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학습 심리학 - 어떻게 배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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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2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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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헤어질 때면, 필자가 나 자신도 모르게 하는 말이 있다. “자, 그럼 공부 열심히 하고” 아마 아직 학생인 독자라면, 이 말은 부모님을 포함 주변 어른들에게서 늘 듣는, 어찌 생각하면 지겨운 그리고 아무 의미도 없는 의례적인 인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말에 “그래 공부 열심히 해야지”라고 결심하는 학생들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공부가 무엇일까? 어떻게 하는 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 열심히 잘했다면, 공부한 것이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을 떠올리니, 필자 자신도 잠시 멍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부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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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출처: gettyimages>


국어사전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공부(工夫) [명사]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유의어: 글공부, 면학, 수학.” 그리고 속담 하나도 찾았다. “논 자취는 없어도 공부한 공은 남는다. - 놀지 않고 힘써 공부하면 훗날 그 공적이 반드시 드러날 것이니 아무쪼록 공부에 힘쓰라는 말.” 이 정의와 속담의 핵심 단어는 배우고, 익힘, 그리고 그 흔적(애쓴 보람 즉 공적)의 세 단어 이다. 배우고 익힘은 학습(學習)이라는 단어로 대치할 수 있으며, 흔적은 학습의 결과물 즉 기억(記憶)이라고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 출발하며 가장 먼저 잡은 주제가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의 학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져온 생물학적인 경향성을 벗어나,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새롭게 습득하는 것이 학습이며, 어찌 보면 이것이 유기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마음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습을 “환경과의 상호작용 결과로 얻어진 행동의 지속적인 변화”라고 아주 포괄적인 정의를 내린 후, 그 밑바탕이 되는 근본 원리를 찾으려는 야심적인 시도를 한 것이다. 고전적, 조작적 조건형성이 바로 그 원리들이다.1) 이 원리들에 따르며 학습으로 남게 된 흔적은 ‘자극과 자극’ 그리고 ‘행동과 결과’의 연결이다.

앞서 사용했던 공부라는 단어에 이 원리들이 충분할까? 독자들도 아마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 혹은 개념과 개념들 간의 관련성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공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해하고 지식을 기억 흔적으로 갖게 되는 과정을 탐구해야 되며, 실제로 1950년대 이후 인지과학 탐구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의 하나가 바로 지식과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2)

수많은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실험들과 교육과 학습 현장에서의 탐구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요인들이 어떻게 작용하여 기억과 지식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론과 모형을 만들며 과학적 검증을 하는 성숙한 과학적 탐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심리학이나 사회학 같이 ‘학습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독립적인 학문 분야’ 학습과학(Science of Learning)이 탄생한 것이다. 요새 유행하는 용어를 쓰자면 학습 현상을 탐구하는 새로운 융합과학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용어가 종종 과학을 어떻게 학습해야 되는지를 탐구하는 분야를 의미하기도 하기에 구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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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한 면이 ‘배우기’라면 다른 면은 ‘가르치기’다.


학습과학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우리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즉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 혹은 효율적이며 기억에 남고 활용되는 공부 방법이 무엇인지를 그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전의 한 면이 ‘배우기’라면 다른 면이 ‘가르치기’가 되기에 이에 대한 지침도 제공할 수 있다. 그럼 학습과학이 제공하는 배우기와 가르치기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독자들은 자신의 과거 학습 방법과 자신이 가르침을 받았던 방법을 일단 회고해 보기 바란다.


배우기와 가르치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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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배우기와 가르치기(왼쪽), 전통적인 학교 수업 방법(오른쪽)


아마도 여러분들은 표의 오른쪽 ‘전통적인 학교 수업 방법’에 의해 공부하고, 또한 가르침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19세기 후반에서야 소위 말하는 대중 교육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심리학자 소이어(Sawyer)3)는, 당시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관한 과학적 지식이 없었기에 잘못된 그리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정들에 근거했다고 한다.

첫째, 세상에 관한 사실과 문제를 푸는 절차의 집합이 지식이라고 여겼다. 예를 들어 “지구는 수직 축에서 23.45도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과 “곱셈을 하기 위해서 따라 해야 하는 정해진 절차”를 학습하여 지식을 획득한다고 가정했다.
 

둘째로, 학교 교육의 목표는 바로 이러한 사실과 절차를 학생들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며, 교사의 역할은 전달자라고 가정했다.
 

셋째로, 교사나 혹은 전문가가 타당하다고 여기는 단순한 사실이나 절차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복잡한 것으로 진행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교육 과정이다. 학습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는 고려하지 않았다.
 

넷째로, 학교 수업의 성공 여부는 이러한 사실이나 절차를 얼마나 많이 획득했는가를 검사하여 결정했다.

독자들도 이 네 가정이 바로 지금까지의 학교 수업의 바탕이었다는 것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이 가정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현재와 같은 지식경제에서는 사실과 절차의 암기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현상과 복잡한 개념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을 창의적으로 생성해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개념적 이해가 중요



최근에 이제 겨우 성인이 된 필자의 딸아이가 엄마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는 것을 보았다. 누구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도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IT 환경이 어떤 사실과 절차도 알려 주지 않는가. 오히려 필요한 것은 이 사실과 절차들이 어떤 상황에 적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상황에서는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가를 아는, 그야말로 깊이 있는 개념적 이해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 바로 이런 종류의 지식이라는 것이 인지과학의 발견이다.

앞의 표에 왼쪽에 이러한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와 ‘진정한 의미의 배우기와 가르치기’를 정리해 놓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야 하고, 단편적인 나열이 아닌 잘 정리된 체제를 갖추어야 하며, 인과적인 원리나 현상의 규칙성을 꿰뚫을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능동적이고 반성적인 학습자로서, 자신의 배우기 과정과 사고에 대해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생활 속의 심리학 캐스트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학습과학의 중요 연구 결과들을 우선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학습 과정에 적용해보자. 이제는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과 교사들만의 작업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인 평생 학습 사회니 말이다. 사실 배우고 가르치는 것만큼 즐거움과 보람을 주는 것도 흔치 않은 법이다.

1) 네이버 캐스트의 ‘조건화 과정’과 ‘파블로프 조건화’를 참조하세요.

2) 네이버 캐스트의 ‘기억과정’과 ‘장기기억과 지식표상’ 참조하세요.

3) Sawyer, R. K. (2006). The Cambridge handbook of learning sciences.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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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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