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 지고지순한 사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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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1회 작성일 16-02-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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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화라도 그것을 언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영화가 있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가 바로 그런 영화다. 처음 개봉되었을 때 본 느낌과,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흐른 후에 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처음에 보았을 때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인생의 황혼. 외롭고 서러운 노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두 노인의 이야기에 잔잔한 감동과 아픔이 동시에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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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드보르자크 루살카 中 루살카의 노래 ‘Mesicku na nebi hlubokém’ (달에게 부치는 노래) / 르네 플레밍,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찰스 맥커라스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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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영화 포스터 영화 정보 보러가기


1948년 미국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 올해 72세인 데이지는 전직 교사 출신의 유태인으로 매우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자신의 신념과 종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매사에 엄격하며,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까다롭게 군다. 이런 성격 때문에 아들조차 그녀를 힘겨워한다.

어느 날 데이지는 장을 보러 간다고 운전을 하다가 기어 조작 미숙으로 사고를 낸다. 노령에 더 이상 운전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한 아들 불리는 어머니를 위해 흑인 운전사 호크를 고용한다. 하지만 데이지는 아들의 호의를 끝까지 거절하며, 집에 와 있는 호크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호크는 이런 데이지를 친절하고 공손하게 설득한 끝에 드디어 그녀를 차에 태우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흑인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던 데이지는 끝내 호크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부엌 선반에 있던 연어 통조림 한 통이 없어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호크가 그것을 훔쳤다고 생각한 데이지는 그를 내쫓기 위해 아침 일찍 아들 불리를 집으로 불러 들인다. 그런데 때 마침 출근을 한 호크가 어제 연어 통조림을 자기가 먹었다면서 새로 사 온 통조림을 선반에 갖다 놓는다. 데이지의 생각이 빗나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데이지는 호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어느 날 호크와 함께 남편의 묘지를 돌보던 데이지는 그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직 교사로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쳤던 데이지는 과거의 경험을 살려 호크에게 글 읽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에게 책을 선물한다. 이렇게 해서 성별과 나이, 인종, 종교, 신분이 다른 데이지와 호크는 친구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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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데이지는 처음에 호크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으나, 진실하고 인간미 넘치는 호크의 마음에 감동하여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데이지는 자신이 유태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일주일 한 번 씩 꼬박꼬박 유태교 회당에 가고, 유태인으로서 지켜야 할 온갖 종교적 규범과 생활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하지만 이것은 유태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일종의 자기방어 기재와 같은 것이다. 피해의식을 자부심으로 포장한다고나 할까. 그녀가 처음에 호크를 거부하고 경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똑같이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지만 적어도 유태인은 흑인과는 다르다는 의식이 내면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오빠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러 가던 중 만난 백인 경찰들이 호크를 인종차별적으로 대하는 광경을 목격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경찰들이 유태인인 자기도 똑같이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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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눈 앞에서 호크는 백인 경찰들에게 흑인이란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데이지의 허위의식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유태인 회당에 누군가가 폭탄을 던진 것이다. 이 소식을 데이지에게 전하면서 호크는 어렸을 적 친구의 아버지가 백인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이 자신의 처지에 대한 데이지의 무의식을 일깨운 것일까. 호크의 이야기를 들으며 데이지가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호크를 통해 흑인들의 현실에 눈뜨게 된 데이지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 후 데이지는 호크를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주인과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늙어가는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25년이 지났다. 치매에 걸린 데이지는 양로원으로 들어가고, 호크 역시 이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지와 호크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다. 호크는 틈날 때마다 데이지를 찾아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데이지의 말동무를 해준다. 데이지는 가끔씩 의무적으로 찾아오는 아들보다 생의 마지막 길에 동반자가 되어주는 호크에게 더 강한 신뢰를 보낸다. 영화는 호크가 데이지에게 케이크을 떠먹여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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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와 호크는 이제 서로 늙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보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이다. 그 잔잔한 감동에 음악도 한 몫을 한다. 여기에 나오는 음악은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부치는 노래]이다. 온갖 종류의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어느 봄날 오후, 데이지가 창 가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이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레가 바로 [달에게 부치는 노래]이다.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는 보헤미아판 인어공주 이야기이다. 1막의 배경은 물의 요정들이 사는 호수다. 물의 요정 루살카는 호수가에서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이런 사실을 아버지 보드니크에게 고백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보드니크는 인간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루살카가 왕자의 사랑을 간절하게 원한다고 하자 할 수 없이 그녀를 마녀 예지바바에게 보낸다.

예지바바는 물의 요정이 인간으로 변한 뒤 인간에게 배신당하면, 요정과 인간 모두 영원한 저주를 받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만약 루살카가 인간이 되고 싶다면 그 대가로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루살카가 간절히 인간이 되기를 원하자 마법의 약을 마시게 해 그녀를 인간으로 만든다.

한편 숲에서 사냥꾼들과 함께 사슴을 쫓던 왕자는 사슴이 갑자기 사라지자 수행원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숲에 혼자 남는다. 바로 그때 루살카가 홀연히 왕자 앞에 나타난다. 왕자는 루살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 첫 눈에 그녀에게 반한다. 왕자는 루사카와 입을 맞추고 그녀를 궁전으로 데려간다. 호수 저 밑에서 루살카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아버지와 물의 요정 자매들의 노래가 들려온다.

2막의 배경은 왕자의 성이다. 성 안의 정원에 있는 연못에서 사냥터지기와 부엌데기 소년이 왕자가 데려온 이상한 신부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변덕이 심한 왕자가 곧 그녀에게 싫증을 느낄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 때 왕자가 루살카와 함께 등장한다. 왕자는 루살카가 말을 하지 않는 것과 불같은 자신의 사랑에 열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왕자는 루살카에게 너무 차가운 여자라고 비난하고, 자기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외국의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왕자를 유혹하는 외국 공주는 말을 하지 못하는 루살카를 조롱한다. 결국 왕자에게 배신당한 루살카는 절망에 빠져 궁전을 뛰쳐나온다.

3막에서 루살카는 호수에서 마녀 예치바바를 다시 만난다. 예치바바는 그녀에게 칼을 주며, 왕자를 죽이면 다시 삶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왕자를 사랑하는 루살카는 칼을 호수에 던지며, 자신이 불행하더라도 왕자는 행복해야 한다고 외친다.

한편 루살카가 사라진 뒤 왕자는 깊은 병에 걸린다. 마법에 걸린 것이다. 다시 숲으로 들어온 왕자는 사슴을 찾다가 길을 잃고 루살카를 부른다. 그러자 그 앞에 루살카가 나타난다. 죽음을 각오한 그녀는 왕자 앞에서 비로소 입을 연다. 루살카는 왕자에게 왜 자신을 배신했느냐고 묻는다. 왕자는 루살카의 용서를 구하며 키스해달라고 한다. 루살카는 자신의 입맞춤은 죽음과 저주를 의미한다고 말하지만, 왕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입이 닿는 순간, 왕자는 죽음을 맞는다. 호수 깊은 곳에서 “모든 희생이 다 치러졌다.”라는 물의 요정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루살카는 호수 아래로 죽음의 세계로 내려간다.

영화에 나오는 [달에게 부치는 노래]는 오페라 1막에서 왕자를 사랑하는 루살카가 달을 바라보며 부르는 아리아이다. 신비로운 달빛이 비치는 호숫가에서 루살카는 달에게 소원을 빈다. 사랑하는 왕자에게 자기 마음을 전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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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루살카’는 왕자에게 반해 달에게 자기의 마음을 전해달라고 애절하게 소원을 빈다.



오! 벨벳 같은 하늘에 떠있는 달님!
그 빛이 온누리를 비추네요.
세상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인간이 사는 곳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오! 달님!
잠시만 머물러주세요.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말해 주세요.

은빛의 달님!
그에게 말해 주세요.
언젠가 단 한순간만이라도
그가 내 꿈을 꿀 것을 바라며
제 팔이 그를 감싸고 있다고요.
그가 어디에 있든지
그가 있는 곳마다 그를 비추어 주세요.
그리고 누군가 여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만약 그의 영혼이 나를 꿈꾼다면
깨어있는 동안 나를 기억하겠지.
오! 달님!
제발 지지 마세요!

아직 사랑의 비극을 알기 전, 숫된 가슴의 루살카가 왕자에 대한 사랑을 소박한 멜로디에 담아 달에게 띄워 보낸다. 이 노래를 부를 때, 루살카는 죄와 배신으로 가득 찬 인간 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녀의 가슴은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노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왕자에 대한 소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달에게 부치는 노래]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내용적으로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서로 통한다. 호크에 대한 의심이 걷힌 후, 데이지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갖는다. 화사한 봄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린 어느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잎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쪼인다. 데이지는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라디오에서는 [달에게 부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창밖의 전원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햇살은 그 어느 때보다 따사롭다. 살면서 이처럼 완벽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찰나적 행복. 루살카는 꿈처럼 달콤하고 몽롱한 목소리로 인생의 황혼을 맞은 데이지에게 완벽한 말년의 환상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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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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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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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발행20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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