경 문제 논의가 처음 결실을 본 것은 1946년으로, 당시 워싱턴에서 미국, 소련, 영국 등 15개국 사이에 국제포경규제협약이 맺어지면서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세대 간 형평의 원칙”이 처음으로 국제조약에 명문화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인류에게 유용한 천연자원을 아끼고 보전한다는 자연 보전론적 환경론에 머물러 있었고, 자연의 유용성 여부를 떠나 자연 자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론은 1970년대에 들어 본격화된다.

1972년, 로마 클럽의 학자들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개발 우선주의에 따른 환경 파괴가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한 그해에,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연합인간환경회의에서는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모토를 내놓았으며, 이에 따라 제27차 국제연합 총회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협력 추진기구로서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립된다. 1979년에는 제1차 세계기후회의(WCC)가 열려, 유엔환경계획, 세계기상기구(WMO), 세계학술연합회의(ICSU)가 공동으로 ‘세계기후계획(WCP)’을 창설하기로 합의한다. 이는 기후 자료의 수집, 분석, 대응 전략 수립을 위한 조언 제공 등의 기구로서 각국 정부의 환경 정책을 돕게 되었다.

또한 1979년에는 대기오염에 따른 산성비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장거리월경 대기오염조약(CLRTAP)이 유엔에서 맺어졌으며, 1985년에는 헬싱키에서, 1994년에는 오슬로에서 이 조약에 대한 의정서가 체결되어 대기 중 황의 배출량을 조절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1985년에 유엔환경계획의 주최로 최초의 오존층 관련 국제회의인 빌라크 회의가 열렸으며, 이는 같은 해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빈 협약 체결로 이어졌다. 또한 1988년에는 CLRTAP의 의정서로서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의정서가 체결돼 오존층 파괴를 억제하고자 했으며, 1989년에는 유엔 결의안에 해수면 상승과 사막화에 대한 경고와 대응책 마련 촉구가 포함되고, 빈 협약의 의정서로서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되어 염화불화탄소의 단계적 감축이 합의되었다.

1988년에는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를 설립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메커니즘과 영향을 연구하고, 그 대응책 마련을 돕는 기구다. 그리고 역시 1980년대에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이 처음 공식화되었는데(1987년의 브룬트란트 보고서), 이는 “성장의 한계”와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개념을 계승하는 한편, 환경 파괴를 억제하기 위한 개발의 억제가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기 어렵게 하는 가장 중대한 문제, 즉 식량을 비롯한 인류의 기본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 생산을 위한 개발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개발까지 억제하기란 곤란하다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소해보려는 뜻을 담고 있었다.

1990년, IPCC의 제1차 보고서는 2025년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고, 고위도 및 내륙 지역에서의 온도 상승이 더욱 높을 것이며, 2030년도까지 해수면이 평균 20센티미터 상승함에 따라 지역별 편차에 따라 일부 섬나라와 저지대 국가들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마 클럽과 스톡홀름 회의 이래 약 20년이 지났지만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는 극복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전 세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같은 해의 유엔총회는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 환경 보호” 결의안을 채택하고, 1992년까지 전 세계적 규모의 기후변화협약을 맺기로 계획, 이를 추진할 ‘기후변화 협약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를 구성했다.




기후변화협약, 성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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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의 공장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뿜어져나오고 있다.



INC는 1991년 2월부터 1992년 5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회의를 가졌으며, 다섯 번째 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 초안 합의에 성공했다. 이 초안은 1992년 6월 3일부터 14일까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183개국(정부 수반 참석으로는 115개국) 회담에서 ‘리우 선언’, ‘아젠다21’, ‘산림 원칙’,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이라는 이름으로 체결되었다.

이 기후변화협약, 또는 리우환경협약은 오늘날 지구 환경문제가 대부분 과거에 선진국들이 자행한 환경 파괴의 결과임을 인정하되, 그 해결에는 전 세계의 단결과 일치된 대응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한 스톡홀름 회의와 빈 협약, 몬트리올 의정서 등의 국제 환경협약들의 정신과 지침을 계승하고 발전시킨다는 취지를 전문에서 명시한 다음, 26개조의 합의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는 8456개의 단어에 약 40쪽에 달하는 그 내용을 축약해서 소개한다.



제1조: 용어의 정의



가령 “기후변화”란 인간의 행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지구 대기의 구성과 통상적인 기후 변동 패턴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제2조: 협약의 목적



“이 협약과 체결 당사국들이 그에 따라 제정키로 한 관련 법규들은 (……) 인류의 기후 체계 개입이 위험 수준에 이르지 않을 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식량 생산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이 보장되는 한에서.”



제3조: 협약의 원칙



첫째, 체결 당사국들은 지금과 미래의 세대를 위해 기후 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 그 보호 책임은 형평성과 능력별 적절성에 따라 배분되어야 하며, 따라서 개발도상국도 일정한 책임을 맡아야 한다.

둘째, 환경 파괴의 피해 고려와 환경 보호 부담 배분에서 개발도상국의 특수한 사정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체결 당사국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예상, 이를 예방 또는 최소화하며 그 악영향을 중화하는 예방책을 써야 한다. 이때 충분한 과학적 뒷받침이 없다고 해서 예방책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넷째, 체결 당사국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할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

다섯째, 체결 당사국들은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모든 다른 당사국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원해야 하며, 이때 취하는 수단이 사실상의 일방적ㆍ임의적인 무역 규제여서는 안 된다.



제4조: 협약 체결 당사국들의 과제



모든 체결 당사국들은 기후변화를 억제할 국가 차원 또는 지역 차원의 정책을 정기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것, 온실가스 통제에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할 것, 생물군이나 삼림, 해양 등 천연의 온실가스 감축원을 보호하고 확충할 것,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 훈련, 캠페인 등을 추진할 것 등등의 과제를 수행한다.

또한, 부속서 1조에 해당되는 국가들은 각자 1990년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억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사용하며, 협약 발효 후 6개월부터 주기적으로 협의와 정책 공조를 한다.

부속서 2조에 해당되는 국가들은 기후변화 억제 사업 추진, 심각한 환경 피해를 입는 개발도상국의 원조, 기후변화 대처 기술 개발 등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맡는다.



제5조: 연구 및 체계적 관측



제4조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협약 체결 당사국들은 환경 문제 연구 및 체계적 관측을 위해 국제적이고 정부 간 연합적인 기구를 구성해 운영한다.



제6조: 교육, 훈련, 캠페인



국가 차원 또는 지역 차원에서, 각국의 법규에 합치되며 또한 각국의 역량에 알맞도록,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교육, 캠페인, 대중 홍보, 환경 전문가 훈련 등을 추진한다. 이는 국제적 차원의 협력을 수반한다.



제7조: 당사국회의



이 협약 체제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당사국회의(The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는 정기적으로 모여 협약의 실행 여부를 평가하고 협약의 목표를 실현할 일정한 조치를 결의한다.



제8조: 사무국 (……)





제9조: 과학기술자문위원회 (……)





제10조: 실행위원회 (……)





제11조: 재정 기구



협약 체제의 재정 기구는 모든 체결 당사국들의 형평성 있고 균형 잡힌 부담에 의해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제12조: 실행 관련 정보의 공유



모든 체결 당사국들은 사무국을 통하여 당사국회의에 각국의 온실가스 발생 및 자연 보전 현황 정보, 정책 실행 정보, 정책 자원 정보 등을 보고해야 한다.

또한, 부속서 1조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현황과 정책 실행 현황 등을 상세하게 보고해야 하며, 그 기대 효과와 전망 등도 보고해야 한다.

부속서 2조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재정 지원 관련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그 나름의 실행 및 재정 지원 관련 정보를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다.



제13조: 실행 의결



당사국회의는 개최와 더불어 각국이 요청에 따라 다각적인 자문 내용을 제공하여, 일정한 실행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한다.



제14조: 분쟁의 해소



당사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협상과 평화적 수단으로 해소하되, 당사자 사이에 결론이 나지 않을 때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그리고(또는) 당사국회의가 정한 절차에 따른 중재로 해소한다.



제15조: 협약의 수정



모든 체결 당사국은 협약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고, 당사국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다.



제16조: 협약 부속서의 채택 및 수정



협약 부속서는 협약의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며, 그 수정은 협약 본문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제17조: 의정서 (......)





제18조: 투표권



모든 체결 당사국은 동등하게 1표씩 갖는다. 단 지역 경제협력체의 경우 소속 국가 수만큼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소속 국가 중에서 자체 투표를 희망하는 국가가 있다면 그런 집단의 투표권은 행사될 수 없다.



제19조: 수탁자



국제연합 사무총장이 이 협약과 제17조에 따른 의정서의 수탁자(受託者)가 된다.



제20조: 조인 (......)





제21조: 임시 조치 (......)





제22조: 비준 및 수용 (......)





제23조: 발효



이 협약은 체결 당사국들 중 50개 국가가 비준을 마쳤을 때부터 19일 후 발효된다.



제24조: 유보



이 협약에는 유보 조항이 없다.



제25조: 탈퇴



체결 당사국은 이 협약이 발효되고 3년 뒤부터 수탁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 협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



제26조: 부가 조항



아랍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로 작성된 이 협약문은 수탁자인 유엔사무총장에게 보관된다.




배려와 선택권 부여로 널리 참여를 끌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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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환경협약에 따른 세계.



이 내용을 보면 국제포경협약 이래의 “세대간 형평의 원칙”(제3조)과 “지속 가능한 발전”(제2조 등) 개념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으며, 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것이 이 협약의 목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적 뒷받침이 충분치 않아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전 예방의 원칙”도 반영되었다.(제3조) 또한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유엔처럼 몇몇 강대국에게 우월한 의사 결정권을 주지 않고, 당사국회의에서 모든 것을 의결하고 사무국은 행정 처리만을 맡도록 했다. 그것은 이 협약이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고심한 점과 이어지며, 그 점은 체결 당사국들을 부속서 1조군과 부속서 2조군으로 구분하고 다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한 점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다시 말해서, 부속서 1조에 열거된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도 수준으로 감축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부속서 2조에 열거된 국가들은 재정 지원을 맡게 되는 것이다. 부속서 1조에는 미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유럽경제공동체(이후 유럽연합)가 단체로 이름을 올렸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체코,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가 개별적으로 소속되고, 또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터키가 포함되었다. 부속서 2조에는 부속서 1조 국가 중 러시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체코 등 ‘자본주의화 과정에 있는 나라들’이 빠진 나머지 국가가 포함되었다(터키도 2001년에 빠진다). 그리고 두 부속서에 모두 포함되지 않지만 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은 포괄적인 정책 수립과 현황 보고 의무만을 지게 되었다.

이처럼 개도국의 입장을 챙기고, 각국의 형편에 따라 다른 수준의 의무를 지도록 배치되었으므로(가령 47번째로 1993년에 가입한 한국은 OECD 국가임에도 ‘비부속서 국가’로서 포괄적인 의무만 부담하기로 했다), 여러 나라의 비준 및 가입이 유도될 수 있었다. 그래서 1994년 3월에 제23조에 규정된 조건대로 50번째 국가의 비준이 이루어져 협약이 발효될 수 있었고, 2014년 3월 현재 196개 국가가 가입해 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전 세계의 일치된 노력”이라는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여전히 불편한 진실



그러나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부속서 1조+2조 국가들조차 “1990년도 수준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한다”, “기후변화 대처 노력에 재정 지원을 한다”는 등의 선언적 의무만 질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협약은 자칫하면 허울로만 남을 가능성마저 있었다(그래서 여러 국가들이 부담 없이 가입하기도 했겠지만).

그런 의무의 구체화는 추가 협약, 의정서에 기대야 했으며 그리하여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회의에서 ‘교토의정서’가 체결된다. 이 교토의정서는 리우환경협약의 부속서 1조 국가 중 터키와 벨라루스를 제외한 국가들에게 2012년까지 1990년도 수준에 대비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퍼센트 감축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무를 부과했다. 국가별 배출 의무량은 달라서 유럽연합은 8퍼센트, 미국은 7퍼센트, 일본은 6퍼센트 등이었고, 러시아는 0퍼센트로 전혀 감축하지 않아도 되고(단 1990년도 기준으로), 노르웨이, 오스트레일리아, 아이슬란드는 도리어 배출량을 더 늘려도 좋다는 내용이었는데, 각국이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 것이다.

교토의정서는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 ‘배출권거래제도’ 등을 두어 감축 의무 해당국들의 부담을 줄이려 했다. 공동이행제도는 선진국이 타 선진국에,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대하여 투자한 결과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졌다면 그 기여를 자국의 감축 의무 수행 실적에 반영해주는 것이며, 배출권거래제도는 자국의 감축분을 타국에 ‘판매’, 타국에서 숲을 늘리거나 탄소를 덜 배출하는 공장 설비로 교체하는 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그것을 자국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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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에 의한 국가의 구분.



그러나 여러 나라가 이 교토의정서에 반발했으며, 대표적으로 미국이 비준을 거부했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것은 산업 시설을 줄이라는 말이며, 그것은 자국의 경제난을 초래하리라는 것이었다(그런 주장은 리우환경협약의 “사전 예방의 원칙”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었지만). 또한 중국, 인도 등 실질적으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나 개도국 지위에 있어서 감축 의무에서 면제된 나라들의 존재도 반발의 이유였다. 러시아도 비준을 지연시켰으며, 2005년에 가서야 겨우 비준함으로써 “55개 국가가 비준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 교토의정서가 간신히 발효될 수 있게 했다.

반면 유럽연합 국가들은 미국의 각성을 촉구하며 교토의정서 체제를 옹호했는데, 미국 등이 보기에 그것은 유럽이 지구환경에 대한 의식이 투철해서라기보다는 뱃속이 편해서였다. 가령 독일은 구동독 지역의 낙후된 산업 시설을 교체하기만 해도 의무가 달성되고, 영국이나 북유럽 국가들은 애초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연료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감축 의무 면제 국가들도 2005년 제11차 당사국회의에서 내려진 “교토의정서 제2기(2013년 이후)에는 개도국도 일정한 감축 의무를 지도록 한다”는 결정이 부담스러워서, “대체에너지 개발을 충분히 한 뒤로 온실가스 감축을 미루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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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당사국회의. 가장 왼쪽이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여기서는 “2015년까지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온실가스 감축안을 마련한다”, “교토의정서의 기한을 2020년까지 연장한다”는 등의 ‘더반 플랫폼’이 합의되어 모처럼 여러 나라가 입장을 같이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실질적인 구속은 빠진 채 각국이 감축 실행을 미룰 구실만 주었다는 지적도 있다. <출처: (cc) Elekhh at en.wikipedia.org>



세계에서 가장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 1위(중국), 2위(미국), 3위(인도)가 고스란히 빠져 있는 체제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수월히 달성할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2009년, 코펜하겐의 제15차 당사국회의에 제출된 교토의정서의 내용을 수정ㆍ보완해 만든 코펜하겐 합의문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첨예한 대립의 결과 공식 채택되지 못했으며, 2010년에는 일본이 개도국들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교토의정서 제2기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도 덩달아 불참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2011년에는 캐나다가 전격 탈퇴했는데, 부과된 의무적 감축량을 달성할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새로 개발하는 오일샌드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려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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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부터 2010년까지의 북극 빙하량의 변화를 보여주는 위성사진.



결국 2012년,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당사국회의에서 교토의정서 제2기에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가 불참함이 확정되면서 리우-교토 체제에 남아 있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전체의 16퍼센트에 불과한 처지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2011년 말, 국제에너지기구는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퍼센트 증가하리라고 예측했다. 마이클 레너와 같은 환경학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까지 최소한 수천만, 어쩌면 수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 곳을 잃고 떠돌이가 되리라고 예측했다.




희망을 찾아서



그래도 교토의정서에서 마련된 배출권거래제도가 매년 일정한 증가세를 보이며 국제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미국, 중국, 인도, 한국 등도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 나가겠다고 공약했으며, 2013년 11월에 열린 제19차 바르샤바 당사국회의에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지원할 ‘녹색기후기금’의 구체화와 개도국의 환경 피해 복구를 지원할 ‘손실과 피해에 관한 바르샤바 국제 메커니즘’의 도입 등이 성사된 것은 판도라의 상자 구석빼기에 남은 희망의 흔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가냘픈 희망일까. 지금의 추세라면 인류가 설령 환경문제로 인한 재앙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것은 인류 스스로의 노력에 따른 결과가 아닐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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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뿐인 지구. 하나뿐인 지구를 구원하고, 인류 자신도 구원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지구는 분명히 오직 하나뿐이다. 그 지구상에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지만, 도처에 사슬로 묶여 있다. 국가라는 사슬, 자본이라는 사슬. 대중은 환경문제를 다루기에는 권력과 정보가 부족하고, 일상에 매몰되어 관심조차 충분히 쏟지 못한다(지구온난화는 픽션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음모다 따위의 담론까지 등장해 대중의 관심을 흐트러뜨린다). 국가가 전 지구적인 문제에 앞장서야 마땅하지만, 손에 손 잡고 벽을 넘는 일은 올림픽에서만 요구될 일이 아니건만, 자국의 사정과 이해관계에 얽매여설랑 애써 마련한 조약과 합의 체제를 외면하거나, 허섭스레기로 만들어놓는다. 진정 하나뿐인 지구를 인류 스스로 구원하고, 인류 자신도 구원받을 수 있으려면,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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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규진 | 서울교육대학교 교수/역사저술가
글쓴이 함규진은 여러 방면의 지적 흐름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을 전공하여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주로 역사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썼고, 인물이나 사상에 대한 번역서도 많이 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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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조약의 세계사 2014.12.22
고대부터 현대까지 64개의 조약으로 읽는 화해와 배신, 강압과 화합 그리고 진보의 역사.

‘지뢰는 과연 쓸모 있는 무기일까?’, ‘난징 조약은 불평등조약인가?’와 같은 흥미로운 물음을 던지며 세계사의 이면을 파고들어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힌다. 강화도 조약과 같이 우리 역사 속 조약부터 마스트리히트 조약처럼 생소한 조약, 고대의 히타이트-이집트 조약에서부터 현대에 체결된 리우환경협약까지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형성한 조약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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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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