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퀀텀 오브 솔러스 - 호반 무대에서 펼쳐지는 음모와 복수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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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16-02-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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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의 22번째 영화인 [컨텀 오브 솔러스]는 전작인 [카지노 로얄]의 속편이다. 전편인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는 미스터 화이트를 붙잡았는데, [퀀텀 오브 솔러스]는 그로부터 한 시간 후, MI6의 토스카나 지부에서 미스터 화이트를 심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미스터 화이트를 심문하던 중, 동료인 크레이그 미첼이 갑자기 다른 동료들에게 총을 발사한다. 그동안 MI6의 동지라고 생각했던 그가 사실은 스파이였던 것이다. 국장인 M은 수년 동안 믿었던 조직원이 사실은 스파이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이 일로 본드는 그들의 조직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비밀리에 퀀텀의 단서를 쫓던 본드는 누군가가 테러 조직의 돈 세탁을 위해 아이티에 은행 계좌를 만들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아이티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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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푸치니 [토스카] 중 제1막 마지막 장면 [Tre sbirri … Una carrozza … Adjutorum nostrum in nomine Domini ] / 조지 런던, 피에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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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서 본드는 카밀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카밀은 전 정권에서 일했던 몬테즈 장군의 딸이다. 메드라노 장군에 의해 가족이 모두 몰살 당하는 비극을 겪은 그녀는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메드라노 장군에게 접근하려고 아이티에 왔다가 본드를 만난다. 본드는 카밀의 도움으로 조직의 배후인 도미닉 그린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한다. 본드는 도미닉이 CIA와 영국 정부 고위층이 포함된 ‘퀀텀’이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해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을 독점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메드라노 장군의 정권 탈취에 도움을 주었던 도미닉은 그 대가로 황무지와 다름없는 사막을 요구한다. 메드라노 장군은 그곳은 석유도 나지 않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하지만 사실 도미닉의 속셈은 석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물이다. 볼리비아 지하에 대규모 댐을 건설해 볼리비아 전체의 수자원을 독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본드는 카밀과 함께 도미닉과 메드라노 장군이 몰래 거래를 하기로 한 사막의 호텔을 급습한다. 메드라노 장군은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사막까지 온 카밀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도미닉은 본드에게 소방 도끼로 저항하다가 실수로 자기 발을 도끼로 찍어 부상을 당한다. 본드는 도미닉을 죽이지 않고 사막 한 가운데에 버리고 돌아온다. 나중에 도미닉은 컨텀의 조직원에 의해 피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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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와 도미닉의 결투 장면



[퀀텀 오브 솔러스]는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주먹으로 때리고, 자동차로 들이박고, 도끼로 찍고, 불속으로 처박고, 배로 밀어버리는 등 복수심에 불탄 사고뭉치의 살육 행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폭력을 일삼던 본드가 어느 날, 오페라 공연장에 나타난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보덴 호수에 있는 수상무대. 오늘 공연될 오페라는 푸치니의 [토스카]이다.

도미닉은 퀀텀의 조직원들과의 비밀회의 장소로 브레겐츠 페스티벌이 열리는 야외 오페라 극장을 선택했다. 턱시도와 야회복을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페라를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들어온다. 제임스 본드 역시 도미닉의 뒤를 밟아 공연장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도미닉의 일당 중 한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그를 기절시킨다. 그런 다음 그의 소지품을 뒤지는데, 이때 공연 팸플릿이 담겨 있는 종이가방 속에서 이어폰을 찾아낸다.

곧 [토스카] 공연이 시작되었다. 6000석이 넘는 거대한 객석 중간 중간에 퀀텀의 조직원들이 앉아 있다. 이들은 공연을 보면서 이어폰을 끼고 작은 목소리로 수자원 독점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회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회의는 이어폰을 끼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본드가 “회의 장소로는 너무 시끄럽지 않아?”하고 끼어드는 바람에 중단되고 만다. 당황한 조직원들이 이어폰을 빼고 서둘러 객석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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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오페라 [토스카] 무대 장면. 실제 2008~9년 브레겐츠 페스티벌 무대장치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영화 속에 나오는 환상적인 오페라 장면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영화를 위해 저렇게 크고 굉장한 무대를 일부러 만들었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정말로 오페라 공연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는 매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보덴 호수의 호반 무대를 중심으로 브레겐츠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퀀텀 오브 솔러스]에 나오는 장면은 2008년과 2009년 시즌에 실제 무대에 올랐던 [토스카] 공연 장면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전 세계 관광객과 오페라 팬들이 즐겨 찾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페스티벌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유럽 각지에서 온 휴양객을 대상으로 바지선 두 대를 엮어 호수 위에 띄워놓고 모차르트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상무대를 목재 말뚝을 이용해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치되었다. 60년간 기술의 발전과 발맞춘 단계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오페라 무대는 이제 첨단 기계장치와 음향 시설을 갖춘 세계 최고의 무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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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호반 무대 장치. 한 번 세워진 무대는 2년 동안 사용된다.



축제 기간 중 수상무대에서는 대중적인 작품을, 페스티벌 하우스(실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 작품을 공연한다. 따라서 수상무대에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베르디와 푸치니,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파격적 무대 연출과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는 무대 장치로 정평이 나 있다. 새로운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하고 환상적인 무대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영화에 나온 [토스카]의 무대는 아름다운 푸른빛의 거대한 눈동자를 중앙에 배치한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눈동자가 일종의 커튼 역할을 하는데,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1막의 피날레로 거대한 눈동자가 열리면서 그 뒤로 성가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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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와 가족의 복수를 위해 본드와 함께 하는 카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바람이 불던 1800년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토스카’는 소프라노 가수이며, 그녀의 연인 ‘카바라도시’는 자유주의 성향의 화가이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스카르피아’는 왕당파의 앞잡이로 경시총감을 맡고 있다. 그는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독창자로 무대에 오르는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어떻게든 그녀를 손에 넣으려고 궁리하고 있다.

막이 열리면 안타반티 가문 소유의 성당이 나타난다. 이어 카바라도시와 문지기가 들어온다. 카바라도시는 자기가 그리고 있는 마리아의 초상화가 애인 토스카와 비슷하게 그려진 것을 보고 [오묘한 조화]라는 노래를 부른다. 문지기가 나간 후,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혀 있다가 탈옥한 안젤로티가 들어온다. 놀란 카바라도시는 다른 사람이 보지 않도록 문을 잠근다. 그런데 바로 그때 밖에서 토스카가 카바라도시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카바라도시는 얼른 안젤로티를 숨긴다.

안으로 들어온 토스카는 왜 문을 잠갔냐며, 두 사람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여자가 누구냐고 카바라도시에게 따진다. 카바라도시는 의심하는 그녀를 사랑의 말로 간신히 도닥거린다. 토스카가 간 후, 카바라도시는 안젤로티를 불러 여자 옷을 입힌 다음 자기 별장에 있는 우물 속에 숨으라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갑자기 스카르피아가 스폴레타와 그 밖의 경찰관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그는 정치범이 도망쳤는데, 그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아느냐고 사람들을 다그친다. 그런 다음 성당 안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안타반티 후작 부인의 문장이 붙은 부채를 찾아낸다. 중요한 단서를 잡은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가 안젤로티를 도와주었다고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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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와 카바라도시 역의 스페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좌측)와 미국 소프라노 캐서린 말피타노(우측)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질투심을 이용해 안젤로티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계략을 세운다. 그래서 성당에서 주은 부채를 토스카에게 보여주며 이것이 카바라도시의 그림 옆에 떨어져 있었다고 말한다. 토스카는 부채의 무늬가 안타반티 가문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카바라도시가 이 가문의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배신감에 휩싸인 토스카가 울면서 나가자 스카르피아는 부하 스폴레타를 시켜 그녀를 미행하도록 한다. 그녀가 당장 카바라도시에게 달려갈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카르피아가 자기의 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추기경과 그를 따르는 고위 성직자들이 들어온다. 사제들이 기도를 시작하자 군중들이 이에 화답한다. 이 성스러운 기도소리를 배경으로 스카르피아는 토스카를 자신의 수중에 넣으려는 속셈을 음흉한 음조로 노래한다.



가라! 토스카.
스카르피아가 그대 마음에 둥지를 틀었소.
가라! 토스카.
스카르피아가 그대의 무서운 질투심을 폭발시켰소.
얼마나 좋은 아디이어인가.
그렇게 쉽게 의심하다니
스카르피아가 당신 마음에 둥지를 틀었소.
가라! 토스카.
내 소망은 이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반역자의 머리보다 더 큰 대가는 없지.
저 오만한 눈빛 속의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열정 때문에 빛을 잃고 희미해지는구나.
그에게는 포승줄을
그녀에게는 내 품을
토스카. 당신을 보니 신도 잊게 되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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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퀀텀 오브 솔러스]에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장면이다. 토스카에게 질투심이라는 미끼를 던진 스카르피아. 그는 자신의 계략대로 토스카가 당장 카바라도시에게 달려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배경으로 성가대의 경건한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스카르피아는 음침한 목소리로 자신의 야욕에 대해 얘기한다. 그 강렬한 대비 효과로 인해 스카르피아의 음모가 더욱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푸치니는 성(聖)과 속(俗)이라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요소를 한 무대에 병치시킴으로써 놀랄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는데 성공했다.

폭력은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벌어진다. 1막이 끝나는 순간, 본드가 사람들에게 마구 총질을 해댄다. 이어서 오페라에서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칼로 찔러 죽이는 장면과 본드가 마구잡이로 총을 쏘며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교차해서 나타난다. 여기서 토스카의 칼과 본드의 총은 모두 ‘악의 응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그 낭만적 정당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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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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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Corbis





발행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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