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범주적 지각 - 지식을 형성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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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16-02-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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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듣거나 보거나 하는 것들이 무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연한 것 같지만 여기에는 매우 복잡한 문제가 숨어 있다. 아래 그림을 보자. 아래 그림에 있는 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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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의 그림은 무엇이라고 부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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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


이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라고 할 것이다. 당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심리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문을 던진다. 도대체 전혀 다른 위의 두 모습을 어떻게 우리는 같은 종류, 즉 범주(category)로 묶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지식을 쌓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생전 처음 본 무언가도 기존의 지식에 기초하여 같은 종류로 묶을 수 있고, 그 종류의 단어(즉, 범주 이름)를 사용하면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범주화는 우리 인간의 기본적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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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nm에서 540nm로 변화할 경우 여전히 같은 색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480nm로 변화하면 우리는 전혀 다른 범주의 색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그리고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해서 범주적인 판단을 한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빛의 파장은 빛의 성질을 계산하는데 대표적인 물리적 속성으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색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 파장이 어느 한 지점(510nm)으로부터 동일한 만큼 증가(540nm)하거나 감소(480nm)할 경우 우리는 그 동일한 만큼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아니다. 510nm에서 540nm로 변화할 경우 여전히 같은 색(즉, 색범주)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480nm로 변화하면 전혀 다른 범주의 색으로 느끼게 된다. 즉, 우리는 아날로그적으로 변화하는 물리적 세상에서 무언가 범주들을 위한 경계선을 지니고 디지털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왜 범주를 사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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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이렇게 범주화하는 것일까?
그것은 범주가 주는 이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출처:gettyimages>


그렇다면 이러한 범주적 지각은 결국 세상의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보다는 심리적으로 임의의 경계선을 설정하고 그 설정된 경계선을 기준으로 어느 한 범주에 우겨넣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인간은 이렇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범주가 주는 이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첫째, 의사소통의 속도와 효율성이다. 위의 두 가지 새 그림에 그 두 대상을 새로 범주화하면 쉽게 의사소통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 범주화하지 못하면 그 대상들을 일일이 묘사해야 한다. 대화가 정말 힘들 것이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범주 이름들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쉽게 서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 둘째,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가 교탁 뒤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그래서 하반신이 시야에서 사라졌어도) 하반신이 없어졌다고 놀라지 않는다. 왜일까? 사전에 자신들이 보는 대상을 ‘사람’으로 범주화했기 때문에 ‘사람’이 지닌 속성 중 하나인 ‘다리’가 현재 보이지 않아도 그 대상이 다리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과정이라서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대상이 범주 지식으로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유아들이 얼굴 반쪽만 보이는 엄마를 보고 놀라서 울거나 “까꿍”하면서 얼굴을 가렸다 보였다 하는 놀이에 장시간 동안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범주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범주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사고과정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고 빨라질 수 있게 되었다.



범주는 늘 좋은 것일까?



그렇다면 이러한 범주는 늘 좋은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 세상에서 효율적이고 빠르게 무엇인가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현상들과 동일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다양함의 간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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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크 효과<맥거크 효과 영상 보기>


범주 이름들은 대부분 명사들이다. 그리고 명사는 형용사나 동사보다 더 강력한 심리적 효과를 지닌다. 이를 일종의 낙인효과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철수는 사람을 죽였어”라는 문장보다 “철수는 살인자야”라는 문장이 더 강한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살인자”라는 단어가 더 강한 낙인찍기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며 철수는 살인자라는 범주에 명확하게 들어가면서 해당 범주가 지닌 속성들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고정관념이나 편견 등이 어떤 대상에 대한 호칭(즉, 범주)을 말하는 순간부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두 번째가 바로 실제 속성의 간과이다. 오른쪽의 동영상을 실행해 보라.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처음에는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보자. 어떤 발음이 들리는가? 이번에는 눈을 뜨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 소리를 들어보라. 다른 발음이 들린다. 소리만 들을 때는 “바(ba)”를 계속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보면서 들으면 마치 “다(da)”를 발음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를 맥거크(McGurk) 효과라고 한다. 분명히 컴퓨터에서는 같은 파일이 재생되고 있는데 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일까?

비밀은 화면 속 남자의 입 모양에 있다. 남자가 내는 소리는 분명 “바”이다. 하지만 “가(ga)”를 발음하는 화면에 소리 “바”를 덧씌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리의 “바와” 시각의 “가”를 무의식 중에 합성하여 “다”라는 제 3의 소리를 지각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우리는 범주화를 위해 한 가지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감각의 정보도 신속히 참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참조는 때때로 실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왜곡된 지각을 경험하게도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범주 정보는 정말 유용한 도구이다. 어떤 대상을 하나의 범주로 판단하는 순간 그 대상의 여러 가지 속성들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이 빨라지며 따라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지식을 축적해 온 방법이 바로 이 범주 이름들을 배워 나가는 것이었으며 이 범주들을 구분해 내는 것이 대부분의 시험문제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범주에 기초해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 지다보니 범주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에도 억지스러운 범주가 사용되어 판단을 넘어 속단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혈액형, 별자리, 출신지역과 국가 등 다양한 범주정보들이 대상의 실제 본질을 간과하게 만들곤 한다. 축적된 지식의 잘못된 적용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가끔씩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어떤 대상이 무엇인지(즉, 범주가 무엇인지)만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그 대상을 편견이나 편향없이 묘사하는 것을 통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볼 때 우리가 그 대상으로부터 전혀 다른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단의 오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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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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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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