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귀납추리 - 범주를 사용한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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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2회 작성일 16-0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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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역과 귀납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가 바로 연역법과 귀납법에 대한 이야기다. 심리학에서 무슨 논리학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여기에는 우리 인간의 생각이 지니는 재미있는 측면이 숨어있다. 일단 연역적 추리를 간단히 알아보자. 연역(演繹)이란 대전제에서 출발하여 소전제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특수한 것으로 전개된다고 볼 수 있다.


전제 1: 사람은 죽는다
전제 2: 철수는 사람이다.

그리고 위의 대 전제가 모두 참이라면 철수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 왜냐하면 2개의 대전제가 철수가 죽지 않을 방법을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역적 추리나 사고방식에서는 전제의 참, 거짓 여부를 통해 “철수는 죽는다.”와 같은 결론의 참, 거짓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른바 “경험”을 통해 배우는 대부분의 것들은 연역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바로 인간의 사고가 지니는 다양한 측면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지들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귀납(歸納)을 한 번 살펴보자. 귀납추리는 작은 전제들(즉,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로부터 일반적인 것(즉, 대전제)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즉, 연역과 반대 방향의 논리전개 방식인 것이다. 단순히 방향만 반대일까? 그렇지 않다. 아래를 보자.


전제 1: A대학 학생인 철수는 영리하다.
전제 2: A대학 학생인 영희는 영리하다.
전제 3: A대학 학생인 동수는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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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교실에서 보는 시험이 아닌 실제 세상을 습득하고 사고에 활용하는 방식은 연역보다는 귀납에 더 가깝다. 귀납추론은 미지의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식이며 무언가 생각을 할 때 그 생각의 재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출처: corbis>



자, 그렇다면 우리는 “A대학 학생이면 영리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결론이 참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우리가 교실에서 보는 시험이 아닌 실제 세상을 습득하고 사고에 활용하는 방식은 연역보다는 귀납에 더 가깝다. 즉, 귀납적 추론이 실제 인간의 추론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구자들은 귀납추론을 인간의 추론 그 자체로 생각하기도 한다. 미지의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식이며 무언가 생각을 할 때 그 생각의 재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떤 결과를 받아 들고 놀라거나 당황하는 이유를 일부 설명해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릴러물이나 반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어?”하는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과정이, 종종 시청자들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연역적으로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거해 나갔는데 영화감독은 마치 “이건 몰랐지?”라고 놀리듯이, 귀납적 결론의 예외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귀납의 세계에선 “A대학 학생이면서 영리하지 못한 영철이”가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귀납적 사고 혹은 추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너무나도 많다. 방대한 분량임에 틀림없지만 일단 본 편에서는 지난 번 ‘범주적 지각과 판단’에서 먼저 살펴본 ‘범주’라는 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부터 살펴보자. 즉, 어떤 대상이 무엇인지를 아는(즉, 범주화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귀납은 유동성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유사성, 다양성, 그리고 전형성: 미지의 세상에 대한 귀납에 미치는 범주의 영향



아래의 예를 보자. 우리는 X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아마도 지금은 친숙한 모든 것들이 우리 인생에서 처음 그것들을 접할 때는 이렇게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미지의 글자 X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X를 대할까? 당연히 아는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X를 포함하고 있는 귀납적 논리의 전개는 진행의 의미가 없어야 하거나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추리는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재미있게도 범주에 관한 우리의 기존 지식에 의존해서 말이다. 그 증거는 아래의 X에 대한 두 개의 추론 A와 B에 대해 우리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A

* 전제: 곰은 X를 지니고 있다.
* 결론: 새는 X를 지니고 있다.



B

* 전제: 곰은 X를 지니고 있다.
* 결론: 말은 X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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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 전제에 포함되어 있는 곰이라는 범주와 결론에 해당하는 말이라는 범주가 A의 곰과 새보다 서로 더 유사하다. <출처: gettyimages>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우리는 X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들이 “왠지 B의 논리가 더 그럴 듯해 보이네요.”라는 반응들을 보인다. 이를 유사성(similarity) 효과라고 한다. 즉, B의 전제에 포함되어 있는 곰이라는 범주와 결론에 해당하는 말이라는 범주가 A의 곰과 새보다 서로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주가 추리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사성의 원리에 의해서만 발현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양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포괄성(diversity) 효과다. 아래를 보자.



A

* 전제 1: 곰은 X를 지니고 있다.
* 전제 2: 말은 X를 지니고 있다.
* 결론: 도마뱀은 X를 지니고 있다.



B

* 전제 1: 곰은 X를 지니고 있다.
* 전제 2: 참새는 X를 지니고 있다.
* 결론: 도마뱀은 X를 지니고 있다.


이번에도 B가 더 그럴듯하게 보인다. 왜일까? 결론에 포함되어 있는 도마뱀이라는 범주는 동일하지만 전제에 포함되는 범주에 있어서 ‘곰-말’ 보다 ‘곰-새’가 더 서로 떨어져 있으므로 더큰 범위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곰과 말은 포유류고 참새는 조류이기 때문에 파충류인 도마뱀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이번에는 전형성(typicality) 효과라는 것을 예시해준다. 이번에도 B가(그러나 다른 이유로) A보다 왠지 더 그럴듯하다.



A

* 전제 : 고래는 X를 지니고 있다.
* 결론: 포유류는 X를 지니고 있다.



B

* 전제 2: 곰은 X를 지니고 있다.
* 결론: 포유류는 X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B에서 결론의 포유류라는 상위 범주(즉, 곰을 포함하고 있는 더 큰 범주)에 대해 곰은 A의 고래보다 더 전형적인 일원(member)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X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전제와 결론에 대해 추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범주에 관한 기존의 지식에 기초해 다른 느낌을 경험한다

지금까지의 예만 보더라도 “인간의 추리는 불완전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해야만 할 것 같다. 왠지 기분이 좋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 자체가 한 사람에게 완벽한 귀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판단이나 추리의 대상이 되는 영역의 모든 경우를 보여주지도 않으며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다 볼 수 있는 시간도 현실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은 결론에 도달하고 싶어 한다. 더 정확히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싶어 한다. 이러한 자동적 욕구가 다양한 상황과 만나 어떠한 요인이 우리의 추론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가를 심리학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고민해 왔고 오늘 이 공간에서는 범주 지식이 미치는 영향력 하나를 알아봤을 뿐이다. 앞으로 본 캐스트를 통해 하나하나 계속 이러한 요인들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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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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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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