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작전명 발키리 - 시대의 광기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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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16-02-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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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장교 슈타펜베르크 대령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폭탄을 맞아 오른팔과 왼쪽 손가락 2개를 절단하고, 눈 하나를 잃은 장애인이다. 군에서는 그에게 제대를 권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예비군 참모가 된다. 강직한 성품의 그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체가 히틀러라는 미치광이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히틀러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어떤 방식으로 히틀러를 제거할까 고심하던 슈타펜베르크 대령은 집에서 아이들이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발퀴레의 기행]을 틀어놓고 전쟁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발키리 작전이다. 발키리 작전은 본래 히틀러가 베를린이 비상사태에 빠지게 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비상작전인데, 이것을 역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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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바그너 [발퀴레] 中 [발퀴레의 기행] / 다니엘 바렌보임, 파리 오케스트라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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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발키리] 영화 포스터 영화 정보 보러가기


1944년 7월 20일, 슈타펜베르크는 부관과 함께 총통의 작전 본부인 늑대 굴로 들어간다. 늑대 굴에는 모두 세 개의 검문소가 있지만, 슈타펜베르크는 무사히 검문소를 통과한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카이텔로부터 히틀러가 오후에 무솔리니와 회담이 있어 회의를 일찍 끝낼 것이며, 날씨가 더워 회의 장소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다.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슈타펜베르크는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며 대기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부관과 함께 가방에서 폭탄 캡슐을 꺼내 조심스럽게 캡슐을 깬다. 이때 시간은 12시 32분. 폭탄은 10분 후에 터지게 되어 있다. 12시 36분, 회의실로 들어가기 직전, 슈타펜베르크는 전화 교환수에게 베를린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올 예정이니 오는 즉시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중간에 회의실을 빠져나오기 위해 미리 구실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대령이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육군 참모총장 호이징거가 히틀러를 비롯한 20여 명의 사람들 앞에서 동부전선과 이탈리아 전선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슈타펜베르크는 안내자에게 청력이 좋지 않으니 총통과 가까운 자리로 안내해 달라고 말한다. 폭탄이 든 가방을 히틀러와 가까운 곳에 놓기 위해서이다. 히틀러 옆으로 간 대령은 근처에 있는 테이블 밑바닥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이제 5분 후면 폭탄이 터지도록 되어 있다. 바로 그때 대령에게 전화가 왔다고 누군가 알려준다. 그는 전화를 받는다는 핑계로 회의실을 빠져나온다. 그런데 바로 그때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호이징거의 부관 브란트 대령이 테이블 밑에 있던 가방을 발로 건드린 것이다. 브란트는 가방 때문에 히틀러가 거추장스러워할 것이라고 여기고, 폭탄이 든 가방을 자기가 있는 쪽으로 끌어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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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장교 슈타펜베르크 실제사진(좌측)과 영화에서 장교역을 맡은 배우 톰 크루즈(우측)


호이징거의 브리핑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폭탄이 터지고, 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무사히 폭탄이 터진 것을 확인한 대령은 부관과 함께 서둘러 늑대 굴을 빠져나온다. 폭발음을 듣고 히틀러가 죽었다고 확신한 대령은 12시 55분, 라스텐부르크 비행장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타고 베를린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슈타펜베르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중경상을 입었지만, 히틀러는 가벼운 부상만 입은 채 살아났다. 히틀러는 배신자들을 남김없이 죽여 버릴 것을 명령하고, 슈타펜베르크 대령을 비롯해 암살 계획에 가담한 모든 사람들이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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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펜베르크의 조국에 충성스러운 장교지만, 히틀러의 광기를 알아보고 그를 죽일 암살 계획을 세운다.


영화 제목이 된 ‘발키리’ 혹은 ‘발퀴레’는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의 딸들을 일컫는 이름이다. 히틀러는 열렬한 바그너 예찬자였다. 매해 사재(私財)를 털어 바그너 음악극을 공연하는 바이로이트 축제를 후원했다. 당시 바이로이트 왕국의 성주(城主)였던 바그너의 손녀 비니프레드는 히틀러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은총을 입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죽는 날까지 그를 잊지 못했다. 히틀러가 몰락한 후,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녀는 그를 USA라고 부르며 그와의 행복했던 한때를 추억하곤 했는데, USA는 ‘Unser Seliger Adolf’ 즉, ‘우리들의 복된 아돌프’라는 말의 이니셜이다. 이렇게 비니프레드는 히틀러를 영원한 친구로 존경하고 사랑했다. 심지어 패전 후 히틀러와의 관계가 문제 되어 전재산을 몰수 당했을 때에도 그녀는 그녀의 ‘자애로운 아돌프’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했을까? 영화에 나오는 히틀러의 대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바그너를 잘 아나? 신화 속 발키리는 신들을 섬기면서 인간의 생사를 결정했네. 용맹스러운 전사들을 고통스러운 죽음에서 해방시켰지. 바그너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면 국가사회주의도 이해하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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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펜베르크의 암살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나 계획 참가자들은 모두 붙잡혀 암살 당한다.


그렇다면 바그너와 국가사회주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그너의 삶을 돌아보아야 한다. 바그너는 프랑스 혁명의 열기가 온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1813년에 태어났다. 1848년, 유럽에 혁명의 불길이 감돌고 있을 때 그는 드레스덴 왕립 오페라단의 지휘자였다. 그 무렵 그는 드레스덴의 혁명 집단에 가담해 그에게 연금과 봉급을 주고 있는 바로 그 왕에게 보통선거를 실시하여 공화국을 건설하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보냈다. 왕은 물론 이 불경스럽고 배은망덕한 젊은이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프러시아 군대가 지목하는 세 사람의 위험인물 중 한 사람이 된 바그너는 드레스덴에서 도망쳐 12년 동안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혁명가는 아니었다. 사심 없이 사회개혁의 대열에 뛰어들기에는 그는 출세라는 것에 너무 민감했다. 오랜 망명생활을 통해 그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사회개혁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설욕의 그날을 생각하며 와신상담(臥薪嘗膽)하고 있던 그는 색슨 왕의 사면이 내려지자마자 단번에 태도를 바꾸어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자신에게 사치스러운 무대를 보장해 준 왕에게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어 안달을 했으며, 그 결과 왕을 위해 <국가와 종교에 관해서>라는 기밀서류까지 작성하는 충성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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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히틀러와 군중들


아마 바그너는 자신이 죽은 지 40년이 지난 후 그의 음악이 전대미문의 학살극을 벌인 나치즘과 손잡으리라는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생전에 유태인을 배격하는 두 권의 책을 집필함으로써 명실공히 반유태주의의 신봉자임을 과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극을 통해 게르만 민족의 위대함을 찬양했다. 그의 음악이 나치즘과 손잡게 된 드라마틱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발퀴레의 기행(騎行)]은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의 제2부 [발퀴레]에 나오는 곡이다. [니벨룽의 반지]는 모두 4부작으로 나흘에 걸쳐서 공연하도록 되어 있다. 제1부 서야(序夜)는 [라인의 황금]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으며, 그 후 [발퀴레]와 [지그프리트] 그리고 [신들의 황혼] 순으로 이어진다. 대본은 바그너 자신이 직접 썼는데, 여기에는 북방 게르만 민족의 전래신화와 라인 지방에서 발생한 게르만 민족의 영웅신화, 중세 기사의 사랑과 도덕관념, 그리고 바그너 자신이 자주 다루어오던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에 의한 구원 이야기 등이 들어있다.

[발퀴레의 기행]이 나오는 [발퀴레]의 줄거리는 이렇다. 권력과 반지에 집착한 주신(主神) 보탄은 여행자로 변장하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쌍둥이 남매를 만들었지만 남매는 서로 떨어진 채 살아간다. 어느 폭풍우 치는 날 밤, 적에게 쫓기던 지그문트는 비틀거리며 사냥꾼인 훈딩의 집으로 들어온다. 훈딩의 아내 지글린데는 그의 정체를 모른 채 그를 친절하게 맞이한다. 때마침 사냥에서 돌아온 훈딩은 지그문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자기 친척을 죽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훈딩은 지그문트에게 다음 날 아침 결투를 하자고 한다. 훈딩이 잠든 사이 지글린데는 지그문트에게 마법의 칼을 보여준다.

한편 결혼의 여신 프리카는 보탄에게 부정한 사랑의 대가로 지그문트를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보탄은 발퀴레 중 하나인 브륀힐데를 불러 지그문트를 죽이라고 한다. 지그문트를 불쌍하게 여긴 브륀힐데가 그를 도우려 하지만 보탄이 나타나 창을 꺾는 바람에 그만 훈딩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한편 숲 속으로 달아난 지글린데는 지그문트의 아들 지그프리트를 낳고, 브륀힐데는 보탄의 명령을 어긴 벌로 불속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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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할성으로 전사를 옮기는 발퀴레


발퀴레는 신들의 주신(主神) 보탄이 지혜의 여신 에르다를 통해 낳은 여덟 명의 아가씨들이다. 이들은 날개 달린 말을 타고 전쟁터를 날아다니며 부상당한 전사들을 방패에 태워 발할성으로 옮겨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발퀴레의 기행]은 [발퀴레]의 3막에 나온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발퀴레의 기이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금관악기의 팡파르가 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세계의 소리인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이 곡은 너무나 간단한 세 가지 동기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는 “딴따라 딴따다다”하는 말발굽 소리의 동기이고, 두번째는 바이올린이 위에서 아래로 긁어내리면서 연주하는 말 울음소리의 동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악기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연주하는 발퀴레의 동기이다. 이 세 개의 동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연주하는데, 처음 듣자마자 누구나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마치 번개를 맞은 것처럼 온몸이 감전이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기괴하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장렬한 오케스트라의 질주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의 발퀴레들은 초인적인 목소리로 “호이토호”를 외친다. 날아다니는 말을 타고 다니는 처녀들의 포효이다.

영화에서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을 모르면 국가사회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정말로 [발퀴레의 기행]을 듣고 있으면 이 말이 이해가 된다. 그 엄청난 소리의 물량공세와 무한 반복의 테러리즘 속에서 전체주의의 광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그너의 음악은 뒤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그럴듯한 것으로 믿게 만드는 고도의 음악적 트릭일 뿐이다. 이런 바그너 음악을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표상으로 삼았던 히틀러의 센스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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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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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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