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도박사의 오류 - 나는 언제나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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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2회 작성일 16-0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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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일어난’ 후 그 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예측’해야 하는 상황들을 매우 자주 만나게 된다. 이 경우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근거해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예측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겠지만 논의의 전개를 위해 일단 단순화시켜서 생각을 해 보기로 하겠다.



도박사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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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의 오류는 지금 이 순간 A와 B가 일어날 확률은 각각 동일하게 절반씩임에도 불구하고 그 A 혹은 B 중 어느 하나에 더 강한 느낌이 가는 현상들을 통칭한다. <출처: gettyimages>


1차 세계 대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적군의 포탄이 한 번 떨어진 자리에는 다시 포탄이 떨어지지 않으니 그 지점으로 피하라고 병사들을 교육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쟁터에서 속설로 굳어져 많은 병사들이 이를 강하게 믿는 경향을 보였으며 꽤 오래 동안 고집스럽게 믿어졌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전장에서 같은 자리에 포탄이 두 번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더더욱 믿을 만한 사실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대포 전문가나 수학자들은 이를 전혀 근거가 없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포탄이 어떤 자리에든 떨어지면 그 다음 포탄이 어디에 떨어지느냐는 완전히 새로 출발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물론 포탄이 떨어져 움푹 파인 곳에 몸을 조금이라도 더 낮게 숨길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그런데도 왜 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까? 이를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왜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가능할 때 특정한 어느 하나의 경우가 발생할 확률을 더 과대평가할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동전 던지기를 8번 한다. 앞면이 나오는 경우를 H라고 하고 뒷면이 나오는 경우를 T라고 했을 때 만일 ‘H-T-T-H-T-H-T-H’의 순서로 동전 던지기의 결과가 나왔다면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H-H-H-H-H-H-H-H’로 앞면이 8번 연속 나오는 경우 말이다.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이 “와! 정말 신기한데? 8번 연속 앞면이 나왔어!”라든가, “오늘 무슨 날인가? 신기하네?”등과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왜 이런 느낌의 차이가 일어날까? 동전 던지기를 8번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앞면과 뒷면의 횟수와 순서로 이루어진 다양한 경우들 중 동일한 확률을 지닌 두 개일 뿐인데도 말이다.

연구자들은 위의 포탄과 동전던지기와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을 이른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부른다. 지금 이 순간 A와 B가 일어날 확률은 각각 동일하게 절반씩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발생했던 A와 B의 누적 빈도가 어떤가에 따라) 그 A 혹은 B 중 어느 하나에 더 강한 느낌이 가는 현상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 원인으로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라 하더라도 상호 연관되어 있는 사건으로 묶어서 생각하려는 경향을 들 수 있다. 또한 묶인 사건들 전체의 확률은 일종의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 이는 어떤 선생님에게 “한국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평균 몸무게는 60kg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맡고 계신 학급(총 50명)의 1번 학생의 몸무게가 110kg입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아직 몸무게를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학급의 평균 몸무게는 얼마일까요?”라는 질문에 그 선생님이 “60kg입니다.”라고 잘못 추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다. 왜냐하면 학생 한 명의 몸무게가 110kg이고 나머지 49명의 몸무게는 전국 평균인 60kg으로 계산했을 때 각각을 더한 값, 즉, 110kg*1명 + 60kg*49명 = 110 + 2940 = 3050이고, 따라서 3050kg/50(학생수)=61kg이 올바른 평균 추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오답이 나왔을까? 아마도 110kg과 같이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학생이 있으니 자신의 반에 몸무게가 상당히 덜 나가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어떤 집단이 지닌 한 측면의 평균을 추정할 때, 매우 독특한 값을 지닌 구성원의 예를 보게 되면 그 구성원의 값을 상쇄하는 반대 방향의 값이 그 집단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편향적 추리의 결과인 것이다. 물론 이는 올바른 추정이 아니다. 모집단(해당 대상이 포함되어 있는 전체집단)에 대한 지식이 그것보다 훨씬 작은 표본집단에 무리하게 적용되어서 일어난 결과이다.

Roney, C., & Trick, L. (2003). Grouping and gambling : A gestalt approach to understanding the gambler’s fallacy. Canadia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57:2, 6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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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손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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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손 오류의 예로 농구 경기에서 슛을 한두 번 연달아 성공시킨 선수에게는 동료들의 패스가 집중되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출처: corbis>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도박사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도박사의 오류가 인간의 판단을 언제나 설명한다면 우리는 연이은 성공 뒤에는 실패를, 그리고 연이은 실패 뒤에는 성공을 예측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기기록을 분석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농구 경기에서 슛을 한두 번 연달아 성공시킨 선수에게는 동료들의 패스가 집중되는 패턴을 볼 수 있다. 또한 축구 경기에서도 전반전에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동료들의 패스가 집중되어 체력을 급속도로 소모하게 만드는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2) 물론 그 선수가 그날의 컨디션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 경기 초반의 슛 성공률에 의해 이러한 패턴이 고집스럽게 반복된다는 것은 그 선수의 컨디션 이외에 그 선수를 바라보는 다른 선수들의 심리적 요인이 분명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는 분명 도박사의 오류와는 반대의 행동들이라는 것이며 이러한 경우를 ‘뜨거운 손 오류(Hot-Hand Fallacy)’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 두 용어는 매우 자주 우리 실생활의 판단 양상을 묘사하는데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들을 도박사의 오류혹은 뜨거운 손 오류 중 하나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일 수 있다. 이 두 가지 오류 중 하나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매우 자주, 그리고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식의 설명이며, 이는 이미 일어난 결과에 대해 도박사의 오류 혹은 뜨거운 손 오류의 결과다라는 식의 다소 사후해석적 설명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Gilovich, T., Vallone, R. & Tversky, A. (1985). The hot hand in basketball: On the misperception of random sequences. Cognitive Psychology 17, 29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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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비교적 최근 연구를 통해 피터 에이튼(Peter Ayton)과 일란 피셔(Ilan Fischer)라는 두 명의 심리학자는 매우 설득력 있는 대답을 정리해 제시해 주고 있다.3)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동일한 현상을 관찰하더라도 그 현상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자연법칙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이에 더해 부정적인 사건들 위주로 이전에 많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도박사의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반면에 동일한 현상이라도 이 현상이 일어나는 분야가 인간의 의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을 하면 뜨거운 손 오류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해당 실험에서는 일련의 결과(빨간 색 혹은 검은색, 따라서 의미 중립적인)만을 연달아 계속 보여주고 기상통보관(forecaster)이나 선수(player)의 관점을 지니게 했다. 즉, 전자는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결과가 날씨에 관한 결과를, 그리고 후자는 게임에 관한 결과를 단순화하여 제시한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상통보관의 입장으로 그 중립적인 결과의 연속을 본 사람들은도박사의 오류에, 그리고 선수의 관점을 지니고 동일한 일련의 결과들을 본 사람들은뜨거운 손오류에 기초한 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관점의 차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동일한 사건들을 보더라도 그 사건들을 보는 나의 관점에 따라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나의 예측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나의 관점이 어디에 더 가까운가를 파악하고 이로 인해 내가 어떤 오류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느냐를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4)

Ayton, P. and Fischer, I. (2004). The Hot Hand Fallacy and the Gambler’s Fallacy: Two faces of Subjective Randomness? Memory & Cognition, 32, 1369-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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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생각을 확장해 보자면 이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도 한 번 연결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문화권 내에서도 다양한 개인차가 널리 존재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동양은 서양에 비해 순환적인 세계관 혹은 우주관을 지니고 있다. 즉 올라가면 내려가고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고 세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종종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같은 고사성어로 태어나 우리의 세상사에 대한 지식의 결집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이 세상사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라기보다는 나 아닌 더 큰 힘에 의해 움직여지며 나는 그 세상의 일부라는 생각이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이 더 강하다는 것이 문화심리와 관련된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에 기초하여 동일한 상황에서 동양인이 도박사의 오류를, 그리고 서양인들이 뜨거운 손 오류를 상대적으로 더 범할 가능성이 높은가를 검증해 보는 연구들이 최근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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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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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3.05.



주석


1
Roney, C., & Trick, L. (2003). Grouping and gambling : A gestalt approach to understanding the gambler’s fallacy. Canadia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57:2, 69-75
2
Gilovich, T., Vallone, R. & Tversky, A. (1985). The hot hand in basketball: On the misperception of random sequences. Cognitive Psychology 17, 295-314.
3
Ayton, P. and Fischer, I. (2004). The Hot Hand Fallacy and the Gambler’s Fallacy: Two faces of Subjective Randomness? Memory & Cognition, 32, 1369-1378.
4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해 보자면 이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도 한 번 연결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문화권 내에서도 다양한 개인차가 널리 존재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동양은 서양에 비해 순환적인 세계관 혹은 우주관을 지니고 있다. 즉 올라가면 내려가고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고 세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종종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같은 고사성어로 태어나 우리의 세상사에 대한 지식의 결집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이 세상사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라기보다는 나 아닌 더 큰 힘에 의해 움직여지며 나는 그 세상의 일부라는 생각이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이 더 강하다는 것이 문화심리와 관련된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에 기초하여 동일한 상황에서 동양인이 도박사의 오류를, 그리고 서양인들이 뜨거운 손 오류를 상대적으로 더 범할 가능성이 높은가를 검증해 보는 연구들이 최근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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