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잠과 꿈 - 주관적인 의식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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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8회 작성일 16-0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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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였다. 내 스스로 아주 기분이 좋아 내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잠을 깨니 틀림없는 인간 나였다. 도대체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이 인간인 나로 변해 있는 것일까”라는 장자의 호접춘몽이라는 글을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나타내듯이 “우리 삶의 반은 잠이며 이 속에서 꿈이라는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침대 광고 문안으로 쓰면 적당할 것 같은 표현이지만, 우리들의 잠과 꿈이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를 잘 나타내 주고 있기에, 수면과 꿈의 정체에 관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왜 자야만 할까, 얼마나 자야 할까, 꿈은 왜 꾸는 것일까, 꿈이 무의식의 발현인가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언일 수 있을까, 장자가 얘기했듯이 또 다른 실체일 수 있을까 등등 궁금증은 한이 없다. 사실 이런 여러 의문 때문에, 더구나 아직 명확한 과학적인 답이 없기 때문에, 잠과 꿈에 관한 여러 속설이나 오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 주장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독자들도 판단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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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반은 잠이며 이 속에서 꿈이라는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1. 어떤 사람들은 전혀 꿈을 꾸지 않는다.(사실, 거짓)
2. 대부분의 꿈은 배가 아픈 것 같은 신체 감각 때문에 일어난다.(사실, 거짓)
3.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덟 시간의 수면이 필요한 것으로 증명되었다.(사실, 거짓)
4. 사람들이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꿈을 잊으려고 은밀히 노력하기 때문이다.(사실, 거짓)
5. 수면 박탈은 개인의 정신적인 불균형을 필연적으로 초래한다.(사실, 거짓)
6. 우리가 잠을 자지 못하면 다음 밤이나 혹은 다른 날 못 잔 잠을 모두 보충한다.(사실, 거짓)
7. 모든 사람은 자면서 규칙적으로 호흡을 한다. (사실, 거짓)
8. 수면이란 뇌가 쉬는 것이기에, 자는 동안 대뇌 활동은 일어나지 않는다.(사실, 거짓)
9. 어느 누구도 48시간 이상을 잠을 자지 않을 수는 없다.(사실, 거짓)
10. 자면서 안구를 신속히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만 사람들은 꿈을 꾼다.(사실, 거짓)



잠과 꿈의 심경심리학



위의 주장들에 대한 답을 채점하기는 쉬운 데 모든 정답은 ‘거짓’이다 독자들은 어떤 오해나 속설을 믿고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사실 잠이나 꿈 모두 사적이고 주관적이기에 과학적인 탐구가 쉽지 않고, 실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수면 중에 일어나는 뇌파(EEG, electroencephalogram)와 빠른 안구운동(REM, rapid eye movement)과 같은 생리적 지표의 발견과 측정이 잠과 꿈의 이해를 시작하게 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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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시 나타나는 일련의 단계


위 그림에 나와 있는 것처럼 수면은 일련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각성과 수면의 중간인 단계1에서는 보통 낮고 빠른 뇌파를 보이며 보통 근육 활동이 이완된다. 그리고 호흡과 맥박이 느려지는 단계2에서는 뇌파도 점점 느려지고 보통 체온도 떨어진다. 그리고 깊은 수면이 시작인 단계3에서는 느린 델타파가 나타나기 시작해, 단계4에 도달하면 외부 자극에 대해서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고 제한적인 근육 반응만 나타나는 깊은 수면에 빠진다. 그런데 깊은 수면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단계1과 같은 뇌파를 보이며, 혈압이 높아지고 호흡이 증가하는, 그리고 흥미롭게도, 마치 빠른 액션 영화를 보고 있을 때처럼 안구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단계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단계5를 보통 REM 수면이라고 부르며, 총 수면의 20% 정도에서 다음 그림처럼 나타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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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 수면 단계


그리고 더 흥미로운 것은 이 REM 수면 중인 사람들을 깨우면 80% 이상이 꿈을 보고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안구를 움직이는 것일까? 꿈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활동을 안구가 쫓아가는, 즉 보고 있는 것일까? 좌우로 안구를 움직이는 사람을 깨우니 테니스에 관한 꿈을 꾸고 있었다고 보고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이런 추측이 가능할 수도 있다. 위의 그림에서 나타나 있듯이 30-60분 간격으로 15-20분 정도 지속되는 REM이 4-5번 정도 나타나니 대략 한 100분 정도의 영화 한편을 보는 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아직 과학적인 확인 필요하지만 말이다.

REM이 꿈과 관련되기에, 무엇인가 꿈에 대한 추론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꿈이 REM과 늘 동반되지 않으며, 또 REM이 나타나지 않는 NREM에서도 꿈을 보고한다고 한다. 특히 잠에서 깨기 직전의 NREM 수면에서는 꿈을 자주 보고할 수 있다고 한다. REM이 꿈과 관련되건 안 되건 우리 마음의 심리적 기능에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수면 중인 사람이 REM을 보일 때만 깨워서 REM을 박탈하게 되면, 나중에 방해 받지 않게 될 때 평소보다 훨씬 많은 REM을 보인다고 한다. 뺏긴 꿈을 복구하는 것일까? 역시 추후 과학적인 확인 필요하다.



꿈의 의미



꿈의 기능은 무엇일까? 왜 꿈을 꾸는 것일까? 꿈 내용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사실 이 부분을 몇 번이나 쓸까 말까 망설였었다. 무언가 확실한 실험적 증거를 제시하며, 설령 잠정적이더라도 명쾌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얘기를 하기보다는 기존의 생각을 줄여 정리한다. 우선 꿈이 어떤 심리적 기능 혹은 역할을 할 것인가의 문제와 꿈 내용이 의미가 있는가를 구분하여 생각하자. 장자의 호접몽에서부터 신탁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꿈에 부여하는 의미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그 심리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탐구한 시작은 프로이트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우리의 무의식에 도달하는 최고의 지름길이며, 우리의 충족되지 못한 잠재적 무의식이 상징적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기에 해석이 필요하게 된다. 즉 욕구충족이라는 심리적 기능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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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꿈에 대한 보고가 드물고 있다고 해도 아주 개략적인 특성(예, ‘강아지를 보았다’는 식의)을 보인다. <출처: gettyimages>


다른 대안으로 역학습(reverse learning)이론이 있다. 낮 동안 축적했던 여러 정보들 중 더 이상 필요 없는 정보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것이 주관적 꿈 경험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즉 일종의 정보 청소작업의 부산물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경생리학적 기능을 하지만 꿈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흥미롭게도 이 생각은 유전자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히는데 일조한 크릭(Crick)과 동료들이 제기한 이론이다. 또 다른 대안은 꿈이 생존에 필요(dreams for survival)하다는 이론이다. 우리의 생존에 중요성을 갖는 여러 정보 즉 걱정, 염려, 생각, 욕구, 불확실성을 꿈으로 다시 고려하고 처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꿈의 내용이 우리의 걱정과 염려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선 역학습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활성화-종합(activation-synthesis) 이론도 있다. 대뇌의 뇌간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로 신경흥분이 발생하고 이것들이 대뇌의 피질에 전달되면 이를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구성해 내는, 즉 종합의 부산물이 꿈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기에 어떤 특별한 심리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게 된다.

최근에 심리학자인 돔호프(Domhoff)는 20,000 사례가 넘는 꿈을 분석하여 보면, 실제 꿈의 내용은 아주 잘 정돈되어 있으며, 우리가 깨어 있을 때의 생각이나 사고와 아주 일치된다는 사실을 보고하며 활성화-종합 이론을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5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꿈에 대한 보고가 드물고, 있다고 해도 아주 개략적인 특성(예, ‘강아지를 보았다’는 식의)이라는 점, REM을 보이지만 전두엽 손상 환자는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결과 등을 들며 새로운 꿈 이론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꿈 자체가 어떤 적응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수면과 고차인지과정의 진화론적 발달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깨어있을 때 일어나는 우리의 인지과정 즉 생각이나 사고의 내용과, 꿈의 내용이 같은 특성이라는 점에서 즉, 평소 깨어 있을 때 하던 생각의 내용이 꿈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지과학적인 꿈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학적 탐구를 기다려 본다.

참고문헌

Domhoff, G. W. (2010). The Case for a Cognitive Theory of Dreams.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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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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