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실패의 심리학 - 빨리 배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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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7회 작성일 16-02-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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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단순히 실패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변에 실패한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보다 많기에, 하는 말일까? 아니면, 보다 더 세련되게 생각하여 실패를 하다보면 확률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일까?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기대를 갖곤 한다. 도박장 슬롯머신에서 연속해 돈을 잃으면서 왠지 대박의 찬스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주관적인 확률 추정의 오류, 소위 말하는 도박꾼의 오류다. “실패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연속해서 시도하라”라는 처세술적 충고에서도 실패하다보면 언젠가는 성공하게 된다는 막연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이 두 가지가 이 격언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면 어떤 숨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번 글은 바로 이에 대한 탐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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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배우기의 심리신경학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심리학에서 실험을 한다는 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물리, 화학 실험은 접해 봤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내적인 마음의 작용을 어떻게 실험할 것인가에 대한 감이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 실험의 정수를 간단히 설명하자. 마음은 자신의 모습을 그냥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마음의 작용이 발현하도록 즉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도록 하는 무엇이 필요한데, 이것이 실험 과제(task)이다. 그리고 이 과제에 여러 비교 조건을 만들어 어떤 반응 혹은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관찰, 기록하면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심리학 실험의 정수이다. 그러기에 심리학에서는 여러 기발한 과제들을 고안해 왔다. 물론 어떤 과제들은 아주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구체적 예를 들어 모서(Moser)와 동료 심리학자들이 사용한 다음의 과제를 보자. 사람들에게 컴퓨터 화면에 다섯 개로 이루어진 ‘MMMMM’ 이거나 ‘NNMNN’ 같은 글자를 보여주고 가운데 글자(목표 글자)에 대해 마우스로 가능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한다. 독자들이 이미 알아챘듯이 전자는 양쪽 측면에 있는 글자가 가운데와 같으며 후자는 서로 다르다. 우선 양 측면 글자들을, 가운데 글자가 제시되기 전 35ms에 제시하고 나중에 가운데 글자가 제시된다. 그리고 모든 글자들이 100ms 동안 화면에 남아 있다가 사라진다. 사람들은 마우스의 오른쪽을 ‘M’ 반응으로 왼쪽을 ‘N’으로 신속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반응이 정확했는지를 알려준다. 비록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정확하고 신속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주의 집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실수를 유발하기 위해 총 480번을 시행하면서 때로 반대의 반응, 즉 왼쪽을 ‘M’ 반응으로 오른쪽을 ‘N’으로 반응하도록 바꾼다. 이 상황에서 반응 시간, 정확한 반응의 수, 실험을 지속하면 변하는 반응시간 등 여러 가지를 측정할 수 있다.

위의 연구자들은 이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실험 대상자의 뇌파를 연속적으로 측정하였다. 특히 이들은 실패 혹은 실수를 했을 경우에 일어나는 뇌파의 변화에 관심을 두었다. 이 방식을 보통 사건관련전위(event-related potentials, ERP)라고 부르는데 비슷한 여러 연구들을 통해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 가지 다른 뇌파 반응을 찾아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실수-관련 부적전위(error-related negativity, ERN)로 실수반응 후 대략 50ms 이후에 일어나며, 두 번째는 실수 후 100-600ms 후에 나타나는 실수-정적전위(error positivity, Pe)이다. 이 두 뇌파 반응은 모두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전자는 맞는 반응과 틀린 반응 사이의 갈등을 나타내며, 후자는 실수를 자각하고 주의를 더 기울이는 반응이라고 여기고 있다. 말하자면 큰 ERN과 Pe 반응 모두 실수 후 더 천천히 더 정확한 반응을 하려는 적응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생각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전에 다음 문장에 ‘아주 동의하면 6점을, 전혀 동의하지 않으면 1점’을 주는 식으로 6점 척도 상에서 응답해 보자.



1. 나의 지능은 나 자신도 바꿀 수 없는 아주 기본적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2.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는 있지만, 나 자신의 지적 능력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3. 나 자신의 현재 지능과 관계없이, 나는 지능을 어느 정도 늘 변화시킬 수 있다.
4. 나는 나 자신의 지능을 상당히 변화시킬 수 있다.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Dweck)과 동료들은, 학업이나 직업적 성취에 인지적 능력이 아니라 학습과 지능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신념이 중요하다는 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지능, 성격 등 심리적 특성이 불변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고정 마음가짐(fixed mind-set)으로, 지능은 변할 수 있고, 학습을 통해 발달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성장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라고 구분하였다. 말하자면, 이는 사람들이 지능에 관해 갖고 있는 암묵적인 이론(implicit theory of intelligence, TOI)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네 질문에서 처음 두 가지는 고정 마음가짐을, 나중 두 질문은 성장 마음가짐을 묻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어떤 마음가짐이 강한지를 평가해보기 바란다. 이러한 구분은 단지 사람들의 특성을 나누는 것 이상의 시사점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즉 우리들의 학습과 노력 등과 관련을 지울 수 있다. 특히 이 구분은 실패에 대한 서로 다른 대응을 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고정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은 실패를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능력 부족의 증거로 보고 자신이 실수한 과제에서 철수해 버린다. 자신의 부족함에 직면하지 않고 새로운 학습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교육적인 기회로 받아들이고 실수에서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지능도 노력에 의해 변화 시킬 수 있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실험 장면에서도 이를 관찰할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가 앞에서 얘기했던 연구와 연결시키자. 심리학자 모서가 시도한 것이 바로 이 연결 즉 뇌파 측정과 개인의 지능에 대한 마음가짐을 연결시키는 연구를 한 것이다. 아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성장 마음가짐이 높을수록 실수정적전위(Pe)의 증가 즉 붉은색 반응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TOI 숫자가 높을수록 Pe 반응이 증가하는 관련성을 그래프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실제로 성장 마음가짐이 높은 사람들이 고정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에 비해 실수 후 훨씬 높은 정확성을 보인 결과를 얻었다. 즉 이들은 실수를 자각하고 더 주의를 기울여 좋은 수행으로 연결하는 즉 실패에서 배워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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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보어는 전문가를 “아주 작은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계속 실패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배워가는 것이 전문가이며, 또한 빨리 배우는 사람의 특징이라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실패를 통해, 실패에서 배워 가는 과정의 당연한 귀결이 성공이라는 뜻인 것이다. 성장 가능성을 믿고, 실패에 직면해 다시 실패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배우는 과정’이 성공의 요건이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Moser, J. S., Schroder, H.S., Heeter, C., Moran, T. P., & Lee. Y. (2011). Mind your errors: Evidence for a neural mechanism linking growth mind-set to adaptive posterror adjustments. Psychological Science(online version); Dweck, C. S. (2006).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NewYork, NY: Random House.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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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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