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불안, 강박 장애 - 다양한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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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72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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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출처: Wikipedia>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습관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늘 계획을 짜고 세부사항에 집착하는 자신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고, 또 어떤 사람은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회식자리에서 노래를 불러야 할 때 얼굴이 붉어지고 손이 떨리는 경험을 한다.
그 뿐인가? 마감날짜를 앞두고 긴장 초조한 마음에 제대로 일을 마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타는 놀이기구를 한 번도 못 타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유명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 나에게도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가져보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불안은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데 긴장감을 더해주는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다. 만약 위험한 상황이나 대상에게 불안을 느끼지 못하고, 중요한 과제를 처리하는데 세부사항을 세심히 따지지 않아 잦은 실수를 저지른다면 어찌 되겠는가? 이러한 정상적인 불안은 병적 불안장애 즉, 과도한 불안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과 구별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병적인 불안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보건복지가족부의 정신질환상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도 통계치), 한국인 전체 인구의 5%가 불안장애를 앓은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보고 되지 않은 불안장애의 케이스도 많아 실제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양한 불안장애의 양상



불안장애는 불안, 걱정, 혹은 공포를 느끼는 대상에 따라 그 종류와 증상이 다양하다. 우선 특정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사소하며 전반적인 일 (예: 학업, 직장, 여행, 건강) 에 대해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를 전반적 불안장애 (혹은 범 불안장애)라 한다.
아래의 6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의 증상들을 6개월 이상 경험했다면, 전반적 불안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a. 안절부절 혹은 긴장이 고조되어 벼랑에 선 느낌이 든다.

b. 쉽게 피곤함을 느낀다.

c. 집중을 하기 힘들고 멍해지는 느낌이 든다.

d. 쉽게 짜증이 나고 과민반응을 보인다.

e. 근육에 긴장감을 느낀다.

f. 잠이 들기 힘들거나 계속 깬다. 또한 잠을 많이 자는 날에도 계속 피로감을 느낀다.

전반적 불안 장애와 다르게, 특정한 대상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불안장애도 있다. 탁 트인 공간에 대한 두려움은 광장공포증, 폐쇄된 장소에 대한 공포는 진폐공포증,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낯선 사람과 이야기 하는 등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은 사회공포증, 높은 장소에서 느끼는 공포는 고소공포증, 외부의 위험요소가 없음에도 갖가지 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것은 공황장애다.
공황장애의 경우, 어지럽고 숨이 차며 몸이 떨리는 등의 신체적 증상과 곧 죽을 것 같거나 미칠 것 같은 심리적 두려움이 동반된다. 공황장애의 예로는 최근에 방영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남자주인공 차지원 (지성)을 들 수 있다. 극 중 차지원은 남들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고 시시때때로 불안, 공포, 어지러움, 식은땀, 심장 박동수 증가의 신체적 증상과 대인관계 기피 등의 행동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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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별불안장애: 애착대상 곁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불안 <출처: gettyimages>


이 외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박적인 생각을 자주하고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생기는 불안 증상을 없애기 위해 강박적 행동 (최소 하루에 한 시간 이상)를 하게 되는 경우를 강박장애라 한다.
강박적 행동의 예로는 외출한 상태에서 대문이 잠겼는지 혹은 가스 불이 껴졌는지에 대해 심한 불안을 느껴 급히 집으로 돌아와 여러 번 확인하거나, 하루에 수십 번 손 씻기, 과도한 정리정돈, 속으로 숫자를 세거나 단어를 반복하기, 물건 모으기 등의 행동이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남자주인공 멜빈유달 (잭니콜슨)은 강박장애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집이나 애착대상 (주로 부모)곁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이별(분리) 불안장애, 심한 질병에 대한 걱정은 건강염려증, 기억하고 싶지 않는 끔찍한 사건 (예. 폭행, 강간, 비행기 추락, 화재, 자연적 재해) 을 겪은 후의 불안증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의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수년 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분전환용 약물 또는 처방된 약물의 남용 혹은 갑작스럽게 복용을 중단 한 후 불안증상을 느끼는 상태를 물질 유도성 불안장애라 한다.


나도 혹시 불안장애?



이렇게 다양한 불안장애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자기 스스로 불안장애가 있는지 또 어떤 종류의 불안 장애가 의심되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아래와 같이 불안장애를 자가진단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DSM-IV의 진단기준에 근거하여 정리해보았다.
혹시 사소한 일에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거나, 불안 정도가 지나쳐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아래의 질문을 순서대로 스스로에게 해보자 (주의사항: 자가진단법은 치료법이 아닌 만큼, 불안장애가 의심한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권유한다).
자신이 어떤 증상들을 겪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독자들은 불안이나 걱정의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와 관련된 증상을 꾸준히 관찰, 기록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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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자가 진단법


자가 진단법 표 설명



1. 신체적으로 심각한 의학적 병이 있는가? 있다면 의학적상태와 관련된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due to medical condition)를 의심할 수 있음, 없다면 2번으로

2. 약물을 남용하거나 갑자기 중단 한 경우가 있는가? 있다면 물질 유도성 불안 장애 (substance-induced anxiety disorder)을 의심할 수 있음, 없다면 3번으로

3. 오랫동안 의학적으로 원인을 알기 어려운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예. 복통과 같은 위장증상, 월경통, 불감증, 현기증) 경험했는가? 그렇다면 신체화장애로 인한 불안장애 (somatization disorder with secondary anxiety)을 의심할 수 있음, 그렇지 않다면 4번으로

4. 강박적 사고나 행동을 하는가? 그렇다면 강박장애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의심할 수 있음, 그렇지 않다면 5번으로

5. 과거에 신체적인 손상이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한 심각한 사고를 경험하거나 본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의심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6번으로

6. 계속되는 불안과 걱정이 특정 대상이 아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것인가? 그렇다면 범불안장애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그렇지 않다면 7번으로


7. 특정물건이나 상황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를 오랫동안 느껴 왔는가? 그렇다면, 그 특정대상이 무엇인가? 아래의 7.1-7.5까지를 하나씩 검토해보자. 그렇지 않다면 8번으로

7.1. 뚱뚱하다는 강박적 사고와 체중이 느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섭취를 기피한다면 불안장애가 아닌 신경적 식욕 감퇴증 (anorexia nervosa)

7.2.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사회적 상황 혹은 사람들 앞에서 어떤 일을 수행할때 실수를 하거나 창피당할 것을 불안해 한다면 사회적 불안 (social anxiety)혹은 수행불안 (performance anxiety)

7.3. 어떤 특정 대상이나 상황을 두려워하여 계속적으로 피하고, 이러한 증상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방해한다면, 특정공포증 (specific phobia)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이나 곤충, 높은 곳, 엘리베이터, 운전, 터널, 다리, 폐쇄공간, 피나 상처를 보는 것, 주사를 맞는 것, 어둠, 천둥이나 번개, 비행, 시험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7.4. 예측불허의 반복되는 공황발작이 있고, 최소 한 번 이상의 발작 후에, 적어도 1개월 이상의 기간동안 다음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이 따른다면 공황장애를 의심

   a. 다시 발작이 올것에 대한 심각한 불안

   b. 발작의 나쁜 영향에 대한 걱정 (예를 들어 통제력 상실, 심장마비)

   c. 발작과 관련하여 현저한 행동의 변화

- 공황장애는 광장 공포증 (빨리 빠져 나오기 어렵거나 곤란한 장소 혹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장소를 두려워함)을 동반하는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이 없는 공황장애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광장 공포증은 혼자 외출을 하거나, 고속도로를 혼자 운전하거나, 긴 줄에 서있거나, 사람이 많은 버스나 지하철안 등에서 많이 나타난다.

8. 정신적 혹은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은 적이 있는가? 예를 들어, 이혼, 직장에서 해고, 낯선 곳으로 이사 등의 큰 일이 있은 후 3개월 이내에 불안과 두려움의 증상 등을 겪었는가?
그렇다면 불안을 동반한 적응장애 (adjustment disorder with anxiety)를 의심해볼 수 있다. 증상의 지속기간이 6개월 이하일 때 급성 적응장애라 하며 6개월 이상일 때 만성 적응장애라 한다.


어느 정도의 불안과 걱정은 누구나 겪는 것



불안, 걱정, 공포관련 증상들이 평소 생활이나 학문적, 직업적 수행능력, 원활한 사회관계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느 정도의 불안, 걱정, 그리고 공포는 정상이며 누구나 겪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의 1-8의 항목들을 검토하여 자신의 불안과 관련된 증상들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 중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관련된 증상들을 가볍게 보거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문화적인 특성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속으로 인내하려고 한다. 병적불안이 심각한데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내 의지가 약한 거겠지’ ‘그냥 잊어버리자’ 등의 생각으로 가볍게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에 나온 자가진단 기준에 의해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전문가와 상담을 받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장애 치료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정신치료 등이 있으며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는다면 높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은하 | Adler 대학 심리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졸업.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석사. Ohio State University 상담심리 박사. Licensed clinical psychologist in Illnois. 현재는 미국 Adler 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주요 저서 및 논문은 다음과 같다. Academic experience of Taiwanese counselors and psychologists in Taiwan after studying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Asia Pacific Counseling(2011); Value enculturation and collective self-esteem: The role of social context among Asian-American college students. Psychological Reports(2011); Theory and practice of positive feminist therapy: Aculturallyresponsiveapproach to divorcetherapy with Chinese women. International Journal for the Advancement of Counselling(2012).


발행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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