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아마데우스 - 시대를 초극한 천재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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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0회 작성일 16-02-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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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모차르트는 일생의 화두다. 흔히 ‘모차르트로 시작해 모차르트로 끝난다’는 말이 있는데, 음악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도대체 이 작곡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그가 아주 어린 나이에 교향곡이나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식의 신동 신화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섬광 같이 짧은 삶을 살다 간 그는 끊임없이 분출하는 창조의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소진해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파르나스 산의 시샘 많은 신들은 그토록 당돌하게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이 천재에게 여벌의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장 - 알레그로 / 머레이 페라이어(피아노, 지휘), 잉글리쉬 체임버 오케스트라음악 재생
22악장 - 로망스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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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스 포만 감독의 [아마데우스] <제공: 네이버 영화> 영화 정보 보러가기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감독의 [아마데우스]는 이런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그의 천재성을 시샘한 당대의 작곡가 살리에리라고 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한 나머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살리에리. 그 죄책감에 그는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결국 정신병원으로 들어간 그는 마지막 고해성사를 위해 자기를 찾아온 신부에게 그 동안의 일을 털어놓는다. 영화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와 관련된 과거의 행적을 고백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술가 중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신으로부터 타고난 재능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이다. 예술은 노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 중에서 예술 분야만큼 ‘천부적인 재능’이 절대적인 조건이 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갖지 못한 사람이 위대한 예술가를 꿈꾸는 것은 거의 실현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리에리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신앙심이 누구보다 깊었지만 신으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지 못한 불행한 음악가였다. 그래서 모차르트를 볼 때마다 신의 불공정함에 분노를 느끼곤 했다. 경건한 생활을 하면서 위대한 음악가가 되게 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신은 그에게 은총을 내리지 않았다. 살리에리는 절규한다. 왜 신은 자기에게 위대한 예술가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만 허락하고,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재능은 허락하지 않았는가 하고. 광기에 휩싸인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그는 가면을 쓰고 모차르트를 찾아가 레퀴엠의 작곡을 의뢰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작곡료를 많이 주는 대신 작곡가가 누구라는 것은 밝히지 않는 것이다.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의 악보를 받아낸 다음, 모차르트가 죽으면 그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해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는 것이 살리에리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훔칠 생각을 했다. 작곡을 의뢰받을 당시 모차르트는 건강이 아주 안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돈에 쪼들렸기 때문에 이 제안을 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의뢰한 레퀴엠을 작곡하다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두 사람이 같은 시대에 활동했고,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시기했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거의 픽션에 가깝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보다 평범한 인물인 살리에리를 등장시켜 그가 질투심에 불타 모차르트를 죽이도록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원작은 [에쿠우스 ]의 작가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 가 쓴 연극이다. 이 연극은 1979년 런던 올리비에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그 후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토니상을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가 1984년 밀로스 포먼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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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윌리브로드, [안토니오 살리에리 초상화], 1825년경 <출처: Wikipedia>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리. 하지만 이 이야기는 피터 셰퍼의 연극이 원조가 아니다. 그보다 이전에 이 소재를 가지고 작품을 쓴 사람이 있었다. 바로 러시아의 문호 푸슈킨이다. 1791년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설도 포함되어 있었다. 천재 음악가를 질투한 평범한 음악가. 그리고 천재의 죽음과 독살설.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참으로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푸슈킨은 이 소문을 바탕으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라는 단막극을 썼다.

이 작품에서 푸슈킨은 살리에리를 모차르트의 독살자로 만들었다. 작품이 발표될 당시 살리에리가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망정이지 만약 살아 있었다면 무척 억울해 했을 것이다. 멀쩡한 사람을 독살자로 만드는 것도 작가의 문학적인 자유라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그 후로 러시아의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 가 이것을 오페라로 만드는 바람에 살리에리에 의한 모차르트 독살설은 더욱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 두 러시아 천재의 공모로 평범한 예술가 살리에리는 자손만대로 모차르트의 독살자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찾아와 레퀴엠 작곡을 의뢰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실제로 모차르트는 이런 일을 경험했다. 1791년 7월, 회색 옷을 입은 낯선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모차르트에게 서명이 없는 편지를 내밀었다. 그 편지에는 레퀴엠을 작곡해 줄 것과 자기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모차르트는 꽤 많은 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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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이 자신을 위한 곡이 될거라고 예감하는 모차르트 <출처: 네이버 영화>



당시 모차르트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아내 콘스탄체에게 이 곡이 자기 자신을 위한 레퀴엠이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한 채 그 해 12월 5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작곡하던 레퀴엠은 그 자신의 예언대로 자기 자신을 위한 레퀴엠이 되고 말았다.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의뢰한 사람이 누군가 하는 것은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후에 밝혀졌다. 프란츠 폰 발제크라는 백작이었는데, 아내의 기일(忌日)에 자기가 작곡한 것처럼 이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완성하지 못한 레퀴엠은 그 후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에 의해 완성되었다.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니 만큼 [아마데우스]에는 무수히 많은 모차르트 음악이 나온다. 그런데 그 선곡의 안목이 절묘하다. 모차르트는 평생 600곡 정도를 썼는데, 그 많은 곡 중에서 어떻게 장면에 어울리는 곡을 그렇게 잘 골라냈는지 놀라울 정도다.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얘기를 모두 풀어내려면 책 한 권 정도 분량이 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 중에 나오는 단 한 곡,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피아노 협주곡 20번 ]이다. 이 곡의 1악장은 가면을 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2악장은 살리에리의 고백이 모두 끝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들을 때마다 나는 천재는 시대마저도 초극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단조로 작곡된 곡이다. 고전주의 시대는 ‘장조의 시대’이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예술적 이상은 작곡가를 포함한 인간의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순도 높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대 예술 작품 어디에서도 작곡가 개인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다.인간적인 고뇌나 삶의 고통을 토로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일상의 삶은 미천했지만 예술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으며, 장조는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였다.

모차르트는 이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에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둘러싼 척박한 현실을 보다 강렬하게 드러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졌을 수도 있다. 그가 작곡한 몇 안 되는 단조의 곡을 보면 이런 열망이 느껴진다. 자신의 단조 작품을 통해 모차르트는 자기 시대를 뛰어넘어 앞으로 다가올 낭만주의를 예고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1악장을 들을 때마다 나는 뚜벅뚜벅 역사 속으로 걸어오고 있는 낭만주의의 발소리를 듣곤 한다.

모차르트는 모두 27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음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20번이다. 특히 베토벤은 이 곡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직접 카덴짜를 쓰기도 했고, 브람스 역시 이 곡을 즐겨 연주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으로서는 드물게 단조로 작곡된 이 곡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드라마틱하다. 당시만 해도 피아노 협주곡하면 밝고 경쾌하고 가벼운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모차르트는 이 곡에서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그런가 하면 이 곡은 스케일 면에서도 고전 협주곡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1악장 도입부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마치 교향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관현악 파트가 피아노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하나의 독립체로 피아노와 대등한 입장에서 음악을 주고받고 있는데, 이것이 후대의 작곡가들이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 작품을 좋아했던 베토벤은 이 곡에서 모차르트가 추구했던 것을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속에서 더욱 발전시켰다.

이 곡이 비인에서 초연되던 날 마침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드가 빈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이 작품을 초연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그날의 감격을 딸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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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드 모차르트 초상화 <출처: Wikipedia>





“음악회는 더 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단다. 악보를 베끼는 사람이 일을 늦게 끝내는 바람에 모차르트는 연습도 하지 못한 채 무대에 서야 했다. 연주가 끝나고 모차르트가 퇴장한 뒤에도 황제께서는 모자를 들고 고개를 흔들며 계속 ‘브라보 모차르트’를 외쳤단다.”

이로 미루어 이 곡은 초연 때에도 이미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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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선택받아 재능을 부여받은 천재 음악가 아마데우스 <출처: 네이버 영화>



나는 개인적으로 이 곡의 1악장을 좋아한다.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 아마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입부의 꿈틀거리는 동기가 점점 부풀어 오르며 상승하다가 폭발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촐랑대는 모차르트의 내면에 이런 열정이 숨어 있었다니. 그러면서도 그는 특유의 균형과 절제를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음악이 발산하는 비장미는 낭만주의 작곡가의 그것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다. 모차르트가 달리 천재인가. 바로 이런 면이 모차르트를 진정한 의미의 천재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1악장의 비장미와는 대조적으로 2악장의 선율은 정말 사랑스럽다. [로망스]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낭만주의의 [로망스]와는 차이가 있다. 듣는 사람의 얼굴에 따스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그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천진난만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악장이다. 그래서 연주하는 사람이 최대한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아무리 테크닉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도 (사실 이 악장이 요구하는 테크닉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처음 대중 앞에 선 초심자의 심정으로 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장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살리에리가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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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심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살리에리 <출처: 네이버 영화>




“당신들의 자비로운 신은 사랑하는 자녀를 파멸시켰소. 자신의 아주 작은 영광 한 조각도 나누어주지 않으면서 모차르트를 죽이고 날 고통 속에 살게 만들었소. 32년 간을 고통 속에서. 아주 천천히 시들어가는 나를 주시하면서. 나의 음악은 점점 희미해져 갔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희미하게.... 끝내는 아무도 연주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지.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바로 2악장 [로망스]이다. 1악장에서 잠시 시대를 초극했던 모차르트는 2악장에서 다시 자기 시대 본연의 임무로 돌아온다. 순수한 아름다움이라는 고전주의적 미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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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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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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