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감각 경험 -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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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95회 작성일 16-02-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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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독자들에게 “마음에 대응되는 신체 기관이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심장이 아니라 대뇌 혹은 중추신경계가 바로 마음의 기관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사실 이 표현은 엄격한 의미에서 올바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우선 대뇌는 척수를 통해 말초신경계와 연결되어 있고, 이는 다시 눈, 귀와 같은 우리의 감각기관과 그리고 팔, 다리의 근육, 뼈 같은 운동기관과 연결되어 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뇌의 작용은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감각, 운동기관과 분리할 수 없기에, 대뇌만이 심리적인 작용 기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아무 반응도 보일 수 없는 순수 뇌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설령 가정할 수 있더라도 그 기관을 마음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쓰는 마음이라는 용어는 어떤 ‘작용 혹은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지 해부학적인 구조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에 해당하는 신체기관이 몸 전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생물학, 의학과 같은 우리의 몸 탐구에 마음을 도외시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우리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에서 몸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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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리적 자극이 감각 경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에 감각 경험이이 일어나도록 하는 물리적 자극의 최소 크기가 존재한다. <출처: gettyimages>


처음부터 다소 복잡한 애기를 하는 이유는, 대뇌가 세상에 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 즉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마음의 과정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현란한 색깔의 조합을 보거나, 문득 친숙한 멜로디로 들리는 소리를 경험하거나, 아주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되는 것 등등, 우리의 감각 경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며, 또한 그 과정과 기제를 어떻게 탐구하면 될까? 오래전부터 심리학자들은 빛, 소리와 같은 물리적 자극과 이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감각 경험이 어떠한 관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탐구해 왔으며, 이 분야를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고 부른다. 모든 물리적 자극이 감각 경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에 감각경험이 일어나도록 하는 물리적 자극의 최소 크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역치(threshold)라고 부르며 이를 여러 실험 방식으로 측정하였다. 문지방 혹은 문간이라는 어원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말하자면 밖에서, 즉 물리적 세계에서 안으로, 즉 심리적 감각 경험으로 들어오기 위해 넘는 문지방의 높이라는 뜻이다. 소리의 경우 주변이 조용할 때 대략 6미터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시계 소리가 역치에 해당한다고 한다. 아울러 두 물리적 자극들을 서로 다른 것으로 차이를 경험하는 정도도 계산 할 수 있으며 이를 최소가지차이(JND, Just Noticeable Difference)라고 부른다.

나아가 심리학자 스티븐스(Stevens)는 물리적 크기와 심리적 감각 경험이 14547366017072.jpg 라는 파워 함수를 갖는다는 것을 찾아냈다고 한다. I 는 물리적 자극의 크기로 ψ(I)는 주관적인 감각 경험의 크기이고, a는 감각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상수이며, k도 측정 척도에 따른 상수 값이다. 다음 그림에 세 가지 감각 경험에 대한 파워 함수가 표시되어 있다. 주관적인 길이 감각은 a의 상수 값이 1이고, 밝기는 .33, 전기 충격에 대한 통각 감각은 3.5가 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정신물리학적 연구 결과들은 이론적인 의의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효용도 있을 수 있다. 여러분이 기존의 음료수와 맛이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나는 맛의 음료수를 개발한다고 할 때, 이러한 정신물리학적 개념과 실험 방법이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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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자극 크기와 심리적 감각 경험의 함수 관계


하지만 이러한 정신물리학 탐구 결과는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실제 세상에서의 감각 경험은 실험실에서와는 달리 여러 소음이나 다른 물리적 자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러다보니 어떤 물리적 자극은 놓칠 수도 있고, 오히려 주의를 기울이거나 나타날 것을 기대하며 빛이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도 있다. 반대로 너무 긴장하여 제시되지도 않은 자극을 경험 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즉 우리의 감각 경험은 감각 기관의 민감성(sensitivity), 즉 민감한 정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 경험을 보고하도록 하는, 즉 반응하도록 하는 기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이론과 연구 방법론이 신호탐지이론(signal detection theory)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추후로 미루고 지금까지 설명을 정리해 보자. 감각 경험은 물리적 자극에 의한 감각 기관의 반응에 의해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경험, 기억 혹은 더 포괄적으로 표현하여 우리가 가진 세상에 관한 지식도 감각 경험에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심리학도들은 보통 전자를 물리적 외부 환경에서부터 시작하여 더 상위의 처리가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밑에서 위(bottom-up)”로의 처리라고 부르고, 이미 위에 가지고 있던 세상에 관한 지식이 내려오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위에서 아래(top-down)"로의 처리라고 후자를 부른다. 이 후자의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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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다섯 종류의 와인을 맛보게 하며 내측안와전두피질의 반응을
측정하는 실험 설계


플래스만(Plassmann)과 동료들은, 가격이 서로 다른 다섯 종류의 와인을 맛보게 하며 주관적으로 얼마나 좋은지를 평가하도록 하고, 동시에 fMRI로, 좋아하는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진 내측안와전두피질(mOFC, medial orbitofrontal cortex)의 반응을 측정하였다고 한다.옆 그림에 실험 절차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사용한 와인은 세 종류로, 5달러짜리를 실제 가격으로 제공하거나 45달러짜리라고 하면서 제공했고, 반대로 90달러짜리 와인을 실제 가격으로 혹은 10달러짜리라고 하면서 제공하였다고 한다. 독자들도 알아챘듯이 싼 와인을 비싼 가격으로, 비싼 와인을 싼 가격으로 제시하면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 경험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비교한 것이었다. 독자들도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해 보기 바란다. 실제 여러 심리학 연구들이,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도 비싼 가격일 경우 더 만족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로 비싼 와인에 대한 좋아하는 정도가 높게 나왔다고 한다. 더구나, 아래 그림에 나와 있는 것처럼 비싼 와인에 대한 대뇌의 반응 즉 내측안와전두피질(mOFC)의 반응이 훨씬 큰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가격이라는 정보가 와인 맛감각에 영향을 끼치는 “위에서 아래(top-down)"로의 처리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기꺼이 비싼 가격을 투자하여 심리적으로나 신경적으로 만족해 한다는 것을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우리들 대부분이 싼 와인과 비싼 와인을 맛의 차이로 구별할 수 없으면서도 말이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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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다섯 종류의 와인을 맛보게 하며 내측안와전두피질의 반응을 측정하는 실험 결과


참고 문헌

Plassmann, H., O'Doherty, J., Shiv, B., & Rangel, A.(2008). Marketing actions can modulate neural representations of expressed pleasantness. PNAS, 1050-1054.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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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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