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돈 조반니 - ‘돈 조반니’ 오페라를 완성한 당대 최고 바람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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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16-02-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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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해학이라는 측면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만큼 탁월한 작품도 없는 듯하다. 1787년에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대본작가 로렌조 다 폰테와 손잡고 만든 이른바 ‘다 폰테 3부작’에 속한다. ‘다 폰테 3부작’은 [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반니], [여자는 다 그래]를 말하는데, 오페라를 얘기할 때 이렇게 작곡가가 아닌 대본작가의 이름을 부각시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대본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얘기다.

로렌조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는 베니스 출신으로 본래 유대교 신자지만 가톨릭으로 개종한 후 신부가 되었다. 하지만 신부로서 금욕적인 삶을 살기에는 그는 너무나 술과 여자, 도박을 좋아했다. 그렇게 신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실을 일삼으며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가 사제단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카사노바의 권유로 음악의 도시인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갔다. 그리고 빈에서 모차르트를 만나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를 만들었다. 모차르트와 로렌조 다 폰테. 이 두 명의 천재 악동이 만든 오페라는 크게 성공을 거두었으며, 더불어 로렌조 다 폰테라는 이름도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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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카탈로그의 노래(Madamina, Il catalogo e questa)] /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존 엘리엇 가디너음악 재생
2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사랑의 괴로움 그대 아나(Voi che sapete)] / 막달레나 코제나, 프라하 필하모니아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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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보러가기



영화 [돈 조반니]는 로렌조가 카사노바의 권유로 [돈 조반니]의 대본을 쓰고, 모차르트가 오페라를 작곡해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로렌조 다 폰테이다. 오페라 [돈 조반니]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당대의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다 폰테의 영혼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영화의 원제목은 [나, 돈 조반니(Io, Don Giovanni)]인데, 여기서 스스로를 ‘돈 조반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바로 대본작가 자신 즉, 로렌조 다 폰테이다.

영화는 베니스의 운하 위를 떠가는 배로 거대한 석상이 운반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돈 조반니]에 나오는 기사장의 석상이다. 바로 그 옆을 지나가는 배에 로렌조 다 폰테와 카사노바가 타고 있다. 신부 답지 않게 여색과 도박을 즐기고, 불순한 시를 쓰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로렌조는 15년 추방형을 선고받고, 베니스를 떠나는 중이다. 로렌조의 오랜 친구이자 정신적 지주인 카사노바는 그에게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갈 것을 권한다. 자유의 도시 빈에서 타고난 끼를 마음껏 발산해 보라는 것이다.

카사노바의 도움으로 빈에 정착한 로렌조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대본을 써서 크게 성공을 거둔다. 이에 고무된 모차르트와 로렌조는 후속작을 물색하는데, 이때 카사노바는 세기의 방탕아 돈 조반니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돈 조반니’는 ‘돈 환’의 이탈리아 식 이름으로 스페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전설 속의 인물이다. 비록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돈 환의 화려한 여성편력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돈 조반니]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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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로렌조 두 천재의 만남



영화에는 오페라 [돈 조반니]의 주요 장면들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구현되어 있다. 첫 장면은 어느 눈 오는 날 밤, 돈 조반니가 돈나 안나의 침실로 몰래 숨어 들어가는 장면이다. 돈나 안나는 아름다운 레이스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다. 돈 조반니가 돈나 안나를 겁탈하러 그녀의 침실로 들어간 동안, 밖에서는 그의 하인 레포렐로가 망을 보고 있다. 비록 하인이기는 하지만 레포렐로는 바람둥이 주인을 섬기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하인으로 태어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를 부른다.

어둠 속에서 돈 조반니가 다가가자 돈나 안나는 자기 약혼자인 줄 알고 그를 껴안는다. 하지만 돈 조반니가 그녀의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순간 상황이 돌변한다. 목소리를 듣고 그가 자기 약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돈나 안나는 비명을 지르고, 당황한 돈 조반니는 서둘러 그녀의 방을 빠져나온다. 그러자 돈나 안나가 쫓아 나온다. 그녀는 돈 조반니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만 돈 조반니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린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때 딸의 비명 소리를 듣고 돈나 안나의 아버지인 기사장이 달려온다. 기사장은 딸을 겁탈하려 한 악당에게 칼을 들이댄다. 돈 조반니는 마지못해 돈나 안나의 아버지인 기사장과 결투를 벌인다. 그 과정에서 기사장이 돈 조반니의 칼에 찔려 죽는다. 죽은 아버지의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돈나 안나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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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로렌조와 아네타



드디어 오페라의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가 [돈 조반니]의 리허설에 집중하고 있는데, 연습실로 한 여자가 로렌조를 찾아온다. 베니스에서 만나 첫눈에 반했으나 아쉽게 헤어졌던 아네타이다. 그때 로렌조와 아네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나온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에 나오는 케루비노의 아리아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 아나]이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대본 역시 로렌조가 썼는데, 여기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케루비노는 매우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이미 남자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소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오페라에서 이 역할은 남자가수가 아닌 소프라노가 맡는다. 이제 막 이성(異性)에 눈을 뜬 소년은 시도 때도 없이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뜨거운 불 때문에 당황한다. 아직 정상적인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는 이 정체 모를 감정이 무엇인지, 이것을 누구를 향해서, 어떻게 발산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백작 부인을 비롯해 성 안에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추파를 보내는 것이다. 백작부인과 수잔나는 이런 케루비노를 은근히 희롱하고, 케루비노는 그들에게 자신의 어쩔 수 없는 감정을 이렇게 토로한다.



당신은 아세요? 사랑이 무엇인지.

숙녀분들. 내 마음속 사랑을 보세요.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들려 드리지요.

내게는 너무나 새로운 감정이에요.

그래서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답니다.

나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어요.

기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지요.

이 내 영혼은 꽁꽁 얼어붙었다가

화염 속에 타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곤 일순간 또다시 얼어 붙습니다.

나는 내 밖에서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잡는 지도 모르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라요.

나는 한숨짓고 탄식합니다.

이유도 모른 채 몸부림칩니다.

아! 괴로워.

떨리는 내 마음 나도 몰라요.

늘 평화를 갈구하지만

한편 이 고통을 즐기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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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로렌조 다 폰테 초상화



아네타는 로렌조가 베니스를 떠나자 그를 찾아 오스트리아 빈으로 와 그를 다시 만나 행복해한다. 하지만 이 때 아드리아나라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로렌조는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빈에 오자마자 여자를 사귀는데, 그녀가 바로 아드리아나이다. 그녀는 소프라노 가수로 [돈 조반니]의 주요 배역을 맡고 있다. 로렌조를 온전히 자기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는 아네타의 등장에 참을 수 없는 질투심을 느낀다. 이 일로 로렌조와 아드리아나는 크게 다투고, 화가 난 아드리아나는 카사노바를 찾아간다. 하지만 카사노바는 위로하기는커녕 그동안 로렌조가 유혹한 여자들의 명단을 보여주며 그녀의 화를 돋운다. 아드라이나는 로렌조가 유혹한 여자의 명단에 자기 하녀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이 상황은 오페라 [돈 조반니]와 묘하게 닮아있다. 어느 날, 한때 돈 조반니와 사랑을 나누었으나 이제는 버림받은 돈나 엘비라라는 여자가 돈 조반니를 찾아온다. 그녀는 돈 조반니가 자기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다. 주인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하인 레포렐로는 이런 돈나 엘비라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노래를 들려주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카탈로그의 노래]이다. 여기서 카탈로그란 돈 조반니가 그동안 ‘데리고 논’ 여자들의 명단을 의미한다.

“아가씨. 이것이 주인님이 그동안 사랑했던 여자들의 명단입니다. 이탈리아 640명, 독일 231명, 프랑스 100명, 터키 91명, 하지만 스페인에선 벌써 1003명이나 됩니다. 시골처녀와 하녀, 도시 여자, 백작부인, 남작부인, 후작부인, 공주 등 신분, 사이즈, 연령도 다양하지요. 온갖 종류의 여자가 다 있어요. 금발 여인에겐 친절함을 찬양하고, 검은 머리 여인에게는 정숙함을, 은발 여인에게는 달콤함을 찬양하죠. 겨울엔 살찐 여자, 여름엔 마른 여자를 찾고, 키가 큰 여인에게는 그 당당함을, 왜소한 여인에겐 애교가 있다고 찬양하죠. 나이 많은 여인을 유혹하는 것은 사실 숫자를 늘리는 재미 때문이고, 우리 주인이 진짜 흥미를 가지는 것은 숫처녀랍니다. 돈과 외모는 따지지 않아요. 못났든 예쁘든 오로지 치마만 두르면 주인의 표적이 되죠. 그의 먹이가 되죠. 치마만 두르면 주인은 누구든 가리지 않아요. 그런 사람입니다. 우리 주인은. 말하자면 여자 사냥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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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조가 유혹한 여성들을 언급하는 카사노바



이 말을 들으며 돈나 엘비라는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영화의 상황과 오페라의 상황이 비슷한데, 다 폰테가 돈 조반니, 아드리아나가 돈나 엘비라, 카사노바가 레포렐로를 투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허설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오페라 [돈 조반니]가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의 피날레는 죽은 기사장의 석상이 돈 조반니를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석상은 돈 조반니에게 회개할 것을 요구하지만 돈 조반니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비겁하게 이제까지의 삶을 부정하느니 차라리 떳떳하게 지옥불에 떨어지겠다는 것이다. 세속의 쾌락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알고 살았던 이 희대의 난봉꾼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충실히 지키다가 지옥불에 떨어져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다.

이것은 아마 로렌조 다 폰테 자신의 신념이었을 것이다. 자유분방한 사고의 소유자였던 이 천재는 [나, 돈 조반니]라는 영화 제목처럼 자기 자신을 돈 조반니라는 인물 속에 투영시켰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인간이 신에게서 벗어나 오로지 이성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른바 계몽주의 시대였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힘입어 그는 신에게 도전했다. 오만방자하게 지옥의 형벌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돈 조반니의 입을 통해 이 세상의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이승에서의 인간적인 사랑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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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작업에 열중하는 로렌조



다른 오페라 대본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로렌조의 대본은 남다른 데가 있다. 그동안 오페라에서 중시해온 것은 음악이지 대본이 아니었다. 그래서 형편없이 엉성한 대본들도 많이 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한 구성에 극적 필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로렌조의 대본은 다르다. 그의 대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귀족이나 평민이나 모두 자기만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갖고 있다.

[돈 조반니]만 해도 그렇다. 비록 하인이지만 주인을 경멸한 나머지 사사건건 삐딱하게 나오는 레포렐로, 돈 조반니에게 아버지를 잃고 결혼까지 미룬 채 원수를 찾아 나서는 복수의 화신 돈나 안나. 돈 조반니에게 버림받은 후 그를 욕하고 다니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순정의 여인 돈나 엘비라, 귀족 부인을 만들어주겠다는 돈 조반니의 사탕발림에 잠시 허황된 꿈에 빠져 약혼자를 배신하는 철없는 하녀 체를리나, 이런 체를리나가 돌아와 온갖 교태를 부리자 화를 풀고 그녀를 다시 받아들이는 순진한 청년 마제토, 비록 지옥에 떨어질지언정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겠다는 사랑의 확신범 돈 조반니까지. 참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의 대본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오페라를 다룬 영화이니 만큼 곳곳에 음악이 많이 나온다. 대부분의 장면을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 할애하고 있지만, 간혹 다른 작곡가의 음악도 나온다. 영화의 첫 장면 즉, 베니스의 운하 위를 거대한 석상이 지나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3악장이다. 여름날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을 묘사한 이 곡은 그 후로도 영화 속에 몇 차례 더 등장한다.

로렌조가 모차르트을 처음 만났을 때, 모차르트가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곡은 그 유명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이다. 파이프 오르간 뒤에서 하인 두 명이 커다란 풍금 페달같이 생긴 장치에 계속해서 바람을 넣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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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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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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