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런어웨이 브라이드 - 시골 처녀 매기의 진정한 사랑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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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4회 작성일 16-02-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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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크 그래함은 미국의 유력지인 『USA Today』의 칼럼니스트이다. 늘 새로운 소재 거리를 찾아다니는 그는 어느 날 결혼식 때마다 도망가는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릴랜드의 헤일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는 매기라는 여성. 아이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 취재도 하지 않은 채 추측성 기사를 쓴다.

아이크가 쓴 ‘도망가는 신부’에 대한 기사는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는다. 하지만 당사자인 매기는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추측성 기사를 내보낸 신문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에 놀란 신문사의 편집장은 아이크를 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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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서곡] / 칼 뵘(지휘), 도이치 오퍼 베를린 오케스트라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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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직장을 잃은 아이크는 오기가 발동해서 매기가 살고 있는 메릴랜드의 헤일로 간다. 자기가 직접 취재를 해서 매기에 대한 자신의 글이 허무맹랑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헤일 마을에 도착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매기는 이미 이 지역에서 결혼식 때마다 ‘도망가는 신부’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세 번이나 신부 입장 도중 도망을 갔으며, 아이크가 취재차 헤일에 갔을 때는 야구 코치인 밥과의 네 번째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네 번째 결혼식에서 그녀가 또 도망을 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내기를 건 사람까지 있었다.

아이크는 매기와 매기의 가족, 마을 사람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도망가는 바람에 인생이 꼬여버린 남자들을 한 사람씩 만난다. 첫 번째 신랑인 브라이언은 지금 가톨릭 신부가 되어 있다. 그는 매기와의 결혼이 불발된 것을 신의 섭리로 생각한다. 두 번째 신랑인 길은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크가 길을 찾아가는데, 바로 이때 길을 만나러 온 매기와 마주친다. 이 자리에서 매기가 결혼식 전에 사랑의 증표로 같이 장미 문신을 하자는 길을 속이고 진짜 문신이 아닌 스티커를 붙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매기는 길에게 바늘이 너무 무서워 그를 속였다고 사과하지만 길은 이 일로 크게 상처를 받는다.

자신의 과거를 캐고 다니는 아이크를 매기가 좋게 생각할리 없다. 매기는 사사건건 아이크와 충돌하는데, 하지만 그러는 사이 어느새 아이크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매기에 대한 아이크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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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때마다 도망가는 신부 매기(줄리아 로버츠)



매기의 세 번째 신랑은 곤충학자 조지이다. 아직도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신부 때문에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는 조지는 매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한다. ‘매기가 왜 결혼식장에서 도망쳤을까’라는 아이크의 질문에 그녀가 ‘남자 킬러’이자 ‘탐욕스러운 죽음의 여신’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 말에 아이크는 자기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녀를 직접 만나보니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매기를 옹호한다.

얼마 후 벌어진 마을의 알로하 파티. 이 자리에서 매기의 친구와 가족, 마을 사람들은 매기가 네 번째 결혼식에서는 절대로 도망치지 않기를 기원하는 축배를 든다. 특히 매기의 아버지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딸을 ‘잃고 싶다’고 말해서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이 자리에서 아이크는 매기를 비꼬는 취지의 축배사를 해서 매기를 화나게 한다. 그리고 자기에게 화를 내는 매기에게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라고 충고한다. 아이크는 결혼식 후 에베레스트 산으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인 매기에게 정말로 에베레스트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이 말에 매기는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솔직한 대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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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티격태격하는 중에 매기(줄리아 로버츠)와 아이크(리처드 기어)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정이 쌓인다.



바로 이 자리에서 아이크는 매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동안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자기도 좋아하는 것처럼 생각했다는 것이다. 매기는 좋아하는 계란 요리도 상대방의 취향에 따라 스크럼블 에그에서 프라이, 삶은 계란, 계란 흰자 등으로 바뀌었는데, 아이크는 이렇게 계란 요리조차 자기 취향대로 말할 수 없는 그녀를 겁쟁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매기를 취재하면서 아이크는 그녀가 결혼식 때마다 도망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스스로를 상대방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가 마지막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끝내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피한 것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남자를 만나다 보니 결혼식 때마다 도망을 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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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네 번째 결혼식을 준비하는 매기



그러는 와중에 매기와 밥의 결혼식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다. 밥은 이번에도 매기가 도망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미리 결혼식 체험을 해주기로 한다. 이 결혼식 예행연습에서 아이크는 신랑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신랑이 신부에게 키스를 하는 순서에서 아이크와 매기는 밥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실제를 방불케 하는 감미로운 키스를 나눈다. 그 모습을 본 밥은 매기와의 결혼을 포기한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매기와 아이크는 결혼식을 치른다. 원래는 밥과 하기로 했던 결혼식이 아이크와의 결혼식으로 바뀐 것이다. 과연 이번 결혼식에서 매기는 도망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결혼식이 시작된다. 드디어 신부 입장 순서가 되고, 매기가 신랑을 향해 걸어온다. 얼굴 하나 가득 미소를 머금고 신랑을 향해 다가오는 매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또다시 도망을 친다. 트럭을 타고 도망치는 매기를 바라보며 아이크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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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예행연습 중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매기와 아이크



그 일이 있은 후, 아이크는 뉴욕으로 돌아간다. 아이크가 돌아가고 난 후, 매기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때까지 자기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본 모습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다양한 계란 요리를 앞에 놓고 하나씩 먹어본다. 약혼자들의 식성에 따라 좋아하는 것이 달랐지만 이번에는 진짜 자기가 어떤 종류의 계란 요리를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 결과 매기는 자기가 좋아하는 계란 요리는 스크럼블 에그나 달걀 프라이, 삶은 계란, 계란 흰자가 아닌 에그 베네딕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매기는 뉴욕에 있는 아이크를 찾아온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물론 반은 내 책임이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했으니까요. 결혼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에요. 거짓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진짜 내 모습을 알았어요.”

영화는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매기는 아이크와 함께 드디어 진짜 결혼식을 올린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매기의 친구와 마을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영화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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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방황 끝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방식대로 행복한 결혼식을 하는 매기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는 장면. 이 장면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은 무엇일까. [런어웨이 브라이드]에서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서곡]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했다. 물론 영화에서는 아주 잠깐만 이 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가 대본작가 로렌조 다 폰테와 손잡고 만든 오페라이다. 원작은 프랑스의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 3부작인데, [피가로의 결혼]은 그중 2부에 해당된다. 3부작 중 1부인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피가로의 결혼]보다 늦게 로시니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세빌리아의 이발사]보다 먼저 만들었지만 내용적으로는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편이 되는 셈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마을 이발사인 피가로의 도움으로 로지나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그 후 백작은 피가로를 자신의 하인으로 삼는다. [피가로의 결혼]은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하녀 수잔나가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태생이 바람둥이인 알마비바 백작은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로지나를 원해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람기를 버리지 못하고 다른 여자를 넘보고 있다. 현재 그가 목표로 삼은 여자는 피가로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수잔나. 그는 자신이 폐기한 영주의 초야권(初夜權)을 수잔나에게 행사하려고 한다. 하지만 피가로와 수잔나 그리고 그의 아내 로지나가 일찌감치 이것을 알아차리고 백작을 골려 주기로 한다.

로지나는 백작의 마음이 변한 것을 슬퍼한다. 결혼 전, 자신의 방 발코니 밑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사랑을 갈구하던 남편이 이제 자기 하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녀는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다.

로지나는 수잔나에게 백작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도록 한다. 밤에 정원에서 만나자고 한 다음, 백작부인이 수잔나로 변장하고 나타나 남편을 망신 주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수잔나와 백작부인의 계략은 성공하고, 마지막에 망신을 당하게 된 백작은 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 오페라는 백작부인이 남편을 용서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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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알마비바 백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와 로렌조 다 폰테, 이 두 사람의 천재가 만들어낸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의 걸작이다. 음악도 그렇고 줄거리도 그렇고, 모든 것이 그렇게 재치 있고, 유머러스할 수가 없다. 이런 작품의 성격은 [서곡]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오페라의 서곡은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되는 짧은 오케스트라 곡을 말한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소란스러운 장내를 정리하고, 관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고안되었다.

오페라의 서곡은 앞으로 전개될 오페라의 성격과 분위기를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오페라를 보지 않아도 서곡만 들으면 앞으로 전개될 오페라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나올 아리아를 미리 들려주는 것도 있고, 아리아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기악곡으로 오페라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것도 있다. [피가로의 결혼]의 [서곡]은 이 중 후자에 속한다.

사실 [피가로의 결혼]에는 주옥같은 아리아가 수없이 많이 나온다. 1막에서 피가로가 부르는 [더 이상 못 날으리(Non piu andrai)], 2막에서 백작부인이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며 부르는 [사랑을 돌려주오(Porgi amor)]와, 사랑에 눈 뜬 소년 케르비노가 부르는 [사랑의 괴로움 그대 아나(Voi che sapete)], 3막에서 백작부인이 옛날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어디로 갔나. 그 시절은(Dove sono)]과,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편지를 쓰면서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Che soave zefiretto)] 외에도 아름답고 즐거운 아리아가 많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서곡]에서 이 주옥같은 아리아의 멜로디를 단 한 줄도 모티브로 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오페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가장 잘 드러내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정말로 [피가로의 결혼]의 [서곡]은 처음부터 듣는 사람을 ‘즐거운 기대’로 들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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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찾은 매기



음악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전개된다. 처음에 낮지만 매우 익살맞은 느낌의 제1주제가 나온다. 현악기에 의해 속삭이듯 질주하는 이 멜로디를 통해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치와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아주 빠르게 연주하는데, 모차르트는 이를 두고 “아무리 빨리 연주해도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듣기에는 즐겁지만 바이올린 주자들에게는 연주하기 힘든 난곡 중의 난곡에 속한다.

전체적으로 [피가로의 결혼]의 [서곡]은 분주하고 어수선하다. 반음계로 쏜살같이 내달리는 빠른 패시지는 긴박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백작을 골려주기 위한 세 사람의 긴박한 움직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코믹한 상황들이 음악이라는 옷을 입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익살맞은 음악은 백작의 바람기를 둘러싼 모든 소동이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런어웨이 브라이드]의 매기가 마침내 진정한 사랑을 만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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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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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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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Corbis





발행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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