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말할 수 없는 비밀 - 시공을 초월한 신비로운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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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5회 작성일 16-02-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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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걸륜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감미롭고 상큼한 음악, 풋풋한 청춘의 사랑 그리고 신비로운 시간 여행을 결합시킨 판타지 로맨스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첫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에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비현실적 요소를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해변가에 위치한 단강예술고등학교. 이 학교에 ‘샹룬’이라는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소년이 전학을 온다. 처음으로 등교한 날, 그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의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캠퍼스에 감탄한다. 하지만 ‘칭’이라는 여학생으로부터 이 건물이 졸업식 날 헐릴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 말을 듣고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를 따라가다 ‘샤오위’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샹룬은 그녀에게 방금 연주한 곡이 무엇이냐고 묻지만 샤오위는 ‘비밀’이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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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쇼팽 에튀드 작품 10 중 [흑건(Black key)]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음악 재생
2쇼팽 왈츠 작품 64-2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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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년 소녀의 첫사랑과 시간여행을 결합하여 아름답게 그려낸 청춘영화작품 보러가기


이 일을 계기로 샹룬과 샤오위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된다. 그 후 두 사람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런데 샹룬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좀 이상해 보이는 것이 있다. 샤오위가 샹룬 이외의 다른 사람과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녀는 현재의 사람이 아니라 20년 전에 이 학교에 다녔던 학생인데, 미래로 와서 샹룬을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샤오위의 시간여행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시간 여행 중에 자기가 처음 본 사람만이 자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만약 샤오위가 샹룬이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보면 샹룬은 샤오위를 볼 수 없게 된다. 샤오위가 샹룬을 만나러 올 때마다 눈을 감고 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느 날, 샹룬은 샤오위로부터 7시에 음악실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받는다. 샹룬은 음악실로 가서 눈을 감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때 평소에 그를 좋아하던 ‘청’이라는 여학생이 입술을 갖다 대고, 눈을 감고 있던 샹룬은 그녀가 샤오위인 줄 알고 입을 맞춘다. 이 광경을 본 샤오위는 크게 실망해서 과거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그로부터 5개월 후, 단강예술고등학교의 졸업식 날이다. 졸업식이 끝나면 학교 건물이 철거될 것을 알고 있는 샤오위는 마지막으로 한번 샹룬을 보기 위해 5개월 만에 미래로 시간여행을 간다. 졸업식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의 [백조]를 연주하던 샹룬은 샤오위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연주를 멈추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샤오위는 그가 청이가 준 팔찌를 차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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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룬과 샤오위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서로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키워나간다.


과거의 샤오위가 책상 위에다 미래의 샹룬에게 보내는 글을 쓴다. 혼신의 힘을 다 해 마지막 메시지를 쓴 샤오위는 호흡곤란으로 숨을 거둔다. 그동안 현재의 샹룬은 책상 위에 샤오위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들이 한 글자 씩 나타나는 것을 지켜본다. 그것을 보고 급히 샤오위의 집으로 달려간 샹룬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그녀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샹룬은 이 학교의 선생인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20년 전 그의 제자였던 샤오위라는 여학생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샤오위는 상상력이 아주 풍부한 학생이었는데,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나머지 현실이 아닌 환상 속에서 사는 날이 많았다는 것이다. 샤오위는 샹룬의 아버지에게 자기가 경험한 특별한 시간여행에 대해 얘기했다. 음악실에서 "비밀"이라는 곡을 연주해서 20년 후의 미래로 갈 수 있었고, 거기서 한 남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을 들은 샹룬의 아버지는 샤오위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다른 학생에게 이야기하는데, 그 후 소문이 퍼져 샤오위는 다른 학생들의 따돌림을 받게 된다.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지병인 천식이 심해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시간 여행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샹룬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급히 음악실로 간다. 졸업식이 끝나 이미 건물에 대한 철거가 시작된 음악실에서 샹룬은 샤오위가 가르쳐준 음악을 연주한다. 연주를 마친 직후 큰 철구가 샹룬을 강타해 현재의 샹룬은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하지만 과거의 샹룬은 죽지 않는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1979년의 졸업식 단체사진 속에 샤오위와 함께 서 있다.

이 영화에서 샹룬과 샤오위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피아노다. 피아노가 있는 음악실에서 시간여행이 시작되고 끝난다. 당연히 주인공들이 피아노 치는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이른바 ‘피아노 배틀’이라고 하는 장면이다. 음악실에서 한 선배가 새로 전학 온 샹룬과 기존의 재학생에게 피아노 배틀을 시키는데, 여기서 두 사람의 경쟁자가 치는 곡은 쇼팽의 [연습곡]과 [왈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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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샹룬과 샤오위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매개체로 둘은 피아노를 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쇼팽은 수많은 악기 중에서 오로지 피아노라는 악기에만 집중한 작곡가이다. 200여 곡에 이르는 작품의 대부분이 피아노곡이다. 음악사를 통틀어 쇼팽처럼 피아노라는 한 가지 악기에 집중한 작곡가도 없을 것이다. 그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피아노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개척한 작곡가이다.

그는 낭만적인 밤의 서정을 부드럽게 노래한 [야상곡(녹턴)], 테크닉을 익히기 위한 연습곡이지만 단순한 연습곡을 뛰어넘는 예술성을 보여주는 [에튀드(연습곡)], 작곡가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악장을 자유롭고 화려하게 펼친 [즉흥곡], 사교계 살롱 춤곡을 화려한 테크닉으로 변모시킨 [왈츠], 서사시의 영웅적인 에너지를 강렬한 터치로 그린 [발라드], 음악적 유머를 발랄하게 풀어놓은 [스케르초], 폴란드 민족 춤곡을 예술음악의 경지로 끌어올린 [폴로네이즈]와 [마주르카] 등을 통해 피아노 음악의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사람은 누구라도 쇼팽을 피해 갈 수 없다. 그중에서 쇼팽의 [연습곡]은 테크닉의 연마를 위해서도, 예술적 표현력의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영화에서 두 피아노 천재의 배틀을 쇼팽의 [연습곡]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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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저녁 샹룬과 샤오위는 노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이 먼저 친 곡은 쇼팽의 [연습곡] 작품 10의 제5번 [흑건(Black Key)]. 플랫이 6개나 붙는 G플랫 장조로 오른손이 모두 검은 건반만 누르도록 작곡되어서 ‘흑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오른손이 빠르게 셋잇단음표로 이루어진 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왼손은 스타카토로 날렵하게 화음을 짚어준다. 전곡의 연주 시간이 2분이 채 되지 않는, 짧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곡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곡을 쇼팽의 원곡대로 연주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쇼팽의 악보대로 검은 건반으로 연주하지만, 그다음에는 조를 바꾸어서 흰 건반으로 연주한다. 흑건에서 백건으로 이동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이렇게 [연습곡]으로 한바탕 기량을 거둔 두 사람은 이번에는 쇼팽의 [왈츠] 작품 64의 2번을 연주한다. 본래 이 곡은 처음에 마주르카 리듬에 가까운 느리고 서정적인 왈츠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중간에 빠른 템포의 패시지가 나타나고, 다시 처음보다 더 느리고 서정적이며, 즉흥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이 나온다. 그런 다음 앞에 나왔던 빠른 템포로 다시 돌아가는데, 영화에서는 바로 이 대목을 주제로 다채로운 변주가 이루어진다. 이때 피아노 배틀을 주도한 선배가 샹룬에게 “쇼팽도 자기 곡을 이렇게 연주할 줄은 몰랐을 거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피아노 배틀의 마지막 곡은 워낙 변형의 정도가 심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라는 곡인 것 같다. 왕벌이 윙윙거리며 나는 모습을 트릴과 빠른 패시지로 표현하는데, 이 부분을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것이 특이하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이 함께 이 주제를 바탕으로 한바탕 흐드러지는 변주의 향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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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온 샹룬과 기존 재학생 사이에 쇼팽의 [연습곡]과 [왈츠] 작품으로 피아노 배틀이 벌어진다.


영화에서 피아노 연주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음악실이다. 여기서 음악실은 물리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과거와 미래로서의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곳,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맺어주는 곳이다. 그런데 그 음악실 벽에 화가 들라크루아가 그린 쇼팽과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의 초상화가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의 초상화와 함께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쇼팽은 음악가니까 그렇다 치고, 상드의 초상화는 왜 걸어놓은 것일까. 그 숨겨진 의도가 궁금해진다.

조르주 상드는 프랑스 낭만주의 소설가이다. 파리에서 태어나 4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16세 때 지방 귀족인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지만, 1831년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파리로 이주했다. 그 후 그녀는 친구의 권유로 [앵디아나]라는 신문소설을 통해 작가로 데뷔했으며, 약 40년간 문필 생활을 하며 모두 70편의 소설과 24편의 희곡, 그리고 4만 통에 달하는 편지를 남겼다.

하지만 오늘날 그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그녀가 이룬 문학적 성과가 아니라 당대의 내로라하는 시인, 음악가, 예술가, 사상가들과의 연애사건 때문이다. 특히 위대한 작곡가 쇼팽과의 연애사건으로 그녀의 이름은 지금도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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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크루아가 그린 ‘쇼팽’(좌측)과 ‘조르주 상드’(우측)의 초상화. 두 그림은 원래 한 캔버스에 그려졌으나, 지금은 둘로 나뉘어져 각각 다른 장소에 소장되어 있다.


쇼팽과 상드의 초상화를 그린 들라크루아는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19세기 서양미술사에서 들라크루아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화가도 드물 것이다. 그는 문학, 음악, 종교, 신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주제의 그림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이전의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 완전히 독창적 기법을 구사한 화가로도 꼽힌다.

자신의 상상력을 특유의 정열적인 감수성으로 표현한 들라크루아. 보들레르로부터 “고금을 통해 가장 독창적인 화가”라는 평을 들었던 그는 매우 박식했으며, 분노와 비애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선천적인 우수와 상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들라크루아의 회상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 뛰어난 음악성으로 누이의 음악선생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는 음악에 대한 놀라운 감각과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죽는 날까지 계속된 [들라크루아 저널]을 통해 자신의 음악관을 피력했다. 조르주 상드는 이런 그를 가리켜 “만약 화가가 안 되었다면 분명 훌륭한 음악가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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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년, 38세의 조르주 상드 초상화
이 해에 상드는 쇼팽과 연인이 되어 마조르카 섬에서 약 2년간 같이 지내게 된다.작품 보러가기


그는 친하게 지내던 리스트, 파가니니, 쇼팽의 연주를 즐겨 들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쇼팽을 좋아해 화실에 피아노를 갖다 놓고, 쇼팽으로 하여금 틈 날 때마다 들러서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도록 했다. 두 사람은 밤늦도록 음악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적도 많았다. 그런가 하면 들라크루아 자신도 시간 날 때마다 쇼팽의 집을 방문해 ‘지옥의 공포 위를 나는 새처럼 가볍고 정열적인’ 그의 음악을 들으며 상념에 빠지곤 했다고 한다.

그는 거침없는 터치로 자신의 친구인 쇼팽과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를 그렸다. 벽에는 쇼팽과 상드의 초상화가 각각 따로 붙어 있지만, 원래 들라크루아는 쇼팽과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를 한 캔버스에 넣어서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 후 수집가에 의해 그림이 둘로 갈라져 지금은 쇼팽을 그린 부분과 조르주 상드를 그린 부분이 각각 다른 곳에 소장되어 있다.

그림 속에서 쇼팽은 낭만주의자의 고뇌를 가득 담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반면, 조르주 상드의 모습은 명상적이고, 중후하고, 어둡다. 어찌 보면 퇴영적인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당시 쇼팽은 28살이었으나 그보다 나이가 많은 상드는 이미 정서적으로 지친 모습이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다. 끝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운명처럼 그림도 둘로 갈라졌다. 음악실 벽에 쓸쓸하게 걸려있는 쇼팽과 상드의 초상화에서 샹룬과 샤오위가 겪어야 했던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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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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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Wikipedia, Corbis





발행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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